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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5화
PAYLUA ORIGINAL · 제5화

5화. 면접관이 천이백 살입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305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성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해골이었다. 하나가 아니다. 둘, 셋, 넷. 복도 양쪽에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런데 모두 창을 들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경비원이구나. 나는 괜히 안심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해골이 걸어 다니는 것보다는 경비를 서는 쪽이 훨씬 낫지 않은가. 최소한 근무시간에는 딴짓을 안 할 테니까. 그런데 맨 앞의 해골이 갑자기 내 쪽으로 돌아섰다. “인간 방문자, 목적을 밝히라.” 말도 하네. 나는 광고문을 보여 줬다. “재정실 면접입니다.” “방문 목적 확인. 무기 신고 여부 확인.” 오호. 출입 절차가 있네. 우리 회사보다 낫다. 거긴 협력업체 직원이 왔다 갔다 해도 출입증만 목에 걸면 아무도 신경 안 썼는데. “무기가 있습니다.” 나는 성검을 가리켰다. 해골이 잠시 멈췄다. “무기 종류?” “검입니다.” “보관 요청.” “그게…… 보관이 안 됩니다.” “보관 요청 반복.” 아이고. 이쪽도 예외 처리는 안 되는구나. 나는 해골에게 검을 내밀었다. “한번 맡아 보세요.” 해골이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놓았다. 손가락 뼈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부적합 물품.” “그러니까요.” 해골은 잠깐 침묵하더니 옆의 판에 무언가를 적었다. [방문자 무기: 임시 휴대 허가.] 세상에. 규정에 예외가 있네!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유연한 대응 감사합니다.” 해골이 고개를 끄덕였다. 뼈가 달그락거렸다. 그 모습을 본 임프 서기가 나를 재촉했다. “빨리 오세요. 실장님은 지각을 아주 싫어하십니다.” “면접 시간은 정해져 있었나요?” “안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각이요?” “실장님 기준입니다.” 아. 어느 회사나 그런 분이 계시지. *** 재정실로 가는 복도는 넓고 어두웠다. 벽에는 마왕군의 승전 그림이 걸려 있었다. 용을 타고 돌진하는 악마, 불타는 성벽, 패배하는 인간 기사들. 좋아. 회사 홍보물부터 분위기가 강렬하다. 그런데 그림 아래 작은 금속판이 붙어 있었다. [작품 구매가: 금화 1,200닢.] ……. 비싸네. 전쟁 그림에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쓰는 거지? 좀 더 걸으니 또 다른 그림이 나왔다. [마왕 제르칸 즉위 300주년 기념 초상화. 금화 2,000닢.]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실례지만 이 성의 연간 미술품 구매 예산은 얼마입니까?” 임프가 당황했다. “그런 걸 왜 물으세요?” “그냥 직업병입니다.” “지원자님, 아직 합격하신 거 아니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이 회사에도 궁금한 게 많다. 그런데 질문을 너무 많이 하면 면접에 불리할 수 있다. 입을 다물자. 나는 정말로 입을 다물었다. 대략 스물다섯 걸음 동안. 그다음에는 복도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저기 천장 누수는 시설팀에 접수하셨나요?” 임프가 고개를 저었다. “저건 누수가 아니라 저주의 눈물입니다.” “아.” “백 년째 흐르고 있습니다.” “수리비가 많이 들겠네요.” 임프가 내 얼굴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왜? 백 년 동안 물이 떨어지면 바닥부터 썩잖아. *** 재정실 문 앞에는 명패가 달려 있었다. [총괄 재정실장 리치 몰트] [근속 1,200년] 나는 두 번째 줄을 다시 읽었다. 천이백 년. 허허. 이건 경력이 아니라 역사책인데. 임프가 문을 두드렸다. “실장님! 인간 지원자가 왔습니다!”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 문이 열렸다. 그곳은 생각보다 평범한 사무실이었다. 높다란 서류 보관장, 목제 책상, 계산용 수정구, 잉크병. 그리고 책상 뒤에 앉은 해골 하나. 해골은 보랏빛 로브를 입고 있었다. 눈구멍 안에서는 작은 푸른 불꽃이 흔들렸다. “앉게.” 나는 의자를 당겼다. 끼이익. “으아아아아악!” 의자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대로 굳었다. “……의자가 말을 하네요?” 몰트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저주받은 의자라네.” “바꾸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삼백 년 전에 교체 요청을 올렸지.” “아직 승인 안 났나요?” “그렇다네.” 와. 이것도 익숙하다. 우리 회사에서 노트북 교체 신청했다가 예산 없다고 반려된 사람이 생각났다. 그 노트북은 내가 퇴사하기 전까지도 켜지는 데 십오 분이 걸렸다. 마왕성도 비슷한 곳이구만. 몰트가 서류를 펼쳤다. “이름.” “한도윤입니다.” “종족.” “인간입니다.” “나이.” “서른둘입니다.” “경력.” “재무팀 7년입니다.” 몰트의 불꽃이 깜빡였다. “칠 년이라. 새파랗군.” “네. 실장님에 비하면 그렇죠.” “천이백 년 동안 장부를 맡은 자 앞에서 회계를 논할 자신이 있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력은 짧아도 숫자는 같습니다.” 몰트가 잠깐 조용해졌다. “흠. 자신감은 있군.” 좋다. 면접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몰트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우리 군단의 전쟁 비용을 줄일 방안을 말해 보게.” 아. 면접에서 제일 싫어하는 질문 나왔다. 회사 자료 하나 안 보여 주고 혁신 방안부터 내놓으라는 질문. 나는 손을 들었다. “현재 비용 구조를 먼저 볼 수 있을까요?” “그런 것을 봐야만 답할 수 있나?” “안 보고 답하면 그건 회계가 아니라 점술입니다.” 몰트의 눈빛이 번쩍였다. “점술은 옆 부서 업무라네.” “그렇군요.” 이상한 조직이다. 하지만 적어도 부서 구분은 명확하다. 몰트는 탁자 위에 서류 한 뭉치를 내려놓았다. 쿵! 책상이 흔들렸다. “지난달 제17군단의 지출 내역이다.” 나는 맨 위 장부를 집었다. 병력 유지비. 장비 구매비. 군량비. 전투 피해 복구비. 항목이 아주 많았다. 대충 보니 군단 하나의 연간 예산이 웬만한 도시 한 곳과 맞먹는 규모였다. “질문해도 됩니까?” “하라.” “장부 원본과 구매 영수증이 따로 있습니까?” “있지.” “실제 물품 검수 기록은요?” 몰트가 턱뼈를 움직였다. “전쟁 중에는 그런 사소한 일을 매번 할 수 없다네.” 아. 벌써 냄새가 난다. 하지만 섣불리 말하면 안 된다. 면접장에서 대놓고 회사에 도둑이 있다고 외쳤다간 바로 쫓겨날 수도 있다. 나는 서류를 한 장씩 넘겼다. 첫 번째 서류는 식량 운송 계약서였다. [제17군단 야전 식량 공급. 건조육 500상자.] 두 번째는 동일한 날짜의 추가 납품 청구서. [제17군단 야전 식량 긴급 공급. 건조육 500상자.] 수량이 같다. 금액도 같다. 납품 업체도 같다. 다만 청구 번호는 다르다. 익숙하다.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반가울 정도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한 중복 외주 용역비가 떠올랐다. 설마 이세계까지 와서 같은 걸 보게 될 줄이야. “실장님.” “뭔가?” “이 두 건은 실제로 각각 납품됐습니까?” “그렇다고 보고받았네.” “누가 확인했습니까?” “군단 보급관이지.” “확인자의 서명은요?” 몰트가 문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여기 있군.” 나는 두 서명을 비교했다. 똑같다. 획이 시작되는 위치도, 잉크가 번진 모양도. 심지어 오른쪽 아래의 작은 얼룩까지 같았다. 이상하다. 사람이 같은 서명을 두 번 할 수는 있어도 잉크 얼룩까지 똑같을 수는 없다. 나는 서류를 나란히 펼쳤다. “두 번째는 첫 번째 문서를 복제한 것 같습니다.” 몰트가 비웃었다. “마법 세계에서는 문서 복제가 흔하지.” “그렇다면 복제본에는 원본 번호가 표시돼야 합니다.” “왜?” “같은 문서로 돈을 두 번 지급하지 않으려고요.” 몰트의 웃음이 멈췄다. 나는 옆에 있던 임프에게 물었다. “지급 장부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임프가 몰트를 바라봤다. 몰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오게.” 임프가 거대한 책을 끌고 왔다. 나는 해당 날짜를 찾았다. 두 건 모두 지급 완료. 총액은 금화 이천 닢. “그럼 동일 납품에 대해 금화 천 닢이 중복 지급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몰트의 두개골이 삐걱거렸다. “천 닢?” “아직 가능성입니다. 물품이 두 번 들어왔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큰 금액이 잘못 나갔다고?” “확인하면 알 수 있습니다.” 몰트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책상을 두드렸다. “좋아!” 나는 움찔했다. “면접은 여기까지다.” 아. 떨어졌나? 너무 날카롭게 질문했나? 몰트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푸른 불꽃이 더욱 선명해졌다. “자네에게 시험을 하나 더 주겠네.” “시험이요?” “내일 아침까지 이 중복 청구의 진위를 확인하게.” “내일 아침이요?” “그렇네.”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마왕성 시계는 붉은 모래로 시간을 나타냈다. 현재 시각은 저녁이었다. 지금 시작하면 야간 업무다. 면접 보러 왔는데 벌써 야근이 잡혔다. 본능적으로 질문이 나왔다. “실장님.” “뭔가?” “그 업무는 채용 전 과제입니까, 아니면 임시 근로입니까?” 몰트가 당황했다. “차이가 있나?” “있습니다. 실제 회사 장부를 확인하는 건 업무라서요.” “흠.” “시간당 수당 지급이 가능합니까?” 임프가 숨을 들이켰다. 몰트는 한참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런데 해골의 웃음은 좀 무서웠다. 뼈가 달그락거리며 울렸다. “자네, 정말 묘한 인간이군.” “그런 말 자주 듣습니다.” “좋다. 일당 금화 한 닢. 식사와 객실 제공. 조사 중에는 임프 서기 한 명을 붙여 주겠네.” 오. 조건 괜찮다. 금화 한 닢이 얼마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적어도 숫자가 정해져 있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가능하면 지급 조건을 적어 주시겠습니까?” 몰트는 또 웃었다. “이미 적었네.” 그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임시 조사 업무 계약서. 지급액 금화 1닢. 식사 및 숙박 제공.] 나는 감동했다. 정말로. 이곳에는 계약서가 존재한다. 왕국에서 하루 종일 싸워도 못 받아낸 문서를 여기서는 면접 도중 받았다. 마왕성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다만.” 몰트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실패하면 채용은 없다.” “당연하죠.” “그리고 허위 고발을 하면 큰 책임을 져야 하네.” “그것도 당연합니다.” 나는 문서를 꼼꼼히 읽었다. 딱 한 가지 항목이 빠져 있었다. “업무 범위를 추가해 주세요.” “업무 범위?” “장부 조회와 담당자 면담, 창고 재고 확인 권한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사가 불가능합니다.” 몰트가 임프를 바라봤다. 임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원자가 면접에서 권한을 요구하다니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책임을 지려면 권한도 있어야죠.” 몰트는 잠시 침묵하더니 서류에 내용을 추가했다. [제한적 조회 및 현장 확인 권한 부여.] 좋아. 이제 일이 되겠네. *** 임프 서기는 이름이 피코라고 했다. 키는 내 허리 정도였고 뾰족한 귀와 가느다란 꼬리가 있었다. “저기, 인간님.” “도윤이라고 부르세요.” “도윤님. 진짜로 금화 천 닢이 잘못 지급됐을 것 같으세요?” “확인해 봐야죠.” “만약 진짜라면요?”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봐야겠죠.” 피코가 귀를 축 늘어뜨렸다. “큰일인데요.” “왜요?” “이번 달 식당 예산이 모자라거든요.” “식당 예산이요?” “네. 병사들 저녁에 고기 반찬도 못 줘요. 그런데 금화 천 닢이면…….” 피코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나는 서류를 한 번 더 내려다봤다. 단순한 숫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그 돈을 두 번 받아 갔다면, 그만큼 다른 누군가는 돈을 못 쓰고 있을 것이다. 그건 인간 회사나 마왕성이나 똑같다. “좋습니다.” 나는 피코에게 말했다. “일단 물건부터 확인하러 가죠.” “지금요?” “네.” “저녁인데요?” 나는 잠깐 멈췄다. 그렇지. 이곳에서는 정당한 야간 수당을 준다고 했으니 야근을 하더라도 계산부터 해야 한다. 나는 계약서를 다시 펼쳤다. “잠깐. 야간 근무 수당은 별도였죠?” 피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야간 수당은 통상 임금의 두 배예요.” ……. 두 배?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이건 우리 회사에 없던 제도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위험한 생각이 떠올랐다. 마왕성. 정말 좋은 직장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가 창고로 향하는 계단에 들어섰을 때, 피코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기 때문이다. “도윤님. 한 가지 말씀 안 드린 게 있어요.” “뭔데요?” “지난달에 이 장부를 확인하러 갔던 서기가 한 명 있었거든요.” “그래서요?” 피코가 침을 삼켰다. “그 서기, 아직 안 돌아왔어요.” 나는 걸음을 멈췄다. 아이고. 복지가 좋다 했더니 안전관리에 구멍이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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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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