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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03화
PAYLUA ORIGINAL · 제103화

103화. 야간 복원실의 빈 의자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256자

오프라인 책장
서고의 세 번째 아침은 종소리보다 고성이 먼저 시작됐다. “왜 제가 또 야간 기록을 맡아야 합니까?” 복도 끝에서 젊은 직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수현은 물을 마시러 나오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싸움을 구경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회랑을 지나려면 그들 사이를 통과해야 했다. “오늘 새벽 근무자가 안 나왔잖아. 넌 어제 책상에서 잤다고 했지?” 관리관이 말했다. “책상에서 잠깐 눈을 감았다고 해서 쉰 건 아니잖아요!” 수현은 생각했다. 반갑지 않은 국제 공통어가 여기에도 있었다. 책상에 있었으면 쉬었고, 복도에 서 있었으면 대기했고, 사람이 지쳐 쓰러졌으면 그제야 사고로 기록하는 언어였다. “실례합니다. 통로 좀 지나갈게요.” 그녀는 두 사람의 사이를 비켜가려다가 젊은 직원이 힘없이 벽에 기대는 걸 보았다. 창백한 얼굴이었다. 부서지는 종이를 밤새 복원했다는 말이 들렸다. “안색이 좋지 않은데 의무실부터 가시는 게 어떨까요?” 수현이 물었다. “괜찮습니다. 손이 좀 떨릴 뿐입니다.” 그는 종이 뭉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종이는 계단 아래로 흩어졌다. 수현이 몇 장을 주우려다 멈췄다. 그 종이에 개인 기록이 있을 수 있었다. 대신 통로의 사람들을 뒤로 물리고 직원이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이건 제가 만지면 안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앉으세요.” 젊은 직원의 이름은 이안이었다. 그는 세 밤 동안 파손된 보존 종이를 분리했다. 기록상으론 ‘당직 대체’였지만 실제 퇴근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수현은 그의 설명을 끝까지 들은 뒤 물었다. “지금 얘기한 걸 남겨도 괜찮으세요?” “남기면 제게 불이익이 오지 않겠습니까?” “모릅니다. 그래서 무엇을 남길지 먼저 정하고 싶어요. 몸 상태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만 남겨도 되고, 근무 배정 문제를 포함할 수도 있어요.” 이안은 잠시 주저하다가 첫 번째 요청만 하기로 했다. 수현은 그 선택을 존중했다. 근무 문제를 털어놓았다고 해서 외부인이 대신 분쟁을 시작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 그 사건 때문에 서고의 일정이 두 시간 밀렸다. 아르덴은 미안하다고 했고 파르마는 열람실의 안전을 위해 지연을 공식 기록에 남겼다. 세드나는 관리관의 설명을 듣고 명부를 고쳤다. “어제부터 시간 기록이 이상합니다.” 세드나가 말했다. “복원실은 ‘근무 대기’로 처리하고, 실질적으로 작업한 시간은 별도의 복원 실적으로만 남기고 있어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해결할 문제인지부터 확인해야겠죠. 서고의 근로 조건은 여기 제도에 따른 거니까요.” 파르마가 먼저 나섰다. “이안 씨가 의료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안전담당자로서 사람 부족을 구실로 위험 업무를 계속시키는 걸 막아야 합니다. 근무 배치 개선은 서고 내부에서 논의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지 않겠군요.” 루세가 말했다. “네. 인력부터 안정돼야 합니다.” 수현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마차 소리를 들었다. 소환된 첫날 카이렌의 잠을 지킬 때와 닮은 상황이었다. 다만 지금은 한 사람의 말을 대신 전하기보다, 이 기관 안의 책임자가 스스로 멈추는 것이 달랐다. 오후에 다시 열람실이 열렸다. 파르마는 비상 정지 절차를 설명했다. 시설 운영자, 안전담당자, 열람 당사자 셋 가운데 누구든 위험을 발견하면 독립적으로 중단을 요청할 수 있었다. 다만 예전 규정에서는 ‘중단 정당성 심사’가 끝날 때까지 고용인의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중단해도 생활은 해야 할 텐데요.” 수현이 말했다. “그 점을 개정 검토 중입니다.” “중단해야 안전한 업무라면서 중단하면 돈을 못 받는다면, 사람들은 위험하다는 말을 숨길 수도 있죠.” 파르마는 서류 한 귀퉁이를 접었다. 그 말이 자신의 업무를 비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옛 사고 보고서의 마지막 장을 보여 주었다. 퇴실 확인관 한 사람이 제어실의 이상한 냄새를 맡았지만, 시험 취소 책임을 두려워해 마지막 점검을 계속했다. 결론은 화재가 아니라 접속부의 과열이었다. 사고는 작았지만, 근무자의 손에는 오래 남을 상처가 생겼다. “그 사람이 살아 있습니까?” “개인정보는 열람 대상이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뒤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려 주세요.” 파르마는 그 질문에 처음으로 편안하게 웃었다. 안전담당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 오후 늦게 수현은 아르덴과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관리관은 낡은 식사표와 기록실 예산표를 펼쳤다. 서로 다른 용도의 장부였다. 이안의 야간 대체 근무는 예산표에 존재했지만 식사표에는 없었다. 수현은 숫자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야간 담당자에게 식사가 제공된다고 써 있는데 실제로는 어디서 먹나요?” “조리실이 일찍 닫습니다.” “그럼 지급 기록은요?” “처리상 제공으로 표시될 겁니다.” “이안 씨가 식사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먼저 확인해야겠네요.” 아르덴은 처음엔 무표정했다. 그러나 종이 두 장을 비교한 뒤 한숨을 쉬었다. “종이에는 직원이 셋이고, 여기에는 직원이 한 명이군요.”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부족한 사실은 관리관님이 더 잘 아시죠. 제가 알고 싶은 건 부족한 걸 숨기려고 누가 거짓말하게 되는 구조인지예요.” “그래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오래 못 버텼을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여기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회의가 끝날 때 아르덴은 복원실 근무자를 새로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채용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대체 휴무와 야간 식사 지급을 별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수현은 그 결정에 자신의 이름을 넣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제도를 바꾸는 사람이 자신인 척 남고 싶지 않았다. *** 아르덴과의 회의가 끝난 뒤 수현은 서고의 식당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뒤였다. 식당에는 한 명의 조리사만 남아 기름 묻은 그릇을 닦고 있었다. “식사는 끝났나요?” “남은 수프가 있으면 드릴 수 있습니다.” 수현은 고맙다고 말하고 빈 자리에 앉았다. 수프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리사는 자꾸만 창고 쪽을 돌아봤다. 수현은 그냥 배가 고파 그런가 싶었지만, 이윽고 그가 자신에게 물었다. “혹시 외부 감사관이십니까?” “아니요. 여기 사건 관련 자료를 열람하는 당사자예요.” “그렇군요.” 조리사는 곧장 말을 멈췄다. 수현은 숟가락으로 수프를 저으며 잠시 기다렸다. 누군가 자신의 위치를 잘못 알고 정보를 주려 한다면 바로잡아야 했다. 그러나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억지로 캐물을 필요는 없었다. 한참 뒤 조리사가 먼저 말을 이었다. “야간 복원실 식사 얘기가 나왔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제가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밤에 조리실을 열면 화재 관리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해서 중단됐죠.” “대신 음식을 전달하는 방식은 없었나요?” “차가운 빵을 놓아 두기로 했는데, 누가 가져가는지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수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사실을 근무 배치 담당자에게 말씀하신 적 있나요?” “말은 했지요. 하지만 저는 식당 직원이라 야간 복원실의 사정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수현은 수프를 한 숟가락 먹었다. 따뜻했다. 이곳에서 밤을 새웠던 이안이 이런 음식 한 그릇을 제때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식당에서 할 수 있는 것과 복원실에서 해야 할 일을 나눌 수 있겠네요. 식당은 음식을 준비하고, 전달 담당자는 누가 받았는지 확인하고요.” 조리사는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그럼 저녁마다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하겠군요.” “그 부분은 관리자들이 논의해야 해요. 조리사님이 혼자 야간 근무까지 맡는 게 해결 방법은 아니니까요.” “그건 좋네요.” 조리사의 웃음에는 피곤함이 섞여 있었다. 수현은 식사를 마치고 정당한 값을 치렀다. 사정을 들었다는 이유로 음식을 공짜로 받는 건 서로에게 불편한 일이었다. 그날 오후 파르마는 식당 조리사와 복원실 책임자가 함께 참여하는 짧은 회의를 열었다. 수현은 요청받은 범위에서만 참여했고 결론은 내부 담당자들이 정했다. 차가운 빵을 지급했다는 기록만으로 식사가 제공됐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누가 어느 시각에 식사를 실제로 받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이 논의됐다. “이렇게 작은 일에 회의가 필요할까요?” 복원실 책임자가 물었다. 파르마가 대답했다. “작은 일이 한 번도 해결되지 않아서 사람이 계속 아팠습니다.” 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아르덴은 새로운 식사 전달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전달 업무를 추가로 맡는 사람의 시간을 별도 근무로 기록하도록 했다. 수현은 그 장면을 보며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의 메이를 떠올렸다. 물약은 지급됐다고 장부에 적혀 있었지만 환자는 치료를 받지 못했다. 종이에 ‘완료’라는 말이 있다고 해서 사람이 배부르거나 건강해지는 건 아니었다. 서고의 다른 문을 나설 때, 그녀는 부엌에서 나는 따뜻한 빵 냄새를 맡았다. 향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야간 근무자가 다음번에는 실제로 그 빵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 파르마는 이안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보고서의 이름 표시 범위를 다시 점검했다. 의무실에는 치료 사실만 남기고, 복원실에는 당사자가 요청한 근무 조정만 알려 주기로 했다. 모든 관리자에게 자세한 증상을 배포할 필요는 없었다. “왜 숨겨야 합니까? 우리는 위험을 예방하려는 건데요.” 한 직원이 물었다. 수현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위험을 예방하려면 어떤 일을 못 하는지 아는 건 필요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정확히 어떤 병을 앓는지까지 모두가 알아야 하는 건 아닐 수도 있죠.” 파르마는 그 의견을 듣고 담당 의무관에게 필요한 업무 제한 사항만 확인하기로 했다. 이안은 그 방식을 직접 선택했다. 수현은 그의 선택을 대신 설명하거나 정당화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누가 얼마나 공개할지 결정하는 것도 회복의 일부였다. *** 회의 메모를 정리하면서 수현은 직원들의 요청 중 하나에 작은 별표를 붙였다. ‘휴게시간 실제 사용 여부를 사후에 확인할 수 있을 것.’ 누군가가 쉬라고 지시했다는 사실과 실제 쉰 사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안이 책상에 앉아 눈을 감았던 시간을 휴식으로 적어 온 것이 바로 그 예였다. 파르마는 그 별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사자가 실제로 쉬었는지는 직원에게 먼저 묻겠습니다. 관리자 혼자 판단하지 않도록요.”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수현이 답했다. “쉬었는지 묻는 일 자체가 또 다른 업무가 되지 않도록 간단하게 만들면 좋겠고요.” *** 그날 저녁 메이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봉투의 바깥에는 약초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 원정대로 돌아간 메이는 치료 대상자 수가 늘어난 날에는 스스로의 마력 회복 시간을 적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전에는 ‘치유 완료’만 기록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얼마나 지쳤는지도 남겼다. [아픈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아픈 사람이 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수현은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메이는 곧이어 C-47 잔여 비용을 심사하는 자리에 참석한다고 적었다. 예비 적립비가 제외된 것은 확정됐지만 나머지 실제 치료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조사 중이었다. 손목의 고리도 풀리지 않았다. 수현은 답장을 썼다. ‘그 자리에 혼자 가도 괜찮을지 먼저 생각해 보고, 필요하면 세드나에게 동행을 요청하세요.’ 그러나 글을 쓰다가 지웠다. 메이가 이미 스스로 누구와 갈지 결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짧게 적었다.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의견은 메이 씨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그걸 중심으로 말씀하세요.] 수현이 펜을 놓으려는 순간 문밖에서 이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의무실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제가 내일은 쉬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몸은 좀 어떠세요?” “조금 나아요. 그런데 안 나와도 된다는 말을 듣고 나니 더 긴장됩니다.” 수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처음엔 그럴 수 있어요. 쉬어도 된다는 말과 쉬어도 안전하다는 느낌은 다르니까요.” “정말 다음 주에도 제 자리가 있을까요?” “그건 제가 보장할 수는 없어요. 다만 그 질문을 관리자에게 직접 하실 권리는 여기 절차 안에도 있습니다. 혼자 말하기 어렵다면 파르마 씨에게 함께 들어 달라고 요청하실 수 있고요.” 그는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등이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수현은 다시 기술서를 펼쳤다. 사람을 안전하게 보내는 기계를 만들려는 연구가 정작 옆의 사람을 제대로 쉬게 하지 못했다면, 그 실패는 기계 안에만 있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의 열람 보고서 맨 위에 적었다. [연구 환경의 안전성도 귀환 기술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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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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