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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8화
PAYLUA ORIGINAL · 제8화

8화. 사라진 검 만 자루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60자

오프라인 책장
“금화 천 닢을 못 찾으면 제가 변상하라고요?” 나는 마왕 제르칸을 바라봤다. 마왕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야. 이건 좀 새로운 형태의 채용 면접이다. 문제를 풀지 못하면 탈락하는 게 아니라 회사 손실액을 갚으란다. 그 돈이면 내가 평생 장작을 날라도 모자랄 텐데. “전하.” “말하라.” “그 조건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마왕의 뿔 주변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뭐라?” “제가 돈을 빼돌린 것도 아닌데 왜 제가 변상합니까?” 몰트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루시아는 내 옆에서 작게 웃었다. 아무래도 이 여자는 남이 위험해지는 걸 즐기는 타입이다. 마왕이 이빨을 드러냈다. “감히 본왕과 거래하려 드는가?” “채용 과정이니까요.” 나는 조사 명령서를 펼쳤다.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해진 방법으로 조사하고, 발견한 사실을 증빙과 함께 보고하겠습니다.” 제르칸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뭘 보장할 수 있지?” “제가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하지 않겠습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마왕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나는 몰트를 바라봤다. 몰트도 나를 봤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렵죠. 엄청 어렵죠. 안 되는 일을 된다고 보고하라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마왕은 한참 생각하더니 손을 휘저었다. “좋다. 변상 조건은 거두지. 대신 거짓 보고를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그건 동의합니다.” 오. 조건 수정 성공. 마왕과 협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우리 회사 부장님보다 수정 요청을 잘 받아 준다. 무서운 얼굴만 빼면. *** 특별 감사 첫날 아침. 나는 피코, 루시아와 함께 제17군단의 외곽 보급기지로 향했다. 몰트가 준 조사 권한 문서에는 마왕의 붉은 인장이 추가돼 있었다. 문서가 달라지자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어제는 나를 붙잡으려던 경비병이 오늘은 길을 터 주었다. 역시 서류라는 것은 위에서 찍힌 도장의 무게에 따라 힘이 달라진다. 나는 그 사실이 슬프면서도 매우 익숙했다. “인간.” 루시아가 말을 걸었다. “정말 검을 못 쓰나?” “네.” “전설의 성검을 가지고도?” “전설의 계산기를 준다고 모두 회계사가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루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산기가 뭐지?” “숫자를 빨리 더해 주는 물건입니다.” “그런 건 몰트가 가지고 있지 않나.” “네, 맞습니다.” “그럼 다음에 보여 줘라.” 그녀는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이상한 감상을 품었다. 전투에 미친 기사단장도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는구나. 우리 회사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제일 크게 소리쳤는데. “대신.” 루시아가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 나와 검술 수련을 해라.” 취소. 이 여자는 역시 위험하다. *** 보급기지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천막들은 여기저기 꿰매져 있었고, 병사들은 낡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상자 위에 앉아 무기를 갈던 고블린 하나가 우리를 보고 일어났다. “기사단장님!” “식량 책임자를 불러라.” 루시아가 명령했다. 곧 마른 얼굴의 오크가 나타났다. 이름은 드로그. 전투 부대에서 보급을 맡는 하급 장교라고 했다. “재정실 감사입니다.” 내가 말했다. 드로그는 내 얼굴을 보더니 당황했다. “인간이 재정실에서?” “채용 전 과제입니다.” “……아.” 설명이 될 리가 없지. 나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까지 며칠이나 걸렸다. 나는 현장 재고를 요청했다. 드로그가 창고 천막을 열었다. 안쪽에는 건조육 상자 몇 개와 곡물 자루가 놓여 있었다. 너무 적었다. “이번 달 수령한 건조육은 몇 상자입니까?” “백이십 상자입니다.” “백이십이요?” “네. 그것도 열 상자는 상해서 버렸습니다.” 나는 기록을 확인했다. 장부에는 제17군단으로 건조육 500상자가 출고됐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현장 수령 기록은 120상자. 수량부터 안 맞는다. “다른 기지로 분배한 기록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운송 담당자는요?” “보급관 그라즈의 부하가 왔습니다.”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드로그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수령 확인서였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눈썹을 올렸다. 도착일은 지난달 열이틀. 수량은 120상자. 도장이 두 개 찍혀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 이상한 손글씨가 있었다. [나머지 물량은 본진 직접 인수 예정.] 본진. “제17군단 본진이 어디에 있습니까?” 드로그가 산 너머를 가리켰다. “북쪽 숲입니다.” “거리요?” “말로 반나절.” 오호. 그럼 본진에서 나머지를 받았는지 확인하면 되겠네. 나는 기록을 양피지에 옮겼다. 날짜와 수량 옆에는 증언자의 이름도 적었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빠뜨리면, 나중에는 모두가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나도 회사에서 그 장면을 너무 많이 봤다. 피코는 옆에서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때 구석에서 작은 고블린 하나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옷이 몸에 맞지 않아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루시아가 물었다. “무슨 일이지?” 고블린은 주춤거렸다. “아닙니다.” “말해라.” “……언제부터 식사가 정상 지급됩니까?” 나는 고개를 들었다. “지금 식사가 부족합니까?” 고블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에 한 번 고기를 먹습니다. 원래는 매일 나왔는데.” “군량비는 지급됐을 텐데요.” 내가 말하자 드로그가 고개를 돌렸다. “상급 부서에서는 지급했다고 합니다. 우리한테는 물건이 안 왔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박혔다. 한국에서 회사 돈이 중복 청구됐을 때는 숫자만 봤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숫자만큼 누군가의 식사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고블린에게 물었다. “이름이 뭡니까?” “닉스입니다.” “닉스 씨, 지금 하루 식사 몇 번 하십니까?” “두 번이요.” “원래는요?” “세 번입니다.” 나는 기록했다. 계산은 간단하다. 사라진 상자 수를 따지기 전에 실제로 굶는 병사가 있다. 그런데 윗사람들은 장부에 도장이 찍혔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정말 싫다. 이런 방식은. “확인해서 보고하겠습니다.” 닉스가 나를 올려다봤다. “진짜입니까?”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지는 못합니다.” 나는 양피지를 접었다. “하지만 없는 식량을 있다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루시아가 내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 북쪽 숲 본진으로 이동하는 길에 피코가 말했다. “도윤님, 우리 성에도 배고픈 병사들이 많아요.” “아까 봤습니다.” “그런데 장부에는 늘 충분하다고 적혀 있거든요.” “그렇겠죠.” 나는 짐수레를 바라봤다. 병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물건이 중간에서 사라진다면, 그 물건은 누군가 다른 곳에서 쓰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식량이라면 먹거나 팔았을 테고, 무기라면 더 큰 문제가 된다. 그때 피코가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 “아, 실장님이 이 자료도 같이 확인해 달라고 하셨어요.” [제17군단 흑철 검 구매. 10,000자루.] 총액 금화 80,000닢. 나는 걸음을 멈췄다. “잠깐. 검 만 자루요?” “네.” “군단 병력은 몇 명인데요?” “대략 사천 정도요.” “…….” 왜 병사보다 검이 두 배 넘게 많지? 예비 장비가 필요하다는 건 안다. 전쟁 중에는 소모도 심할 것이다. 그래도 만 자루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구매 일자는요?” “건조육 납품과 같은 달입니다.” “검수 책임자는요?” 피코가 서류를 내려다봤다. “그라즈 보급관이요.” 아이고. 또 그 이름이네. 나는 손가락으로 종이를 두드렸다. “실물은 어디 있다고 합니까?” “전량 지급됐고, 대부분 전투 중 파손됐다고 적혀 있어요.” “한 달 만에요?” “네.” “전투 기록은?” “여기요.” 나는 기록을 읽었다. [제17군단 흑철 검 전량 파손. 전선 충돌에 의한 손실.] 그런데 날짜가 이상했다. 검이 지급된 날과 파손된 날이 같다. 그리고 그날 제17군단은 전투를 하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었다. 정확히는 '보급 대기'라고 적혀 있었다. 아. 이거 뭔가 있다. “피코 씨.” “네?” “검 보관 창고도 확인해야겠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본진 안쪽입니다.” “그럼 잘됐네요. 지금 본진으로 가고 있으니까.” 루시아가 씩 웃었다. “점점 재미있어지는군.” 그녀는 재미있겠지. 싸울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나는 조금도 재미없었다. 금화 천 닢짜리 중복 청구를 조사하러 왔는데, 이제는 금화 팔만 닢짜리 무기까지 나왔다. 회사에서는 이런 걸 '추가 업무 발생'이라고 불렀다. 대개 일정 연장이나 인력 충원은 없었다. “기사단장님.” 나는 조심스럽게 불렀다. “뭐지?” “이번 조사가 확대될 수 있으니, 재정실에 추가 인력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인력?” “네. 검 만 자루를 혼자 세기는 어렵습니다.” 루시아는 한참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정말 숫자쟁이답군!” 아니, 만 자루인데 어떡하라고. 개수를 세는 것도 일이잖아. *** 본진은 숲 사이에 세운 거대한 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안에는 병사와 수레, 말과 전쟁 짐승들이 뒤엉켜 있었다. 우리를 맞이한 장교는 늙은 오크였다. “기사단장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물자 확인이다.” 루시아가 간단히 말했다. 오크 장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검 관련 기록을 요청했다. 장교는 창고 담당자를 불렀다. 잠시 후 젊은 마족이 서류를 들고 달려왔다. “흑철 검 만 자루 말씀입니까?” “네.” “저희는 그런 물건을 받은 적이 없는데요.”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한 자루도요?” “네. 이번 달에 지급된 건 기존 검 수리분 백아흔 자루뿐입니다.” 좋아. 아니, 안 좋다. 정말 안 좋다. 나는 원본 인수대장을 요청했다. 창고 담당자는 곧바로 가져왔다. 장부에는 흑철 검 만 자루라는 항목 자체가 없었다. 대신 처음 보는 물품명이 있었다. [왕도행 철제 부품. 봉인 운송.] 수량은 만 개. 날짜는 흑철 검 구매일과 같았다. 나는 두 서류를 나란히 놓았다. 만 자루의 검. 만 개의 부품. 같은 날짜. 그런데 운송 목적지는 본진이 아니라 왕도 방향이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이 봉인 운송은 누가 승인했습니까?” 창고 담당자가 말했다. “보급관 그라즈님입니다.” 또 그 이름. 나는 어쩐지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그때 루시아가 물었다. “인간. 뭔가 찾았나?”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서류의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그런데 검 만 자루가 병사들에게 간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루시아의 웃음이 사라졌다. “어디로?” “운송 기록에는 왕도 방향이라고 나옵니다.” “인간 왕국?” “그렇게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방향만 같아요.” 나는 말을 신중히 골랐다. 이런 순간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면 모든 조사가 끝난다. 루시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검을 뽑았다. “그라즈를 잡아 오겠다.” “잠깐만요!”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뻗었다. “지금 잡으면 운송 기록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뭐?” “누가 받았는지 확인하고 잡으셔야죠.” 루시아는 나를 노려봤다. “네놈은 적을 눈앞에 두고도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군.” “적이라는 증거가 아직 부족하니까요.” 그녀는 한참 나를 보더니 검을 집어넣었다. “사흘.” “네?” “마왕께 받은 시간이 사흘이다. 그 안에 끝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습니다.” 그때 창고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조사관님.” “네?” “봉인 운송 장부 뒤쪽에 반출 허가증이 붙어 있었는데요.” “있었는데요?” “오늘 아침에 누가 떼어 갔습니다.” 나는 손을 멈췄다. “누가요?” “모릅니다. 다만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불안한 얼굴로 덧붙였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갈 때, 보급관 그라즈님이 직접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아이고. 범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몰라도, 누군가 우리가 찾는 기록을 먼저 챙겨 갔다. 이번 감사는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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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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