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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26화
PAYLUA ORIGINAL · 제26화

26화. 안전모 대신 왕관을 쓰셨다고요?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372자

오프라인 책장
제3갱도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안전모가 아니었다. 금색 왕관이었다. 정확히는 왕관처럼 생긴 쇠테였다. 가느다란 뿔이 여러 개 달려 있고 정면에는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저건 뭡니까?" 내가 묻자 바르코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갱도 작업장 관리자 표식입니다." "작업할 때도 씁니까?" "그렇죠. 지휘권을 표시해야 하니까." 나는 왕관을 쓴 관리자를 바라봤다. 바로 옆 작업자들은 금이 간 헬멧을 돌려 쓰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대비였다. 위에는 장식품, 아래에는 낡은 보호구. 마왕성의 예산이 어디를 향하는지 시각적으로 아주 잘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저 보석은 진짜입니까?" "마력이 들어 있는 장식입니다." "갱도 안전과 관련 있습니까?" "관리자의 위엄에 관련 있습니다." 아. 그러면 안 되는 쪽의 비용이군. 루시아가 왕관을 살피다가 말했다. "전장에서는 지휘관이 눈에 띄면 먼저 화살을 맞는다." 관리자의 얼굴이 하얘졌다. "저, 저희는 전장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돌에 머리를 맞겠군." 그것도 위협은 아니라 순수한 관찰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위협처럼 들렸다. *** 우리는 제3갱도의 운송장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관리자 사무실에 들어갔다. 게르온 소장은 밤새 자료를 정리했는지 눈가가 퀭했다. 나는 그 얼굴을 보자 조금 마음이 약해졌다. 밤샘 후에 회계팀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소장님, 우선 어제 보존 요청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른 끝내고 돌아가시오." "그럴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왜 서류가 더 늘었소?" "끝내려면 확인할 게 생겨서요." 게르온이 머리를 감쌌다. 대체로 현장 책임자들이 나를 만날 때 보이는 반응이었다. 나는 운송장 번호 141부터 159까지를 나열했다. 142부터 158까지의 문서가 비어 있었다. 하지만 수레 운행표에는 그 기간에도 하루 두 번씩 운행이 있었다. "이 운행표를 작성한 사람은 누구죠?" "마부들이오." "수령 확인은요?" "작업장 경비병이 했소." "그럼 마부와 경비병의 기록을 각각 확인하겠습니다." "둘 다 상단 계약직이오." "그래서 더 좋습니다. 작성한 사람이 다르면 실수도 다르게 남거든요." 게르온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상관없다. 자주 보는 표정이다. 조사를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밖에서 굉음이 울렸다. 쿠구궁! 바닥이 흔들렸다. 가까운 선반의 잉크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책상 아래로 몸을 숙였다. "뭐, 뭐야!" 루시아가 창문으로 달려갔다. "제3갱도 쪽이다!" 바르코가 벌떡 일어났다. "작업자들이 안에 있습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장부가 사라지는 것과 사람이 다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나는 서류를 덮었다. "현장부터 갑시다." *** 갱도 입구에는 먼지가 자욱했다. 커다란 바위가 통로 일부를 막고 있었고, 작업자들이 뒤엉켜 있었다. 누군가 손전등처럼 빛나는 마력등을 흔들며 소리쳤다. "안쪽에 네 명이 남았어!" 루시아는 망설이지 않았다. "전원 뒤로 물러나라!" 그녀가 검을 뽑는 순간 공기가 떨렸다. 붉은 검기가 무너진 바위를 향해 뻗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런데 바위는 잘리지 않았다. 루시아가 검을 멈췄기 때문이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묻자 그녀가 아래쪽을 가리켰다. "바위를 베면 안쪽 지지대까지 무너진다." 아. 그렇구나. 전투광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베는 건 아니었네. 나는 갱도 도면을 펼쳤다. 어제 관리자 사무실에서 본 도면과 위치가 달랐다. 대피 통로 하나가 새로 뚫려 있었다.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집니까?" 바르코가 고개를 저었다. "새로 만든 물류 통로인데 아직 정식 표시가 없습니다." "사람이 통과할 수 있나요?" "몸집이 작은 사람이라면……" 잠깐. 피코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저 말이 나오자마자 임프를 집어넣자는 사람이 반드시 생겼을 것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고블린 작업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저 통로를 알아요. 하지만 중간에 문이 막혀 있습니다." "어떤 문인데요?" "마법 잠금장치요. 열쇠는 소장님만 가지고 있어요." 사람을 살릴 길이 열쇠 하나에 막혀 있었다. 나는 게르온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열쇠가…… 사무실 금고에……" "지금 가져와 주세요!" "금고 비밀번호는 관리단에서……" "소장님!"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사람 네 명이 안에 있어요!" 게르온이 멈칫했다. 루시아가 내 어깨를 잡았다. "이 인간 말이 맞다. 잠금은 내가 끊을 수 있다. 어디를 베면 되는지만 알려다오." 결국 게르온은 통로 안내도를 꺼냈다. 봉인된 문만 끊으면 구조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루시아가 돌파했고, 작업자들이 줄을 연결했다. 가장 먼저 다친 고블린 한 명이 나왔다. 팔에 피가 흘렀다. 그다음은 드워프 둘, 마지막은 타르였다. 타르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안에…… 아직……" "네 명이랬습니다. 다 나왔어요." "아니, 사람 말고…… 물건이……" 그는 눈을 감았다. 물건?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더 묻지 않았다. 다친 사람부터 회복실로 옮기는 게 먼저였다. *** 사고가 수습된 뒤, 나는 게르온에게 사고 발생 시각과 인원, 사용한 통로, 구조 과정의 결정을 기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사람이 다쳤는데 지금도 서류냐?" "그래서 서류입니다. 왜 다쳤는지 알아야 다음에는 안 다치니까요." "그게 전부요?" "아니요. 치료비도 누가 책임지는지 확인해야죠." 게르온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소장은 관리단으로부터 '안전 사고가 나면 현장 소장이 개인 비용으로 먼저 처리한다'는 지침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관리단은 직원 급여에서 안전 장비 적립금을 공제해 왔다. 나는 그 서류를 읽고 탄식했다. 이야. 직원한테서 돈을 받고, 소장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사고가 안 나면 남는 장사네. "소장님. 이 지침서 사본을 받을 수 있습니까?" "공개하면 내가 잘릴 거요." "제게 주신다는 기록을 남기고, 비공개 검토로 처리하겠습니다. 가능 여부는 소장님이 정하세요. 강제로 빼앗지는 않겠습니다." 그는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고 구석에 보관한 얇은 문서철을 꺼냈다.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다면 그건 조사받겠소. 하지만 그 애들이 다치는 건 싫소." 처음으로 사람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음이 있다면 고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쳐야 한다. *** 사고 기록을 남기는 동안 치료 담당자가 들어왔다. 그는 팔이 네 개 달린 마족 의사였다. 두 손으로 붕대를 감고, 나머지 두 손으로 환자의 맥을 짚었다. 한국 병원에도 저런 분이 계시면 응급실 대기시간이 좀 줄어들까 싶었다. "환자 넷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다만 당분간 작업은 무리야." "치료비는 얼마나 나옵니까?" 내가 묻자 의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말을 지금 묻나?" "책임을 확인하려고요. 환자에게 돈을 달라고 할 생각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 의사는 간단한 치료 명세서를 적어 주었다. 사용한 약품, 마력 소모량, 재활 기간이 구분돼 있었다. 나는 그 기록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약은 채석장 비품으로 비치된 물건입니까?" "아니. 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거야. 현장 약품 보관함이 비어 있었거든." 현장 약품 보관함이 비어 있었다. 그런데 월영 관리단의 비용 청구서에는 응급 치료 키트가 매달 열 상자씩 지급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이것도 기록해도 될까요?" 의사는 잠시 나를 살폈다. "기록해. 다음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약까지 다 떨어질지 모르니까." 나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 사고 현장을 더 조사하기 전에 루시아가 내게 말했다. "도윤, 네가 직접 무너진 갱도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알아요." "모르면서 들어가려는 눈인데." "제가 그런 표정을 짓습니까?" "장부에 숫자가 안 맞을 때 짓는 표정이다." 아. 정말 많이 봤구나, 이 사람. 나는 바깥쪽에서 현장 책임자와 함께 대피 도면을 확인했다. 갱도 내부는 구조대가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출입을 막았다. 확인되지 않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서류를 찾으러 들어가는 건 무모한 일이다. 그런데 도면 두 장이 서로 달랐다. 관리자 사무실의 정식 도면에는 대피 통로가 없었고, 갱도 입구에 붙은 현장 도면에는 새 통로가 그려져 있었다. "누가 수정했습니까?" 바르코가 말했다. "현장 대장장이가 지난달 그렸습니다. 통로가 뚫린 뒤에요." "승인 도장은요?" "관리단에 보내야 하는데 아직 결재가 안 났어요." 아니. 진짜. 사람이 나갈 길을 만든 뒤에도 도장 때문에 도면을 못 바꾸는 회사라니. 나는 즉시 현장 도면의 작성 날짜와 위치를 확인하고, 임시 대피 표지 설치를 요청했다. 마왕성의 정식 승인 절차도 필요하겠지만, 오늘 밤 누군가 다시 갱도에 들어가기 전에 적어도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있게 해야 했다. "임시로 표시하면 규정 위반 아닙니까?" 관리자가 물었다. "그럼 현장 위험 통제로 승인받을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무 표시 없이 놔두는 게 더 위험합니다." 루시아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중에도 퇴로를 표시한다. 안 하면 아군이 더 많이 다친다." 아. 오늘은 그녀가 제일 정상적인 말을 한다. 그렇게 임시 대피 표지를 세우고 구조대가 안전을 확인할 때까지 갱도 출입을 제한했다. *** 해가 기울 무렵, 게르온 소장이 내게 물었다. "재정관. 이런 일이 왕궁에 알려지면 나는 어떻게 됩니까?" "마왕성인데 왕궁이라니요?" "말이 그렇다는 거요. 전하께 보고되면 말이오." 나는 잠깐 그를 바라봤다. "잘못한 부분은 확인해야죠. 하지만 소장님이 잘한 부분도 함께 적겠습니다." "잘한 부분이라니?" "대피 통로를 열도록 협조하셨잖아요. 작업자 구조에도 참여하셨고요." 게르온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그건 당연한 일이오." "맞습니다. 그 당연한 일을 한 사람도 기록해야 하니까요." 그는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여기서 삼십 년을 일했소. 사고가 안 나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더군. 사고가 나면 모두 내 이름을 적었고." 그 말을 듣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는 한국에서 숱하게 보았던 현장 책임자들을 떠올렸다. 실적이 좋을 때는 윗사람의 공이 되고, 문제가 생기면 아랫사람의 책임이 되는 구조. "그럴수록 누가 무엇을 결정했는지 남겨야 합니다. 이번 사고도 그렇고요." 게르온은 내 손에 든 펜을 바라봤다. "그 작은 물건이 사람을 살릴 수 있겠소?" "펜 자체는 못 합니다. 하지만 다음에 같은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수는 있겠죠." 나는 보고서에 치료 조치와 임시 대피 통제, 안전 장비 미지급 의혹을 분리해서 적었다. 사람부터 살리고, 사실을 기록하고, 책임을 확인한다. 순서를 거꾸로 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언제나 현장의 사람이었다. 밤이 깊었을 때 타르가 나를 불렀다. 팔에는 새 붕대가 감겨 있었고 얼굴은 잿빛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녹슨 쇠 조각 하나를 꺼냈다. "이걸 보세요." 검날도 아니고 광석도 아니었다. 모서리가 일정한 쇠 연결 부품이었다. "무슨 물건입니까?" "제3갱도 깊은 곳에 저게 쌓여 있었어요. 돌이 아니라 철 부품이요." "채석장에 철 부품이 왜 있죠?" "몰라요. 그냥 밤에 옮기라고 해서요. 그런데 운송장 번호가 없는 날에도 마차가 들어왔습니다." 내 손이 멈췄다. "그날들 중 하나가 142번부터 158번이었습니까?" "번호는 몰라요. 날짜는 기억합니다." 그는 붕대 감은 손으로 달력의 세 날짜를 가리켰다. 모두 누락된 운송장 기간에 들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부품은 어떻게 가져오셨어요?" "무너질 때 발밑에 굴러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 기억합니까?" "저와 다른 세 명이요." 좋아. 독립적으로 확인할 사람이 있다. 나는 타르에게 그 부품을 돌려주었다. 증거를 갑자기 가져가면 오히려 분쟁이 생길 수 있다. 타르 동의 아래 위치와 모양을 기록하고, 이후 보관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재정관님." "네?" "저거, 검 만드는 데 쓰는 거 아닐까요?" 나는 쇠 조각을 다시 바라봤다. 수천 자루의 검이 사라진 사건. 왕국에서 넘어온 철 부품. 그리고 채석장 한가운데 쌓인 동일한 형태의 연결 부품. 아직 하나로 이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돌을 캐는 곳에 철 부품이 잔뜩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나는 펜을 꺼냈다. 이제 장부에 적힌 '검'이라는 단어부터 다시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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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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