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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6화
PAYLUA ORIGINAL · 제66화

66화. 목숨값도 선불이 됩니까?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15자

오프라인 책장
보호 기간의 만료일을 찾아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떠오른 생각이었다. 밥을 먹는 것보다 먼저였다. 이건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아침밥을 먹어야 하고, 회계 담당자는 그다음에야 세상이 얼마나 엉망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내 성검은 식사 시간도 안 지켜 준다. [권리 보호 기간 종료 시점: 기록 불일치] 어젯밤 나타난 문구가 아직도 떠 있었다. “뭐가 불일치인데?” 나는 검집을 두드렸다. “날짜가 다르면 날짜를 보여 줘야지. 무슨 전산 오류 메시지도 아니고.” 성검은 반짝하고 빛났다. 그뿐이었다. 우리 회사 전산실이었다면 최소한 ‘재부팅해 보세요’라는 말이라도 했을 텐데. 신성한 검의 고객 지원은 그보다 못하다. “혼잣말하십니까?” 문 앞에 있던 피코가 물었다. “우리 검이 업무를 제대로 안 해서.” “성검이 또 경고했어요?” “응. 보호 기간이 끝난다나 봐.” 피코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우리 성을 떠나셔야 해요?” “아직 모른다니까. 그 말을 확인하려고 가는 거야.” 피코는 잠깐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도 처음에는 모든 경고를 확정 판결처럼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모르는 것과 위험한 것을 구분한다. 우리는 몰트 실장과 함께 원본 보관실로 갔다. 에브란은 밤새 옛 규정을 확인한 모양이었다. 탁자 위에 오래된 책이 다섯 권이나 쌓여 있었다. “보존 기간이 두 가지로 적혀 있습니다.” “좋은 소식인가요, 나쁜 소식인가요?” “확인해 보셔야 알겠습니다.” 첫 번째 규정에는 예비 등록 후 권리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록을 보존한다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 규정에는 공용 관리 예산이 끝나면 기록 유지비 지원이 중단된다고 적혀 있었다. “잠깐만요. 보존 기간이 끝나는 거랑 유지비가 끊기는 건 다른 거잖아요.” “맞습니다.” “그럼 성검은 왜 보호 기간 종료라고 표시했을까요?” “성검의 내부 규칙은 제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또 미확정이다. 나는 두 규정을 복사해 옆에 붙였다. 기록을 보존할 의무와 그 비용을 누가 내는지는 다른 문제다. 하지만 비용이 떨어지면 장치가 멈추고, 장치가 멈추면 실무자는 ‘계약 만료’라고 표시할 수 있다. 실제 계약이 끝나지 않았는데 전산 화면만 끝났다고 나오는 일이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럴 땐 회계부터 보면 되겠네요.” 나는 장부를 펼쳤다. 제3감리 운영비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권리 보존 비용과 계약 집행 관리비. 그런데 최근 명세에는 둘 다 같은 중간 계정으로 들어가 있었다. “원래 이렇게 한꺼번에 처리했습니까?” 몰트가 고개를 저었다. “옛 협약에서는 분리하도록 했네.” “왜 분리했죠?” “권리자가 계약을 거절해도 그 거절을 보존할 비용만큼은 남겨 둬야 하니까.” 그 설명을 듣는 순간 등골이 조금 서늘해졌다. 거절하면 지급이 멈춘다. 지급이 멈추면 기록 유지도 멈춘다. 기록이 사라지면 거절했다는 증거도 사라진다. 누가 이런 구조를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주 편리한 기계다. 서명하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서명한 사람처럼 취급돼도 항의할 기록이 없어질 수 있으니까. “이걸 누가 승인했습니까?” 에브란이 낡은 장부를 넘겼다. “조직 통합 당시 공용 접수 승인입니다.” 나는 벌써 예상이 됐다. [대리 접수 번호: 0003] “이 번호도 이제 월급 줘야겠네요.” “무슨 말씀입니까?” “세상 모든 일을 혼자 하잖아요.” 피코가 웃다가 입을 다물었다. 웃고 넘길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점심 무렵 세라핀이 두툼한 수권 문서를 가져왔다. 천계 측에 보관된 소환 의무 관련 옛 규정이었다. 그녀는 내 앞에 서류를 놓고 말했다. “이 문서는 당사자 이외의 정보가 섞여 있습니다. 공개 가능한 조항만 발췌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설명만 듣고 넘어가진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좋다. 일단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 같다. 문서에는 신성한 계약의 이행 보증에 관한 항목이 있었다. 용사가 소환된 뒤 생존·치료·귀환 등에 들어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돼 있었다. “오, 보험 같은 겁니까?” “비슷합니다. 다만 계약 형태가 다르지요.” “보장 대상이 누구죠?” “소환에 응한 당사자입니다.” “제가 응한 기록은 있습니까?” “현재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증금은 잡혀 있나요?” “예비 편성 내역이 있습니다.” 그녀가 두루마리의 중간을 펼쳤다. [용사 생명 보장 준비금] [지급 예정액: 금화 300닢] [지급 확정 여부: 미확정] [수익 귀속 계정: 00-성전] 나는 한참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삼백 닢이요?” “예.” 왕국에서 무급으로 마왕을 잡으라고 했던 나에게, 어딘가에는 금화 삼백 닢짜리 준비금이 있었단다. 금화 백 닢의 현상금도 어이없었는데, 이번에는 금화 삼백 닢이다. 왕국에선 날 붙잡는 데 돈을 쓰고, 천계에선 내 목숨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잡아 놓고, 정작 나는 당시 빵 한 덩이 살 돈도 없었다. “그 돈은 실제로 지급됐습니까?” “그건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정확하게는 제 보험금이 아니라 예비 편성 내역이군요.” “맞습니다.” 머릿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그래도 숫자는 숫자였다. 화를 낸다고 예정액이 실제 지급액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지금부터 필요한 건 돈의 실체였다. 나는 펜을 들었다. 황당했지만 화를 내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정책 문서에 숫자가 적혀 있다고 돈이 움직인 건 아니다. 실제 지급 여부를 확인하려면 지출 승인서와 은행에 해당하는 금고 기록, 최종 수취 확인서를 대조해야 한다. 그렇게까지 해도 수취인의 권리를 또 따져야 한다. 돈을 받았다고 꼭 정당한 건 아니니까. “수익 귀속 계정이 왜 `00-성전`입니까?” “공용 보증 계정으로 묶였을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와 그렇다는 다르죠.” 세라핀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습니다. 천계 내부에서도 그 부분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녀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천계 역시 자기들 명의의 회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부 알고 있지는 않았다. 적어도 세라핀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진술을 확인하는 단계였다. 우리는 권리 보존 비용을 합쳐 놓은 장부에서 실제 거래 상대방을 확인하려고 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적립금 계정에 입금된 돈과 청구만 된 돈을 구분하는 일이었다. 피코가 투명한 종이를 세 장 펼쳤다. “이건 청구서, 이건 지급 승인, 이건 실제 금고 이동 기록이에요.” “좋아. 그럼 셋 중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할까?” “다 중요하지만, 진짜 돈이 움직였는지 알려면 세 번째요.” “정답.”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일부 거래의 세 번째 종이가 비어 있었다. 지급 승인 도장은 찍혀 있는데 실제 금고 이동 기록이 없었다. 반대로 금고 이동 기록에는 있는데 승인 문서는 찾지 못한 항목도 있었다. “이걸 다 횡령이라고 볼 수 있나요?” “아니. 나중에 반영됐거나 다른 금고로 이동했을 수도 있지. 그래서 계정별로 확인해야 해.” 우리는 우선 가장 오래된 보증 준비금부터 따로 표시했다. 기록상의 금액은 컸지만 실제 잔액을 확인할 권한이 없었다. 세라핀은 일부 금고 원본이 천계 내부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승인을 받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원칙적으로 사흘입니다.” “사흘이면 괜찮네요.” “담당자가 없다면 더 걸립니다.” “아.”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세상 어디를 가든 원칙적으로 사흘이라는 말 뒤에는 늘 예외가 붙는다. 원칙적으로 퇴근은 여섯 시인데 실제로는 밤 열한 시까지 일하는 것과 비슷하다. 라델이 서류 하나를 가리켰다. “이건 확인된 반환 건이군요.” 방호벽 마을에 임시 반환된 금화 열여덟 닢 기록이었다. 지급 확인서까지 있었다. “네. 이건 실제로 돌려드렸습니다. 아직 최종 책임을 따지는 중이지만요.” “그럼 다시 청구하지 않도록 해야겠소.” “맞습니다.” 나는 해당 항목에 ‘지급 완료, 책임 귀속 미정’이라고 적었다. 이미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돈을 다시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다. 장부를 바로잡는 일은 숫자를 아름답게 맞추는 일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삶을 덜 흔들리게 하는 일이다. 세라핀이 나를 바라봤다. “천계 내부에도 이 원칙을 설명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다만 제가 정한 원칙이 아니라 원래 협약의 목적에 가까운 해석일 뿐이에요.” 나는 웃었다. “제가 신에게 회계 강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세라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정확히는 공무원에게 하는 강의입니다.” “그게 더 무서운데요.” 그녀가 소리 내어 웃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고, 틀렸으면 고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건 의외로 즐거웠다. 그날 저녁 마왕이 찾아왔다. “한도윤! 네 목숨값이 금화 삼백 닢이라 들었다!” “누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루시아가!” “단장님!” 복도에서 루시아가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들은 게 틀렸나?” “확정된 목숨값이 아니고, 보증 준비금 예정액입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다릅니다.” 나는 두 사람 앞에 동그라미 세 개를 그렸다. 예산 편성, 지출 승인, 실제 지급. “셋 중 첫 번째만 확인됐습니다.” 제르칸은 종이를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본왕이 너를 구하려고 삼백 닢을 쓰면 안 되는가?” “전하께선 왜 갑자기 절 구하시려고요?” “네가 없으면 월간 결산은 누가 하겠느냐!” “감동적이네요. 직원이 아니라 결산이 걱정이셨군요.” “둘 다다!”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왕궁에서 만난 국왕은 내가 죽어도 역사에 이름이 남는다고 했다. 마왕은 내가 죽으면 결산이 누가 하느냐고 걱정한다. 표현이 엉망이라 그렇지, 후자가 훨씬 인간적으로 들렸다. 나는 제르칸에게 특별 감사 예산에서 본인 보호 비용을 빼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내 문제 때문에 채석장 부상자 치료비나 필수 물자 지원이 줄어들면 안 된다. 왕국이 내 이름으로 무언가를 준비했다면 그쪽 원장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도 나는 준비금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누군가 내 생명을 보장하려고 금화 삼백 닢을 준비했다면 최소한 당사자인 내게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기록상 아직 돈이 실제로 쌓여 있는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괜히 그 돈이 내 것이라고 믿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나는 수첩에 세 줄을 적었다. ‘편성됨’, ‘지급 승인 확인 안 됨’, ‘수취인 불명’. 숫자는 여전히 삼백 닢 하나였지만 의미는 훨씬 정확해졌다. 밤에는 몰트와 함께 오래된 지급 확인서를 살폈다. `00-성전`이라는 이름 아래 복수의 세부 구획이 있었다. 분쟁 적립금, 소환 보증금, 운영 유지료. 이름이 같다고 같은 돈은 아니었다. “그럼 하나의 계정 안에서 목적별로 관리했던 겁니까?” “그럴 수 있네. 하지만 현재는 구획이 합쳐진 듯 보이는 기록도 있어.” 우리는 구획 통합 명령의 원본을 요청했다. 제출된 건 명령서 사본 한 장뿐이었다. [통합 승인: 제3교역 감독관] [권리자 동의 확인: 후속 처리] 아. 이제 너무 익숙하다. 후속 처리. 그 말은 누가 언제 했는지 알 수 없을 때 사람을 참 편하게 만든다. 서울에서도 일단 시스템을 오픈하고 나머지는 차기 고도화로 넘기는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건 후속 처리 기록이 있습니까?” 피코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그럼 아직 미완료네.” “그런데 정산은 완료로 표시돼 있어요.” 나는 장부를 덮었다. 이제 문제는 단순한 돈의 흐름이 아니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의 보호 기록을 집행 계약과 섞어 놓고, 필요한 비용을 다른 목적에 썼을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일 뿐이다. 그러나 검증할 이유는 충분했다. 침대에 누웠을 때 다시 성검이 빛났다. [권리 보존 기한: 연장 신청 가능] [신청 주체: 당사자] 나는 잠시 검을 내려다봤다. “그 말을 진작 하지.” 그리고 곧장 일어나 신청서를 작성했다. 한도윤. 신청 사유. “아직 확인할 게 너무 많아서.” 나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축복이 아니었다. **누구도 내 이름을 대신 쓰지 못하게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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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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