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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5화
PAYLUA ORIGINAL · 제65화

65화. 천계 공무원도 출장비가 필요합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17자

오프라인 책장
천계 사절단이 가져온 첫 번째 영수증은 놀랍게도 숙박비 청구서였다. “천사도 출장비를 받아요?” 내 질문에 기록사 아우렐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받습니다. 관문 이동에 비용이 들고, 현지 체류에도 비용이 발생하니까요.” “그렇군요.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전부 무료는 아니구나.” “당연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하늘에 산다고 무상 근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쯤 되면 신분보다 계약이 중요하다는 내 주장을 천계도 인정하는 셈이 아닌가. 하지만 마음이 놓인 건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숙박비가 금화 열두 닢이네요.” “네.” “우리 성에서 무료로 방을 제공했는데요.” 아우렐이 눈을 깜빡였다. “저희 규정상 현지 숙박 실비 정액이 있습니다.” “실비인데 정액이요?” “그렇습니다.” “실제로 쓴 돈만 받는 게 실비고,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정해진 액수를 받는 게 정액 아닙니까?”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오래된 규정이라 저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아. 드디어 천계에서 친숙한 말이 나왔다. 오래된 규정. 설명하기 어렵다.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는 전설적인 조합이다. 사절단 대표 세라핀은 청구서를 가져가 천천히 살폈다. “이 항목은 천계 예산으로 처리합니다. 마왕성에 청구한 문서가 아닙니다.” “그럼 제게 왜 보여 주셨죠?” “우리 소속을 확인할 수 있는 출장 승인 내역을 요청하셨잖습니까.” 그랬지. 내가 요청했다. 그러면 일단 닥치고 확인하면 된다. 나는 지급 대상과 비용 부담 주체를 빨간 줄로 나누었다. 금화 열두 닢이 마왕성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라면 여기서 지출 결재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발급기관과 승인자가 적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승인자 칸이 이상했다. [출장 승인: 관문 운영부] [비용 정산 대행: 공동 보증 회계소] 그 이름은 최근 며칠 동안 지겹게 보았다. 폐업한 제8호 공방에 요금을 청구하고, 검문소의 수수료를 계속 걷어 가던 바로 그 중간 회계소다. “세라핀 대표님. 이 대행사, 천계에서도 이용합니까?” “일부 오래된 협정 업무에만 이용합니다.” “누가 계약했죠?” “제가 온 목적이 그 점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호. 천계 사람들도 자기들 돈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그때 피코가 내 옆구리를 콕 찔렀다. “도윤 님. 어제 만든 다과비 예산은요?” “왜?” “사절단이 사흘 동안 머문대요. 간식도 세 번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건 식수와 기본 다과만 잡자. 대연회장 금칠은 이미 취소했잖아.” “마왕님은 케이크를 준비하셨는데요.” “전하 개인 돈으로?” “아뇨. 왕실 외교비라고 쓰셨어요.”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마왕성 재정 정상화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마왕님이 초코 케이크를 드시고 싶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나는 외교 접대에 필요한 만큼만 지출하고, 나머지는 사적 지출로 처리하도록 설명하기로 했다. “전하, 천계 사람들이 케이크를 먹는지 확인하셨습니까?” “먹겠지!” “모르면 물어보세요.” “본왕이 물어보는 건 품위가 없지 않으냐?” “안 먹는 케이크를 열 개 사는 게 더 품위 없습니다.” “그런가.” 결국 마왕은 세라핀에게 직접 물었다. 세라핀은 단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다만 사절단의 호위장 미르단은 설탕을 먹지 못한단다. 마왕은 놀라서 케이크 대신 과일도 준비하라고 했다. 이야, 위대한 외교 협상이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일. 이 어려운 기술을 마왕이 배웠다. 오후에는 라델과 함께 천계 출장 승인서의 원본 번호를 검증했다. 관문 통과 기록에는 네 명이 적혀 있었지만 비용 청구서에는 다섯 명이 있었다. “한 명이 더 왔다고요?” 피코의 눈이 커졌다. “단정하면 안 돼.” 나는 문서를 다시 보여 주었다. 다섯 번째 줄에는 인명이 없었다. 대신 ‘계약 관측 좌석 유지비’라고 적혀 있었다. “좌석도 출장비를 받아요?” “마법 이동 장치에서 빈자리를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들 수는 있습니다.” 아우렐이 말했다. “그럼 실제로 좌석을 예약했는지 확인하면 되겠네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대조했다.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분명 네 명이었다. 다섯 번째 좌석은 비어 있었다. 그런데 좌석을 유지한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 “혹시 누군가 뒤늦게 합류할 예정입니까?” 세라핀에게 물었다. “계획에는 없습니다.” 그녀가 답했다. “그럼 왜 비용이 청구됐을까요?” “그걸 확인해야겠군요.” 드디어 말이 통하는 상대다. 문제를 봤으면 물어본다. 모르면 모른다고 한다. 사흘 전만 해도 천계 사절단이 나타나면 검부터 뽑힐 줄 알았는데, 지금은 청구서 다섯 번째 줄을 두고 토론하고 있다. 평화란 생각보다 회의록에 가까운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비용 청구의 원천 기록을 조회했다. 관문 운영부는 이동 좌석 수만 확인할 수 있고, 실제 정산 청구는 공동 보증 회계소로 넘어간단다. 조회하려면 또 다른 권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세계는 왜 권한이 이렇게 많습니까?” 내가 투덜거렸다. “권한이 많아서가 아니네.” 몰트가 말했다. “누구 권한인지 확인이 안 되는 게 문제지.” 맞는 말이었다. 권한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이름 없는 권한이 돈을 쓰고 사람의 계약을 바꾸게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후 늦게 관문 운영부에서 현지 담당자가 한 명 도착했다. 이름은 네르온. 천계의 통행 구슬을 수리하는 기술자라고 했다. 세라핀은 그가 실제 담당자인지 먼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가 또 신분증 검사합니까?” 내가 물었다. “원하신다면 저희가 하겠습니다.” “아뇨. 같이 하죠. 사람이 기계를 고치는 건데 기계보다 사람이 먼저 확인돼야죠.” 네르온은 자신이 정비한 관문 목록을 보여 주었다. 최근 세 달 동안 고장 난 통행 구슬이 여섯 개였고, 그중 두 개는 수리 부품이 늦게 도착해 아직 임시 운용 중이라고 했다. “왜 부품이 늦었습니까?” “중립 운송료 승인이 지연됐습니다.” 피코의 눈이 커졌다. “혹시 제3교역 감독관 승인 때문에요?” “서류에는 그렇게 적혔습니다.” 나는 네르온에게 작업 일지를 부탁했다. 그가 보여 준 날짜는 보급 거점 안전 구슬 중단 사건과 비슷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일어났다고 같은 사람이 벌인 일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 세계의 운송 체계가 한곳에 얽혀 있다는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 네르온은 기계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졌다. “원래 관문 좌석은 사람 수만큼 열립니다. 빈자리 유지 기능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하지요.” “어떤 상황이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당사자의 자리라든지, 중간에 합류할 구조 인력의 자리 같은 경우입니다.” “그럼 오늘 그 빈자리에는 누가 앉기로 되어 있었습니까?” 네르온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예약 사유를 볼 권한이 없습니다. 기계가 정상 작동하는지만 확인합니다.” 역시 또 권한 문제였다. 그가 모르는 정보를 억지로 캐물을 수는 없었다. 대신 좌석을 실제로 유지하려면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물었다. “관문 마력과 안정화 인장이 들어갑니다. 아무도 타지 않았어도 유지 비용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 그러면 빈자리 수수료 자체가 가짜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네. “다만요.” 네르온이 말을 이었다. “이 장부에 적힌 빈자리 유지 횟수는 저희 기계 기록보다 많습니다.” “얼마나 다릅니까?” “이번 분기만 세 번입니다.” 우리는 기계 기록과 청구서를 나란히 놓았다. 실제 유지 작동 횟수는 다섯 번, 청구 내역은 여덟 번이었다. 기계가 세 번 누락했을 수도 있고 정산 기록이 잘못됐을 수도 있었다. “이 구슬의 오류 기록은 남습니까?” “남습니다. 마력 공급이 끊기면 별도 경보가 뜹니다.” 그가 보여 준 경보 기록에는 이번 분기의 공급 중단이 한 번 있었다. 정확히 어느 청구 건에 해당하는지는 추가 대조가 필요했다. “좋습니다. 기록 전체를 받아서 중복 구간부터 찾죠.” 네르온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은 청구서만 보더니 돈을 깎으라고 합니다. 기계가 실제로 뭘 했는지 묻는 사람은 드무네요.” “기계가 일했으면 돈을 줘야죠. 문제는 안 했는데 했다고 적힌 부분입니다.” 나는 그의 작업 도구를 보았다. 낡은 가죽 가방 안에 스패너처럼 생긴 쇠막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수리를 하는 사람의 장비는 어딜 가나 비슷한 모양인가 보다. 잠깐 후 세라핀은 천계 정비 비용을 일방적으로 삭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제공한 서비스는 인정하되 청구 차이가 난 세 건을 별도 확인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하면 처리 시간이 늘어납니다.” 아우렐이 걱정했다. “알아요. 하지만 지급하지 않을 이유와 지급해야 할 이유를 구분해야 합니다.” 세라핀은 그렇게 답했다. 나는 조금 놀랐다. 이 사람도 이제 재정실 사람처럼 말한다. 그런데 네르온이 돌아가기 전 작은 쪽지를 남겼다. [제3교역 감독관 유지 계약의 최초 작업 요청: 작성자 없음] “이건 제가 발견한 겁니다. 정식 답변은 아니지만 조회 요청을 넣어 두었습니다.”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작성자가 없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만, 누군가 고의로 지웠다는 뜻은 아니다. 기록 시스템이 오래되면 빈칸도 이유가 여러 가지다. 그래서 공식 원본을 기다려야 했다. 네르온이 떠난 뒤 피코는 기계 점검 결과를 따로 묶었다. 현장에서 고장 난 구슬을 실제로 고친 날과 청구서를 받은 날이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적었다. 같은 날짜라는 이유로 모든 청구를 정상이라고 보면 안 된다. 반대로 며칠 늦게 지급됐다고 전부 수상한 돈인 것도 아니었다. “정산은 참 귀찮아요.” “그렇지.” “그런데 정산을 안 하면 더 귀찮겠죠?” “그걸 깨달았으면 이미 훌륭한 재정실 직원이야.” 그날 해질 무렵 우리는 공동 보증 회계소의 출장비 정산 명세를 받았다. 지출처에는 금화 열두 닢이 아니라 열세 닢이 적혀 있었다. 차액 한 닢은 ‘전쟁 위험 지역 특별 보호료’였다. “이 보호료는 누가 승인했습니까?” 아우렐의 얼굴이 굳었다. “천계의 현행 규정에는 그런 항목이 없습니다.” “과거 규정엔 있을 수도 있겠네요.” “확인하겠습니다.” “그런데 보호를 실제로 받으셨습니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마왕성은 방문객의 안전을 별도 계약 없이 제공하고 있었다. “그럼 보호료라는 이름으로 받은 돈은 어디에 쓰였죠?”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장부를 펼쳤다. 그 한 닢의 이동 경로가 다음 줄에 적혀 있었다. [수납처: 공동 보증 회계소] [배분 예정: 분쟁 예방 적립금] [상위 귀속 코드: 00-성전] 그렇다. 그놈의 계정이 또 나왔다. 하지만 아직은 청구만 확인했을 뿐 돈이 실제로 송금됐다는 증거는 없었다. 나는 결제 완료 도장이 아니라 청구 접수 도장만 있다는 점에 표시했다. “아우렐 님, 이건 아직 지급 전 기록이죠?” “예.” “그럼 피해 금액도 확정할 수는 없겠네요.” “다만 승인 없이 청구된 것은 확인됐습니다.” “그렇죠. 그건 바로 잡아야죠.” 세라핀은 자기 쪽 출장비 결재를 일시 중지하도록 요청했다. 나도 마왕성 접대비 청구를 따로 분리해 두었다. 돈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장부를 섞으면 사실까지 엉킬 수 있어서였다. 잠깐 뒤 피코가 조용히 물었다. “도윤 님. 천계도 회계감사를 받으면 무서워해요?” “글쎄. 오늘 보니까 누가 자기 이름으로 돈 쓰는 건 다들 싫어하더라.” “마왕님도요?” “전하께서는 본인 이름으로 케이크 사는 건 좋아하셔.” 둘이 한참 웃었다. 웃음이 가라앉자 창밖에서 검은 종이 울렸다. 성문 초소였다. 이번에는 적이 온 게 아니라 관문 운영부의 답신이 도착했다고 했다. 라델이 봉투를 열었다. [빈 좌석 유지비 최초 승인 번호: 0003] [청구 개시일: 옛 휴전 협약 체결 다음 날] [최근 청구 상태: 자동 갱신] “일회성 출장인데 매번 청구되는 게 아니었네.” 나는 문서를 다시 읽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유지된 계약이군.” 누구를 위한 빈자리인지조차 모르는 채 돈만 계속 나간다니. “그 좌석, 정작 주인은 누구입니까?” 세라핀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천계 쪽에서 먼저 원본 열람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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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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