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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23화
PAYLUA ORIGINAL · 제23화

23화. 마왕님의 도장에는 왜 뿔이 둘입니까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99자

오프라인 책장
도장이 두 개면 회사는 두 배로 안전해질까? 천만에. 우리 부장님이 결재 도장을 두 개 가지고 있던 시절, 나는 같은 지출결의서를 세 번이나 출력한 적이 있었다. 한 개는 본인이 잃어버리고, 한 개는 총무팀이 잘못 보관하고, 나머지 한 개는 끝내 누구 책상 서랍에 들어갔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고도 부장님은 말했다. '관리 체계를 이중화했으니 이제 안전하지.'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중화라는 말이 공포스럽다고 느꼈다. 지금 내 앞에는 마왕의 주도장과 부도장 인영을 확대한 양피지가 놓여 있었다. "이쪽은 정상 도장. 이쪽은 의심 문서에서 나온 인영입니다." 피코가 손가락으로 둥근 가장자리를 가리켰다. "똑같아 보이는데요?" "나도 처음엔 그랬어. 여기, 왼쪽 뿔 아래에 작은 홈이 있지?" "네." "정상 도장에는 없고, 의심 문서에는 있어." 몰트가 안광을 좁혔다. "마왕의 인장을 누가 손상시켰단 말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찍힌 종이가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찍을 때 먼지나 실밥이 끼어도 홈처럼 보이니까요." "그래서?" "원본 도장과 비교해 보려고요." 피코의 얼굴이 하얘졌다. "전하께서 도장을 빌려주실까요?" "원본 도장을 가지고 나오자는 게 아니야. 전하 앞에서 같은 종이에 찍어 달라고 부탁하자." "전하가 싫어하시면요?" "그럼 비교 못 했다고 적어야지." "그걸 적으시면 전하가 더 싫어하지 않으실까요?" 음. 이 녀석, 사회생활을 제법 배웠군. *** 제르칸은 예상대로 싫어했다. "본왕의 인장을 네 놈의 시험 도구로 쓰겠다고?" "같은 도장인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본왕의 도장은 세상의 어둠을 다스리는 권위의 상징이다!" "그 권위의 상징이 보급품 구매를 승인했다는 문서가 둘이나 나와서요." 마왕의 표정이 굳었다. "둘?" "네. 마흔셋 결재선의 개편 전후에 찍힌 문서인데, 날짜는 같은데 인영이 다릅니다." 루시아가 팔짱을 꼈다. "그렇다면 가짜 도장을 만든 놈을 베면 되겠군." "가짜인지부터 확인해야죠." "그걸 확인하려면?" "전하께서 도장을 찍어 주셔야 합니다." 루시아는 나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인간, 네가 말로 사람을 몰아가는 재주가 있구나." 아니다. 나는 그저 할 일을 설명했을 뿐이다. 결국 마왕은 도장 보관함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실물은 상자에서 꺼내지 않았다. 몰트와 근위대장, 그리고 내 앞에서 보관함의 봉인을 확인한 뒤 열었다. 주도장은 검은 금속이었다. 손잡이에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부도장은 주도장보다 작고 가벼웠다. 서류량이 급증할 때 실장 명의의 결재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고 했다. "어느 쪽을 실제로 쓰십니까?" "본왕은 중요한 문서에 주도장을 찍는다." "중요하다는 건 누가 정합니까?" 제르칸이 나를 노려봤다. "본왕이 정한다." 그렇구나. 정책 문서 한 줄로 요약하면 '중요한 것은 중요한 사람의 판단에 따른다'가 되겠다. 몰트가 새 양피지 세 장을 펴 놓았다. 날짜와 목적을 적고 각 도장을 한 번씩 찍었다. 나는 인영을 겹쳐 보았다. 정상 주도장에는 뿔 아래 작은 흠집이 있었다. 부도장에는 흠집이 없었다. 그런데 의심 문서에는 주도장의 흠집이 있는 동시에 부도장만의 꼬리 곡선이 나타났다. 둘을 섞어 놓은 모양이었다. "이건……?" 몰트의 음성이 낮아졌다. "두 인장을 합쳤군." "마법으로 합성한 이미지일 수도 있고, 둘을 본떠 새로 만든 인장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방식이 불명확해요." 제르칸이 천천히 일어났다. "어느 불충한 놈이 본왕의 권위를 훔쳤단 말이냐." 나는 마왕을 올려다봤다. "전하, 우선 도장 보관함 출입기록을 보존해야 합니다." "그런 하찮은 기록이 있느냐?" "없으면 오늘부터 만들겠습니다." "……만들어라." 원래 성격이 이 정도로 순한 분은 아니다. 다만 자기 도장을 누가 몰래 썼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꽤 긁은 모양이었다. *** 보관함 출입기록은 없었지만 열쇠 지급대장은 있었다. 문제는 열쇠를 관리하는 경비병이 세 명이고, 그중 한 명은 쉰 해 전에 전역했다는 것이다. "퇴역한 사람의 열쇠는 회수했습니까?" 경비대장이 갑옷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문을 바꿨습니다." "그럼 현재 열쇠는 몇 개죠?" "셋입니다." "대장님이 가지고 계신 건요?" "하나입니다." "나머지 둘은?" "몰트 실장님 하나, 전하의 의전실 하나입니다." 좋다. 최소한 숫자는 맞네. 그런데 몰트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작년에 내 열쇠를 잃어버렸네." "……뭐라고요?" "새로 맞췄지." "그럼 지금 열쇠는 넷 아닌가요?" "아. 그렇겠군." 천이백 년 회계 책임자를 존경하지만, 가끔은 회계와 생활이 다른 학문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다. 우리는 열쇠 분실 신고와 문 잠금 변경 요청을 동시에 올렸다. 마왕은 '성문을 무너뜨려서 새로 세워라'고 했다가 비용 견적을 본 뒤 조용해졌다. 나는 의심 문서 두 장의 인영 비교 결과를 서명된 보고서에 넣었다. '위조 확정'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대조 가능한 증거가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다. 몰트는 내가 분실된 열쇠 이야기를 적는 걸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자네가 오기 전에는 아무도 열쇠 하나 때문에 이렇게 회의를 길게 하지 않았네." "지금도 열쇠가 어디 있는지 모르시잖아요." "그렇지." "그러면 회의할 이유가 있는 겁니다." "자네 말은 늘 맞아서 기분이 나쁘군." 나는 웃었다. "실장님, 오늘은 열쇠를 잃어버린 사람을 혼내려는 게 아닙니다. 잃어버려도 사고가 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몰트가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다면 다음에 누군가 잃어버리면?" "즉시 신고하게 해야죠. 숨겼다가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요." 피코가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도 잃어버린 물건이 하나 있는데요." "뭔데?" "지난달 제 야근 식권이요." 몰트와 나는 동시에 그를 바라봤다. "식권?" "네. 그런데 그날은 밤새 일해서 식당에도 못 갔어요." 아. 이 회사의 열쇠보다 급한 문제가 또 있었네. 나는 피코에게 미사용 식권 처리부터 확인하자고 했다. 작은 권리를 놓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장부를 바꾸는 첫걸음이었다. 그때 피코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 "도윤 님, 도장 찍힌 순서를 알 수는 없나요?" "왜?" "인영이 겹쳐 있잖아요. 어느 쪽이 먼저 찍혔는지 알면 두 번 찍은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나는 그를 바라봤다. 정말 좋은 질문이었다. "피코. 어제 밤에 잠 덜 잔 건 혼냈지만, 지금은 칭찬해야겠다." "정말요?" "응. 제법 회계감사 같아졌는데?" 피코가 뿔 끝까지 빨개졌다. *** 도장 보관실을 나오자마자 의전실장이 나를 불러 세웠다. "재정관, 전하의 인장 이야기가 성 안에 퍼지면 안 되네." "왜요?" "전하의 권위가 흔들리지 않겠나." "그건 이해합니다. 그래서 조사 결과는 승인받은 사람에게만 공개하려고요." 의전실장은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그대도 비밀을 지킬 줄 아는군." "감사라는 게 모든 걸 소리쳐서 떠드는 일은 아니니까요." 나는 보관실 밖에 붙일 안내문을 보여 줬다. [인장 열람·사용 시 담당자, 목적, 문서번호 기재. 임의 반출 금지.] "이렇게 하면 귀찮아지겠지." "네. 대신 나중에 누가 도장을 찍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의전실장은 안내문을 오래 바라봤다. "예전에는 전하께서 직접 서류를 살피셨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자 사람에게 일을 맡기게 되었지. 시간이 흐를수록 직인 하나가 전하의 말보다 더 자주 돌아다녔네." 그가 처음으로 의전실의 속사정을 이야기했다. "서명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건가요?" "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하의 뜻을 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졌지." 나는 그 차이를 생각했다. 왕국에서도 비슷했다. 국왕의 명령이라면 누구도 묻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명령문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다. "그럼 오늘부터라도 바꾸면 됩니다." "전통을 바꾸는 일이 그렇게 쉬운 줄 아나?" "쉽진 않죠. 그래도 일단 한 장 붙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는 안내문의 모서리에 못을 하나 박았다. 의전실장이 피식 웃었다. "정말 용사답지 않은 용사로군." "칭찬이죠?" "글쎄." 이 세계 사람들은 왜 칭찬을 할 때마다 이렇게 애매하게 말하지? *** 마왕의 인장을 비교한 자료를 정리하다가 피코가 예전 보존함을 열었다. "도윤 님, 여기 옛날 서류가 있어요." "어떤?" "전하의 도장 모양을 새로 만드는 비용 견적서예요." 나는 얼른 받아 들었다. 수십 년 전의 문서였다. 당시 의전실은 오래된 도장이 닳아 인영이 흐려진다며 교체 비용을 청구했다. 새 도장을 만들면 구형은 폐기하도록 돼 있었다. "실제로 폐기했습니까?" 의전실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담당자는 이미 전역했네. 기록이 남아 있나?" 보관함을 뒤져 보니 폐기 완료 확인서는 없었다. 대신 '의전 창고 이관'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럼 도장이 하나 더 있을 수도 있겠네요." "옛날 것은 형태가 다르네. 지금 의심 문서와 같다고 단정할 수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몇십 년 전의 도장과 오늘의 복합 인장은 별개의 사안이다. 하지만 원본과 부본, 구형 인장까지 몇 개가 남아 있는지 전수 확인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열쇠 목록부터 다시 만들겠습니다." "얼마나 걸리겠나?" "실물 확인이 끝날 때까지요." 의전실장은 한숨을 쉬었다. "우리 성에도 평화로운 날이 올까?" "적어도 결재실에는 올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나름대로 위로라고 한 말이었다. 의전실장은 전혀 위로받지 못한 표정이었다. 우리는 마법 염료를 다루는 성내 인쇄공을 찾아갔다. 인쇄공은 다리 여섯 개 달린 거미 마족이었다. 잉크 대신 은빛 액체를 먹고 문서에 글자를 찍어내는 일을 했다. "인영의 겹침을 볼 수 있느냐고?" "네." "가능하지. 단, 원본을 태울 수도 있어." "그럼 안 됩니다." "아니, 아주 조금만." "안 됩니다." "내 기술을 못 믿는군." "기술은 믿는데 원본은 하나뿐이라서요." 인쇄공이 불만스럽게 팔을 뻗었다. 우리 회사 기술직에게도 자존심은 있었다. 나는 대신 같은 도장으로 찍은 시험 문서를 내밀었다. "이걸로 먼저 방법을 검증해 주세요." 거미는 잠시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원본을 아끼는 놈은 마음에 들어." 시험 결과는 의외였다. 마법 인장은 일반 잉크처럼 표면에 겹치는 것이 아니라 종이 속의 마력 결을 바꿨다. 두 번 찍으면 결이 어긋난다고 했다. 우리가 가진 의심 문서의 종이에는 결이 한 번만 뒤틀려 있었다. "그럼 한 번만 찍혔다는 뜻입니까?" "맞아. 다만 어떤 물건으로 찍었는지는 모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중 인영을 가진 하나의 도구가 있을 가능성. 그 가능성을 기록하고, 시험 당시의 표본과 관찰자 서명을 함께 보존했다. 원본에는 손대지 않았다. 인쇄공이 나를 따라 나오며 물었다. "그런데 인간, 그런 인영을 왜 찾는 거지?" "검 구매 서류에 찍혀 있어서요." "검?" 그의 다리 하나가 멈췄다. "최근에 검 이야기를 하는 손님이 또 있었거든." "누군데요?" "상단에서 온 사람이야. 인장을 새로 만들고 싶다고 했지." "누구 이름으로요?" "그건 못 말해. 거래 비밀이니까." 나는 바로 재촉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결제 내역의 공개 가능 범위를 물었다. 주문자 이름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의뢰가 있었는지 확인할 증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거미는 계산대 아래에서 접수증 한 장을 꺼냈다. "이건 의뢰인 사본이라 넘겨줄 순 없어. 눈으로만 보라고." 날짜는 제17군단 검 구매 승인 날짜보다 나흘 빨랐다. 의뢰 품목은 '복합 인장 금형'이라고 적혀 있었다. 발주처 칸에는 낯익은 이름이 있었다. [흑산 상단 제2운송소] 나는 손에 쥔 펜을 내려다봤다. 이제야 적어도 어디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돈이 움직이기 전에 도장이 움직였다. 그렇다면 그 도장을 찍은 사람은 돈이 흘러갈 곳도 알고 있었을까? 모른다. 그래서 내일 또 물으러 가야 한다. 회계감사란 결국 모르는 걸 모른다고 적어 두고, 하나씩 알아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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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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