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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97화
PAYLUA ORIGINAL · 제197화

197화. 마왕님, 이제 검을 내려놓으시죠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184자

오프라인 책장
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한 날, 국경에서 전쟁이 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쟁이 아니라 오래된 두 부대의 오해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부대에는 오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누군가 화살을 쏘면 상대도 쏘고, 그 다음은 보고서에 사망자 수가 적힌다. 나는 그 순서를 바꾸고 싶었다. “양쪽 부대에 각기 다른 퇴각 명령이 갔습니다.” 루시아가 지도 위에 작은 돌을 올렸다. “왕국군은 다리 동쪽을 비우라는 명령, 마왕군은 다리 서쪽을 비우라는 명령. 각자 상대가 공격해 온다고 판단 중입니다.” “누가 보냈어?” “공동 중계망입니다.” 나는 머리를 감쌌다. 아직도 자동 명령이 사람보다 먼저 달리고 있었다. 공동 중계망은 현재도 긴급 안내를 보내야 했다. 고장났다고 전부 꺼 버리면 피난민과 상인들이 위험해진다. 그러나 오래된 분쟁 지속 계약에 연결된 군사 경보는 격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 일은 서류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양쪽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멈출 사람이 필요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루시아가 말했다. 제르칸이 낮게 물었다. “위험하지 않겠느냐?” “위험하니까 가야죠. 다만 이번에는 싸우러 가는 게 아닙니다.” 나는 루시아를 바라봤다. 예전이라면 마지막 문장을 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내 눈을 보고 웃었다. “도윤, 너도 가. 내가 칼을 막을 테니 너는 서류를 막아.” “그게 훨씬 더 어렵게 들리는데.” “아니야. 종이는 안 베이잖아.” “종이에 베여 봤어?” 그녀는 잠깐 망설였다. 드디어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무기 앞에 전투광이 겁을 먹었다. 우리는 왕국 조사관 라델과 함께 국경으로 향했다. 전술상 경로는 양쪽 안전 연락관이 공유했고, 이동 중에도 전투 명령을 직접 내릴 권한은 없었다. 나는 검이 아니라 공동 감사단 출입증과 정정된 명령 수신 기록을 들었다. 북부 다리에는 사람이 몰려 있었다. 왕국 병사들은 방패를 세우고, 마왕군은 돌벽 뒤에 몸을 숨겼다. 가운데에는 그저 통행하려던 상인들이 갇혀 있었다. 소금 상인을 또 만났다. 그는 자기 소금 자루를 끌어안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통행료를 두 번 내기도 싫은데, 죽기도 싫소!” “정확한 요구입니다!” 나는 크게 대답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병사가 아니었다. 작은 짐수레를 끄는 소년이었다. 그는 왕국 병사의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손에는 낡은 장난감 하나를 들었다. “아저씨, 저희 아빠를 봤어요?” 나는 주변을 돌아봤다. 소년의 아버지는 다리 남쪽 통행 검문소에서 일하는 운송인이었다. 경보가 울린 뒤 가족과 떨어졌다고 했다. “이름을 말해 줄래?” 소년이 이름을 알려 주었다. 나는 개인 정보를 크게 외치지 않고 현장 연락관에게 조용히 확인을 요청했다. 얼마 뒤 아버지가 피난 구역에 안전하게 있다는 통지가 왔다. 나는 소년을 데리고 중립 대피 장소로 갔다. “전쟁이 난 거예요?” 소년이 물었다. “큰 싸움이 벌어지지 않게 사람들이 애쓰고 있어.” “그럼 저 아저씨는 왜 칼을 들었어요?” 소년이 가리킨 쪽에는 루시아가 있었다. 그녀는 칼집에 손을 얹고 양쪽 병사들 사이를 지키고 있었다. “칼로 사람을 해치지 않게 하려고 칼을 든 거야.” 설명해 놓고도 묘했다. 하지만 소년은 뜻을 알아들었다. 잠시 후 아버지와 재회한 그는 내게 장난감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그건 네 거야. 잘 간직해.” “그럼 뭐 드려요?” “다리 건널 때 안전한 길로 다녀.” 소년은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앞에서만큼은 무슨 비용인지, 누가 책임자인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때 그 아이에게 필요한 건 살아 있는 아빠였다. 교각을 사이에 둔 두 부대는 같은 종류의 식량 주머니를 갖고 있었다. 둘 다 중립 구호소의 빵이었다. 나는 라델에게 물었다. “서로에게 적인데 같은 빵을 먹네요.” “구호소는 병사라는 이유로 굶기지 않습니다.” “그럼 정말 싸우는 이유가 뭐죠?” “오래된 원한이 있겠죠. 누군가는 땅 때문에, 누군가는 명령 때문에.” “그 이유를 자동 신호 하나가 계속 키웠다면 우스운 일이네요.” 라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나처럼 오늘 벌어지는 일이 갑갑한 모양이었다. 루시아가 교각 위로 뛰어올랐다. 그녀는 검을 뽑았지만 상대에게 겨누지 않았다. 두 부대의 시야에 들어오는 가장 높은 곳에서 칼날을 아래로 향하고 깃발 두 개를 펼쳤다. 중립 정지 신호였다. “양쪽 지휘관! 지금 명령이 서로 충돌한다!” 그녀가 외쳤다. “증거를 확인할 때까지 발사하지 마라!” 왕국 지휘관은 그녀를 알아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마족 기사인 네 말을 어떻게 믿나!” 라델이 출입증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왕국 법무기록원의 공동 입회 명령입니다. 반대편에도 같은 정지 신호를 전달했습니다.” 마왕군 지휘관도 멀리서 외쳤다. “우리에게는 다리를 방어하라는 명령이 있다!” “방어하라는 말과 공격하라는 말은 다릅니다!” 내가 외쳤다. 누군가 비웃었다. 그러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리 아래에 있는 마력 중계석이 갑자기 붉게 빛났기 때문이다. 오래된 자동 분쟁 경보가 다시 발동하며 양쪽 통신 장치에 같은 경고를 다른 방향으로 송신했다. 나는 그 순간 숫자가 아니라 날짜를 봤다. 발신 규칙의 최종 수정일이 석 달 전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양쪽 지휘관에게 전달된 문구는 십 년 전 전투 상황용이었다. “최신 중계가 아니에요! 과거 경보가 재생된 겁니다!” 루시아가 다리 아래로 뛰어내렸다. 나는 그녀가 중계석을 박살 낼까 봐 식겁했다. “부수지 마!” “알아!” 그녀는 검의 옆면으로 마력장 바깥을 두드려 중계석의 비상 수동 정지판을 열었다. 레타가 우리에게 준 안전 장치 설명서를 따라, 긴급 대피 안내 회선은 유지하고 군사 경보 재전송만 분리했다. 작은 회색 불이 들어왔다. “정지!” 루시아가 외쳤다. 양쪽 방패 뒤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조금씩 풀렸다. 궁수 하나가 활을 내렸다. 다른 병사도 뒤따랐다. 그제야 다리 가운데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마족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었고, 왕국 노인이 그녀에게 물병을 건네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누군가는 서류 때문에 죽을 뻔했지만, 누군가는 아무 서류 없이 물을 건넸다. 양쪽 지휘관을 불러 현장 기록을 비교했다. 왕국은 '동쪽 통행로 비우기'를, 마왕군은 '서쪽 방어 강화'를 받았다. 원래 최신 지침은 양측이 같은 시간에 교대하며 통행로를 확보한다는 내용이었다. 중계망이 구형 명령을 섞어 보낸 것이다. 고의 조작 가능성은 조사하되, 현장 병사가 독단적으로 공격하려 했다는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오?” 왕국 지휘관이 물었다. “일단 부상자부터 확인하시죠. 그다음 교대 경로를 직접 서명하고 서로 전달하세요.” “마족에게 경로를 공개하라고?” “이미 두 부대가 같은 다리에 서 있잖아요. 통행 안전을 위해 필요한 범위만 공유하면 됩니다.” 그들은 서로 쏘아보았다. 그러나 결국 지도 위 같은 부분에 손가락을 올렸다. 루시아는 그 사이에 서서 누구도 먼저 칼을 들지 못하게 했다. 처음으로 그녀의 힘이 가장 눈에 띄게 쓰인 순간은 적을 쓰러뜨릴 때가 아니라 적이 되지 않도록 시간을 벌 때였다. 해 질 무렵 제르칸이 직접 도착했다. 검은 갑옷을 입고 거대한 망토를 날리며 나타난 그는 주변 병사들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역시 연출을 포기하지 못하는구나. “누가 내 부하들을 위협했느냐!” 그가 포효했다. 왕국 지휘관이 칼을 잡는 순간, 나는 손을 들어 막았다. “마왕님. 지금은 협상 중입니다.” “……그랬느냐?” “네. 서류로 싸우는 중이에요.” 제르칸은 잠시 망토를 추슬렀다. 그리고 믿기 힘든 말을 했다. “그렇다면 검을 집어넣겠다.” 나는 이 말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왕이 스스로 검을 넣었다. 그것도 자기 부하가 다치기 전에. 현장에 도착한 왕국 고위 연락관과 마왕은 임시 충돌 중단서에 직접 서명했다. 내용은 크지 않았다. 현재 다리에서의 선제 공격 금지, 민간 통행 안전 확보, 자동 경보 대신 인간 연락관의 이중 확인, 공식 평화 협상 기일 확정. 나라 전체의 전쟁을 한 장으로 끝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오늘 이 다리의 전투는 멈췄다. 임시 충돌 중단서에 서명할 때 양쪽 지휘관이 한 가지 조건을 요구했다. 부대가 물러나더라도 부상자 치료와 전사자 유족 지원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로 상대편을 혐오하던 두 사람이 그 항목에서는 같은 말을 했다. “반대쪽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라델이 물었다. 왕국 지휘관이 마왕군 지휘관을 흘끗 봤다. “저쪽 병사도 집에 가족이 있겠지.” 마왕군 지휘관은 얼굴을 붉혔다. “그렇다. 내 병사들만 그런 게 아니듯.” 우리는 기존에 적법하게 지급되는 유족 지원과 치료비를 종전 협상 과정에서 단절하지 않는다는 임시 조항을 추가했다. 이것은 새로운 보상을 즉시 지급한다는 약속이 아니라, 이미 성립된 권리의 지급을 전투 중단 때문에 중지하지 않겠다는 확인이었다. 제르칸은 그 문장을 읽고 잠깐 입을 다물었다. 자기 부하들의 치료비만 생각하던 그가 왕국의 부상자까지 함께 적힌 서류에 서명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왕님, 괜찮으십니까?” 내가 물었다. “내가 예전에 칼을 겨누던 자들도 사람이었구나.” “왕국 사람들은 마족을 같은 식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는 펜을 들었다. 망토가 거칠게 흔들렸다. 여전히 마왕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서명에는 누군가를 공격하라는 명령이 없었다. 서명이 끝난 뒤 루시아는 양쪽 병사에게 비살상 충돌 해제 훈련을 간단히 보여 주었다. 왕국 병사 하나가 넘어졌고 마왕군 병사도 나란히 넘어졌다. 루시아는 둘 다 같은 자세로 일으켜 세웠다. “상대가 검을 내려놓으면 더 이상 공격하지 마라. 그게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나는 감탄했다. 그 말을 루시아가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오늘 정말 멋있네.” 내가 말했다. “그러면 훈련 예산 승인인가?” “또 그 얘기야?” “새로운 평화에도 예산은 필요하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결국 정식 심사 절차를 안내해 줬다. 그녀는 당장 결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를 결투장으로 끌고 가지 않았다. 오늘의 세 번째 기적이었다. 서명할 때 제르칸이 내게 물었다. “이게 승리냐?” “누구도 안 죽었으면 좋은 결과죠.” “나는 아직 승리라는 말을 쓰고 싶다.” “그럼 무사 귀환의 승리라고 쓰세요.” 그는 깊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왕국 연락관도 동의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루시아가 목을 돌렸다. 그녀는 오늘 한 번도 누구를 베지 않았다. “심심했어?” 내가 물었다. “아니. 화살을 막을 준비를 하는 건 꽤 바빴다.” “고마워.” “다음에도 이렇게 하면 되겠지?” “그럼.” “대신 훈련 예산을 늘려 줘.” 나는 웃었다. 역시 루시아는 루시아였다. 다만 이번에는 훈련 예산 신청서에 '민간 보호·비살상 제압 훈련'이란 문구가 추가돼 있었다. 그 항목만큼은 검토해 볼 생각이었다. 임시 합의가 발효된 뒤 현장 의무병들이 양쪽 부상자를 함께 확인했다. 오늘 새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오래된 상처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병사들이 있었다. 나는 치료비가 기존 구호 계약에 따라 계속 지급되는지 확인하고, 응급 치료를 위해 개인 신분 기록을 불필요하게 공개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왕국 병사 하나가 루시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이 정말 그 유명한 마족 기사입니까?' 루시아는 어깨를 폈다. '맞다.' '오늘 우리를 공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너희가 오늘 내 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으니까.' 병사는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서로에게 이름을 묻는 데도 한참 걸리던 사람들이 이제 같은 대피 명단을 보면서 사람 수를 세고 있었다. 나는 그 명단이 전사자 목록이 아니라 안전 귀환 목록인 게 감사했다. 그날 밤, 왕국과 마계의 협상 대표들은 정식 종전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언제나 그렇듯 진짜 종전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평화는 어느 위대한 선언 한 번으로 오지 않는다. 다리 위에서 서로 활을 내린 병사들이 돌아가는 길까지 이어져야 한다. 피코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도윤 님! 오늘 서류가 사람 구했어요?] 나는 잠깐 생각하다 답했다. [서류만은 아니야. 사람이 서류를 제대로 읽어서 구했어.] 그 뒤에 덧붙였다. [그리고 루시아가 검을 안 휘둘렀어.] 잠시 후 답장이 왔다. [그럼 기적이 두 개네요!] 나는 혼자 웃었다. 기적이라면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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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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