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에서 같은 번호로 서로 다른 공문 두 장을 보냈다.
누군가 내게 왜 그게 문제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겠다.
"사장님한테는 '협의 요청'이라고 보고하고, 신입 직원한테는 '당장 제출'이라고 협박하는 문서가 같은 결재번호면 문제가 없겠습니까?"
문제가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그런 사람은 보통 결재권자거나 결재권자의 친척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재정실에 들어오자마자 두 문서의 접수 경로를 추적했다.
피코는 밤새 일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 앞까지 데려다준 뒤에야 퇴근했다. 대신 아침 여섯 시부터 사무실에 와 있었다.
"너 출근 시간이 몇 시야?"
"여덟 시요."
"그런데 왜 여섯 시부터 와 있어?"
"궁금해서 잠이 안 왔어요. 두 봉투가 같은 거라면 누가 먼저 봉투를 열었는지……"
"피코."
"네?"
"호기심은 좋은데 수면을 담보로 잡지 마. 나처럼 된다."
"도윤 님처럼 되면 안 되나요?"
"어제 내가 저녁 먹는 걸 봤어?"
"아뇨."
"그게 답이야."
나는 그를 식당으로 보냈다. 아침 식사를 받아 오라는 말이 아니라 직접 먹으라는 말까지 두 번 강조했다. 이 세계의 임프들은 '상사를 위한 희생'을 너무 미덕으로 여겼다. 우리 회사 막내들과 비슷해서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보존함을 열어 공문 봉투를 꺼냈다. 두 장 다 왕실의 붉은 밀랍을 사용했다. 만져 보면 미세한 금가루가 섞여 있는 것도 같았다. 단지 밀랍 자국의 위치가 달랐다.
하나는 오른쪽 위. 다른 하나는 중앙.
나는 왕국의 문서 규칙을 모르니 이것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몰트 실장님. 대외 공문 접수대가 있다셨죠?"
"있네. 오늘 오후에 조회 결과가 오기로 했지."
"오후까지요?"
"왕국 측 마법 문서함이 오전에는 기도를 올린다더군."
"문서함이요?"
"그렇다네."
아주 좋다.
직원만 회의를 하는 게 아니라 서류함까지 종교 활동을 하는 세상이라니.
***
오전에는 오우거 경비반장을 만났다.
그는 문이 아니라 벽의 일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컸다. 목소리는 더 컸다.
"인간! 수상한 왕국 사자가 뭔 짓을 했는지 물으러 왔다고?"
"네. 보신 것만 말씀해 주세요."
"흰 갑옷! 푸른 망토! 말 두 필!"
"몇 시에 도착했습니까?"
"저녁 종 세 번 울린 뒤!"
"봉투는 몇 장이었죠?"
"두 장!"
"누구에게 전달했나요?"
"본왕께 직접!"
"반장님이 왕이셨어요?"
그가 헛기침했다.
"마왕 전하께 직접!"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려니 힘들었다.
"혹시 봉투를 뜯었습니까?"
"나는 글자를 못 읽는다!"
"그렇다고 손으로 못 뜯는 건 아니잖아요."
"안 뜯었다!"
그는 억울하다는 듯 양손을 번쩍 들었다.
"전하께 올리는 건 함부로 열지 않는다! 다만 두 번째 것은 서명받으려고 사자에게 다시 들려 보냈다!"
나는 펜을 멈췄다.
"다시 들려 보냈다고요?"
"사자가 돌아서 가기에 붙잡았지. '영수증 없이 가면 안 된다'고!"
오.
그런 말을 듣고 감동할 줄이야.
"반장님, 누가 영수증을 받으라고 했습니까?"
"네가 왔지 않느냐. 성문 접수부를 고치라고."
얼마 전에는 통행 물자의 실물 확인 기록을 남기자고 했다. 그때 경비대에서 서류를 귀찮아했는데, 어느새 사자에게까지 서명을 받는 모양이다.
"잘하셨습니다. 그 영수증 볼 수 있을까요?"
반장이 거대한 손으로 작은 수첩을 내밀었다. 종이는 거의 손가락 끝만 했다.
[왕실 사자: 렘 / 봉투 2건 / 수취인 서명 대기]
마지막 칸이 비어 있었다.
"사자가 서명을 안 했습니까?"
"아니. 서명은 했다! 잉크가 마르자 사라졌다!"
"사라졌다고요?"
"마법 잉크였나 보지!"
나는 수첩을 빛에 비춰 봤다. 종이에 눌린 자국은 남아 있었다. 이름을 쓰는 압력은 있는데 글자만 사라져 있었다.
이런 마법이라면 위조 방지용일 수도, 증거 제거용일 수도 있겠다.
"이 수첩 잠시 맡겠습니다. 사본과 인수증을 드릴게요."
"필요 없다!"
"필요합니다. 반장님도 지키려는 거예요."
그는 잠깐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런데 인간."
"네?"
"왕국 사자가 또 오면 잡아도 되나?"
"말은 잡지 마세요."
"왜?"
"말은 잘못이 없잖아요."
반장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것도 맞다며 웃었다.
***
점심시간에는 보르크에게 연락을 보냈다.
그가 왕국 상인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고마울 때도 있다. 나는 왕국 내부 정보를 훔쳐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그저 교역 허가서의 일반적인 유통 절차를 물었다.
반나절 뒤, 보르크의 답장이 왔다.
[용사 양반, 공문 번호는 재무청에서 만들지만 실제 운반은 상업길드나 군수창구에 맡길 수 있소. 그러니 도장만으로 발송자를 믿으면 큰코다친다오.]
아주 친절한 설명이었다.
그 아래에 작은 글씨가 더 있었다.
[참, 왕도에서는 이제 자네가 마왕성 세금을 다 없애 줬다고 소문이 났소.]
세금?
나는 세금을 없앤 적이 없다.
비용을 제멋대로 빼먹지 말라고 했을 뿐인데 소문이 어디까지 간 거야.
피코가 답장을 보며 웃었다.
"도윤 님, 인기가 많네요."
"내 인생에서 내가 한 일보다 소문이 먼저 도착하는 일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
"좋은 거 아니에요?"
"나쁜 소문이면 문제가 되겠지."
"세금 없애 준 건 좋은 소문이잖아요."
"그 말을 믿고 사람들이 세금 안 내면 재정실에 또 일이 생겨."
피코는 잠시 생각하다가 무릎을 탁 쳤다.
"그럼 소문 정정 공문도 보내면 되겠네요!"
아.
이 녀석, 진짜 서기 다 됐네.
"그건 오늘 보내지 말자. 보르크 씨한테 먼저 오해를 풀어 달라고 부탁하면 되니까."
나는 다시 답장을 썼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마왕성 세금 폐지는 사실이 아닙니다. 급여에서 부당하게 빠진 공제금을 정정했을 뿐입니다.]
보르크는 바로 답했다.
[그렇소? 그러면 물건값은 계속 내야겠군.]
당연하죠.
잠시 웃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왕국 쪽으로 돌아간 공문 하나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거래가 멈추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문서 한 장 때문에 길이 막히면 상인과 병사들이 먼저 불편해진다.
나는 접수대와 발급대가 다를 수 있다는 보르크의 설명을 보고서에 추가했다.
[발급번호 확인은 발신 경로 확인을 대체하지 않음.]
몰트가 그 문장을 읽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공문 하나에도 길이 있군."
"물건처럼요. 어디서 만들어졌고, 누구 손을 거쳐 왔는지."
"그 길을 따라가면 끝이 나겠나?"
"보통은 새로운 길이 나오죠."
말하고 보니 슬펐다.
내 직업에 왜 퇴근 시간이 없는지 알 것 같아서.
오후, 왕국 공동 교역장의 조회 회신이 도착했다.
몰트가 봉투를 열어 읽었다.
"일련번호는 실제로 발급됐네."
"둘 다요?"
"발급 목록에는 한 건만 있네. 다만 제목이 이렇군."
그가 내민 쪽지를 읽었다.
[전 용사 한도윤 관련 소환 의무 확인 요청 및 보급 거래 자료 협의]
나는 공문 두 장을 번갈아 봤다.
'협의'라는 말이 살아 있었다.
"그럼 제게 온 '제출 명령'이 수정된 문구일 수도 있겠네요."
"왕국 재무청이 고치지 않았다고 하면?"
"그때는 제삼자가 고쳤다는 가능성을 검토해야겠죠. 아직은 원문을 못 봤으니까요."
루시아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럼 원문을 가져오면 되겠구나. 내가 왕국 재무청으로 가겠다."
"기사단장님."
"왜?"
"왕국 재무청 직원들은 저희를 반겨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을 부수시면 더더욱요."
루시아는 실망한 얼굴로 검집을 내려놓았다. 요즘 그녀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적을 베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나는 정식 질의서를 작성했다. 발급 원문 열람 가능 여부, 문서 수정 이력, 사자 신분 증명 방식, 회신문이 실제로 등록되는 경로. 궁금한 건 많았지만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요구하지 않았다.
몰트는 내 초안을 보더니 말했다.
"왕국에 묻는 질문치고 정중하군."
"정중하게 물어야 나중에 상대가 답하지 않았다는 기록도 남죠."
"자네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방식도 정중하군."
그 말, 칭찬 맞죠?
***
저녁에는 마왕과 다시 회의했다.
제르칸은 조사 통지서 원본 두 장을 번갈아 읽고 있었다. 이윽고 손바닥으로 왕좌를 쾅 쳤다.
"그러니까 저들은 본왕에게는 청하고, 내 부하에게는 명령했다는 것인가?"
"문서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 발급 원문이 무엇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건방지다!"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마왕이 눈을 크게 떴다.
"네가 본왕에게 동의했다고?"
"사람을 데려다가 무급으로 일하라고 시키는 쪽이라면 원래 건방하죠."
"좋다! 오늘은 아주 마음이 맞는구나!"
제르칸이 호탕하게 웃었다. 루시아도 따라서 웃었고, 몰트는 두개골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들이 기분 좋아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자료 보존과 외부 제출 절차를 하나 만들까요?"
마왕의 웃음이 멈췄다.
"……또 규정이냐?"
"전하께서 화나실 때마다 결재를 바꾸시면 저희도 힘듭니다."
"본왕은 그런 일이 없다!"
몰트와 루시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왜 오늘따라 우리 회사 사람들은 눈을 피하는 데 이렇게 단합이 잘 되는 거지?
나는 두 장짜리 초안을 내밀었다.
[외부 자료 요청 접수 → 진위 확인 → 소관 부서 검토 → 민감정보 가림 → 결재 → 송부 기록 보존]
제르칸은 한참 들여다보더니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다.
"'민감정보 가림'은 뭔가?"
"상대가 알아야 할 내용만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전하의 침실 위치는 보급 거래와 무관하니까요."
"내 침실 위치를 저들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지!"
"그렇습니다."
"좋다. 이 규정은 특별히 승인한다."
의외로 쉬웠다.
자기 침실의 비밀을 지키는 데는 관심이 많으셨군.
회의 끝에 왕국의 특별 조사 요청 중 내 개인 서약 문제는 법적 근거를 다시 묻고, 보급 거래 문제는 거래 당사자와 요청 범위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제출 가능한 공개 자료는 따로 분류하되, 조사 중인 자료는 아직 반출하지 않는다.
나는 결재문서에 날짜를 적었다.
이 정도면 전쟁 대신 문서로 시작하는 첫 외교 협상이었다.
***
한편, 접수대에서 돌아온 오우거 반장이 내게 작은 종이를 한 장 더 내밀었다.
"이것도 필요한가?"
"뭡니까?"
"사자가 왔을 때 말에게 먹인 건초값!"
나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왕국 사자 말 두 필 / 건초 두 묶음 / 비용 은화 한 닢]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작은 기록이야말로 실제로 사자가 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독립 자료다.
"잘하셨습니다. 혹시 말 두 필의 색깔도 기억하세요?"
"한 마리는 흰색! 한 마리는 검은색!"
"마구간에 기록은요?"
"말의 발굽 자국까지 남았다!"
나는 환하게 웃었다.
오우거 반장은 뿌듯한 얼굴로 가슴을 폈다.
"나도 이제 감사관인가?"
"경비반장이시죠. 하지만 아주 좋은 기록 담당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기분 좋게 으르렁거리며 돌아갔다.
마구간 기록은 공문 출처의 답을 바로 알려 주지 못했다. 그래도 나중에 사자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큰 음모의 단서가 꼭 화려한 마법 문서에만 숨어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말이 먹은 건초값에도 숨어 있다.
그날 밤, 피코가 재정실로 뛰어 들어왔다.
"도윤 님! 아까 그 사자의 서명이요!"
"응?"
"수첩 종이를 약한 달빛에 비추니까 자국이 보였어요. 복사해 왔습니다."
그가 내민 종이에는 눌린 자국의 윤곽이 있었다. 이름 세 글자처럼 보였지만 선이 완전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렘'일까?
아니었다.
마지막 획은 이름이 아니라 숫자처럼 휘어 있었다.
나는 확대경을 꺼냈다. 마법 양피지의 표면에 기록을 옮겨 자동으로 대조해 봤다. 잉크가 사라져도 압흔의 깊이는 남았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확인한 뒤에야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왕국의 특별 교역 허가서에서 본 적 있는 표기였다.
[접수 창구: 동부 제4병기창 부속 사무소]
동부 제4병기창.
흑산 상단과 관련된 철 부품의 출발지로 기록된 곳이었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피코."
"네?"
"사자가 재무청에서 바로 온 게 아닐 수도 있겠다."
"왜요?"
"문서가 어디서 발급됐는지랑, 누가 그걸 들고 왔는지는 다른 문제거든."
수상한 건 많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 적었다.
그러니 다음에 해야 할 일도 정해졌다.
동부 제4병기창과 마왕성 사이를 왕래한 물건.
그 물건을 옮긴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사용한 접수번호.
고작 종이에 남은 자국 하나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정말 효율이 좋지 않은 직장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조금 웃고 있었다.
숫자가 도망가면, 찾는 맛이 있거든.
제2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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