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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30화
PAYLUA ORIGINAL · 제30화

30화. 왕국 감사단이 내일 옵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460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 조사단이 정말로 온단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솔직히 놀랄 힘도 없었다. 지난 며칠 동안 왕국 공문이 두 장으로 갈라지고, 마왕의 도장 모양이 합쳐지고, 사라진 검은 철 부품으로 변하고, 안전 장비비는 어디론가 흘러갔다. 그 정도를 겪고 나니 조사단 한 무리가 성문에 나타난다는 말은 오히려 평범한 일처럼 들렸다. 문제는 날짜였다. "내일 오전?" 나는 피코가 내민 전보를 다시 읽었다. [왕립재무청 특별 조사단, 내일 제2시각 도착 예정] "사흘 뒤라고 하지 않았어?" "그때는 예정이라고만 했어요. 오늘은 확정 통지가 왔고요." "하루 전에 알려주는 게 확정 통지야?" "왕국 사람들은 원래 그러지 않나요?"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이 세계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피코가 벌써 왕국의 업무 문화를 파악한 모양이다. "실장님께 보고했어?" "네. 그런데 실장님은 오늘이 교대 휴무일이라서……" "좋아. 휴무는 지켜. 내가 처리할게." "정말요?" "응. 그러니까 너도 퇴근 시간 지켜." 피코는 약간 아쉬운 표정이었다. 어째 여긴 퇴근하라고 해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전보를 탁자 위에 놓았다. 이제부터는 상대방이 실제로 오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했다. *** 가장 먼저 조사단의 신원을 확인했다. 왕국이 보낸 명단에는 재무청 조사관 두 명, 군수 감독관 한 명, 기록관 한 명이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낯익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수석 자문관: 왕국 재무관 라델] 어라. 라델. 소환된 다음 날 내게 출정 수당도 보험도 없다고 말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나는 그때 표정을 아직 기억한다. '용사의 사명은 신성하므로 보수는 없다'고 아주 자연스럽게 말하던 얼굴. 그 사람이 지금 나를 조사하러 온단다. 아. 세상 참 좁다. 다른 세계까지 왔는데 전 직장의 감사팀보다 더 집요하게 인연이 이어지네. 루시아는 명단을 확인하자 검을 뽑았다. "그자가 너를 쫓아냈다고?" "재무관은 제 질문에 답을 안 했을 뿐입니다. 추방 명령은 국왕이 내렸죠." "어쨌든 적이다!" "손님입니다. 적어도 정식으로 들어오는 동안은요." "너를 잡아가겠다고 하면?" "그때는 제 근로계약과 왕국의 신성 서약 문제를 구분해서 설명해야죠." 루시아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인간. 너는 정말 검보다 입이 빠르구나." "기사단장님이 제 입까지 휘두를 순 없잖아요." 그녀가 검을 다시 넣었다. 좋다. 첫 번째 위기는 넘겼다. *** 제르칸은 전날 밤부터 알현실을 꾸미기 시작했다. "검은 촛대를 열 배로 늘려라! 적국 사자들이 본왕의 위엄을 보고 무릎 꿇게 할 것이다!" 나는 견적서를 확인했다. "전하, 촛대 열 배는 너무 비쌉니다." "그러면 다섯 배!" "그것도요." "세 배!" "기존 촛대도 충분한데요." 제르칸이 나를 노려봤다. "인간. 적국 사자들이 본왕을 하찮게 보면 어쩌느냐?" "촛대 숫자로 마왕님의 위엄을 판단할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정상적인 조사관은 아닐 겁니다." "……그렇겠군." 몰트가 없어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말이 통했다. 대신 마왕은 왕좌 뒤에 검은 깃발을 세 장 더 걸었다. 비용은 창고에 있던 것을 재활용해 거의 들지 않았다. 나는 칭찬했다. "좋은 결정입니다." 제르칸이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본왕은 절약하는 군주다." 그 말에 근위병 한 명이 뒤를 돌아봤다. 내가 못 본 척했다. *** 조사단을 맞을 회의실에는 서류함 세 개를 준비했다. 첫째, 공개 가능한 거래 개요. 둘째, 원본 대조가 끝난 증거의 목록. 셋째, 비공개 자료의 존재와 열람 제한 사유. 원본 서류는 따로 보관했다. 누가 가져갔는지 모르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열람자 서명과 반출 금지 문구를 붙였다. 피코가 물었다. "조사관이 강제로 원본을 가져가겠다고 하면요?" "누가 어떤 권한으로 가져가는지 물어봐야지." "막을 수 있어요?" "법적인 권한은 우리가 확인해야 해. 나라끼리 전쟁 중이니까 더 복잡해. 그래서 루시아 기사단장이 있는 거고." "루시아 님이 검을 뽑으면 서류가 더 엉망이 될 텐데요." 나는 피코를 바라봤다. 아. 문제의 본질을 아는 동료가 생겼구나. "그래서 내가 미리 검을 안 뽑는 절차를 설명할 거야." "그걸 지키실까요?" "……노력은 해봐야지." *** 오후에는 나르딘에게 답이 왔다. 흑산 상단은 식량 납품분에 대한 독립 검수와 지급 보증 계정 운영을 원칙적으로 수락했다. 다만 과거 군수 거래 자료 제출에 대해서는 본사 법무 책임자의 의견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진전이었다. 나는 회신문을 작성했다. [식량 공급 계속. 검수된 실물에 대해서만 지급. 기존 군수 거래의 책임은 별도 검토.] 루시아가 뒤에서 읽다가 말했다. "나쁜 놈에게도 협상해 주는구나." "나쁜 놈인지부터 확정해야죠." "너무 느리다." "기사단장님. 검을 잘못 휘두르면?" "다른 곳을 베겠지." "사람은 되돌릴 수 없잖아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 침묵이 고마웠다. *** 조사단 도착을 하루 앞두고 뜻밖의 손님도 찾아왔다. 베르였다. 창고에서 발견된 뒤 회복 중이던 그가 재정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직 안색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걷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도윤 님, 자료 정리를 돕고 싶습니다." "몸은 괜찮아?" "네. 다만 밤샘은 못 합니다." "잘됐네. 우리도 밤샘 안 해." 베르는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그에게 보존함의 구분표를 건넸다. 공개 자료, 제한 열람 자료, 원본 대조 대기 자료. 셋을 나눠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베르는 한동안 서류를 살피다가 말했다. "예전에 제가 발견한 기록도 여기에 있나요?" "있어. 제17군단 식량 인수대장이야." "그걸 꼭 지켜 주세요." 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은 봉인해 뒀어. 열람 기록도 남길 거야." "그럼 안심이 됩니다." 베르가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서류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잡아내는 일만이 아니었다. 증언한 사람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감사 이후의 일이었다. 해가 질 무렵, 보르크에게서 작은 편지가 도착했다. 왕국 상인인 그가 마왕성에 편지를 보내는 일은 이제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도윤 씨. 조사단이 출발했다는 소식은 사실이오. 다만 명단에 적히지 않은 마차가 한 대 더 붙었다오. 짐이 아니라 사람이 타고 있었고, 왕실의 검은 문장을 가렸더군.] 나는 편지를 한 번 더 읽었다. 정식 조사단 외의 마차. 어쩌면 수행원일 수도 있다. 보안 인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명단에 없다면 성문에서 확인해야 할 대상이다. "피코, 이 편지 접수해 줘. 그리고 출입 예정자 목록에 미등록 마차 확인 항목을 넣자." "네!" 나는 바르코가 채석장에서 가져온 운송표 사본도 꺼냈다. 마차 한 대. 그냥 같은 단위라는 이유로 두 사건을 연결하면 안 된다. 대신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있다. 성문에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실물과 서류가 맞는지. 허가 범위를 벗어난 물건이 있는지. 문서가 불완전할수록 기본을 지켜야 한다. *** 그날 밤 나는 잠을 거의 못 잤다. 이유는 무서워서가 아니라 회의실 배치도 때문이었다. 마왕성 회의실에 인간 왕국 조사관을 앉힌 전례가 없어 의자를 어디에 놓을지부터 난리였다. 의전실장은 조사관들이 마왕의 권위에 눌리도록 왕좌 아래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시아는 도망가지 못하게 출입구 앞에 앉히자고 했다. 나는 양쪽에 충분한 통로를 두고 가운데 탁자를 놓자고 했다. "왜 그렇게 배치해야 하느냐?" 제르칸이 물었다. "서류를 함께 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본왕이 더 높게 앉아야 할 이유는?" "전하께서는 회의 주재석에 앉으시면 됩니다. 상대가 종이를 읽을 때마다 고개를 한껏 치켜들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겠군." 마왕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 문제는 일단 해결됐다. 그다음은 간식이었다. 주방장은 왕국 사자에게 해골 모양 과자를 내놓자고 했다.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내가 묻자 주방장은 눈을 깜빡였다. "우리 성에서는 인기 상품입니다만." "모양이 좀……" "입에 넣으면 달콤합니다!" "그게 더 무서울 수도 있어요." 결국 과자는 평범한 둥근 모양으로 바뀌었다. 사소한 일 같았지만 어쨌든 서로 싸우지 않고 문서를 읽는 게 이번 회의의 목적이다. 나는 피코와 함께 접수 표지판을 세웠다. [왕국 특별 조사단 안내 / 인원 확인 / 무기 보관 / 자료 열람] 피코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정말 회사 같아요." "원래 회사잖아." "아뇨. 예전에는 손님이 오면 경비병들이 먼저 소리를 질렀거든요." "이제는?" "먼저 이름부터 묻겠죠!" 나는 웃었다. 마왕성의 발전이란 어쩌면 이런 데 있는지도 몰랐다. 낯선 사람에게 창부터 겨누는 대신 이름을 묻고, 서류를 들고 오면 읽어 보는 것. 물론 그 사람이 정말 적이라면 루시아가 창을 겨누겠지만. *** 늦은 밤 몰트가 재정실 문 앞에 서 있었다. 교대 휴무일이었는데 굳이 나를 찾아온 것이다. "도윤." "실장님, 휴무시잖아요." "내일 조사단이 오는데 자네 혼자 감당하게 둘 수는 없지." "규정은 제가 정리해 놨습니다. 실장님은 쉬셔도 됩니다." 몰트가 두개골을 저었다. "나는 자네를 이 성에 들여놓은 사람일세. 그러니 내일 누가 자네의 권한을 문제 삼으면 내가 답하겠네." 갑자기 목이 메었다. 한국 회사에서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책임자가 사라지는 경우를 자주 봤다. 반면 몰트는 천이백 년 동안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서투른 상사지만, 적어도 자기 직원 앞에는 서 있었다. "실장님." "왜 그러나?" "그래도 다음부터는 근무표를 지키세요." 그가 어이없다는 듯 턱을 달그락거렸다. "이런 순간에도 그 말을 해야겠나?" "네. 오래 사셔야 저도 승진하죠." 몰트가 소리 없이 웃었다. 나는 그날 마지막으로 열람 기록부를 확인하고 촛불을 껐다. 왕국에서 어떤 문서가 오든 준비할 수 있는 만큼은 준비했다. 이제 내일은 서로의 말을 들어 볼 차례였다. 다음 날 아침. 왕국의 흰색 마차 세 대가 마왕성의 해자 앞에 멈춰 섰다. 해골 경비병들이 창을 세웠다. 오우거 반장은 오늘따라 아주 의기양양했다. "등록된 마차 세 대! 모두 확인!" "보르크 씨가 말한 네 번째 마차는요?" 내가 묻자 반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없다!" 나는 성문으로 걸어 나갔다. 흰 갑옷을 입은 조사관들이 차례로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 마차에서 중년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정한 수염. 반듯한 옷차림.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 라델 재무관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용사님."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제는 용사가 아니라 한도윤 재정실 직원입니다." 라델의 미소가 어색해졌다. "왕국에서는 아직 용사님이십니다." "그 문제는 계약서를 보고 이야기하시죠." 내가 회의실 쪽으로 손짓하자 라델은 웃음을 거뒀다. "그 전에 하나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그는 품에서 작은 문서를 꺼냈다. [왕국 재무청 발급 원본 확인서] "귀하께 전달된 두 통지서 가운데 한 장은 저희가 승인하지 않은 문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라델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왕국에서도 누군가 공문을 바꿨다는 뜻입니다." "누가요?" "그걸 확인하러 왔습니다." 그가 두 번째 종이를 꺼냈다. 겉에는 아무 표기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그 종이를 받는 순간 허리에 찬 성검이 아주 작게 울었다. [신성 장비: 계약 관련 기록 감지] 나는 검집에 손을 얹었다. 라델이 내 얼굴을 살폈다. "그 검도 알아보는군요." "뭘요?" "그 서류의 이름 말입니다." 그는 천천히 첫 줄을 가리켰다. [공동 보관 계정 00-성전 / 열람권한 확인 요청] 내가 찾던 봉인 계정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돈인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누가 만들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라델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한 재정관. 이 서류를 함께 확인하지 않으면, 우리 둘 다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왕국에서 쫓겨난 뒤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를 조사하러 온 사람이 먼저 내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좋아. 도와줄 수는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라델 재무관님." "말씀하십시오." "원본부터 보여 주세요." 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제 국왕의 재무관까지 내 업무 습관을 알고 있다니. 출세했다고 해야 하나, 인생이 꼬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번 출장비는 반드시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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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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