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에서 온 정산 회신서에는 첫 문장부터 문제가 있었다.
[천계는 본 건과 관련하여 금전적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음.]
나는 두 번째 문장을 읽기 전에 세리안에게 물었다.
“금전적 이익은 없었다고 하는데, 출장비 지급 기록은 있습니다. 이건 다른 뜻입니까?”
“저도 그 문장을 지우고 싶습니다.”
“그럼 왜 넣었어요?”
“상부에서 넣으라고 해서요.”
천사도 상부의 문구와 싸우는구나. 갑자기 친근감이 생겼다.
문제는 천계라는 거대한 이름이었다. 오래된 계약에는 천상의 사무소와 조합, 독립적인 보존실이 제각각 들어 있었다. 어떤 곳은 도움을 줬고, 어떤 곳은 잘못된 관행을 계속했으며, 어떤 곳은 돈을 받지도 않았다. '천계가 전부 범인'이라는 말은 쉽지만 사실에 맞지 않았다.
세리안은 우리를 위해 천상 연락 사무소의 회계 감사 창구를 열었다. 바닥은 구름처럼 하얗고, 천장은 실제 구름으로 되어 있었다. 경비 천사가 우리 신분증을 확인하다가 몰트를 보고 턱이 떨어질 뻔했다.
“리치가 천상 출입을?”
몰트는 가볍게 인사했다.
“공동 감사단입니다.”
“죽음의 기운을 가진 자는 통상 입장을 제한합니다.”
“저는 죽은 뒤에도 근속하고 있습니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천 년의 성스러운 역사 속에서도 천 년 근속 리치 앞에서는 누구나 겁을 먹는다.
천상 감사실의 장부는 아름다웠다. 잉크 대신 빛이 흐르고, 잔액은 별빛처럼 반짝였다. 그런데 숫자를 눌러 보니 오류가 있었다.
“와, 기술은 좋은데 이월 금액 검증이 빠졌네요.”
담당 천사가 곧장 얼굴을 굳혔다.
“성스러운 장부에 오류라는 말씀입니까?”
“성스럽다고 해서 더하기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세리안이 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우리 편이었다.
우리가 확인할 자금은 예전에도 여러 번 봤던 `6-17-A` 회신권 회복 준비금이었다. 책정 백스무 닢, 승인 마흔 닢, 장비 설치 실지급 열 닢.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누가 장비를 공급했는지와 남은 승인액의 사용 조건이 불분명했다.
천상 감사관은 장비 업체의 물품 인수 확인서를 보여 주었다. 물품은 중립 도시 연락소에 도착했고 설치 기록도 있었다. 마법 거울을 통해 실제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사실과 전체 계약 조건의 적법성은 별개였다. 나는 두 칸으로 나누어 적었다.
“장치 설치는 사실. 자동 회신 강제 기능은 개선 전 기록과 비교 필요.”
“왜 그리 나눕니까?” 담당 천사가 물었다.
“돈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전부 범죄로 만들 수도 없고, 장치가 작동한다는 이유로 계약을 정당화할 수도 없으니까요.”
감사실은 생각보다 업무가 많았다. 세리안이 나를 구름으로 된 긴 복도 끝까지 데려갔는데, 방마다 다른 종류의 장부가 떠 있었다. 천계 직원들의 뒤에는 작은 빛 고리가 있었고, 고리 안에는 미결 재고 수량이 빙빙 돌았다.
“그거 머리 위에 떠 있으니까 불편하지 않습니까?”
“업무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세리안이 대답했다.
“누가 그랬죠?”
“상부에서요.”
“그분들도 머리 위에 잔업량이 떠 있습니까?”
“아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은 달라도 관리자들은 비슷했다.
안쪽 보관실에서 젊은 천사가 우리를 불렀다. 이름은 리오스였다. 그는 전시 유지료 때문에 실제로 보호 장비를 받지 못한 국경 수송단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천계에서 이미 승인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승인만 된 돈입니까, 지급까지 끝난 돈입니까?” 내가 물었다.
“우리는 지급 요청을 보냈습니다.”
“요청서가 돌아오면요?”
“수령 확인이 자동으로 됩니다.”
“그럼 누구에게 지급됐는지 지금은 모른다는 말이군요.”
리오스는 날개를 축 늘어뜨렸다. 나는 그가 자신을 탓하지 않게 하려고 곧바로 자료를 둘로 나눴다. 그는 지급 요청을 보냈다. 그 요청을 실제 송금으로 전환하는 곳은 중립 회계소였다. 만약 중간에서 지연됐다면 리오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중립 회계소에 연결해 해당 수송단의 실제 지급 여부를 확인했다. 요청된 금액 중 보호 장비 구입에 승인된 한 닢은 아직 지급 대기였고, 배송업체가 부품을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 그는 억울해하지 않고 새로 지급 승인 과정을 밟았다. 수송단장도 확인 전화를 받았다.
“오늘 바로 장비를 주시겠습니까?”
“현재는 지급 대기 상태입니다. 먼저 임시 대여 장비를 보내고, 구매분은 입고와 수령을 확인하겠습니다.”
수송단장은 고맙다며 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임시 보호구가 실제 도착할 때까지 연락망에 확인 담당자를 배정했다. 나는 장부 옆에 '안전 조치 실시'를 적고, '금전 지급 완료'는 적지 않았다.
“당신들은 참 복잡하게 일하는군요.” 리오스가 말했다.
“빠르고 틀리게 일했다가 지금까지 고생했으니까요.”
그는 웃었다. 내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어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경비 천사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감사실 아래층의 자동 심판 종이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이것이 적의 습격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가 보니 형광빛 종 세 개가 쉬지 않고 울려댔다. 각 종 아래에는 승인 대기, 지급 대기, 보류 대기가 적혀 있었다.
“이거 결재 알림이잖아요.”
“주인의 축복을 받는 신성 경보입니다.”
“그럼 주인께서 주무실 수가 없겠네요.”
천사들은 당황했다. 종이 울리는 이유는 사람이 서명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폐지된 자동 승인 규칙이 계속 결재 요청을 복제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사용자 권한을 확인하고 안전 모드로 전환했다. 자동 승인 실행은 멈췄지만 긴급 피난 연락 기능은 유지됐다.
“종을 꺼도 됩니까?” 한 천사가 불안해했다.
“사람을 깨워야 하는 경보는 남깁니다. 이미 처리된 종이만 조용히 해 두는 거예요.”
작업을 마치자 구름 천장이 고요해졌다. 천사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듣는 듯했다. 한 늙은 천사가 갑자기 박수를 쳤다. 주변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나는 조금 민망했다. 회사 전산 알림을 껐을 뿐인데 천계에서 기적을 행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점심으로 나온 음식은 은빛 열매와 맑은 수프였다. 몰트는 수프를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재료비 대비 식감이 놀랍군요.”
“맛있다는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비용 대비 만족도를 말씀드린 겁니다.”
“그거 직업병입니다.”
세리안은 웃었다. 천사는 식사 중에도 업무를 떠올렸다. 그는 오래된 전시계약심사실 회신 자료를 내게 보여 주었다. 천계 연락 사무소가 '분쟁 지속' 통지를 **받았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그로 인해 수수료를 계속 받는 데 **동의했다**는 원본 승인은 없었다. 그러나 일부 하위 운영실은 수신 날짜를 승인 날짜로 옮겨 적어 지급 요청을 생성했다.
“그렇다면 누가 실제로 그 돈을 받았습니까?”
“건별로 다릅니다. 일부는 지급되지 않았고, 일부는 경계 시설 업체에 갔습니다. 개인 계좌로 간 것이 있는지는 아직 별도 감사 중입니다.”
“좋습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적어야죠.”
세리안은 잠시 침묵하다가 내게 말했다.
“전에는 천계의 명예를 지키려면 모든 걸 부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요?”
“틀린 것을 인정하는 편이 명예를 지키는 것 같군요.”
나는 수프를 한 숟갈 더 먹었다. 성스러운 맛은 여전히 애매했지만, 사람의 말은 명확했다.
오후에 천계 감사위원회가 열렸다. 나는 미리 준비한 세 개의 질문만 했다. 승인한 돈은 얼마인가, 실제 지급된 돈은 얼마인가, 지급으로 인해 침묵을 동의로 처리한 일이 있는가. 첫 두 질문에는 자료가 있었고, 세 번째는 기능시험과 몇 건의 증언이 있었다. 우리는 자료가 있는 것만 기록했다.
위원장은 자동 갱신 수수료의 신규 지급 승인을 잠정 중단하고, 인력 동의 확인이 끝나지 않은 계약의 강제 집행을 정지하는 데 동의했다. 이미 지급된 합법적 시설비는 유지했고, 부당한 납부금은 별도 심사로 분리했다.
회의장 뒤편에서 한 젊은 천사가 손을 들었다.
“그럼 전쟁이 끝나면 저희 부서는 없어집니까?”
직원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어느 세계나 같았다.
“없어질 수도, 바뀔 수도 있겠죠.” 내가 대답했다. “다만 사람을 고용한 기관이라면 그 과정에서도 계약과 재배치를 지켜야 합니다.”
“천계에도 그런 규정이 필요합니까?”
“특히 필요하죠. 직함이 신성하다고 월급이 안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세리안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노동 규정도 감사해 주십시오.”
“그건 제 업무 범위를 넘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저 말은 정확했다.
휴식 시간에는 천상 직원들의 작은 불만을 들었다. 비상 연락망이 돌아가는 동안 그들은 주말에도 근무했지만, 근무표에는 '신성 봉사'라고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제를 이 자리에서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우리 감사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다. 대신 직원 대표에게 독립된 근로 조건 검토를 신청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마왕성 사람에게 천계 노동 상담을 받을 줄이야.” 직원이 말했다.
“저도 천상에서 급여 문제를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세리안이 옆에서 말했다.
“이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겠군요.”
“그건 아닙니다. 우리 마왕성은 적어도 마왕님이 반려 결재를 두려워해요.”
“저희 상부도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요?”
“우선 결재 내역을 보여 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잠깐 뒤 서기 천사 하나가 우리에게 오래된 인장 두 개를 가져왔다. 한 인장은 축복 통지 접수용, 다른 하나는 실제 지급 승인용이었다. 모양이 비슷해 후대 직원들이 혼동했다고 했다. 나는 피코에게 선물로 가져갈 수 있는 복제품을 주문하려다가 그만뒀다. 실제 승인 도장을 장난감처럼 쓰면 또 새로운 사고가 날 테니까.
대신 세리안이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받았다는 사실과 찬성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이거 우리 회계실 명언인데요.”
“저희도 채택했습니다.”
“저작권료는요?”
세리안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천상의 평화를 위해 기증해 주시죠.”
나는 웃었다. 마왕성을 거쳐 천계까지 전파된 피코의 문장에 저작권료를 매기면, 아마 피코가 세계 최고의 과자 부자가 될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직원 교육이 제과 산업 독점으로 번질 수도 있으니까.
회의장을 정리하던 천계 서기관은 오늘 중단된 자동 청구 목록을 별도로 출력해 왔다. 목록에는 즉시 정지된 새 청구와, 이전에 이미 납부돼 환급 심사가 필요한 건이 나뉘어 있었다. '둘을 합쳐 완료라고 쓰면 안 되겠죠?' 그가 물었다. '그럼요. 중단은 지금부터 생길 피해를 막은 것이고, 환급은 과거의 피해를 바로잡는 일이에요.' 서기관은 종이를 다시 두 묶음으로 나눴다. 세리안도 천상위원회의 책임 심사가 독립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천사들조차 변할 수 있다면 제르칸이 규칙을 끝까지 지키는 것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제르칸은 아직도 복구 기념 황금 왕관 예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별빛으로 빛나는 결재화면에 '반려'를 입력하자 천상 서기관들이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세계에서도 그 버튼의 무서움은 똑같았다. 나는 천계의 여러 직원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 주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들은 내게 축복 대신 영수증 양식 한 묶음을 선물했다. 내가 받아 본 가장 실용적인 천상의 선물이었다.
천계를 나서는 길에 오래된 선포문을 봤다. [모든 존재는 스스로 응답할 기회를 가진다.] 아주 단순하고 좋은 말이었다. 그런데 수백 년 동안 그 문구 아래서 자동 동의 장치가 작동했다. 멋진 구호가 제도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또 확인했다.
마왕성으로 돌아오자 제르칸이 물었다.
“천계의 비밀을 훔쳐 왔느냐?”
“아뇨. 알림을 꺼 줬습니다.”
“천계의 무서운 종을?”
“네. 승인 대기 종이었어요.”
“역시 네가 가장 무서운 인간이다.”
나는 웃었다. 전쟁을 끝내려면 아직 할 일이 많았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은 천계가 모든 책임을 부정하는 문장 대신, 일부 잘못을 고치겠다는 문서에 직접 서명했다.
세리안은 마지막 회신에 한 줄을 더했다.
[천상의 권위는 타인의 침묵을 소유하지 않는다.]
그 문장을 읽자 나는 몰트가 지하 서고에서 꺼낸 오래된 약속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지키려 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다. 누군가 대답할 때까지 그 사람의 선택을 보관해 두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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