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21화. 왕국에서 감사하러 왔습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256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에서 특별 조사 통지서가 날아왔다. 좋은 소식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는 내 이름을 제대로 썼다. 나쁜 소식은 나를 조사하겠다는 이유가 세 가지나 된다는 것이었다. [신성 소환 의무 불이행] [계약상 권리 무단 주장] [마왕성 불법 보급 거래 관련 자료 제출] 두 번째 항목을 읽고 잠깐 감탄했다. 권리를 주장하는 게 죄가 되는 나라는 처음이었다. 아니, 지구에도 비슷한 분위기의 회사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런 문장을 공문에 찍지는 않는다. "도윤 님, 안색이 안 좋으세요." 피코가 내 얼굴을 살폈다. "그래?" "방금 전까지 첫 월급 받았다고 웃으셨잖아요." "월급 들어온 날 세무조사 통지서를 받아 본 적 있어?" "세무조사가 뭔지는 모르지만, 저희 집에서는 월급날마다 어머니가 장부를 들고 오세요." "비슷해. 다만 네 어머니가 나보다 무서울 수도 있겠다." 피코는 정말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봉투를 뒤집었다. 왕국의 붉은 밀랍 봉인에는 왕실 사자의 문양이 선명했다. 양피지 가장자리에는 은색 섬유가 박혀 있었다. 문서를 받은 날과 전달한 사람을 따로 기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 익숙한 푸른 글자가 눈앞에 희미하게 떠올랐다. [절대 감사: 자료 출처 불일치 감지] 또 시작이군. 내 고유 스킬은 참으로 직장인스럽다. 다른 용사는 불을 뿜거나 산을 가른다는데, 나는 서류가 수상하다는 알림이나 받는다. 그것도 '왜 수상한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피코, 이 편지 누가 가져왔어?" "전하께 직접 전달된 거래요. 왕국의 흰 갑옷을 입은 사자라고 들었어요." "누가 받았는데?" "경비대의 오우거 반장님이요." 나는 일단 봉투와 공문의 상태를 기록했다. 봉인 파손 여부, 접힌 모서리, 페이지 수, 수신자 이름, 전달 경로. 한국에서 서류를 보존할 때도 그랬다. 가장 무서운 말은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셋이면 더 무섭다. "이거 사본 두 장만 만들어 줘." "왕국 문서인데요?" "그래서 더 필요하지. 한 장은 실장님께, 한 장은 보존함에. 원본은 봉투랑 같이 묶고." 피코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양피지를 꺼냈다. 마법 복사기를 사용하려는 모양이었다. "잠깐. 첫 장에 수령 시각도 적어." "그렇게까지요?" "나중에 누가 문서를 바꿨다는 소리가 나오면, 내가 오늘 저녁을 먹었다는 사실까지 증명해야 할지도 몰라." "저녁 드셨어요?" "……아직." "그러면 그건 못 증명하시겠네요." 아주 예리한 지적이었다. *** 몰트는 내 설명을 들으며 아래턱을 매만졌다. 뼈밖에 없으면서도 생각이 복잡할 때는 턱을 만지는 습관이 있었다. "왕국의 공문을 무시하면 외교 분쟁이 생길 걸세." "무시하자는 게 아닙니다. 답장을 하자는 거죠." "그렇다면 그대의 신성 의무에 관한 내용까지 설명할 텐가?" "그 부분은 개인 문제고, 보급 거래는 회사 업무입니다. 섞으면 안 돼요." 몰트가 잠시 눈을 깜빡였다. 정확히는 푸른 안광이 들썩였다. "서류 한 장을 둘로 나누겠다는 건가?" "질문이 세 개면 답도 세 개입니다. 그중 세 번째는 우리 회사가 가진 자료가 어느 범위까지인지 확인하고 답해야 하고요." "전쟁 중 적국에 감사 자료를 넘기는 것이 옳겠나?"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전하의 승인과 우리 보급 거래의 비밀 등급을 먼저 확인해야죠." 몰트는 천이백 년 동안 마왕성 회계를 맡았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적국에서 자료 제출 요청이 왔을 때의 처리 규정은 없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없었습니까?" "한 번 있었네. 사백 년 전 왕국이 보급품 출처를 묻기에, 당시 재정실장이 사자를 잡아먹으라고 명했지." "그다음은요?" "그 뒤로 요청서가 안 왔네." "당연하죠!" 이 세계의 문서 처리 방식은 가끔 놀라울 정도로 물리적이었다. 나는 공문 왼쪽 아래의 일련번호를 가리켰다. [왕재-특조-1741-092]. 왕국 재무청 공문은 예전에 여관에서 받은 지명수배 통지와 번호 구조가 달랐다. 그게 위조의 증거는 아니었다. 부서가 다르면 양식도 다를 수 있으니까. "실장님, 왕국의 전자…… 아니, 마법 문서 발급번호를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까?" "공동 교역장에 대외 문서 접수대가 있네. 전쟁 물자 허가증도 거기서 조회하지." "그럼 먼저 발급 사실만 확인해 볼까요? 내용까지 보여 달라는 게 아니라요." 몰트는 서랍에서 검은 인장을 꺼냈다. 어쩐지 불길한 기운이 흘렀다. "마왕성 재정실장 명의로 조회할 수는 있네." "좋습니다." "단, 왕국이 답한다는 보장은 없지." "답을 안 했다는 기록도 남기면 됩니다." 피코가 옆에서 열심히 적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윤 님, 만약 정말 왕국이 조사하러 오면 어떡해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회의실부터 청소해야겠지." "네?" "감사라는 사람들이 오는데 우리 회사 복도에 해골이 굴러다니면 첫인상이 안 좋잖아." 문밖에서 지나가던 해골 경비병이 자기 팔뼈를 주워 들었다. 죄송합니다. 듣고 계셨군요. *** 제르칸은 공문을 보는 순간 왕좌의 팔걸이를 세게 내리쳤다. 쾅! "감히 인간 왕국이 본왕에게 장부를 내놓으라 명령해? 당장 회답하라. '와서 가져가 보아라'라고!" 루시아가 옆에서 신나게 검집을 두드렸다. "그렇게 하시면 제가 맞이하겠습니다." 아, 이 조합 안 되겠다. 나는 손을 들었다. "전하. 회답하시기 전에 확인할 게 있습니다." "또 숫자냐?" "이번에는 날짜입니다." "날짜?" "공문에 답변 기한이 없습니다. 대신 일곱 날 뒤부터 조사관을 파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게 어떻다는 말이냐?" "일단 누가, 무엇을, 어떤 근거로 조사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먼저 화를 내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흘러갈 수도 있어요." 제르칸이 코웃음을 쳤다. "본왕이 인간의 술수에 놀아날 것 같으냐!" 그러고는 공문을 다시 읽었다. "그런데 이 '조사 사유'에는 왜 네 이름만 적혀 있느냐?" "제가 용사였어서요." "지금은 본왕의 직원이 아니더냐?" "그래서 문제죠. 왕국은 저를 개인으로 부르면서 회사 자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르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러면 적국이 우리 직원에게 서류를 빼오라고 시키는 셈인가?" "그렇게 해석할 여지는 있습니다. 확정할 증거는 없지만요." "증거, 증거. 네 입에서는 항상 증거라는 말이 나오는구나." "전하도 제가 근거 없이 전하의 비자금을 조사한다고 하면 싫으실 거잖아요." 왕좌가 조용해졌다. "……본왕에게 비자금은 없다." 루시아가 시선을 피했다. 몰트는 마른기침을 했다. 왜 다들 갑자기 다른 곳을 보는 거지? 나는 그 부분은 굳이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오늘의 안건은 외교문서다. 마왕의 비밀 망토 구매비는 다음 분기 감사로 미뤄도 된다. "제안이 있습니다. 발신 부서와 조사 권한을 확인하는 정식 회신문을 보내고, 우리 쪽 자료는 보존만 먼저 하겠습니다. 제출 여부는 별도 결재를 받겠습니다." "본왕이 거절하면?" "거절하셨다는 사실도 문서에 남기겠습니다." 제르칸이 고개를 젖혔다. "무서운 인간이로다." 칭찬으로 듣기로 했다. 결국 전하는 회신문 발송과 증거 보존을 승인했다. 루시아는 조사단이 실제로 오면 정문에서 무장 해제를 요구하겠다고 했고, 나는 '검을 휘두르기 전에 목록부터 받는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목록이 왜 필요한데?" "검을 몇 자루 맡겼는지 알아야 돌려줄 때 싸움이 안 나죠." "……그 말은 맞군." 놀랍게도 루시아가 수긍했다. *** 그런데 회신문을 작성하면서 아주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전하 명의로 회신하려면 어떤 제목을 써야 하죠?" 내가 묻자 의전실장이 가슴을 폈다. "위대한 어둠의 군주이시며 칠흑의 대지를 통치하시고 모든 사악한 군단을 거느리신……" "잠깐만요." "왜 끊느냐? 아직 절반도 안 왔는데."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제목이 길어서 수신자 이름을 적을 자리가 없었다. "직함은 '마왕 제르칸 폐하' 정도면 안 되나요?" "안 된다! 공식 칭호를 생략하는 것은 의전 모독이다!" "그럼 회신문 첫 장은 칭호, 두 번째 장부터 본문이겠네요." "그게 정식 예법이다." 세상에. 이런 데서 서식 비용이 발생할 줄이야. 나는 왕국으로 보내는 공문의 목적을 다시 읽었다. 조사 권한 및 발신 원문 확인 요청. 정중하지만 간결해야 한다. 긴 칭호가 그 목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의전실장님, 왕국이 답장을 보낼 때는 누구한테 보내죠?" "제르칸 폐하께 보내겠지." "그러면 마왕성 재정실이 접수하고, 전하께 보고하는 흐름이 필요합니다. 제목만 열 줄이면 담당 부서가 안 보여요." 의전실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전통이 아니라 행정이군." "맞습니다. 전통은 살리고, 접수처는 알아보기 쉽게 합시다." 결국 우리는 화려한 칭호를 표지에 넣고, 실제 회신 본문에는 [발신: 마왕성 재정실 / 전하 승인]이라는 표시를 따로 붙였다. 피코가 완성된 표지를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도윤 님, 멋있어요." "뭐가?" "전하의 칭호가요. 글씨가 엄청 많아요." "그래. 엄청 많지." 장부에 글자가 많다고 내용까지 충실해지는 건 아닌데, 그 말을 굳이 하지는 않았다. 의전실장과 실랑이를 벌인 덕분에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왕국이 받는 문서에도 형식과 내용이 따로 존재할 수 있다. 공식 번호가 같더라도 어느 담당자가 무엇을 전달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였다. 나는 새로 만든 발신대장 첫 줄에 회신문 번호를 적었다. [마재-대외-001] 피코가 그것을 보고 웃었다. "첫 번째예요?" "응. 이 회사에서 외부 문의에 제대로 답하는 첫 번째 공문이야." "그동안은요?" "사자를 잡아먹었다고 하셨지." 우리는 서로를 보고 잠깐 웃었다. 웃긴 이야기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다. 밤이 되자 재정실에는 나와 피코만 남았다. 몰트는 교대근무표에 따라 강제로 휴식을 취하러 갔다. 천이백 년 일한 리치에게 퇴근을 설득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불멸자에게 '과로로 죽는다'는 말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나는 새로 만든 문서 보존 목록을 확인했다. 왕국 조사 통지 원본 하나. 발신번호 조회 요청서 하나. 흑산 상단 구매 계약서 사본 열두 장. 월영 관리단 폐기 중지 확인서 세 장. "도윤 님." 피코가 손을 들었다. "왜?" "조사 통지서가 두 장이에요." "무슨 소리야?" 그가 문서함에서 똑같이 생긴 봉투를 꺼냈다. 왕실 문양이 찍힌 종이였다. 그런데 주소가 조금 달랐다. [수신: 마왕 제르칸 폐하] 아까 내가 읽은 것은 [수신: 전 용사 한도윤]이었다. "이건 어디서 났어?" "오우거 반장님이 서랍 아래에 끼어 있던 걸 가져다주셨어요. 봉투가 함께 도착했는데 전하께서 먼저 한 장만 보셨대요." 나는 두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비슷했다. 너무 비슷했다. 같은 일련번호. 같은 발행 날짜. 같은 조사단 명칭. 다른 것은 마지막 문장이었다. 내 앞으로 온 공문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마왕 앞으로 온 공문에는 '제출 협의를 요청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차이는 컸다. 적어도 내 회사의 문서 처리 방식에서는. 나는 손끝으로 종이를 훑었다. 희미한 푸른 줄이 종이 가장자리를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 [절대 감사: 동일 식별자에 상이한 내용 존재] 딱 거기까지였다. 어느 쪽이 원본인지, 누가 고쳤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피코가 침을 삼켰다. "둘 중 하나가 가짜일까요?" "글쎄. 발급 과정에서 수정본이 생겼을 수도 있지." "그럼 어떻게 해요?" 나는 종이 두 장의 모서리에 작은 번호를 적었다. 하나는 도윤 수신본, 다른 하나는 제르칸 수신본. 각각 별도 보존함에 넣고 접수인 두 명의 서명을 받기로 했다. "먼저 원본이 몇 개였는지부터 알아보자." "왜요?" "왜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왕국이 우리한테 무슨 말을 하는지도 통일이 안 되잖아." 그때 창문 밖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자정을 알리는 검은 종이었다. 피코가 두 봉투를 번갈아 바라봤다. "도윤 님. 둘 다 왕국에서 보낸 거라면요?" 나는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한 나라의 재무청이 같은 번호로 다른 명령을 내렸다는 뜻이 된다. 그건 문서 관리 실수일 수도 있다. 아니면 누군가에게는 명령하고, 누군가에게는 부탁한 흔적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확실한 건 하나였다. 내 첫 월급날은 지나갔고, 내일 출근해서 할 일이 또 늘었다. 정말이지. 마왕성 취업 공고에 '업무량은 왕국 사정에 따라 변동'이라고 적혀 있었던가?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21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21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