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월급날에 예민해진다.
마왕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물론 마왕이 월급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아침, 재정실 복도에서 이상한 함성이 들렸다.
“급여가 안 들어왔다!”
“지난달도 하루 늦었는데!”
“이러다 용암 난방비도 못 내겠어!”
나는 뛰어나갔다. 임프 직원들이 급여 명세서를 들고 몰려와 있었다. 피코는 자기 명세서를 흔들었다.
“도윤 님, 제 월급이 절반만 들어왔어요!”
“왜?”
“모르겠어요!”
나는 몰트에게 지급명령서를 요청했다. 금액 자체는 정상이었다. 서류상으로는 전 직원에게 전액 지급했다고 되어 있었다.
“입금 기록은요?”
“여기 있네.”
마계 상업금고에서 발급한 전송 확인서였다. 전 직원 급여 계좌에 돈이 이동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급과 수령 사이에 무언가 생긴 것이다.
나는 창구로 직접 가 보기로 했다.
금고 직원은 깍듯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마왕성 급여 이체 내역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정상 이체됐습니다.”
“수령 금액이 다르다는데요.”
“시스템상 정상입니다.”
아.
익숙하다.
이세계에도 '시스템상 정상'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은 대체로 시스템을 다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임프 세 명의 수령 기록과 지급 기록을 나란히 놓았다. 공통점이 보였다. 급여가 줄어든 직원은 모두 야간 근무 수당을 받는 직원들이었다.
“혹시 자동 공제 기능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마력 사용료, 급여 송금 수수료, 야간 시설 보호 기금이 있죠.”
“야간 시설 보호 기금이요?”
“야간 근무자를 보호하는 데 쓰는 돈입니다.”
“누가 냅니까?”
“야간 근무자가요.”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밤에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밤에 일하는 사람의 월급을 떼 간다고?
“기금 규정 보여 주세요.”
직원이 오래된 문서를 가져왔다. 육십 년 전에 만든 규정이었다. 당시에는 야간 보초를 위한 보호 장비 비용을 직원들이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장비를 지급합니까?”
“그건 저희가 알 수 없습니다.”
“기금은 어디로 갑니까?”
직원의 손이 멈췄다.
“별도 계정으로 이체됩니다.”
“계정 이름은요?”
“야간 안전 준비금입니다.”
나는 관련 금액을 모았다. 매달 소액이라 눈에 띄지 않았지만 수십 년이면 적지 않은 돈이었다.
“이 기금을 관리하는 부서는 어디죠?”
“마왕성 시설관리국입니다.”
좋아. 내부 문제다.
돌아오자마자 시설관리국장을 불렀다. 뿔이 세 개인 중년 악마였다.
“야간 안전 준비금 사용내역 좀 부탁드립니다.”
그가 코웃음을 쳤다.
“인간 주제에 우리 부서 예산까지 뒤질 생각인가?”
“급여에서 공제되는 돈이니까요.”
“오래된 전통이다.”
“전통이면 계정 잔액도 오래됐겠네요.”
그는 잠시 말을 잃었다.
“문서를 찾아보겠다.”
찾아보겠다는 말은 좋다. 다만 언제까지 찾아보겠다는 건지 알려 줘야 한다.
나는 제출 기한과 요청 자료를 적어 보냈다. 그사이 당장 급여가 부족한 직원들에게는 과거 급여명세서와 공제 내역을 확인해 임시 지급 방안을 마련했다. 임의로 금고에서 돈을 빼올 수는 없으니 몰트의 결재도 받았다.
“그렇게 급히 처리해야 하나?”
“오늘이 급여일이니까요.”
몰트가 잠깐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직원에게는 오늘이 중요하겠군.”
늦은 오후, 피코는 정산 명세를 받아 들었다.
“도윤 님! 이번에는 금액이 맞아요!”
“일단 임시 지급이야. 근본 문제는 아직 해결 못 했어.”
“그래도 오늘 장을 볼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조금 먹먹해졌다.
내겐 숫자였지만 저들에겐 저녁 식사였다.
그날 밤 시설관리국에서 사용내역을 보내왔다. 장비 구매 기록은 최근 십 년간 거의 없었다. 대신 정기 이체 항목이 있었다.
[야간 안전 준비금 → 외부 관리 위탁료]
수취인은 처음 보는 업체였다.
[월영 관리단]
그런데 업체 주소를 보는 순간 마음이 싸늘해졌다.
북부 채석장 인근.
또 그쪽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서로 다른 문제라고 믿었던 급여 공제와 군수 물류가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1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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