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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101화
PAYLUA ORIGINAL · 제101화

101화. 멈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용사 파티에 노무사가 입사했다 · 6,095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 남문 공동기술서고는 예상보다 조용했다. 정확히는 서고로 향하는 길이 조용했다. 도시에서 가장 시끄러운 장소는 늘 시장이나 병영이라고 생각했는데, 남문 옆 장인 거리에서는 새벽부터 망치가 쇠를 두드렸고 수레바퀴 수리공은 말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정작 공동기술서고는 창문마다 두꺼운 회색 덧문을 닫아 놓고 있었다. 이수현은 문에 붙은 안내문을 읽었다. [출입 승인과 자료 열람 승인은 서로 다릅니다. 보존물의 안전은 열람자의 호기심보다 우선합니다.] “이 건물, 제 취향이네요.” 세드나가 의아한 얼굴로 돌아봤다. “한 줄도 친절하지 않은데요.” “친절하진 않아도 최소한 기대는 정확히 조정해 주잖아요. 들어갔다고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 “수현 씨는 이상하게 그런 문장을 보면 좋아합니다.” “보통은 안 써 놔서 싸움이 나거든요.” 두 사람 뒤에서 루세가 장비 상자의 끈을 고쳐 맸다. 기술자는 며칠 전까지 동부 관측소에서 깨진 절연판의 단면만 살피더니, 이제는 서고 안에 있는 책 한 권을 보러 왕도를 가로질러 왔다. 그가 챙긴 건 마력 측정기가 아니라 면 장갑, 촛불을 쓰지 않는 돋보기, 깨끗한 종이였다. “책이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까?” 수현이 물었다. “책이 위험한 게 아니라, 책에 적힌 방법을 지금 가능한 방법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위험합니다.” 루세는 벽의 닫힌 창을 바라보았다. “오래된 기술서에는 성공한 이야기보다 실패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원하는 한 문장만 기억해요.” 수현은 얼마 전 제0회신 보존함에서 읽었던 문장을 떠올렸다. 신청자의 민원과 확인인의 이동 동의는 다르다. 당연한 말이었고, 그 당연함을 기록으로 인정받는 데 백 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오늘은 성공 사례부터 찾지 말죠.” 그녀가 말했다. “어디서 멈췄는지부터 봐요.” 서고의 수문장은 신분증을 요구했다. 세드나는 계약관리실의 정식 소개장을 내밀었고 루세는 장치 안전 자문 명부를 제출했다. 수현은 한국에서 가져온 공인노무사 자격증을 보이다가 도로 넣었다. 종이에 인쇄된 한국어와 사진은 본인임을 설명할 수 있을 뿐, 이 왕국의 보존실 열람권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신청인 본인입니다. 이동 이의 사건의 당사자고요.” 수문장은 그녀가 내민 심사 확인서와 서명된 열람 신청을 번갈아 보았다. “신청인에게도 개인정보 가림 처리는 적용됩니다.” “적용하셔야죠. 제 사건이라고 다른 사람 이름까지 마음대로 볼 수는 없으니까.” 남자가 잠시 말을 멈췄다. 망설임이 아니라 준비했던 설명이 필요 없어졌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동행 인원 셋을 기록한 뒤 어두운 통로로 안내했다. *** 공동기술서고의 관리관은 아르덴이라는 이름의 노인이었다. 한쪽 눈에는 얇은 유리 렌즈를 끼고, 왼손 검지에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는 방문자들의 목적을 듣고 금속으로 된 책갈피를 꺼냈다. “역방향 경로 안전 검토 제1권. 제목은 맞습니다. 그런데 ‘역방향’이란 표현을 어떻게 이해하고 오셨습니까?” “원래 있던 곳으로 사람을 돌려보내는 방향이요.” 수현이 말했다. “그럼 첫 문장에서 실망하실 겁니다.” 관리관이 책갈피를 돌렸다. 금속 한쪽에 새겨진 표제가 보였다. [공통 경로를 이용한 물품·신호의 반대 방향 전송에서 발생하는 위험 요약] 수현은 말없이 제목을 읽었다. 사람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사람은요?” “이 책의 첫 권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을 금합니다. 다른 권이 있더라도 실제 성공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현은 목 안쪽이 살짝 막혔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낯선 기록 한 줄 때문에 누군가를 기계 앞에 세우겠다는 주장을 막을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처음부터 한 번 더 멀어진 것 같았다. “그러면 왜 귀환 지원 자료로 분류됐죠?” 세드나가 물었다. 아르덴은 목록표의 가장자리를 두드렸다. “행정은 분류를 좋아합니다. ‘돌아가는 경로’라는 말이 보이면 일단 귀환에 묶습니다. 뜻이 맞는지는 나중 일이고요.” “나중에 누군가 다친다면 분류표가 치료해 주는 것도 아닌데.” 루세가 중얼거렸다. 책은 그 자리에서 꺼내 주지 않았다. 관리관은 서고 측 보존 검사와 외부 기술자의 안전 서약, 그리고 신청인에게 공개해도 되는 내용의 범위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현은 허가가 지연되는 이유를 메모했다. 담당자가 누구인지, 언제 회신하는지, 보완 자료가 무엇인지. 세상 어느 곳에서든 막연한 기다림은 사람을 가장 지치게 했다. “절차가 끝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합니까?” “오늘은 목록과 서문만 보실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 정도면 오늘 할 일을 정할 수 있어요.” 세드나가 조용히 말했다. “수현 씨, 기대보다 적게 열람할 수 있는데 괜찮으세요?” “괜찮지는 않죠. 하지만 더 빨리 보고 싶다는 이유로 기준을 건너뛰면 제가 나중에 그 기준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잖아요.” 관리관의 굵은 손가락이 책갈피 위에서 멎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서문 사본을 건넸다. *** 서문에는 역방향 실험을 세 등급으로 구분한 표가 있었다. 첫째는 문자와 일정한 표식, 둘째는 작은 무생물의 위치 변화, 셋째는 생명체의 조직 손상 여부를 포함하는 가정상의 분류. 셋째 등급 옆에는 붉게 [비검증]이라고 쓰여 있었다. “무생물 이동은 실제로 했나요?” 수현이 물었다. 루세는 첫 번째 표의 끝을 살폈다. “측정 장치의 오차 때문에 ‘이동’처럼 보일 수 있다는 각주가 있어요. 출발점에서 사라진 것과 목적지에 나타난 것이 같은 물건인지 증명하려면 고유 표식이 필요합니다.” “그 말은 아직 어떤 물건도 넘어갔다고 확정하지 못했다는 건가요?” “이 서문만 읽어서는 그렇습니다.” 수현은 자기 손목을 보았다. 시계는 없었다. 서울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낯선 세계의 진료소가 펼쳐졌던 순간을 떠올렸다. 자신은 실제로 이동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기계가 설명해 준 적은 없었다. 누구도 작동 조건을 묻지 않았다. 무엇이 이동을 일으켰는지 몰랐다. “제게 일어났으니까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루세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재현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렇습니다. 다만 실제 사건이 있었다는 진술을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에요. 그 진술을 설명할 방법이 아직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세드나는 수현의 메모 아래에 짧게 덧붙였다. [사건 인정과 기술 재현 가능성은 별개의 판단.] 그 문장은 수현에게 이상할 만큼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아직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적은 것이었다. 점심을 넘겨 관리관이 돌아왔을 때, 서고의 허가된 조사 구역이 표시된 지도가 함께 왔다. 전면 열람은 여전히 불허였지만, 제1권의 차례와 안전사고 색인은 읽을 수 있었다. 수현은 기쁜 마음에 첫 장을 넘기다 다시 멈췄다. 사고 색인에는 ‘시험 대상’ 대신 ‘시험 업무 담당’이라는 칸이 있었다. 이름 네 명 중 세 명의 개인정보가 가려져 있었고, 마지막 칸만 직무가 적혀 있었다. [퇴실 확인관 — 퇴실 승인 없이 제어실 안에 남아 있던 자. 손등 화상 및 일시 기억 장애.] 수현은 루세의 손을 보았다. 기술자의 손등에 흔적은 없었다. 그런데 관리관 아르덴의 왼손 검지에 있던 화상 자국이 떠올랐다. 같은 상처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말라는 경고에 가까웠다. “사람을 이동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다쳤네요.” “통신기 옆에 서 있던 사람조차 안전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루세가 말했다. 기억 장애라는 단어에서 수현은 카이렌을 떠올렸다. 하지만 카이렌이 겪은 일과 이 사고를 이어 줄 근거는 전혀 없었다. 그녀는 연관 가능성이라는 말을 적었다가 줄을 그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사건에 맞춰 끼워 넣고 싶지 않았다. *** 열람실을 나가기 전 수현은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비상 정지 권한에 관한 문서에는 '위험을 발견한 사람'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그렇다면 말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을 실험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정한 이상 당장 필요한 조항은 아닐 수도 있었지만, 서고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필요한 규정이었다. “본인이 다쳤거나 의식을 잃어서 중단 요청을 못 하면요?” 파르마가 잠시 생각했다. “동료가 대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래된 규정에는 동료의 요청을 정식으로 인정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그럼 그 부분도 확인해 주세요. 옆에 있는 사람이 위험을 보고도 권한이 없어서 기다리면 늦을 수 있잖아요.” 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신 장치에서는 더 그렇죠. 장치를 잡은 사람은 고장 때문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할 수 있으니까.” 아르덴은 서류를 받아 들고 말했다. “운영 규정을 바꾸려면 서고 위원회가 열려야 합니다.” “그럼 위원회가 언제 열리는지도 적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르덴이 웃었다. “당신은 어떤 문장에도 날짜를 붙이려고 하는군요.” “날짜가 없으면 사람들이 영원히 기다리게 되니까요.” 수현은 자신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잠시 생각했다. 원래 세계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다친 다음 뒤늦게 규정을 고치기 싫었다. 자신도 언제든 그 누군가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세계에 온 순간 수현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못한 현장 확인인이었다. 파르마는 작은 연습을 제안했다. 장치를 켜지 않은 채 열람실에서 화재 경보가 난 상황을 가정하고, 어느 문으로 누구와 나가는지 확인해 보자는 것이었다. 수현은 기꺼이 참석했다. “만약 제가 길을 잃으면 누가 확인하죠?” “출입 명부로 확인하겠습니다.” “명부에 서명하지 않은 방문자가 있었다면요?” “그럴 일이 없도록 수문장이 확인합니다.” “그렇군요. 그렇지만 예외가 있을 수도 있으니 방문자 수를 직접 세는 방법도 있으면 좋겠네요.” 파르마는 별도 명부를 꺼내 이름을 대조했다. 세드나가 자신이 본 사람만 체크하고, 루세는 두 출입문 사이에 거리를 확인했다. 수현은 실제로 비상문을 밀어 보았다. 문은 묵직했지만 열렸다. 바깥에서 시원한 공기가 밀려왔다. 연습은 몇 분 만에 끝났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아무 장치도 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현은 오늘 처음으로 서고에서 자신이 들어온 길이 아닌 나가는 길을 직접 확인했다. “성공한 것 같네요.” 세드나가 말했다. “네. 이건 성공이라고 기록해도 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실제로 문을 통과했으니까요.” 수현은 작은 성과가 어쩌면 기술서의 신비한 문구보다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여기서는 나갈 방법을 다 함께 알고 있었다. *** 서고 밖으로 나오자 해가 남문 지붕에 걸려 있었다. 세드나는 첫날부터 이렇게 자료가 적으면 관청에서 추가 협조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 말에 답하기 전에 한 가지를 확인했다. “아르덴 관리관께서 열람 범위를 정하셨다고 했죠. 근데 그분은 피해 당사자이기도 할까요?” “모릅니다.” “그러면 조사 대상이 아니라 참고인으로도 단정하지 말죠. 그분이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세드나가 웃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남의 말을 덜 하게 됐습니까?” “처음부터요. 다만 요즘은 더 자주 확인해요.” 그날 저녁 수현은 여관 방에서 네 장의 종이를 펼쳤다. 소환 이의 심사 결정, 귀환 지원 신청, 제0회신함에서 나온 과거의 질문, 그리고 오늘 받은 역방향 검토 제1권의 차례. 서로 다른 기관의 종이가 한 탁자에 놓였다. 그렇다고 같은 답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확인한 것: 역방향 검토는 신호와 물품을 대상으로 한 안전 연구. 생명체 이동은 미검증. 사고자 기록 존재.] [확인하지 못한 것: 수현이 온 경로와 연구 경로의 동일성. 귀환 가능성. 실제 사고자 신원.] 그녀는 끝에 질문을 적었다. [이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야 할 첫 질문은 무엇인가?] 한참 고민한 끝에 답을 적었다. [어떻게 보내나요? 가 아니라, 누가 멈추라고 말할 수 있나요?]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가져온 것은 두꺼운 책이 아니었다. 서고에서 보낸 아주 작은 확인서였다. [제1권 상세 열람 신청 — 조건부 허가 예정. 안전 검토의 제1항은 비상 정지 권한.] 수현은 그 종이를 보고 작게 웃었다. “좋네요. 적어도 제일 먼저 읽을 페이지는 정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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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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