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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08화
PAYLUA ORIGINAL · 제108화

108화. 관찰자가 없던 실험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25자

오프라인 책장
독립 관찰 기록의 빈 장은 종이부터 달랐다. 앞면에는 잉크가 배어 있었지만 뒷면은 깨끗했다. 문서를 복원하던 필경사는 누가 글을 지웠다면 섬유가 일어나거나 약물이 남았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이 종이에서는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처음부터 비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수현은 빈 장을 바라봤다. 종이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두고 누군가는 음모라고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은 실수라고 했을 것이다. 둘 다 가능했다. 그러나 아직은 한 쪽을 고를 자료가 없었다. “종이가 첨부될 위치를 먼저 알 수 있을까요?” 필경사는 책등의 실을 가리켰다. “원래부터 한 묶음으로 제본돼 있었습니다. 나중에 끼워 넣은 흔적은 없어요.” 루세가 말했다. “독립 관찰자의 보고가 없다는 건 우리가 앞서 말한 구슬의 동일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실험은 왜 최종 보고서에 ‘부분 성공’으로 남았을까요?” 아르덴은 오래된 회의록을 펼쳤다. 거기에는 세 명의 심사관이 적어 놓은 서로 다른 판단이 있었다. 한 사람은 성공을 주장했고 한 사람은 재현 불가라고 썼다. 마지막 사람은 자료 부족으로 판단을 보류했다. 그러나 통합 보고서는 ‘부분 성공’이라는 문장 한 줄로 끝났다. “다수결도 아니었군요.” 수현이 말했다. “윗사람이 그 표현을 골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르덴이 말했다. “누구인지 지금은 확인할 수 없지만요.” *** 수현은 심사회의 참가자 중 이름이 공개된 사람에게 연락했다. 오래전 회의였으므로 이미 은퇴했고, 지금은 도자기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그가 방문을 받아 줄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노인은 약속된 시간에 직접 문을 열었다. “기술 실험 때문에 왔다고요? 아직도 그 돌멩이 가지고 싸웁니까?” “돌멩이보다는 그걸 어떻게 확인했다고 기록했는지가 궁금해서요.” 노인은 웃었다. “그 말이면 앉으시죠.” 그의 이름은 바르트였다. 그는 당시 실험에 참여하지 않고 서고 측 관찰 기준만 검토했다. 수현은 질문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사건과 다른 참가자들의 개인정보가 섞이지 않도록 대화 범위를 설명했다. “이 기록은 제 귀환 문제와 직접 연결되는지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시 논의를 그대로 듣고 싶습니다.” 바르트는 주름진 손으로 찻잔을 잡았다. “우리는 그때 기계가 움직였는지보다 관찰자가 서로 독립돼 있는지를 놓고 싸웠소. 송신실에서 만든 표식을 수신실이 먼저 알고 있으면, 맞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잖소.” “그럼 관찰 기록이 비어 있는 이유는요?” “그 사람은 시험 당일 자리에 없었소.” 수현이 눈을 들었다. “왜요?” “허가가 끝나지 않았지. 우리 규정에는 제삼자가 현장을 관찰해야 한다고 돼 있었는데, 진행 책임자는 급하다고 시험부터 시작했소.” “그럼 중단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소.” 노인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래서 나는 시험 결과의 공개에 반대했소. 그런데 이사회는 돈을 이미 썼으니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군.” 수현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 말을 너무 잘 알았다. 비용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안전을 증명하지 못한 일이 성과로 처리되는 일. 잘못을 인정하면 손실이 커 보인다는 이유로 더 큰 손실을 만들어 내는 일. “그때 반대 의견이 원본에 있습니까?” “있을 거요. 당신들이 찾은 빈 장 뒤에.” *** 왕도 기록원은 바르트의 진술을 듣고도 즉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수현은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기억은 몇십 년의 시간 동안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구술과 문서가 만날 지점을 찾아야 했다. 세드나는 빈 장 뒤쪽의 별도 부록 목록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시험 전 안전 승인 미확인’이라는 인쇄된 제목만 남아 있었다. 부록 본문은 다른 보존실로 이관됐다는 표시가 있었다. “이렇게 다른 데로 옮겨진 게 많으면 누가 제대로 찾겠어요?” 수현이 말했다. “원래 서고들은 그래요. 사고가 나면 기술 부서는 기계를, 재무 부서는 돈을, 인사 부서는 사람을 가져가죠.” “그렇게 나누는 동안 사건 전체는 사라지고요.” 루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중단 권한과 기록 보존이 함께 가야 합니다.” 세드나는 새 자료 조회를 신청했다. 수현은 모든 장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사고자 개인 정보와 시험물의 제작 정보, 참여자의 동의 기록은 서로 공개 범위가 달랐다. 필요한 건 부록의 제목과 당시 중단 요청 여부부터였다. “지금까지 알게 된 게 뭐죠?” 파르마가 물었다. “독립 관찰자가 없었는데도 시험이 진행됐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증언이 정확한지는 당시 문서와 비교해야 해요. 한 가지는 분명해요. 성공 판정의 기준 자체가 약했어요.” 파르마는 그 말을 기록했다. *** 왕도 기록원에서는 바르트의 증언을 듣고 세 명의 서고 직원에게 같은 질문을 따로 하기로 했다. 오래된 일을 기억하는 사람마다 설명이 조금씩 달랐다. 한 사람은 독립 관찰자가 늦게 왔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애초에 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사람은 서명을 받지 못해 보고서를 반려했다고 기억했다. 수현은 세 진술을 읽고 곧장 누구의 말이 맞는지 고르지 않았다. “모두 일부씩은 맞을 수도 있어요. 배정이 늦었고, 결국 오지 않았고, 사후에 보고서가 반려됐을 수도 있잖아요.” 세드나는 당시 출입 명부를 찾아보자고 했다. 명부에는 방문자의 이름과 들어온 시간만 적혀 있었다. 시험장까지 실제로 도달했는지는 기록되지 않았다. 문제는 오래전 회의록이 출입 명부에 있는 사람을 모두 시험의 목격자로 취급했다는 점이었다. “건물에 들어왔다고 실험을 봤다는 뜻은 아니죠.” 수현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봤다고 해서 모든 단계를 확인한 것도 아닙니다.” 수현은 시험장의 평면도를 꺼내 사람들의 동선을 그렸다. 관찰자가 어느 문으로 들어왔고, 장치가 켜졌을 때 무엇을 볼 수 있었는지 표시했다. 표에는 빈칸이 많았다. 그 빈칸을 임의로 채우지 않기로 했다. 그때 기록원 직원이 낡은 참관인 목걸이를 보여 주었다. 금속판에는 ‘감독’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수현은 순간 오해했다. 누가 그걸 목에 걸기만 하면 시험을 승인할 권한이 생긴다는 뜻일까. “그건 방문객 표식입니다.” 직원이 설명했다. “견학을 온 사람도 잠깐 걸었습니다. 시험 승인 서명과는 관계가 없어요.” 수현은 멋쩍게 웃었다. 또 한 번 겉모습에 속을 뻔했다. 이름표에 적힌 단어가 사람의 권한을 전부 설명하지는 않았다. 기록실을 나온 뒤 세드나는 조용히 물었다. “지금처럼 불확실한 자료만 계속 확인하면 귀환 사건의 본류가 늦어질지도 모릅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지 않아요.” 수현은 솔직히 답했다. “그래서 조사에 우선순위를 두고 싶어요. 제 소환 실행과 직접 연결되는 문서는 계속 확인하고, 오래전 사고는 관련 담당자가 이어서 조사하도록 하는 거죠.” “그게 좋겠습니다.” “제가 이 왕국 모든 서류를 다 볼 수는 없잖아요.” 세드나는 웃었다. “다 보겠다고 하시면 제가 먼저 말렸을 겁니다.” 둘은 자료를 나눴다. 사고 원본 보존과 업무 제도 개선은 파르마와 기술서고가 맡고, 수현과 세드나는 귀환 사건에 관련된 제한적 자료만 계속 확인하기로 했다. 루세는 안전 기술 검토자로서 두 갈래의 질문에 필요한 부분만 답하기로 했다. 수현은 일을 나누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이 세계에 왔을 때 그녀가 처음 했던 일도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것이었다. 이제 자신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차례였다. 저녁에 수현은 동부 기상 분관에서 온 편지를 읽었다. 마렌의 손목 부상 이후 바뀐 교대표가 일주일 시험을 마쳤다는 소식이었다. 교대 사이 휴게시간이 실제로 늘었고, 물통은 두 사람이 옮기게 됐다. 아직 인력이 부족했지만 작업자가 무리하는 날이 줄었다고 했다. [추가 인력 예산은 아직 승인이 안 났습니다. 하지만 언제 누가 어떤 업무를 맡았는지는 이제 남겨 둡니다.] 수현은 미소 지었다. 사람들은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편지를 접으며 조용히 말했다. “기록이 사람을 살리는 날도 있네요.” 세드나가 답했다. “가끔은 기록을 안 하는 게 사람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남의 정보를 함부로 적거나 공개하면 위험해지니까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이름을 가려 두었다. 어떤 기록은 남겨야 했고 어떤 기록은 보호해야 했다. 중요한 것은 그 둘을 구별하는 일이었다. *** 그날 늦게 수현은 바르트의 도자기 가게로부터 작은 접시 하나를 받았다. 접시는 깨끗한 흰색이었고 가장자리에 푸른 선이 그려져 있었다. 수현이 물건을 주문한 적은 없었으므로 서둘러 내용을 확인했다. 접시 안쪽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중단할 용기가 없으면 성공을 말할 자격도 없다.] 바르트는 그 문장이 당시 자신이 보고서에 적고 싶었던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식 문서에는 넣지 못했다. 대신 은퇴한 뒤 도자기를 만들 때마다 마음에 드는 접시에 한두 번 새겼다고 했다. 수현은 고마움을 전하되 물건을 공식 사건 증거로 취급하지 않겠다고 답장을 썼다. 바르트의 기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물이지만 당시 사건을 입증하는 문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드나가 말했다. “수현 씨는 선물에도 분류표를 붙이고 싶으신가 봅니다.” “이건 선물이라 좋은 거예요. 증거라면 다시 검증해야 하니까요.” 두 사람은 웃었다. 수현은 접시를 방 한쪽에 놓았다. 자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져가고 싶은 물건이 하나 늘었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세계로 옮길 방법도 아직 알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이 세계에 애착이 생기면 돌아가기 더 어려워지겠어요.” 세드나가 말했다. 수현은 잠깐 생각했다. “애착이 있다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에요. 두 마음이 동시에 있을 수 있죠.” “그렇군요.” “원래 세계에도 제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여기에도 아끼게 된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더 안전하게 돌아가고 싶어요.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세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접시를 살짝 밀어 안전한 곳에 두었다. 작은 물건을 지키는 것도 누군가의 마음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일과 닮아 있었다. *** 오후에 카이렌의 의료 심사 통지서가 도착했다. 왕도 진료 기록원은 그에게 과거 의식 공백에 관한 제한적 대조 결과를 보냈다. 본인만 볼 수 있는 내용이었고, 수현에게는 카이렌의 별도 허락 없이는 전달하지 않겠다고 했다. 수현은 통지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궁금했다. 자기 사건에 관련된 단서일 수 있었다. 그러나 궁금하다고 남의 병력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뒤 카이렌에게서 짧은 편지가 왔다. [제 기록을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우선 의사와 함께 보겠습니다. 나중에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제 말로 전하겠습니다.] 수현은 웃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누군가 카이렌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듣겠다고 했다. 수현은 한 줄로 답했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밤 아르덴은 사람을 이동시키는 시험에 대한 문의가 최근 다시 들어왔다고 말했다. 수현은 얼굴을 굳혔다. 누군가가 자신의 소환 사건을 듣고 성공 사례로 삼으려 한다면, 위험한 장치를 무리하게 작동시킬 수 있었다. “누가 문의했습니까?” “공식 요청서에는 ‘민원 이의 관련 기술 가능성 조회’라고 돼 있습니다. 개인 신원은 별도 심사 대상입니다.” “그 문의 때문에 실험이 진행되지는 않겠죠?” “우리 서고에서는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수현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생각했다. 자신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위험한 시험을 밀어붙일 명분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돌아갈 길뿐 아니라 그 길을 찾는 사람들의 속도까지 살펴야 했다. 그녀는 종이에 적었다. [귀환을 원한다는 진술은 무제한 실험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다.] 바르트가 보낸 두 번째 편지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그날 나는 기계를 끄라고 했소. 그런데 누가 다시 켰는지 아직도 모르오.] 수현은 편지를 접었다. 오래된 사고의 중단 요청과 재가동 기록. 그것이 다음에 확인해야 할 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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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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