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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59화
PAYLUA ORIGINAL · 제59화

59화. 칼날보다 날카로운 지급명세서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127자

오프라인 책장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마왕성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는 성검이라고 대답하지 않겠다. 정확히는 '무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검은 사람을 베어 넘길 수 있다. 결재 서류는 수천 명의 월급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무서운지는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한도윤! 본왕의 군대가 또 굶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제르칸이 재정실로 뛰어 들어왔다. 오늘도 망토가 심하게 펄럭였다. 이번에는 본인이 뛰어서 생긴 바람이라 의전비를 따질 필요는 없겠다. “전하, 누가 굶는다고요?” “제5보급대!” 나는 즉시 피코의 급여 지급 현황을 펼쳤다. 급여는 정상 지급됐다. 식량 구매비도 나갔다. 재고 장부에는 남은 식량이 충분했다. “재고와 돈은 있는데 식량이 없습니까?”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대!” 그럼 물류다. 정말 회사생활은 어디나 비슷하다. 시스템에는 완료라고 뜨는데 사람은 아직 받지 못했다. 당사자는 손을 놓고 있다가 배송 완료 문자만 보는 기분이겠지. 우리는 현장으로 전송을 연결했다. 보급대장인 구르칸은 얼굴에 밀가루를 잔뜩 묻힌 채 나타났다. “먹을 게 없어서 빵을 직접 굽고 있소.” “구매한 식량은요?” “검문소 창고에 묶였다고 들었소.” “지난번 긴급 통행은 풀리지 않았나요?” “그건 구호 물자였지. 이번 건은 정규 보급이라고.” 아. 조금 전까지 우리는 긴급 구호 물자의 통행만 해결했었다. 정규 보급 체계는 여전히 옛 인증 장치에 묶여 있었다. “굶는 사람부터 해결해야겠습니다. 비축 식량은 없나요?” “이틀 치는 있소. 하지만 다음 보급이 늦으면 곤란하오.” “그럼 이틀 안에 움직이게 하겠습니다. 우선 정확한 재고부터 공유해 주세요.” 내가 시간을 말하자 구르칸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막연히 '곧 해결하겠다'보다 '이틀 안에 판단하겠다'가 사람을 안심시키는 법이다. 문제의 보급품은 정규 운송 계약을 통해 이미 대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검문소 인증 장치가 '최신 보증 계정 확인 필요'라는 이유로 통행을 막았다. “그래서 돈이 두 번 나가는 거군요.” 피코가 말했다. “구매비 한 번, 인증 갱신비 한 번.” “그런데 인증 갱신비가 원래 계약에 있나?” 우리는 계약서를 펼쳤다. 초기 계약에는 없었다. 나중에 붙은 약관에 '정산 보전 수수료'가 있었다. 누가, 언제, 어떤 동의로 붙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때 절대 감사가 짧게 반응했다. [월간 보급 지급명세서 / 인증 수수료 합계 불일치] 오, 드디어. 숫자가 말을 걸어 왔다. 내가 가장 반가워하는 방식이다. 월간 지급명세서를 펼치니 동일한 구간의 인증료가 두 번 잡혀 있었다. 하나는 마왕성 구매실에서, 하나는 왕국 검문소 정산대행에서 청구됐다. 금액과 기간이 같았다. 계정명만 달랐다. “이거 이중 청구인가요?” 피코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양쪽이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했을 수도 있어. 검수 기록을 보자.” 우리 쪽 기록에는 '통행 인증'. 왕국 쪽 기록에도 '통행 인증'. 부속 서비스를 확인해도 똑같았다. “좋아. 적어도 설명을 요구할 근거는 생겼네.” 우리는 공동 보증 회계소에 거래별 내역을 요구했다. 예상과 달리 답변은 빠르게 왔다. 너무 빠른 게 오히려 이상했다. [제5보급대 인증료: 오류 환급 대상] [추가 청구액: 취소 예정] “벌써 인정한다고요?” 피코가 놀랐다. “좋은 일이긴 하지. 다만 실제 환급과 취소가 처리되는지 확인해야 해.” 실행 없이 합의만 하는 조직은 이미 많이 봤다. 이번엔 납기까지 함께 받았다. 그런데 회신 아래에는 추가 문구가 붙어 있었다. [본 조치는 사전 고객 분쟁 방지를 위한 자발적 시정으로, 동일 계정의 과거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음.]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과거는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네. “그 부분은 수용할 수 없겠는데.” 몰트가 말했다. “네. 과거 거래에 잘못이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조사 범위를 미리 닫을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는 회신을 정정 요청했다. 과거 거래는 별도 검증 대상으로 남겨 두겠다고. 정규 보급품은 임시 통행 허가를 받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르칸은 늦은 밤 고맙다는 전송을 보내 왔다. “식량이 도착했소! 병사들이 드디어 빵을 먹고 있소!”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마왕성에는 이렇게 복잡한 서류가 많소?” “어쩌다 보니요.”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덧붙였다. “앞으로는 조금 줄여 보겠습니다.” 서류를 없애는 건 쉽다. 문제를 일으키는 서류만 없애고 필요한 기록은 남기는 게 어렵다. 오늘 같은 사건에서는 그 차이가 사람의 저녁밥을 결정한다. 그날 오후 우리는 원장에 나타난 과거 적립금 사례 하나를 더 확인했다. 놀랍게도 그 돈을 내고 있었던 사람은 마왕성 소속도 왕국 소속도 아니었다. 회색 경계 마을의 노파였다. “저는 무슨 분쟁을 예방한다는 건지도 몰라요.” 노파가 말했다. 그녀는 매달 작은 동전 몇 개를 통행 보증료로 납부해 왔다. 자기가 가진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팔려면 중립 시장을 지나야 했는데, 그 시장 입구에서 늘 같은 금액을 떼 갔다고 했다. “영수증은 가지고 계십니까?” “있지. 모아 뒀어.” 그녀는 낡은 주머니를 열었다. 작은 종이들이 단정하게 접혀 있었다. 나는 하나씩 펼쳤다. 연도가 오래된 것도 있었고 최근의 것도 있었다. 모두 같은 명목이 아니었다. 어떤 것은 통행료, 어떤 것은 안전 보증료, 어떤 것은 분쟁 예방 적립금이었다. “이걸 다 같은 돈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시장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는 값이라고 하더라고.” 노파는 웃었다. “그 돈 때문에 장사 안 갈 수도 없잖아.”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금화로 환산하면 아주 작은 돈이다. 하지만 이분이 그 돈을 내느라 몇 번의 채소 판매를 더 해야 했을지 생각하니 작은 돈이 아니었다. “지난번 마을의 금화 열여덟 닢 반환과는 별도 납부 내역입니다. 중복인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어려운 말은 모르겠고,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면 앞으로는 안 내게 해 줘.” “그게 맞죠.”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녀가 돌아간 뒤 피코가 영수증을 정리했다. “동전 몇 개밖에 안 되는데도 이렇게 많이 모였네요.” “오래 모이면 그렇지.” “대체 몇 명이 이렇게 냈을까요?” “그래서 표본부터 확인해 봐야 해.” 우리는 주민 전체의 이름을 함부로 공개하지 않도록 명단을 가렸다. 다만 납부 명목과 시기, 정산 계정만 추려 비교했다. 비슷한 패턴이 여럿 발견됐다. 어떤 사람은 원래 계약에 없는 적립금을 냈고 어떤 사람은 단순 통행료만 냈다. “왜 차이가 날까요?” “이용한 통로가 달랐을 수도 있고, 계약 시기가 달랐을 수도 있지.” 나는 종이 위에 큰 글씨로 적었다. [동일한 이름의 돈이라도 지급 근거는 다를 수 있음.] 피코가 웃었다. “오늘의 명언인가요?” “아니, 실무 주의 사항이야.” “도윤 님 명언은 맨날 실무 주의 사항 같아요.” 그게 내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저녁에는 구르칸에게서 보급대 사진 구슬이 왔다. 병사들이 뜨끈한 수프를 나눠 먹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릇을 핥고, 누군가는 빵을 반으로 잘라 옆 사람과 나눴다. 그 모습만으로도 오늘 하루의 피로가 조금 가셨다. “우리가 보낸 식량이 도착한 거네요.” 피코가 웃었다. “응. 확인서도 함께 왔어.” “사진만 있어도 알 수 있잖아요.” “사진은 좋은데, 수령 수량까지는 안 나오니까.” 피코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도윤 님은 낭만이 없어요.” “있어. 월급날은 아주 낭만적이야.” “그건 저도 좋아요.” 우리는 같이 웃었다. 수프 한 그릇이 오늘의 가장 확실한 결산이었다. 다음 날 아침 도르벤에게서 오래된 원장이 도착했다. 제8호 공방이 마지막으로 정산했던 장치 목록이었다. 나는 최근 보급 지급명세서와 나란히 놓았다. 시간이 다른데도 같은 번호의 장치가 여럿 있었다. “이거 수리 장치가 재활용됐나 보네요.” 피코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어. 장비는 오래 쓰니까.” “그런데 수리 장소가 다 달라요.” 정말이었다. 하나의 장치 번호가 북쪽 검문소, 휴전항, 남쪽 보급 창고에서 동시에 사용된 것으로 적혀 있었다. “하나를 여러 곳에서 쓰는 건 불가능하겠지?” “전송 마법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 가능성까지 확인하자.” 몰트는 구형 인장 장치가 멀리 떨어진 곳의 인증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번호가 같다고 곧바로 허위 장치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원장에는 장비 위치가 아닌 '사용 권역'이라는 열이 따로 있었다. 그 열까지 비교하니 불일치가 드러났다. “장비가 하나라는 건 맞을 수 있는데, 여기는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계약 당사자가 각자 장비 소유자로 기록됐네요.” 피코가 말했다. “그러네.” 한 가지 물건에 서로 다른 소유자가 있을 수는 있다. 공동 소유라면. 그러나 원장에는 '독점 소유'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메르넬에게 감정 요청서를 보냈다. 그의 손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원본은 보내지 않고 장치 번호와 도면만 전달했다. 답변이 왔다. [제8호 공방 장치 식별 기호는 제조번호가 아닌 계약 묶음 번호. 여러 장치가 같은 식별 기호를 가질 수 있음.] 음. 또 한 번 성급한 결론을 피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다 정상처럼 보이지?” 피코가 투덜거렸다. “정상이면 좋은 거야. 감사는 범인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니까.” “그렇죠.” “다만 정상이라는 걸 설명할 자료도 필요하지.” 우리는 다시 지급 원장을 확인했다. 장치 식별은 정상일 수 있었지만 수수료의 수취는 이상했다. 제8호 공방의 정기 청구금이 공동 보증 회계소로 들어간 뒤 두 계정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실제 장인 유지비. 다른 쪽은 '분쟁 예방 적립금'. 그런데 적립금은 사용 이력 없이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이건 어디에 쓰는 돈인가요?” 피코가 물었다. “분쟁 예방이면 보험 비슷한 걸 수도 있어.” “누가 사고를 당하면 받나요?” “그걸 확인해야지.” 돈이 갈라지는 지점을 살피다 보니 더 이상한 항목이 나왔다. 장인 유지비라고 이름 붙은 계정에서 일정한 금액이 나가고 있었는데, 실제 수리점과의 계약 기간이 이미 종료돼 있었다. “종료됐는데 지급이 계속된 겁니까?” 피코가 물었다. “원칙상 그럴 가능성이 있어. 다만 끝난 계약이 다른 계약으로 갱신됐을 수도 있으니 원장을 더 보자.” 대조 결과, 갱신 계약서의 수령처는 공동 보증 회계소였다. 서비스 제공자는 공란. 발주 부서는 두 나라의 이름이 함께 적힌 옛 감리 사무소. 그런데 그 사무소는 오래전에 문을 닫았다. “없어진 부서가 아직도 발주한다니, 참 부지런하네요.” 내가 중얼거리자 피코가 웃었다. “그럼 이 비용은 환급받을 수 있어요?” “바로는 어려워. 실제 서비스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해.” 나는 원본 보존 담당자에게 확인서를 요청했다. 한쪽에서는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서비스를 맡긴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어느 쪽도 근거가 완벽하지 않았다. 마왕성 재정실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다. 사람들이 전쟁에 정신이 팔려 장부를 보지 않는 동안 서류만 분주하게 오간 것이다. 그때 제르칸이 전송 구슬로 연락했다. “한도윤! 제5보급대 병사들이 오늘은 잘 먹었다더군!” “네. 저도 사진 봤습니다.” “그럼 본왕이 잔치를 열어도 되겠느냐!” “전하, 이미 식량이 부족했다가 해결된 상황입니다. 예비 재고부터 확인하고…” “잔치도 예산을 받아야 하느냐?” “당연하죠.” 마왕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서류를 정리하며 웃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쟁 예방 적립금의 수취인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는 사장님의 잔치 예산까지 계산해야 했다. 직장인의 운명이란. 수익 배분표 마지막 줄이 눈에 들어왔다. [상위 수익 귀속: 00-성전] 나는 펜을 멈췄다. 이제야 봉인 계정과 실제 돈의 경로가 연결되기 시작했다. “피코. 원장 사진 찍고 원본 보존 확인부터 하자.” “네.” “그리고 이것만으로 천계가 돈을 받았다고 쓰지는 마.” “왜요? 00-성전이잖아요.” “계정 이름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 수취인과 최종 지급은 아직 모르니까.” 피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마왕성 재정실에 새로운 계정 항목이 하나 추가됐다. [분쟁 예방 적립금 / 최초 수취인 확인 필요] 가장 무서운 장부는 숫자가 큰 장부가 아니다. 누구 돈인지, 왜 모였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장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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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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