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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20화
PAYLUA ORIGINAL · 제20화

20화. 첫 월급보다 먼저 도착한 감사 통지서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3,092자

오프라인 책장
서류를 폐기하겠다는 회사만큼 성실하게 일하는 회사는 드물다.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하면 일주일씩 걸리던 사람들이 폐기 날짜는 정확하게 알려 준다. 월영 관리단도 그랬다. [문서 보존기간 만료에 따른 일괄 폐기 예정. 금일 자정.] 서류 한 장에 자정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섭게 보일 줄 몰랐다. “왜 지금까지 기다렸습니까?” 나는 몰트에게 물었다. “통보가 방금 왔네.” “원래 보존기간은 어떻게 되죠?” “백 년일세.” “그런데 왜 오늘 만료돼요?” “창립 백 주년이라더군.” 정말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좋다. 나는 곧바로 보존 요청서를 작성했다. 마왕성의 급여 공제와 연결된 계약이므로 관련 내역을 보존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었다. 다만 월영 관리단은 외부 업체다. 우리가 무작정 압수할 수는 없다. “루시아 님.” “드디어 공격하러 가는 것이냐?” “아닙니다. 공식 통지를 전달하러 갈 겁니다.” “또 종이냐.” “종이가 사람을 살릴 때도 있습니다.” “검이 더 빠르다.” “검을 쓰면 다음 장부를 받을 곳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그녀는 투덜거리면서도 따라나섰다. 월영 관리단은 북부 채석장 아래 오래된 사무소에 있었다. 우리는 해 질 무렵 도착했다. 마당에는 종이 상자가 쌓여 있었고, 두 명의 직원이 문서 묶음을 운반하고 있었다. 나는 입구를 막지 않고 담당자를 찾아달라고 했다. “오늘 문서 폐기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작은 안경을 쓴 마족 남자가 나타났다. “그렇습니다. 보존기간이 끝났습니다.” “관련 거래가 현재 감사 중인 건 알고 계십니까?” “그건 우리와 관계없는 일입니다.” “급여 공제 기금에서 귀사로 지급한 돈의 사용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따라 정당하게 받은 돈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확인하려는 겁니다.” 그가 나를 노려봤다. “당신이 뭔데?” 나는 사원증을 보여 줬다. [마왕성 재정실 계약·감사 담당 / 한도윤] 마족 남자가 웃었다. “인간이 마왕성을 감사한다고?” “저도 처음엔 놀랐습니다.” “인간은 이런 업무를 맡을 자격이 없소.” “그건 채용 담당자에게 말씀하세요. 제 월급은 이미 계약했습니다.” 루시아가 웃음을 참느라 기침을 했다. 말싸움은 길어졌지만 결국 우리는 일단 폐기 대상 목록과 관련 계약서의 사본을 요청할 수 있었다. 담당자는 마지못해 종이를 내밀었다. 나는 먼저 표지의 날짜를 봤다. 백 년 전 계약이라더니 실제 작성일은 아흔여덟 년 전이었다. “보존기간이 아직 안 끝났는데요?” “회계연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그 회계연도 정의는 계약서 어디에 있죠?” 그는 입을 다물었다. 확인해 보니 계약서에는 '최종 거래 이후 백 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거래는 지난달에도 있었다. 따라서 적어도 이 계약서대로라면 오늘 폐기할 근거는 없었다. “여기요.” 나는 조항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최종 거래일부터 백 년입니다.” 마족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잘못 읽으신 것 아닙니까?” “같이 읽으시죠.” 옆에 있던 직원이 계약서를 읽었다.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 이 사람 말이 맞습니다.” 아. 이 순간이 제일 좋다. 증거가 자기 입으로 말해 주는 순간. 문서 폐기는 중단됐다. 대신 계약 상대방인 마왕성에 원본 열람 일정을 제안하기로 했다. 다만 모든 기록을 그 자리에서 들고 올 수는 없었다. 봉인 보관함 일부는 별도 권한이 필요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나는 피코에게 보낸 메시지에 적었다. [폐기 보류 확인. 보존 목록 수령. 원본 열람 일정 협의 필요.] 돌아오는 길에 루시아가 물었다. “왜 그냥 전부 가져오지 않았느냐?” “그렇게 하면 상대가 다음에는 문을 안 열 겁니다.” “무서워서?” “아뇨. 절차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그녀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네 일도 전쟁이구나. 다만 검이 아니라 약속으로 싸우는.” “약속이 지켜질 때까지는요.” 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피코가 재정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윤 님! 축하드려요!” “뭔데?” “첫 월급 나왔어요!”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세계에 와서 처음 받는 정식 급여였다. 정해진 날짜에 지급됐고, 지급 내역도 명확했다. 숙식 제공분은 현물로 표시됐고 위험 수당은 별도 항목이었다. “정말이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피코가 웃었다. “도윤 님은 꼭 처음 돈을 보는 사람 같아요.” “비슷하지. 여기 온 뒤로 처음 내 이름으로 제대로 된 월급을 받았으니까.” 잠깐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 왕국에 소환됐던 날, 모두가 영웅이라고 불러 주면서도 누구 하나 계약서를 주지 않았다. 지금은 마왕성에서 서류를 잔뜩 뒤지고 있지만 적어도 내 노동의 대가는 적혀 있었다. 물론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책상 위에 봉인된 검은 봉투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뭐야?” 피코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까 마왕 전하께 직접 왔대요.” 나는 봉투를 열었다. [왕국 왕립재무청 특별 조사 통지] [대상: 전 용사 한도윤] [조사 사유: 신성 소환 의무 불이행 및 계약상 권리 무단 주장] 무슨 말을 저렇게 어렵게 쓰는 거야. 쉽게 말하면 내가 계약 조건을 따졌다는 이유로 조사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이 더 이상했다. [아울러 마왕성의 불법 보급 거래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나는 봉투를 다시 읽었다. 왕국이 어떻게 우리 보급 사건을 알고 있지? 우리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사안인데. 그때 양피지 위로 희미한 문구가 떠올랐다. [절대 감사: 자료 출처 불일치 감지]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누가 흘렸는지, 무슨 목적인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었다. 누군가 마왕성과 왕국, 두 곳의 장부를 동시에 보고 있다는 것. 나는 성검을 바라봤다. “너 혹시 왕국에서 이메일도 받냐?” 성검이 희미하게 빛났다. 이 녀석, 긍정도 부정도 안 하네. 나는 봉투를 다시 접었다. 첫 월급을 받은 날이었다. 그런데 내 책상에는 월급명세서보다 훨씬 두꺼운 감사 통지서가 올라와 있었다. 마왕성에 취업하면 좀 편해질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회사만 바뀌었지, 인생은 그대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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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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