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39화
PAYLUA ORIGINAL · 제39화

39화. 사라진 전송 구슬의 행방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33자

오프라인 책장
중요한 저장 구슬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루시아는 제일 먼저 갑옷을 입었다. 나는 제일 먼저 반출대장을 요청했다. 어느 쪽이 더 이상한지는 각자 판단하시라. “도윤! 지금 출발하면 정오 전에 제4병기창에 도착할 수 있다.” “기사단장님, 가서 뭘 하시게요?” “범인을 추적해야지!” “범인인지 실수로 반출한 건지도 아직 모릅니다.” “그러면 가서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 “그건 맞죠.” 루시아가 승리한 얼굴로 웃었다. 아. 가끔은 내가 이 사람한테 논리로 지는구나. 나는 피코를 불렀다. “현장 조사 동행자는 최소한으로 하자. 서류 확인은 내가 갈게. 넌 마왕성에서 자료 원본을 지켜 줘.” “제가 안 가도 돼요?” “응. 여기 남아 있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그가 잠깐 아쉬워했다. “그럼 보내주실 자료를 바로 대조할 수 있게 대장을 정리해 둘게요.” 훌륭하다. 나는 그를 칭찬했다. “네가 없으면 이 재정실이 안 돌아가겠다.” 피코가 귀까지 빨개졌다. “그,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사실이었다. 어디서 어떤 서류가 왔는지 기억하는 사람, 날짜가 이상하면 먼저 물어보는 사람, 증빙을 어디에 두었는지 아는 사람. 일이란 그런 사람들 덕분에 돌아간다. 회사에서는 보고서 맨 앞장에 이름이 적힌 사람만 칭찬받는 경우가 많지만. *** 제4병기창에 도착했을 때 창구 책임자는 이미 난처한 얼굴이었다. “저희도 조사 중입니다.” 그가 말했다. “새벽 교대 점검 때 저장 구슬이 보관함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시각은요?” “어제 저녁 여덟 시입니다.” “누가 확인했습니까?” “야간 보안 담당자입니다.” “확인할 때 서명은 남겼습니까?” “네.” 그가 장부를 보여 줬다. [보관함 이상 없음 / 제2야간조] “보관함만 확인한 겁니까, 구슬 실물까지 확인한 겁니까?” 책임자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아, 역시. 문제는 여기다. '이상 없음'이라는 말은 만능이 아니다. 무엇을 확인했는지 빠져 있으면 사실상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과 비슷하다. 나는 야간 담당자를 불렀다. 그는 젊은 인간 병사였다. 이름은 노렌. 갑옷이 너무 커서 어깨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슬을 직접 보셨습니까?” 내가 묻자 그는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보관함 봉인이 멀쩡해서…….”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기록하면 됩니다.” “제가 잘못한 겁니까?” “확인 범위를 명확히 적지 않은 건 문제죠. 하지만 구슬을 훔쳤다는 뜻은 아닙니다.” 노렌이 눈을 크게 떴다. “정말입니까?” “저는 지금 사실을 확인하려는 겁니다. 자백을 받으려는 게 아니에요.” 루시아가 뒤에서 헛기침했다. 그녀는 자백을 받는 방법을 백 가지쯤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중 아흔아홉 가지가 검을 이용하겠지. “기사단장님은 출입 통로를 살펴 주세요. 사람을 붙잡지는 마시고요.” 루시아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걸어갔다. *** 보관함은 낡아 있었다. 마법 봉인이 세 겹이나 걸려 있었지만 바닥의 판자가 약했다. 누군가 판자를 들어내면 봉인을 건드리지 않고도 안쪽에 손을 넣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건 보안 시설이 아니라 장식품인데요.” 내가 중얼거리자 창구 책임자가 얼굴을 붉혔다. “수백 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가 없었던 건지 발견하지 못한 건지 구분해야죠.” 나는 바닥에 쌓인 먼지를 살폈다. 판자 주변에 손자국이 있었지만 오래된 것인지 새것인지는 몰랐다. 서랍에는 구슬 받침대만 남아 있었다. “누가 최근에 이 보관함을 수리했습니까?” “한 달 전 점검이 있었습니다.” “어느 업체요?” 책임자가 낡은 계약서를 꺼냈다. [흑산 상단 제2운송소 지정 정비업체] 아이고. 여기서 또 만나는구나. 하지만 상단이 정비했다고 해서 구슬을 가져간 건 아니다. 수리를 하면서 구조를 알게 되었을 가능성은 있어도 그것만으로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 “정비업체 직원 명단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작업 범위와 수리 전후 사진은요?” “그런 것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 회사도 수리 맡기고 '잘 됐습니다' 한 줄만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같은 장비가 또 고장 나면 아무도 무슨 부품을 바꿨는지 몰랐다. 역사는 어디서나 반복된다. *** 루시아는 병기창 복도를 조사하고 돌아왔다. “수상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잘됐네요.” “잘된 일이라고?” “무고한 사람을 쫓아가 베지 않았잖아요.” “…….” 그녀는 대답 대신 벽에 걸린 출입 표지판을 가리켰다. “대신 저걸 발견했다.” 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야간 보관소 출입: 관리자 승인 필수] “이게 뭐가 수상한데요?” “문 아래쪽에 누가 최근 새 나사를 박았다. 그런데 출입문을 고쳤다는 기록은 없다.” 나는 감탄했다. “기사단장님.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전투에서 방패의 새 흠집을 놓치면 죽는다.” 아. 전투 경험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되는구나. 우리는 나사 위치를 기록하고 관리인에게 수리 여부를 물었다. 그는 지난주 바람 때문에 문이 흔들려 임시로 고쳤다고 말했다. “수리 기록은요?” “작은 일이라 안 남겼습니다.” “앞으로 남겨 주세요. 이번 사고와 관련이 없더라도 출입 구조가 바뀌면 기록이 필요합니다.” 루시아가 흐뭇해했다. “내가 해냈군.” “네. 오늘은 검을 안 쓰고요.” “그 말은 빼라.” 나는 몰래 웃었다. 대장도 기록의 힘을 배워 가고 있다. 점심 무렵 뜻밖의 소식이 왔다. 사라졌다는 저장 구슬이 통신소 옆 문서 파쇄실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파쇄실?” 라델이 물었다. “보안상 폐기할 마법 기록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왜 거기에 있습니까?” “아직 확인 중입니다.” 나는 곧장 현장으로 갔다. 구슬은 흠집 하나 없이 선반에 놓여 있었다. 다만 표면에 붉은 선이 하나 새겨져 있었다. “원래 있던 표시입니까?” “아뇨.” 창구 책임자가 답했다. “새로운 겁니다.” “새겨진 시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정밀 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럼 먼저 원상태를 기록하고 검사합시다.” 아레인이 구슬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그리고 구슬에 남은 전송 기록을 확인했다. [송-4189 / 전송 실패] 기존 내용과 같았다. 하지만 다음 페이지에서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송-4189 / 재전송 신청 / 승인 대기] 신청 시각은 어젯밤. 즉 구슬이 사라진 걸 알기 전이었다. “이거 누가 신청했습니까?” 내가 묻자 담당자가 기록을 뒤졌다. “승인자는 비어 있습니다.” “신청자 번호는요?” “여기 있습니다.” [대리번호: 0003] 라델이 얼굴을 굳혔다. “0003은 옛 공동 감리 사무소에서 사용하던 식별번호입니다.” 세 번째. 또 세 번째다. “이 번호가 현재도 유효합니까?” “원래는 폐기됐어야 합니다.” “실제로 폐기됐다는 기록은요?” 라델은 고개를 저었다. “찾지 못했습니다.” 나는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장 무서운 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없는 줄 알았던 권한이 시스템에 살아 있는 상황이다. 우리 회사에서 퇴사한 직원 계정이 몇 년 동안 살아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 사실이 알려졌을 때 보안팀은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 여긴 그 규모가 훨씬 크다. 육백 년 된 권한이 남아 있다니. “대리번호 0003으로 다른 일을 한 기록도 있습니까?” 내가 묻자 담당자가 잠시 머뭇거렸다. “조회 권한이 필요합니다.” “그럼 누구의 승인이 필요합니까?” “공동 감리 사무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야. 완벽한 순환논리다. 없는 조직의 권한을 확인하려면 없는 조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세계 행정은 정말 대단하다. *** 저장 구슬의 외부 연결 기록도 살펴봤다. 기술 담당 마법사가 설명했다. “이 구슬은 저장 기능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요청이 들어오면 원격으로 보정 기록을 다시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럼 누가 멀리서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가능합니다. 다만 아무나 할 수는 없습니다.”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그렇습니다.” 마법사는 오래된 접근 목록을 보여 줬다. 대부분 병기창 공식 번호였다. 그런데 중간중간 대리번호가 끼어 있었다. “이 번호가 모두 같은 사람을 뜻합니까?” “아닙니다. 번호는 권한의 종류를 뜻합니다. 하나의 번호를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 이제야 중요한 사실을 들었다. 우리가 쫓는 0003은 사람 이름이 아니었다. 권한 분류였다. 그 사실을 듣자 머릿속 그림이 조금 달라졌다. 누군가 한 명이 모든 기록을 조작했다고 상상할 필요가 없어졌다. 옛 시스템의 빈 권한을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럼 번호를 실제 사용자와 연결하는 기록은 어디 있습니까?” 마법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은 발급기관에서 관리합니다.” “공동 감리 사무소요?”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없는 부서가 또 나온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구슬에 남은 마력 흔적을 감정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을 중계하면 원래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럼 조사 의견에는 '접속 위치 추정'이라고 적어야겠네요.” “정확합니다.” 우리는 감정 범위와 비용을 확인했다. 마법사는 실험에 보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구슬을 열어 놓으면 안 되겠군요.” “네. 봉인해야 합니다.” 루시아가 툴툴거렸다. “범인을 잡는 데 보름이나 걸린다고?” “아직 범인이라고 할 사람도 없잖아요.” “아, 그렇지.” 그녀는 정말로 아쉬워했다. 나는 마법사에게 실험 결과를 두 기관에 동시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한쪽에서 먼저 받아 내용을 바꿨다는 시비가 생기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라델이 옆에서 말했다. “그대는 모든 일을 불신에서 시작하는군요.” “아뇨. 서로 신뢰할 방법을 만드는 거죠.” 그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조용히 따라 적었다. 아레인은 각 기관이 가지고 돌아갈 사본에 같은 접수번호를 달았다. 나는 보관 기간과 담당자 교체 시 인수인계 절차도 적었다. 마법 구슬은 오래가겠지만 관리하는 사람은 언젠가 바뀐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육백 년 전의 서명자를 찾느라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오늘 남긴 기록만큼은 후대가 욕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우리는 일단 구슬을 보존했다. 라델은 왕국 측 보관 책임자로, 나는 마왕성 측 입회인으로 서명했다. 원본을 한쪽이 가져가면 나중에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중립 교역소 금고에 봉인 보관하기로 했다. 루시아는 탐탁지 않아 했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을 적국 사람들과 같이 보관한다고?” “그래서 양쪽이 확인해야 열리도록 하는 겁니다.” “한쪽이 배신하면?” “다른 쪽이 알아차리도록 기록을 남기죠.” “그럼 둘 다 배신하면?”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기사단장님, 오늘따라 상당히 현실적인 질문을 하시네요.” “흥.” “둘 다 배신하면 별도 보존한 사본과 증인의 진술을 대조해야겠죠.” 그녀는 한동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적을 베는 것보다 오래 걸리는군.” “그래서 전투보다 회계가 어렵습니다.” “그건 인정할 수 없다!” 아, 또 시작이다. 돌아오는 길에 피코에게서 전보가 왔다. [도윤 님! 00-성전 열람 요청 기록이 또 하나 발견됐어요.] 나는 마차 안에서 전보를 펼쳤다. [신청자: 대리번호 0003] [대상: 제3서명 보관함] [신청 시각: 내일 새벽] 내일 새벽?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이 서류에 기록돼 있었다. 나는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 연호도 맞고, 시각 환산도 맞다. 누군가 미래의 열람을 예약해 둔 것이다. 그런데 승인자는 여전히 공란이었다. 아. 이제 곧 누가 움직일지 기다리면 되는 건가. 문제는 그 사람이 마왕성에 올지, 왕국에 나타날지,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을지였다. 나는 펜을 꺼냈다. 시간이 정해진 사건이라면 준비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보관함을 지키는 사람, 기록할 사람, 외부의 출입을 확인할 사람. 그리고 혹시 모르니 야식비도. 이번엔 정말 야근을 피하기 어렵겠군.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3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3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