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성의 월요일은 서류가 가장 많이 싸우는 날이다.
사람들은 일요일에 쉬었는데 서류는 혼자 쌓여서 월요일에 대규모 전투를 벌인다. 오늘도 회계실 앞에는 장부 여섯 권이 진형을 짜고 있었다. 몰트는 그걸 바라보며 말끔한 셔츠 소매를 걷었다.
“도윤 씨, 왕국에서 보낸 전쟁 지출 대조표가 왔습니다.”
“우리 쪽 장부랑 대조해 달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마왕님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남기셨습니다.”
“그건 회계 담당 업무가 아닙니다.”
몰트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전달만 했습니다.”
나는 왕좌로 달려가서 한마디 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제르칸과 다툴 에너지는 앞으로 쓸 곳이 많았다.
공동 감사단이 왕국과 마왕성에서 같은 기간의 보급비를 비교하기로 했다. 전쟁 중의 지출 기록을 서로 공개한다는 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라델은 열 번쯤 설명했다. 처음에는 상대의 군량 창고 규모를 알려주는 것 아니냐는 반대가 컸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병력이나 위치가 아니라 이미 종료된 세 건의 휴전 구간, 피해 보상과 이동로 유지 비용만 확인하기로 했다.
“다른 군사 정보는 가림 처리합니다.” 루시아가 말했다.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나도 배웠다. 살아 있는 부대의 위치는 공개하면 안 된다고.”
“당연한 얘기잖아.”
“예전에는 네가 장부를 공개하라길래 전부 공개하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다행히 이 전투광은 이제 정보를 다룰 때 한 번 더 생각한다.
첫 자료는 마왕성 북부 통로의 다리 보수 내역이었다. 마족 측 장부에는 '휴전 통행로 보전 부담금' 열두 닢이 기록되어 있었다. 왕국 측 장부에도 같은 날짜와 같은 다리 이름으로 열두 닢이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멈췄다.
“우연일 수도 있겠죠.”
베실이 대답했다. “공동 시설이니까 양쪽이 각자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죠. 두 번 청구했다고 해서 두 번 지급된 것도 아니고요.”
우리는 지급 승인 문서가 아니라 실지급 영수증 번호를 확인했다. 양측에서 각기 열두 닢씩 중립운영연합 계좌로 송금한 사실이 있었다. 합계 스물네 닢. 다리 수리 업체가 실제로 받은 건 열다섯 닢이었다. 나머지 아홉 닢 중 다섯 닢은 안전 점검비로 지급됐고, 네 닢은 계약 보증금으로 별도 예치된 상태였다.
“다리 하나에 두 쪽이 돈을 낸 건 맞네요. 문제는 안내문에 그 사실이 적혔느냐겠죠.”
나는 다리의 현장 검수 자료를 요청했다. 계약상 각 진영이 나눠 부담하기로 한 것이고 실제 보수비도 열다섯 닢이면, 그것만으로 횡령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계약서 사본에 묘한 조항이 있었다.
[분쟁 상태가 종결되지 않는 한 공동 시설 유지 보증은 자동 연장한다. 연장 시 각 측에 동일 기준액 청구.]
“다리가 멀쩡해도 돈을 받는다고?” 피코가 물었다.
“정기 유지 비용은 있을 수 있지. 하지만 실제 관리가 있었는지,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또 봐야 해.”
“그럼 멀쩡한 다리에 계속 돈을 주면 다리가 부자가 되나요?”
“다리는 계좌가 없어.”
“마왕님이 다리에게 계좌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어요.”
“하지 말라고 전해.”
제르칸은 요즘 모든 건축물에 승리 기념 이름을 붙이고 싶어 했다. 다리가 은행 고객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오후에는 직접 다리로 갔다. 통행로는 건널 때마다 조금 흔들렸다. 옛날에는 왕국과 마족이 서로 성벽을 향해 화살을 쏘던 곳이었다. 지금은 양쪽 상인들이 밀가루와 소금, 약초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길 한쪽에는 긴급 구조대의 막사가 있었다. 두 진영의 병사들이 같은 화롯불을 쬐는 모습을 보니 이상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화롯불은 중립이었다.
공사 감독은 현장 작업 기록을 보여 주었다. 수리 당시 무너진 교각을 다시 세운 사람은 왕국 목수 셋과 마족 석공 둘이었다. 서로 욕을 하면서 일하다가, 마지막 날에는 빵을 나눠 먹었다고 했다.
“그분들 급여는 지급됐습니까?”
“공사비에서 나왔습니다.”
“실제 수령 확인도 볼 수 있을까요?”
감독은 두툼한 장갑을 벗었다. 근로자들의 실수령 확인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도장을 찍지 않고 자신의 글씨로 '받음'이라고 썼다. 나는 웃었다. 우리 회계실에서 만들어 널리 퍼진 '수령과 동의는 다르다' 원칙이 이곳에도 와 있었다.
그런데 감독의 책상 아래에는 다른 장부가 있었다. 분쟁 상태 확인서였다. 매년 같은 양식이 제출됐다. 다리를 실제로 관리하는 단체의 이름만 바뀌고 '분쟁 계속'이라는 선택란은 늘 체크돼 있었다.
“최근 이 통로에서 전투가 있었습니까?”
“큰 전투는 없었습니다. 작은 충돌은 가끔요.”
“그걸 누가 확인합니까?”
“공동운영연합 보고를 받아 상위 기관이 판정합니다.”
“상위 기관은 어디입니까?”
“중앙 합동운영국의 전시계약심사실이요.”
나는 이름을 적었다. 이곳은 예전에 동의대행실의 지급 기록이 있던 같은 운영국 소속이었다. 담당 부서는 달랐다. 아직 같은 사람이 모든 일을 꾸몄다는 근거는 없지만, 계약을 연장하는 경로는 좁혀졌다.
다리 위에서 소금 상인이 우리에게 하소연했다.
“지난달에도 전시 통행 보전금이 붙었소. 그런데 아무도 싸우지 않았는데 왜 전시 요금이오?”
“영수증이 있습니까?”
“물론이지. 내 돈인데.”
영수증에는 중립관리 통행료가 따로 적혀 있었다. 상인은 이것을 왕국 군세로 알고 있었지만 수령자는 공동운영연합이었다. 우리는 그의 허락을 받고 사본을 확보했다. 이 돈은 다리 보수비와 별도의 거래였다.
“오늘 바로 환급됩니까?” 상인이 물었다.
“지급액과 법적 근거를 따져야 합니다. 다만 심사가 끝날 때까지 같은 요금을 자동으로 다시 청구해도 되는지는 곧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맨날 판단한다고만 하더군.”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런 말을 들을 만합니다. 확인 결과를 직접 알려 드리겠습니다.”
상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갑자기 말했다.
“그럼 이 소금 한 봉지는 공짜로 가져가시오.”
“안 됩니다. 증인에게 물건을 받을 수 없어요.”
“그냥 짠 소금인데.”
“저희 마왕성에서는 짠 돈도 꼼꼼히 봅니다.”
상인이 어이가 없어 웃었다. 나도 웃었다. 소금은 제값을 주고 샀다. 제르칸에게 가져가면 '인간의 짠맛을 맛보겠다'며 좋아할 것 같았다.
현장에서 돌아오기 전 루시아가 나를 다리 아래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조그만 추모판이 있었다. 왕국 목수와 마족 석공의 이름이 한데 적혀 있었고, 과거 다리가 무너졌을 때 실종된 운송인들의 이름도 있었다.
“여기서는 누가 누구 편이었는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나 봐.” 내가 말했다.
“돌이 무너지면 다 같이 깔리니까.”
그녀의 말은 투박했지만 정확했다. 한 노인이 추모판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아들은 전쟁이 아니라 다리 붕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는 다리가 안전해진 뒤에도 관리비 이야기가 나오면 화가 난다고 했다.
“사람을 지키겠다고 돈을 받았으면, 먼저 사람을 지켜야지. 돈부터 받는 게 말이 되나.”
나는 그에게 동의했다. 다만 우리가 확인한 공사비가 정상 지급됐다는 부분도 설명했다. 노인은 끝까지 듣더니 허탈하게 웃었다.
“그럼 일한 사람들은 돈을 받았고, 내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군.”
“네. 그 차이를 돈으로 지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누가 책임졌는지 알아야겠소.”
우리는 그가 원하면 시설 사고 보상 재심에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는 신청 여부를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즉시 서명을 받지 않았다. 위로를 명분으로 또 다른 사람의 선택을 서둘러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
상인들이 돌아가는 시간에는 다리의 통행 안내판도 점검했다. 옛 안내판에는 '분쟁 중: 상시 추가 비용 발생'이라고 쓰여 있었다. 지금은 그 문구가 청구 중단 결의와 맞지 않았다. 관리단은 정정 공문이 도착할 때까지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럼 공문이 오기 전까지 잘못된 요금을 계속 알릴 건가요?”
“규정이 그렇습니다.”
“임시 안내문이라도 붙이시죠. 실제 청구는 중단됐다고.”
관리단장이 망설였다. 나는 공동 조사단이 확인한 정지 결의 사본을 제시했다. 그러자 그는 종이 한 장을 꺼내 판 아래에 붙였다.
[자동 추가 징수 중지. 기존 납부금은 개별 심사.]
소금 상인이 그 문구를 보고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야 내가 다리 건너는 게 조금 덜 무섭겠구먼.”
“다리는 원래 안전해야죠.”
“아니, 난 너희 행정이 무섭다고.”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다리의 북쪽 경비초소에서는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동 경보가 중단되자 경비병들이 민간 통로 보호까지 취소된 줄 알고 임시 순찰을 거부했다. 루시아가 현장 책임자에게 회선을 두 개로 나눈 도면을 보여 주었다.
“전시 수수료 자동 연장은 멈췄다. 피난 안내와 응급 구조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럼 순찰은 해야 합니까?”
“당연하지. 사람을 지키는 건 계속할 일이다.”
“누가 수당을 줍니까?”
나는 기다렸다는 듯 근무표를 들었다. 공동 시설 유지 예산에는 정상적인 순찰 급여 항목이 있었다. 경비병이 직접 근무한 시간을 확인하고 책임 기관에 청구하면 됐다. 실제로 일을 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이 전쟁을 유지하기 위한 자동 수수료와 같을 리 없다.
“그럼 정상 근무는 남고 쓸데없는 청구는 중단되는군요.” 경비병이 말했다.
“정확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초소를 나섰다. 루시아는 대견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너도 사람들한테 설명을 잘하네.”
“칼 없이 말하니 목이 아프다.”
“익숙해져.”
“차라리 검을 한 시간 휘두르겠다.”
나는 웃었다. 어떤 기술을 배우는 데는 근육보다 인내가 필요하다. 루시아에게는 그 인내가 가장 비싼 자원이었다.
마왕성으로 돌아온 뒤 피코는 세 종류의 돈을 그렸다. 실제 수리비는 망치 그림, 정상 순찰비는 방패 그림, 근거 불명 추가 청구는 물음표 그림이었다.
“이렇게 하면 제르칸 님도 이해하실까요?”
“아마도. 물음표를 조금 크게 그려.”
피코는 한 장 더 그렸다. 제목은 '다리를 건너는 이유'였다. 거기에는 거래하러 가는 상인과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 그림을 보고 웃었다. 우리는 종종 돈이 어디로 가는지 보느라 사람이 어디로 가려는지는 잊고 있었다.
마왕성으로 돌아가기 전 관리단장은 다리 점검일을 직접 달력에 적었다. 그동안은 중계망에 '정상' 표시가 뜨면 아무도 다리를 보러 가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실제 점검이 필요한 주기를 정하고, 담당자의 이름보다 역할과 대체 연락처를 먼저 기록하도록 권했다. 담당자가 바뀌면 다리 관리도 멈추는 조직은 곤란했다. 관리단장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은퇴해도 다리는 남겠지요.' '그러니까 다음 사람이 확인할 수 있게 남겨 주세요.' 우리는 손상된 난간 사진과 수선 예정일을 보관했다. 돈을 추적하다가 결국 사람의 발걸음을 기록하는 것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루시아는 그 옆에서 안전 난간을 한 번 흔들어 보고, 더 단단히 고정하라고 말했다. 그녀가 지나가면 다리도 긴장하는 것 같았다.
해 질 무렵 양쪽 장부의 자동 연장 내역을 다시 열었다. 지난 다섯 차례 중 세 차례는 실제 안전점검 보고가 있었다. 나머지 두 차례는 공용망에서 '분쟁 지속' 신호가 자동 수신됐을 뿐 현장 확인이 빠져 있었다. 그 신호를 보낸 곳은 전시계약심사실. 누가 그 조건을 설정했고 언제 갱신했는지가 새로운 질문이었다.
나는 마왕성으로 돌아오며 작은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싸움을 계속해야 돈을 번다는 말은 너무 넓었다. 그러나 **싸움이 끝났다는 판정을 미루면 자동 연장 수수료가 발생하는 계약**은 실제로 존재했다. 그리고 그 계약을 유지할 권한이 몇몇 기관에 집중돼 있었다.
제르칸에게 결과를 보고하자 그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면 저 다리를 부숴 버리면 되지 않겠느냐!”
“다리에는 죄가 없습니다.”
“그럼 돈을 받은 자들을 잡아오라!”
“그건 조사관과 법원이 할 일입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
“다리 건너는 사람들을 보호하셔야죠.”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할 수 있다.”
나는 미소 지었다. 멋있는 말이었다. 다만 바로 다음에 제르칸이 '보호 기념비를 세우자'고 했기 때문에 나는 예산 불승인 도장을 찍었다.
그날 밤, 에드렌에게서 새 연락이 왔다. 전시계약심사실이 올해 제출한 '분쟁 지속 확인'의 근거 자료를 보냈다는 것이다. 표지에는 왕국, 마계, 천계 연락 사무소의 인장이 나란히 있었다. 그런데 셋이 실제로 서명한 날짜는 서로 달랐다.
나는 펜 끝을 멈췄다. 한 장의 보고서가 세 기관에서 왔다면, 그것이 세 기관의 판단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이제 진짜 싸움은 검이 아니라, 누구의 판단을 누구 이름으로 옮겨 썼는지 밝히는 데서 시작됐다.
제19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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