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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94화
PAYLUA ORIGINAL · 제94화

94화. 피코의 위험한 도장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84자

오프라인 책장
인계 확인과 동의 승인을 같은 뜻으로 처리한 사람이 누군지 찾는 동안, 피코는 장부 한쪽에 이상한 도장을 만들었다. [받았음. 찬성하지 않았음.] 나는 도장을 한참 바라봤다. “이걸 어디에 쓰려고?” “물건 받을 때요.” “물건을 받는 것과 찬성하는 게 무슨 관계야?” “그게 문제잖아요. 인수했다고 동의 처리되는 거요.” 피코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녀석의 손에 들린 작은 나무 조각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저걸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냐고 묻자 녀석은 한 시간이라고 했다. 업무 시간이었다. “이런 건 근무 시간에 만들면 먼저 승인받아야지.” “아, 그럼 지금 승인을 받을게요.” “완성된 다음에?” “도장도 승인 전에 받을 수 있잖아요.” 내가 만든 회계 교육이 이상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재정실에는 상인 세 명이 찾아왔다. 세르도가 안내한 사람들이었다. 그중 한 명은 동부 고갯길에서 식량을 운반했고, 또 한 명은 성벽 수리 재료를 납품했으며, 마지막 한 명은 멀리 떨어진 마을의 우편물을 받아 주는 일을 했다. 세 사람 모두 공통된 문서를 들고 있었다. [수령 사실 확인서] 원래대로라면 물건을 받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문서 뒷면에는 전혀 다른 문장이 자동으로 인쇄돼 있었다. [본인은 향후 관련 서비스 유지 비용에 동의함.] “이거 우리가 동의한 겁니까?” 우편물 보관인이 물었다. “언제 서명하셨죠?” “상자를 받을 때요.” “뒷면을 보셨습니까?” “그땐 이런 문장이 없었습니다.” 나는 즉시 상자의 인수 확인서 원본을 요청했다. 뒤에 문장이 없었다는 주장은 아직 진술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같은 유형의 자동 후면 인쇄를 겪었다는 건 확인할 가치가 있었다. “오늘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내가 말했다. “첫째, 물건이 실제로 도착했는지 확인합니다. 둘째, 그 확인이 서비스 계약 동의로 왜 바뀌었는지 조사합니다.” “그럼 이미 빠져나간 돈은요?” 식량 운반인이 물었다. “실제 납부 내역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청구만 된 돈과 빠져나간 돈을 섞을 순 없습니다.” 상인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나는 이해했다. 돈을 내라고 한 문서를 들고 온 사람에게 ‘아직 돈을 안 낸 건 다행’이라고 말하면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환급과 청구 취소는 서로 다른 절차다. 피코가 도장을 내밀었다. “그럼 오늘 받은 서류에는 이거 찍어요!” [받았음. 찬성하지 않았음.] 상인 하나가 감탄했다. “이거 아주 좋군!” 나는 서둘러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도장의 문구가 좋은 것과 효력이 있는 건 별개입니다. 법적 효력은 확인해야 합니다.” 피코가 도장을 내렸다. 상인의 기대에 찬 얼굴도 내려갔다. 미안했지만 법과 나무 조각의 차이는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중립 공관의 아레인에게 문의했다. 그는 서면으로 답했다. 인수 확인은 별도 약정이 없는 한 물품 도착 사실을 뜻하고, 추가 서비스 비용 동의로 해석하려면 원문 계약과 고지 증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개별 계약의 효력은 담당 기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제 도장 써도 돼요?” 피코가 물었다. “아직은 보조 표시로만.” “보조 표시도 표시잖아요.” 녀석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피코는 언젠가 나보다 규정을 더 잘 아는 고블린이 될 것이다. 그날까지 내 체면이 남아 있길 바란다. 오후에는 물건을 받은 창고를 방문했다. 납품 담당자 드록이 자재를 쌓고 있었다. 그는 서류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난 상자가 몇 개인지만 확인했소.” “서명하신 위치를 기억하세요?” “여기요.” 그가 원본 위의 작은 칸을 가리켰다. 분명 ‘인수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뒤쪽에 자동 생성된 ‘서비스 유지 동의’ 문장과는 이어지는 선조차 없었다. “우리 창고에서는 그런 비용을 승인할 권한이 없습니다.” 드록이 말했다. “그럼 누군가는 드록 씨 서명을 다른 곳에서 사용한 셈일 수 있겠네요.” “내가 승인하지도 않았는데요?” “바로 그 부분을 조사할 겁니다.” 나는 원본을 사진 마법으로 복사하고, 원본은 그대로 창고에 남겨 뒀다. 드록은 서명 원본을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심했다. 누가 와서 나중에 자기 이름이 찍힌 서류를 바꾸는 게 싫다고 했다. 창고 밖에서는 루시아가 오크 경비병들과 막대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나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무슨 훈련입니까?” “서류를 지키는 법을 가르친다!” “막대기로요?” “누군가 서류를 빼앗으려면 막아야 하잖나.” 훈련장 한가운데에는 장부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경비병 두 명이 막대기를 돌리는 사이 피코가 그 장부를 낚아채 달아났다. “잡아라!” 루시아가 외쳤다. 피코는 놀랍도록 재빨랐다. 녀석은 우리 직원 중 가장 작은 몸집인데, 장부를 품고 다니는 솜씨는 누구보다 좋았다. 잠시 뒤 루시아에게 붙잡히자, 피코는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원본 대신 사본을 옮기라고 했잖아요!” “그것도 훈련이다!” 나는 뒷목을 잡았다. “루시아 님, 서류 보호는 열쇠와 접근 권한으로 하는 겁니다.” “열쇠를 빼앗기면?” “그때는 경비병이 필요하겠죠.” “봐라. 결국 검이 필요하지 않느냐.” 결국 그녀가 이겼다. 나는 그 사실을 공식 회의록에는 남기지 않았다. 창고에서 돌아오는 길에 상인 세 명이 직접 피코의 도장을 시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것이 어디까지나 교육용 표시일 뿐 정식 이의 신청을 대신하지 못한다고 먼저 설명했다. 우리는 빈 종이를 세 장 놓고 역할을 나눴다. 세르도가 물품을 파는 사람을 맡고, 드록이 물품을 받는 사람을 맡았다. 피코는 예상대로 도장 담당을 자처했다. 루시아는 보안 책임자라고 했다. 나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참관인이 됐다. “이 상자는 양파 스무 자루입니다.” 세르도가 말했다. 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무 자루 받았소.” 피코가 신나게 도장을 찍었다. [받았음. 찬성하지 않았음.] 드록이 도장을 보더니 물었다. “그럼 품질에 문제가 있어도 받은 사실은 남는군?” “맞아요. 수량 확인과 품질 승인은 다릅니다.” 내가 답했다. 세르도가 손을 들었다. “그럼 상인이 나중에 수량을 잘못 셌다고 우기면 어찌하오?” “인수 당시 수량 기록과 상대방 확인, 필요하면 사진이나 무게 자료를 대조하겠죠.” “이 도장만으로는 부족하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도장이 있어도 서로 다른 행위를 섞지 말자는 뜻은 전달할 수 있죠.” 루시아는 자기 검집을 상자 옆에 내려놓았다. “누군가 상자를 훔치면?” “그건 보안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해결하겠다.” 기사단장의 눈빛이 빛났다. 세르도는 급히 상자를 끌어안았다. 연습인데도 진짜 경비병에게 체포당할 기세였다. 우리는 연습을 멈추고 세 명의 원래 계약서를 다시 읽었다. 서류에는 수령 확인란만 있는 것과 별도 서비스 조항이 명시된 것이 섞여 있었다. 나는 어느 쪽이든 일괄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대신 각자 정식 이의 신청을 낼 수 있도록 원본 보존 방식과 제출처를 알려 줬다. 우편물 보관인이 조용히 물었다. “그럼 글을 잘 못 읽는 사람은요?” “읽어 주는 사람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의 설명이 정확했는지 기록해야 합니다. 당사자가 질문할 시간도 필요하고요.”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글자를 알아볼 수 있다는 건 계약의 처음 조건일 뿐이다. 그 글자가 자기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피코는 빈 종이에 조심스럽게 한 문장을 더 적었다. ‘모르는 문장은 질문할 수 있음.’ 그걸 보고 나는 웃었다. “이건 마음에 드네.” “그럼 두 번째 도장도 만들까요?” “한 개 먼저 제대로 써 보고.” “아쉽다.” 피코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회계실에 도장 제작 부서가 생기는 날이 올까 봐 나는 벌써 걱정됐다. 저녁 회의에서 우리는 세 상인의 청구를 구분했다. 식량 운반인은 유지비 청구서만 받았고 아직 납부하지 않았다. 성벽 자재 상인은 두 달치가 자동 차감됐다는 계좌 기록을 제출했다. 우편물 보관인은 과거에 비슷한 요금을 낸 적이 있지만 이번 문서와 같은 계약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세 건 모두 피해라고 써도 됩니까?” 피코가 물었다. “세 건 모두 문제 제기라고는 쓸 수 있어. 실제 금전 피해는 확인 범위가 다르고.” “그럼 기록이 복잡해지잖아요.” “복잡한 걸 간단하게 쓰다 보면 사람이 사라져.” 피코는 잠깐 조용했다. 저 말은 나도 입 밖에 내고 나서야 조금 과하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번 조사에는 마왕성 내부 승인권이 닿는 구간과 중립 공관의 관할 구간이 섞여 있었다. 나는 모두 우리 회사가 책임지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드록의 창고 인수 원본과 마왕성 납품 기록을 확인하고, 나머지는 해당 기관에 검토 요청을 보냈다. “행정 업무가 늘어나겠군요.” 몰트가 말했다. “늘어나는 게 아니라 원래 해야 할 일이 드러난 겁니다.” “그 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도요.” 몰트의 푸른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오래 근무했지만 정직한 서류 앞에서는 아직도 피곤해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밤이 깊어질 무렵 피코가 조심스럽게 도장을 내밀었다. “도윤 님, 이거 재정실 공식 도장으로 하면 안 돼요?” “법적 효력을 확인한 뒤에, 정확한 문구로.” “그럼 일단 연습용으로 가지고 있어도 돼요?” “응.” 녀석은 아주 기뻐했다. 그러고는 내 업무 일지 맨 아래 구석에 조심스럽게 찍었다. [받았음. 찬성하지 않았음.] “피코야.” “네?” “내 일지는 네 도장 연습장이 아니야.” “받았잖아요.” “뭘?” “제 도장이요.” 나는 말을 잃었다. 논리적으로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피코는 마지막으로 청구서의 실제 발급 번호를 정리했다. 상인 셋이 가져온 문서는 같은 제목을 썼지만, 발급 기관은 둘이었다. 한 곳은 민간 창고 대행업체였고, 다른 곳은 중립 공관의 자동 청구 시스템이었다. “그럼 두 회사가 같이 돈을 받는 거예요?” 피코가 물었다. “그건 아직 몰라. 발급 기관이 다르다는 건 확인했지만 실제 돈이 들어갈 계좌가 같은지도 봐야 해.” 나는 상인들에게 다시 연락했다. 이미 비용을 낸 성벽 자재 상인의 경우, 지급 명세에 중간 결제 대행 계좌가 있었다. 그 계좌에서 최종 수취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려면 금융 기록 열람 절차가 필요했다. 나는 당사자 동의를 받아 신청하도록 안내했다. “왜 그런 건 못 바로 봅니까?” 상인이 물었다. “제3자의 계좌 내역이 포함될 수 있어서요.” “나한테서 돈이 빠져나간 건 확실한데.” “그 사실은 확실하죠. 하지만 그 돈을 받은 사람의 이름을 마음대로 알아봐도 되는 건 아니니까요. 필요한 범위에서 확인 요청을 넣겠습니다.” 상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의 마음이 이해됐다. 자기 돈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서류를 또 쓰라고 하는 건 참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돈을 지키겠다고 다른 사람의 정보를 멋대로 여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루시아가 창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윤, 상인들이 훈련을 끝냈다고 들었다.” “무슨 훈련이요?” “서명과 인수를 구분하는 훈련 말이다.” “그건 검술 훈련이 아닙니다.” “그래도 다들 아주 진지하게 하더군. 좋은 훈련이었다.” 나는 피코를 봤다. 녀석은 자기 도장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웃고 있었다. 종이 한 장 앞에서 주춤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내가 받은 건 무엇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작은 변화였다. 나는 책상 위에 세 통의 안내문을 가지런히 놓았다. 모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첫날과 달리 이제는 각각 어디서 어떻게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끔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질문할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 더 오래 걸린다. 그때 아레인에게서 전송이 들어왔다. 후대 전환표의 여섯 사례 중 하나가 마왕성 납품 확인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문서 번호 끝에는 낯익은 표기가 있었다. [0003-인계 원장 참조] 나는 피코의 도장을 내려다봤다. 오늘 이 조그만 나무 조각이 누군가의 돈을 지켜 줄 수도 있을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세계에서는 서류를 받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미래까지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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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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