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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87화
PAYLUA ORIGINAL · 제87화

87화. 평화를 지키는 데도 돈을 냅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48자

오프라인 책장
휴전 구역에 새로 생긴 요금의 이름은 '평화 안전 관리비'였다. 이름만 보면 참 좋다. 평화를 지키는 데 쓰는 돈이라니. 문제는 그 돈을 받는 곳이 어딘지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안 나면 할인됩니까?" 나는 검문소 직원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평화 유지에도 비용이 듭니다." "전쟁이 나면요?" "전시 안전 관리비로 바뀝니다." "그때는 더 비싸겠죠?" "네." "그럼 전쟁이 나든 안 나든 돈은 받는 거네요." 직원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이 돈을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이었다. 돈을 받는 이유를 써 놓은 문서를 직접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오늘 나는 중립 공관의 항구 서쪽 우편관에 가려던 길이었다. 하지만 세르도의 환급 신청이 막혔다는 연락을 듣고 검문소에 먼저 들렀다. 금화 두 닢. 귀족에게는 하찮은 금액일지 몰라도, 식량을 실어 나르는 상인에게는 다음 배의 운송비였다. 세르도는 마차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도윤 씨!" "영수증 가져오셨죠?" "그럼요. 원본하고 사본 두 장이오." 나는 영수증을 받아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 처음에 부과된 통행료와 나중에 한 번 더 받은 통행료, 두 번의 납부가 실제로 있었다. 그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앞선 공동조사에서 확인한 내용이었다. 다만 환급을 누가 승인해야 하느냐는 문제 때문에 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새로 온 청구서는 뭡니까?" 세르도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중복 납부 환급 심사 서비스료: 은화 5닢] 나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신청인이 잘못 낸 돈을 돌려 달라고 하는데 심사 비용부터 내라는 게 무슨 소리인가. "이미 내셨습니까?" "아니오. 내려고 하다가 무서워서 연락했소." "잘하셨어요. 이건 아직 청구 단계네요." 나는 그 차이를 기록했다. 실제로 뜯긴 돈과 뜯길 뻔한 돈은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돌려받을 때도 계산이 맞는다. 아레인이 검문소 담당자와 함께 기존 환급 절차를 확인했다. 예전 규정에는 중복 징수 확인 시 추가 심사료 없이 조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새 요금은 얼마 전 자동 접수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승인했습니까?" "공동 보증 회계소의 접수 대행 번호입니다." "대리번호 0003?" 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웃었다. 웃기지 않으면 화가 날 것 같아서였다. "우선 원본 규정에 없는 요금은 징수 보류를 요청합시다. 세르도 씨 환급은 별도 심사로 진행하고요." 아레인은 정식 이의 신청서를 접수했다. 검문소는 기존 수입 장부의 수정이 필요하다며 오늘 안에 환급을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누가 잘못된 징수를 확정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돈을 함부로 꺼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럼 기한을 정합시다." 나는 담당자와 세르도 앞에서 처리 예정일과 연락 창구를 적었다. 담당자가 약속한 날짜를 넘기면 자동으로 상위 책임자에게 보고되도록 했다. 피코는 세르도에게 접수증 한 장을 건넸다. "이제 또 기다려야 합니까?" 세르도가 물었다. "네. 대신 이번에는 어디서 멈췄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가 한숨을 쉬었다. "하긴, 전에는 그마저 없었지." 우리는 검문소 옆 작은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평화 안전 관리비를 조사하기로 했다. 세르도의 일은 중요한 사례였지만, 이 요금은 훨씬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 마왕성의 성벽 수리 장인 도르벤도 참석했다. 그의 얼굴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고, 손등은 굳은살로 거칠었다. 왕국 조사관 라델도 중립 공관의 허가를 받아 왔다. "요금 수입이 전부 나쁜 건 아닙니다." 라델이 먼저 말했다. "검문소 경비병에게 급여를 주고, 부서진 관문을 수리하려면 실제 돈이 필요합니다." "동의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제공된 업무부터 확인하자는 겁니다. 돈을 받은 이유와 실제 사용을 나눠 봅시다." 우리는 세 항목을 나란히 놓았다. 실제 경비 급여, 성벽 연결대 수리 대금, 그리고 별도 근거가 없는 휴전 관리 가산료. 경비병의 근무는 출입 대장과 교대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도르벤의 수리 작업도 작업 일지와 현장 사진에 해당하는 투영 기록이 있었다. 문제는 마지막 항목이었다. 누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기록이 불명확했다. "가산료 수입이 전부 00-성전으로 갔습니까?" 피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 그렇게 말할 수 없어." 내가 답했다. "여기엔 '상위 귀속 후보'라고 적혔지 실제 송금 내역이 아니거든. 돈이 다른 계정으로 이동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해." 라델도 그 구분에 동의했다. 천계에서 내려온 예산 편성표와 실제 지급 장부는 전혀 다른 자료였다. 둘을 한데 섞으면 거대한 음모를 만드는 건 쉽지만, 입증하기는 불가능해진다. 오후에는 도르벤과 함께 오래된 성벽 연결대를 보러 갔다. 멀리선 멀쩡해 보였지만 가까이 가니 쇠못 하나가 느슨했다. 도르벤은 자신의 공구를 꺼내 조심스럽게 흔들어 보였다. "이걸 방치하면 다음 폭우에 난리가 납니다." 루시아가 바로 검 손잡이를 잡았다. "베어 버리면 되나?" "기사님, 성벽은 적이 아닙니다." 도르벤이 딱 잘라 말했다. 나는 웃음을 참았다. 전투광 기사에게 업무 설명하는 건 늘 어렵다. "전하의 기사는 검보다 망치가 필요할 때도 있겠네요." 내가 말하자 루시아가 잠시 생각했다. "망치라면 쓸 수 있다." 그녀는 공구를 빌려 녹슨 연결대를 두들겼다. 도르벤은 각도를 잡아 줬고, 루시아는 엄청난 힘을 아주 조심스럽게 썼다. 십 분쯤 뒤 임시 보강이 끝났다. "잘했어요." 도르벤이 말했다. "칭찬인가?" "네. 기사님이 없었으면 두 시간 걸렸을 겁니다." 루시아는 매우 기뻐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기사단 장비 목록에 망치를 추가할지 고민했다. 아직까지는 개인 도구로 둬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현장을 돌아보니 실제 수리비를 무조건 삭감하는 건 바보짓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누군가 허위 계약으로 돈을 빼갔다고 해도, 정말 성벽을 고치는 사람의 대금을 막으면 피해는 더 커진다. 우리는 도르벤이 제출한 미지급 작업분의 증빙을 다시 확인했다. 일부는 이미 검사 완료였고, 나머지는 재검수가 필요했다. 검사가 끝난 부분부터 지급을 추진하되, 검사가 안 끝났다고 납품 전체를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도르벤이 성벽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검문소 경비병들의 근무 기록을 살펴봤다. 실제 서비스가 제공됐다는 증거를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자료를 보는 도중 다른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야간 근무자는 왜 낮 근무자와 수당이 같습니까?" 나는 책임자에게 물었다. "원래 그렇게 지급합니다." "계약서에는 야간 가산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요." 책임자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장부를 다시 확인했다. 근무 시간은 정확하게 적혀 있었지만 급여 합산표에는 가산율이 적용되지 않았다. "몇 달 전부터 계산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누가 바꿨습니까?" "자동 합산 구슬을 교체하면서요." 나는 긴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구슬이었다. 차라리 돌멩이 두 개가 부딪혔다고 했으면 덜 놀랐을 것이다. 근무 기록과 지급 장부를 대조해 보니, 몇몇 경비병은 야간 근무를 했지만 기본 급여만 받았다. 실제 지급된 돈은 확인됐고, 추가 수당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 단순한 오류인지 계약 해석 문제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분들에게 알리고 급여 차액을 검토합시다." 책임자는 난처해했다. "지금 공관 조사 중인데, 또 다른 민원을 만드는 것 아닙니까?" "이미 발생한 문제를 기록하는 거지, 제가 새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라델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왕국 관할 경비병과 중립 공관 고용인을 분리하자고 했다. 계약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동의했다. 모든 사람을 한 표에 넣고 같은 수당을 적용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마침 야간 근무를 마친 경비병 하나가 휴게실에서 나왔다. 얼굴이 새파랬다. 그가 말했다. "지난밤에 두 번이나 관문을 열었는데, 명세서에는 낮 근무로 찍혀 있더군요." "근무 교대표는 남아 있습니까?" "네." "그럼 실제 근무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겠네요." 그는 약간 안도한 표정이었다. 나는 피코에게 경비병이 가져온 증빙을 받게 했다. 피코는 먼저 개인 이름이 외부 보고서에 공개돼도 되는지 물었다. 경비병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녀석은 명단을 별도로 보관하고 집계표에는 근무 시간과 지급 차액만 적었다. "잘했어." 내가 말하자 피코가 작게 웃었다. "사람 이름까지 보고서에 다 넣을 필요는 없죠?" "맞아. 나중에 지급할 때만 확인할 수 있으면 돼." 우리는 총액을 계산했다. 숫자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돈으로 누군가는 아이의 신발을 사고, 누군가는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게 이 일의 진짜 무게라고 생각했다. 검문소 책임자는 다음 급여일에 차액을 지급하는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아직 실제 지급이 확인된 건 아니었다. 나는 약속 일자와 책임자 이름을 적었다. 세르도의 환급 때처럼, 완료라는 도장을 너무 일찍 찍고 싶지 않았다. 잠시 뒤 루시아가 임시 보강 작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성벽은 이제 무너지지 않는다!" "임시 보강이라고 들었는데요." "맞다. 하지만 오늘 밤은 버틸 것이다." 도르벤이 뒤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님 말이 맞소. 오늘 밤은 안전하겠지만, 정식 수리는 필요합니다." 나는 두 사람의 말을 따로 적었다. 임시 안전 확보와 영구 수리는 다르다. 급여 차액 지급 약속과 실제 지급이 다른 것처럼. "도윤. 넌 왜 모든 일을 두 칸으로 나누나?" 루시아가 물었다. "한 칸에 넣으면 서로 다른 사실이 섞이니까요." "검과 방패를 따로 들라는 뜻이군."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루시아는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비유를 바로잡지 않기로 했다. 그 설명이 오히려 더 쉽다. 점검을 마친 뒤 나는 실제 경비 급여와 안전 관리비 수입을 비교하는 표를 새로 만들었다. 그 차액이 전부 부당한 이익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설비 수리와 경상 운영에도 돈이 들어갔으니까. 다만 돈을 받는 이유가 분명하다면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날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관문은 예정대로 열리고 닫혔다. 나는 장부에 '정상 운용'이라고 적었다. 평화로웠다는 사실을 누군가 별도 요금으로 청구할 수도 있다는 점만 빼면, 참 괜찮은 날이었다. 그날 저녁, 라델이 가져온 원장에는 흥미로운 표시가 있었다. [평화 안전 관리비] [전시 안전 관리비] [기준 계약 번호 동일] "이게 무슨 의미죠?" 라델이 물었다. "서비스 이름은 바뀌는데 같은 계약 번호로 징수한다는 뜻이죠." "그럼 전쟁이 길어지든 평화가 유지되든 수입이 발생하는군요." "그건 맞아요. 하지만 계약을 만든 사람의 목적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나는 계약 원문을 다시 보았다. 마지막 장에는 작은 글씨로 이런 문장이 있었다. [분쟁 상태 변화 시에도 관리 주체의 비용 보전권은 유지된다.] 나는 피코를 바라봤다. "저런 조항을 처음 만들 땐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그런데 지금은 누가 돈을 받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네." 피코가 손가락으로 원장 가장자리를 짚었다. "도윤 님. 이 비용을 안 내면 어떻게 돼요?" 나는 계약의 벌칙 조항을 확인했다. "통행 허가 갱신이 지연될 수 있대." "그럼 사람들은 낼 수밖에 없잖아요." 맞다. 어쩌면 바로 그게 핵심이었다. 고를 수 없는 요금은 가격이 아니라 통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나는 최종 보고서에 한 줄을 추가했다. '실제 서비스가 있는 항목의 지급 보호. 근거 불명 항목의 신규 징수 중지. 기납부금은 내역 확인 후 정산.' 모두가 서명한 건 아니었다. 일부 기관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답답했지만 그걸 강제로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문제는 회의가 끝난 뒤 생겼다. 세르도가 다시 전송문을 보냈다. [한도윤 씨. 환급 접수증은 받았소. 그런데 이번에는 전시 관리비를 내라고 하오. 오늘은 평화로운데 어찌 된 일이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질문이다. 정말 좋은 질문이라 더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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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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