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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85화
PAYLUA ORIGINAL · 제85화

85화. 출장 다녀오니 자동 퇴직됐습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78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성에 돌아온 날, 나는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해고됐다고 주장하는 종이였다. [직원 한도윤] [직위: 재정실 특별 고용인] [고용 상태: 귀환으로 인한 자동 종료] 나는 정문에서 한참 그 종이를 봤다. 우선 퇴근하고 싶기는 했다. 그런데 돌아왔더니 직장이 없어졌다는 건 좀 다른 문제다. "제가 귀환했다고요?" 정문을 지키던 오크 병사가 난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근무 명부에 그렇게 표시됐습니다." "어젯밤이면 제가 아직 천계 숙소에서 자고 있을 땐데요." "저도 압니다. 그런데 출입 구슬에서 자동으로 그리 표시해 버렸습니다." 피코가 몸을 발끈 일으켰다. "도윤 님 안 돌아갔어요! 지금 여기 계시잖아요!" "나도 보이는데, 구슬이 그렇다고 하니……" 병사가 문과 우리 얼굴을 번갈아 봤다. 나는 그를 몰아붙이고 싶지 않았다. 내 이름을 없앤 사람은 저 병사가 아니었다. 규정대로 문을 지키던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빠진 거다. "일단 임시 출입증을 발급해 주실 수 있습니까?" "서명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 서명이요?" "재정실장 몰트 님입니다." "좋네요. 마침 바로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병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가 발급한 임시 출입증에는 '방문자'라고 적혀 있었다. 아흔 해 동안의 업무 중 가장 기분 나쁜 이름표일 것 같았지만, 나는 이세계에 온 지 그만큼 오래되지도 않았다. "도윤 님, 저희가 왜 방문자예요?" "나만 방문자야. 넌 아직 직원이잖아." "그럼 제가 문 열어 드릴게요." 녀석이 앞장서서 걷는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나는 어디에 가나 직원이라고 우기는 상황을 겪을 줄 몰랐다. 몰트는 재정실에서 서류를 읽고 있었다. 리치답게 눈이 파랗게 빛났다. 내 얼굴을 보더니 종이를 내려놓았다. "돌아왔군." "네. 그런데 저는 해고됐습니까?" "뭐라고?" 나는 통지서를 건넸다. 몰트는 턱뼈를 문지르며 읽었다. 본래 얼굴 근육이 없는 사람인데도 표정이 실감났다. "내가 서명한 적 없네." "그렇겠죠. 그래도 근무 명부에는 종료로 뜹니다." 몰트는 한숨을 쉬었다. 리치는 숨을 쉬지 않아도 되지만 화가 날 때는 일부러 한숨을 쉰다. 나랑 비슷하다. "천계 귀환 대기 기록을 가져왔나?" "귀환 보류에 제가 직접 서명한 증빙이 있습니다. 다만 인사 시스템이 그 문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지?" "원인을 알기 전에는 단정 못 합니다. 자동 처리 경로가 어디까지 연결되는지 봐야죠." 몰트는 회계 장부 대신 인사 명부를 꺼냈다. 놀랍게도 마왕성은 사람이 많아지면서 인사 업무를 별도의 구슬로 관리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직원이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몰라 월급을 이중으로 주는 조직이었다. 많이 발전했다. 물론 지금은 살아 있는 직원을 죽은 사람처럼 취급하고 있으니 발전의 방향을 조금 의심하게 된다. "여기 있군." 몰트가 한 줄을 짚었다. [외부 계약 상태 동기화] [원본: 귀환 예정자 목록] [자동 종료 신호: 정상 수신] 나는 피코와 눈을 마주쳤다. "대리번호는요?" "표시엔 없어. 원본에서 넘겨준 종료 신호만 기록돼 있네." "즉, 마왕성 인사 구슬이 스스로 저를 해고한 게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상태값을 믿고 종료로 바꿨다는 거죠." 몰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한도윤!" 마왕 제르칸이었다. 검은 망토가 바닥을 쓸며 들어왔다. 내가 출장 가는 동안 망토 예산을 깎았더니 정말 낡은 망토를 꿰매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잠깐 미안해졌다. 물론 예산을 되돌릴 생각은 없었다. "전하." "네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지금 여기 있습니다." "알고 있다. 지금은 보고 있으니까!" 마왕은 통지서를 읽고 눈을 치켜떴다. "누가 내 직원을 마음대로 해고했느냐?" "정확히는 자동 종료입니다." "자동이든 수동이든 본왕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그렇죠. 그런데 전하도 제가 그만둔다고 말하면 무조건 막으실 수는 없습니다." 제르칸이 입을 다물었다. 내가 원하는 결론은 '마왕이 허락해야 직원이 그만둔다'가 아니었다. 직원 본인의 의사를 누락한 해고가 잘못됐다는 사실이었다. "제 퇴직도 제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다만 회사가 저를 자를 때는 정당한 절차가 있어야 하고요." "그렇군." "그러니까 이번에는 일단 제 출근 기록을 복구해야 합니다." 마왕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왕의 사내 규칙을 지켜라!" 내가 인사관리법을 가르쳐 준 기억은 없지만 대충 옳은 방향이니 넘어가자. 우리는 즉시 자동 종료 신호를 일시적으로 무시하도록 설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 이름만 따로 살리는 게 아니었다. 같은 외부 상태값을 받는 직원이 더 있을 수 있었다. 몰트가 전체 명단을 대조하자 두 명의 이름이 더 나왔다. 한 명은 귀환 대기자였던 도깨비 출신 정비공, 다른 한 명은 최근 천계 창구를 다녀온 인간 취사병이었다. 둘 다 실제로 근무 중이었다. 그런데 외부 기록상으로는 고용 종료로 표시돼 있었다. "이분들은 월급 받았습니까?" "정비공은 정상 지급됐네. 취사병은 이번 달 마감 전에 종료 표시가 들어와 지급 대상에서 빠질 뻔했어." "아직 지급이 안 된 거면 예방할 수 있겠네요." 나는 급여 담당자에게 임시 보류 통제표를 만들게 했다. 삭제나 복구는 원본 상태와 대조한 뒤에 하되, 당장 받지 못할 뻔한 급여는 누락되지 않도록 수기 목록에 넣었다. 몰트는 세 직원의 최근 근무 기록을 가져왔다.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의 상태는 서로 달랐다. 정비공은 며칠 전에 천계 기술자와 장비 수리 회의를 했다는 이유로 외부 귀환 명부에 이름이 올라갔다. 취사병은 가족 방문을 위해 중립 공관에 입경 신청을 한 적이 있었다. 두 사람 다 '귀환 완료'와는 전혀 다른 업무였다. "이름이 비슷한 항목을 한꺼번에 처리했군요." 내가 말하자 몰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네." "그런데 실제 기계 규칙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유를 추정이라고 써 주세요." 몰트는 펜 끝을 돌렸다. "자네는 가끔 기분 나쁠 만큼 정확하군." "고맙습니다." "칭찬만은 아닐세." 나는 웃었다. 마왕성에서 일하다 보면 저 말은 거의 애정 표현에 가깝다. 우리는 정비공을 직접 만나러 갔다. 그는 커다란 쇠고리를 들고 작업대 앞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외부 상태값이 잘못 들어온 사실을 알리자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나 오늘도 새벽에 출근했는데요?" "압니다. 작업 일지로도 확인됐습니다." "그럼 내 월급은요?" "지급 대상에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잘못된 종료 표시를 고치고 있어요." 정비공은 쇠고리를 내려놓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며칠 전에 우리 아버지가 다쳤소. 내가 간호하려고 하루 휴가를 썼는데, 그걸로 회사에서 나간 줄 알았다면……"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숨을 고르며 설명했다. 아직 실제 급여 누락은 일어나지 않았고, 당장 그가 일을 그만뒀다고 처리하지 않도록 임시 통제를 걸었다. 하지만 그가 느낀 불안까지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왜 저한테 바로 연락을 안 했습니까?" "저희도 오늘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표시가 나면 바로 당사자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는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막 알게 된 사람에게 무조건 친근하게 구는 것도 불편할 수 있다. 취사병은 더 현실적인 걱정을 했다. 월급날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식구들 생활비를 보내지 못한다는 거였다. 나는 그녀와 급여 담당자 앞에서 현재 지급 대상 명부를 다시 확인했다. 돈이 이미 들어왔다고 말하진 않았다. 월급날 전이고 아직 지급되지 않았으니까. "그럼 오늘은 확실한 거죠?" "현재 자료로는 지급 대상이 맞습니다. 월급날 실제 지급도 확인하겠습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지만, 다음엔 이런 일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날 오후 재정실로 돌아오는 길, 나는 마왕성의 복도를 오래 바라봤다. 처음 왔을 때 이곳은 무섭기만 했다. 벽의 해골 장식도, 밤마다 울리는 괴상한 종소리도, 커다란 무기를 든 기사도 전부 낯설었다. 이제는 정비공이 가족 때문에 휴가를 낸다는 사실이 신경 쓰이고, 취사병의 생활비가 제때 나갈지 걱정된다. 이 성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자리였다. 피코가 옆에서 말했다. "도윤 님, 진짜 퇴직하시면 어떻게 해요?" "그땐 제대로 말하고 그만두겠지." "저희한테도요?" "당연하지." "계약서도 쓰고요?" "응. 필요하면." 피코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적어도 갑자기 없어지진 않겠네요." 나는 그 말에 웃지 못했다. 천계에서 휴대전화를 봤던 날이 떠올랐다. 어머니에게는 내가 갑자기 없어진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모르는 동안 누군가 나를 기다렸다는 사실이 가슴에 걸렸다. "적어도 내가 고를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피코는 왜 그 말이 조금 다른 의미인지 묻지 않았다. 대신 작은 손으로 내 소매를 잡았다. "좋아요. 그럼 오늘은 일단 같이 퇴근해요." 아,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복도로 돌아오자 경비병 한 명이 나를 향해 정식으로 경례했다. 아까 정문에서는 방문자로 취급했던 사람이다. 그 경례가 이상하게 새삼스러웠다. 피코는 취사병을 찾아가 직접 출근 여부를 확인했다. 그녀는 뜨거운 수프가 담긴 냄비를 들고 있었다. "제가 안 왔다고요?" "아닙니다. 근무 명부가 잘못 기록된 것 같아서요." "어제도 양파를 열두 개나 썰었는데!"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양파 열두 개가 중요한 근무 증빙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녀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 웃었다. "그럼 오늘 양파는 열네 개 썰어 두죠." "그러지 마세요. 손 다칩니다." 사소한 농담이었지만 취사병이 안심하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숫자 하나가 사람의 생활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요즘 자주 본다. 오후가 되자 외부 동기화 경로를 관리하던 고블린 기술자가 찾아왔다. 그는 이 장치가 오래전부터 왕국과 마계의 고용 정보를 일정 부분 연결해 왔다고 설명했다. 부상자 치료 기록, 귀환자 명단, 파견 근무 현황을 자동으로 반영하면 중복 지급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 "원래 목적은 나쁘지 않군요." 기술자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확인 절차가 부족했습니다." "외부에서 종료라고 적었다고 그대로 종료할 게 아니라, 당사자나 관리자에게 확인했어야죠." "그 부분을 추가하겠습니다." "오늘은 우선 영향 범위를 좁히고, 변경 전후의 기록을 남겨 주세요." 나는 임시 업무 지시서를 작성했다. 외부 상태값은 참고자료로만 사용. 퇴직이나 해고는 직원 의사와 내부 승인 확인 후 확정. 급여 지급 대상은 수기 대조.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원칙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서명란을 보다가 멈칫했다. [결재 책임자: 재정실 특별 고용인 한도윤] [현재 상태: 퇴직] "제가 결재할 권한이 없네요." 몰트가 깔깔 웃었다. 뼈만 남은 입에서 나오는 웃음소리는 서고의 종소리보다 기괴했다. "자네가 자네 복직을 결재할 수는 없는 법이지." "그건 맞습니다." 결국 몰트가 원본 근무 기록과 실제 고용 상태를 확인한 뒤 임시 인사 정정을 승인했다. 제르칸도 고용주 확인란에 서명했다. 나는 그제야 정식 출입증을 되찾았다. 피코가 박수를 쳤다. "도윤 님, 다시 취업하셨어요!" "아니, 원래 다니던 회사에 출근한 거야." "그래도 축하해요!" 루시아는 검을 번쩍 들고 싶어 했으나 내가 손으로 말렸다. 출입증 복구 기념으로 기사단 훈련장을 부술 수는 없다. 그날 저녁, 몰트가 자동 종료 신호의 원본 경로를 추가로 조사해 전해 왔다. 상태값이 들어온 곳은 천계 귀환 명부가 맞았다. 하지만 중간에 한 번 더 기록이 바뀌었다. [상태 변환 경유: 공동 보증 회계소] 나는 문서를 한참 바라봤다. 귀환 명부에 적힌 한 줄이 어떻게 마왕성의 급여 명부까지 건드릴 수 있었을까. 누군가 일부러 그랬는지, 오래된 연동 설계의 결함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있다. 다음에 누군가 나를 해고할 생각이라면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내가 그 자리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는 장담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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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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