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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9화
PAYLUA ORIGINAL · 제19화

19화. 마왕님, 구조조정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2,23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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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아침 회의에서였다. “낭비가 이렇게 심하다니! 오늘부로 모든 부서의 예산을 반으로 줄이겠다!” 나는 손에 든 차를 내려놓았다. “잠깐만요.” 제르칸이 나를 노려봤다. “왜? 네가 낭비가 심하다고 했잖나!” “낭비가 심한 부서가 있다는 거지 모든 부서의 예산이 남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으로 줄이면 돈이 절약되지 않느냐!” “병사 식비도 반으로 줄어듭니다.” “그건 곤란하군.” “부상자 치료비도 반으로 줄고요.” “더 곤란하군.” “전하 망토비도 반으로 줄어듭니다.” “그건 절대 안 된다!” 아. 우선순위가 명확하네. 마왕의 장점은 솔직하다는 것이다. 단점도 솔직하다는 것이다. 나는 부서별 필수비용과 선택비용을 구분한 표를 올렸다. 굶지 않게 해야 할 병사들의 식량, 상처를 치료할 약품, 무너지는 성벽의 보수비는 쉽게 줄일 수 없다. 반면 비상용 연막 장식이나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연회용 왕좌 수리비는 다시 검토할 수 있었다. 루시아가 표를 훑었다. “기사단 검 손질비가 왜 줄어들어 있느냐?” “실제 지급된 숫돌보다 청구된 숫돌이 많아서요.” “전장에서 부러질 수도 있지!” “숫돌이요?” “……그럴 수도 있지.” 그녀가 눈을 피했다. 몰트는 신중했다. “그러면 모든 부서의 지출에 기준이 필요하겠군.” “네. 사용한 만큼, 필요한 만큼. 최소한 그 원칙은 있어야죠.” 제르칸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인간. 그러면 위엄은 어떻게 평가하나?” “네?” “왕의 위엄을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느냐?” 순간 답하기 어려웠다. 중요한 질문이긴 했다. 기업에서도 브랜드 비용이나 홍보비는 단기 매출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왕의 위엄도 그런 성격일 수 있다. 다만 위엄이란 말만 붙으면 모든 비용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목적부터 적으시면 됩니다. 위엄을 과시해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요.” “적군이 겁을 먹는다.” “그 효과를 확인한 적 있습니까?” “당연히 겁을 먹겠지!” “확인한 적은요?” “…….”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면 한번 확인해 보시죠.” 회의 끝에 부서별 예산 일괄 삭감안은 보류됐다. 대신 석 달 동안 불필요한 지출을 점검하기로 했다. 그때 시설관리국장이 불쑥 말했다. “인간의 방식은 느립니다. 저는 오늘 당장 직원 열 명을 내보내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열 명. 나는 그를 바라봤다. “그 직원들이 무슨 일을 합니까?” “야간 창고 관리입니다.” “업무량은요?” “그런 건 모르겠고 급여가 아깝습니다.” “그럼 누가 야간 창고를 관리하죠?” “나머지 직원들이 하면 되지.” 저 말을 듣는 순간 익숙한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들었던 말이었다. 사람은 줄이되 일은 그대로 하라는 주문. “국장님.” “뭐요?” “현재도 야간 인력이 부족해서 재고가 누락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줄이면 장부 차이가 커질 겁니다. 이미 확인된 손실부터 막으시죠.”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월영 관리단의 외부 위탁료 내역을 제시했다. 시설관리국이 야간 직원에게서 걷은 돈을 외부에 보내면서 정작 직원 보호 장비는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여기에 서명하신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국장은 시선을 돌렸다. “오래전부터 해 오던 일입니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데요?” “전임 국장이요.” “전임 국장은 어디 계시죠?” “백오십 년 전에 퇴직했습니다.” 아. 이 세계는 근속도 길지만 책임 추적 기간도 길다. 나는 이전 담당자의 이름을 기록했다. 그가 살아 있는지는 모른다. 기록이 남아 있다면 후속 확인을 할 수는 있다. 회의 뒤, 제르칸이 나를 따로 불렀다. “인간. 나는 돈을 아끼고 싶다. 그런데 내 부하들이 굶거나 다치는 건 싫다.” 처음 듣는 꽤 정상적인 경영 방침이었다. “그럼 그 기준을 결재규정에 넣으면 됩니다.” “규정?” “네. 전하가 없는 날에도 지켜질 수 있게요.” 제르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없는 날을 생각해 본 적은 없군.” 그 말에는 평소의 허세가 없었다. 나는 펜을 들었다. [필수 보급 및 치료비 우선 집행. 삭감 시 영향 평가 의무.] 그때였다. 몰트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도윤! 월영 관리단이 오늘 밤 모든 계약 기록을 폐기하겠다고 통보했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사람들은 왜 서류를 보존하라고 할 때마다 꼭 폐기부터 하려는 거지? 이번에는 먼저 움직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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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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