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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04화
PAYLUA ORIGINAL · 제104화

104화. 이관된 비용의 주인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02자

오프라인 책장
사고 보고서의 마지막 면은 유난히 깨끗했다. 다른 면에는 수정 흔적과 여러 사람의 주석이 빼곡했는데, 맨 마지막에는 한 문장만 있었다. [사고 처리 비용은 지정된 운영 대장으로 이관한다.] 수현은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이 세계는 참 편리한 말을 좋아했다. 책임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일을 모두 ‘이관’이라는 단어로 해결했다. 이관받는 장부는 사람의 치료비를 대신 납부해 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 운영 대장은 어디에 있나요?” 세드나가 맞은편에서 별도 색인을 펼쳤다. “B-13 비용 위임과 관련된 부속 운영부가 있다고는 나오네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대장과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수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벨튼 공작가의 B-13 인장이 다시 등장했다. 지금껏 그 인장은 시설 운영 비용의 위임 범위를 나타내는 것이었고, 개인 신분이나 근무 계약을 바꿀 권한은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표식이 보인다고 모든 사건을 공작에게 연결해서는 안 됐다. “먼저 비용 종류부터 나눕시다. 장치 수리비, 사고자의 치료비, 근무 손실, 보존 자료 복원비. 전부 같은 비용으로 처리하면 안 되겠죠.” 아르덴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당신 말이 틀리지는 않는데, 지금 제 권한으로 열어 줄 수 있는 장부는 일부입니다.” “괜찮아요. 담당 부서가 다른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십시오. 담당 부서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순간부터 어렵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문서가 더 필요하죠.” 수현이 웃자 루세도 마지못해 웃었다.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안전사고 색인에 ‘퇴실 확인관’의 이름 대신 남은 치료비 정산 번호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 수현은 그 번호를 보고 메이의 C-47을 떠올렸지만 곧장 연결하지 않았다. 오래된 사고비와 제7원정대의 치료비는 서로 다른 시기와 사건에 속했다. 다만 똑같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실제 누구를 위해 지출됐고, 누구의 동의와 어떤 규정으로 그 돈을 개인에게 청구했는가. “사람한테 청구했는지는 모르잖아요.” 루세가 지적했다. “맞아요. 그래서 청구됐다고 쓰지 않을 겁니다. 비용이 이관됐다는 사실만 기록하죠.” 세드나는 서식의 문장을 고쳤다. [개인 부담액]이라는 항목을 지우고 [부담 주체 확인 필요]를 적었다. 짧은 수정이었다. 그러나 누군가 그 종이를 나중에 볼 때 둘의 차이는 클 것이다. 그때 파르마가 다른 문서를 가져왔다. 서고 직원들이 공동으로 제출한 야간 업무 개선 요청이었다. 이안은 개인 신상 비공개를 원했으므로 서류에는 이름이 빠져 있었다. 대신 복원실 업무 중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절차, 휴게 시간의 실제 보장, 야간 식사 공급이 적혀 있었다. “저희가 제출하기로 했어요.” 파르마가 말했다. “아르덴 관리관에게만 맡기면 다음 사람이 왔을 때 또 흐지부지될 수 있으니까요.” 수현은 미소 지었다. “이건 직접 만든 문서니까 더 좋네요.” “혹시 문제가 될 문장이 있나요?” “제가 법적 심사를 할 자격은 없습니다. 다만 사실과 요청을 구분하면 좋겠어요. 이미 발생한 일인지, 앞으로 바라는 일인지 알아보기 쉽게요.” 파르마는 그 말을 듣고 요청서의 첫 줄을 바꾸었다. [기존 운영이 위법하다]가 아니라 [기존 야간 배치에서 확인된 위험]이라고 적었다. 이곳 법에 비추어 불법인지까지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 *** 오후에는 공작가 비용 위임 사무를 담당하는 카르몬이 서고에 나타났다. 그는 회색 장갑을 벗으며 방문 서류를 내밀었다. “기술서에 공작가 인장이 등장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보존물의 훼손 여부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수현은 그가 전에 자신의 이의를 ‘행정 보완’으로 낮추자고 제안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반가운 손님은 아니었다. 그러나 반갑지 않다고 사실보다 많은 책임을 덮어씌울 수는 없었다. “훼손 조사 권한이 있으십니까?” 세드나가 물었다. “운영비 위임의 적정성에 관한 확인 권한이 있습니다.” “그럼 열람 대상은 운영비 자료로 한정하겠습니다. 개인 치료 내역과 다른 신청인의 의사 자료는 별도 권한이 필요합니다.” 카르몬은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꾸 이런 식으로 쪼개면 하나의 사고도 처리하지 못합니다.” 수현이 답했다. “하나의 사고라고 해도 피해받는 사람이 여럿일 수 있으니까요. 필요한 자료만 모아 보는 게 오히려 빠를 수 있어요.” “누가 그 필요를 판단하죠?” “우선 여기 보존 규정과 당사자 동의겠죠. 제가 정할 일이 아니고요.” 카르몬은 잠깐 그녀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열람 범위가 적힌 서류에 서명했다. 오늘은 논쟁으로 이길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같은 방에서 세드나는 그가 열람한 항목과 열람하지 않은 항목을 따로 기록했다. 문서에 무엇이 적혔는지뿐 아니라 누가 보았는지 역시 사건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 돌아가는 길, 카르몬은 수현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이수현 씨. 당신의 귀환 지원 요청이 받아들여졌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부서가 그 일을 도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론이죠. 제가 귀환하고 싶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동원할 수는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소환이 부당했다고 단정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반대합니다.” 수현은 발걸음을 멈췄다. “사전 동의 확인 자료가 없다는 임시 판단은 나왔어요. 실행 경위는 아직 심사 중이고요. 제가 그 둘을 혼동하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공작가의 이름을 함부로 적지 마십시오.” “근거가 없으면 안 적을 겁니다. 근거가 있으면 적어야겠지만요.” 카르몬의 입가가 굳었다. 그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수현은 생각했다. 여기서 가장 피하고 싶은 건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증거를 가볍게 다루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실제로 잘못했다면 그 사실은 정확히 확인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같은 방식으로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만들 수도 있다. *** 수현은 오래된 사고의 비용이 어디로 갔는지 조사하는 동안, 그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부터 살폈다. 기술서고는 사고 당시 수리 견적서를 가지고 있었다. 사고자 치료비는 다른 기관의 기록에만 있었다. 운송비는 보존소 예산에 포함되어 있었고, 사고 보고서를 다시 작성한 필경사의 일당은 아예 비용 항목에 드러나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나뉘어 있으면 결국 누군가 전체 비용을 모으겠죠?” 수현이 물었다. 아르덴은 서고 회계 보조를 불렀다. 회계 보조는 출입 허가부터 받고 들어왔다. 수현은 이번에는 자료 열람이 아니라 업무 과정 설명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사고 원본을 통째로 보여 달라는 요청과는 달랐다. “당시 운영 대장은 비용의 종류를 구분하는 장부가 아니었습니다.” 회계 보조가 말했다. “공통 예산에서 지급한 금액이 어느 부서로 넘어갔는지만 적었죠.” “그럼 나중에 개인에게 청구됐는지도 따로 확인해야겠네요.” “맞습니다. 그 장부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수현은 손으로 네 칸짜리 표를 그렸다. 실제 지출, 시설 운영 부담, 개인 부담 여부, 최종 승인 자료. 같은 영수증이 네 칸 중 여러 곳에 나타날 수는 있었지만, 그 사실만으로 돈이 두 번 지급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세드나가 말했다. “한 장부에서 다른 장부로 이관된 흔적을 실제 결제와 혼동하면 안 되겠군요.” “네. 메이 씨 사건에서도 그랬어요. 청구서가 여러 번 찍혀 있다고 돈이 여러 번 나간 것은 아닐 수 있죠. 반대로 한 번만 찍혔다고 개인 부담이 정당한 것도 아니고요.” 회계 보조는 표를 빤히 보더니 자기 장부의 줄을 하나 수정했다. [비용 지급]이라고 써 있던 자리에 [비용 이관 접수]라고 고친 것이다. “이 한 단어가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가 물었다. 수현은 잠시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이 읽었을 때 이미 돈을 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요.” 서류를 들여다보던 아르덴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그렇다면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지원도 남겨야 합니까?” “실제 지급이 없었다면 그 사실을 지우지 않는 편이 낫겠죠. 다음에 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검토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곧장 옛 사고 부속 기록의 ‘지원 검토’와 ‘지원 확정’을 분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날의 조사는 오래된 사건을 단숨에 해결하지 못했지만, 새 장부에서 거짓 완결이 만들어지는 일은 줄일 수 있었다. 업무 설명이 끝나자 회계 보조는 수현을 복도로 불러 세웠다.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렇게 기록을 고치면 제가 이전에 잘못 적었다는 사실도 남습니다. 상관이 싫어할 수도 있겠지요.” “그럴 수 있겠죠. 그래서 바뀐 규정과 수정 사유를 함께 남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혼자 무언가를 속인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요.” “그럼 수정한 사람도 보호받을 수 있겠군요.” “그게 가능한지 관리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적어도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고쳤는지는 투명하게 남겨야 하겠죠.” 그는 조금 안심한 얼굴로 돌아갔다. 수현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문제를 찾는 것보다 문제를 고친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 더 어려울 때도 있었다. 서고 밖에서 세드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사람을 돌려보내는 기술보다 장부의 단어를 더 많이 고쳤네요.” “그러게요. 그래도 실제 사람을 해치지 않는 일부터 하는 게 낫겠어요.” 수현은 작은 한숨을 쉬었다. 한 번에 돌아갈 문이 열리진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누군가가 잘못된 지급 기록 때문에 다시 부당한 빚을 지는 일은 조금씩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자료를 다시 정리하던 중 수현은 구형 문서에서 낯익은 표현을 발견했다. [승인 없는 비용 전환 금지.]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만 회계 보조는 평소 그 문장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했다. “왜요?” “비용 전환이라는 말이 다른 부서로 예산을 넘기는 뜻인지, 개인에게 청구하는 뜻인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수현은 서류를 두 칸으로 나눴다. 한쪽에는 부서 간 회계 이관, 다른 쪽에는 특정인에게 부담시키는 결정이라고 썼다. 회계 보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분리하면 어떤 승인 기록이 필요한지도 달라지겠군요.” “네. 그리고 잘못 적힌 표를 누군가 나중에 읽어도 같은 뜻으로 혼동하지 않겠죠.” 세드나는 그 표를 예시로 회계 부서에 정정 검토를 요청했다. 수현은 오늘 확인하지 못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리 떠넘기지 않기 위해 초안에 [판단 보류]라고 적었다. 빈칸을 그대로 남기는 것보다, 왜 아직 결정할 수 없는지 설명하는 편이 좋았다. *** 세드나는 문서 아래에 자료의 열람 범위를 다시 기록했다. 비용 위임 문서는 공개 가능한 부분이 있어도 사고자 개인정보까지 자동으로 공개되는 것은 아니었다. 수현은 표를 만들다가 이름 칸을 비워 두고 지급 경로와 승인 여부만 남겼다. “이름을 몰라도 계산할 수 있겠네요.” 세드나가 말했다. “네. 정말 신원 확인이 필요한 단계가 오면 그때 본인 동의와 규정을 확인해야겠죠.” 사건의 숫자를 이해하려면 모든 사람의 사생활을 알 필요는 없었다. 수현은 그 점을 지키며 문서를 접었다. *** 그날 밤 공동기술서고에서 수정된 사고비 대장이 도착했다. 원본은 그대로 보존하고 읽기 쉬운 열람용 목록만 정정한 문서였다. 눈에 띈 것은 비용의 총액이 아니었다. 수현은 마지막 줄의 문장을 손끝으로 눌렀다. [비상 정지 사용자의 불이익 발생 시 제어실 운영자가 사유 및 지급 상태를 별도 기재한다.] 새로 들어간 문장이었다. 오래전 사고를 막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누군가가 멈출 때 해야 할 일은 달라질 수 있었다. 한편 기술서 차례의 빈 칸에는 다음 권에 대한 낡은 참조 번호가 남아 있었다. 제1권은 위험을 정리했고, 제2권은 물품 시험의 동일성 검사를 다뤘다. 제3권은 현재 보존 위치가 불명인 ‘목적지 확인자의 책임’을 다룬다고 적혀 있었다. “책이 끝없이 늘어나네요.” 수현이 혼잣말했다. 세드나는 답장으로 간단히 적었다. [늘어나는 것은 책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수현은 웃다가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거대한 비밀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 아니었다. 여러 질문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답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안전담당 파르마가 예상하지 못한 소식을 전해 왔다. “제1권에 기록된 미회수 시험물 번호와 같은 숫자를 찾았습니다. 왕도 서쪽 물품 보존소에요. 원본 확인은 아직입니다.” 수현은 얼른 펜을 집었다. “번호가 같다는 것만으로 같은 물건은 아니죠?” “맞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번호 옆에 제작자의 표시도 있습니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실은 가장 큰 실마리가 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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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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