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91화
PAYLUA ORIGINAL · 제191화

191화. 왕국이 회계 담당자를 소환한 이유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494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에서 보내 온 공문에는 내 이름보다 부서 이름이 길었다. [왕국 특별전쟁정산국 임시 종결 계정 보존 자료에 관한 공동 열람 협조 요청서] 공문을 접은 사람이 고생했겠다. 종이는 세 번 접혔고, 봉인 끈도 네 가닥이었다. 나는 봉투를 들여다보다가 몰트에게 물었다. “혹시 왕국은 공문이 길수록 진지하다고 생각합니까?” “마왕성도 그렇습니다.” “그럼 서로 전쟁할 게 아니라 제목 줄이기 대회를 하면 어떨까요?” “마왕님께서 질 가능성이 큽니다.” 몰트가 드물게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마왕 제르칸의 칙령은 짧으면 여덟 장이고, 서명이 끝나면 본문보다 서명 장식이 길었다. 나는 공문에 적힌 열람 시간을 확인했다. 왕국 제6정산금고, 오전 아홉 시. 입회자는 나와 에드렌, 몰트, 왕국 기록관 두 명이었다. 어제까지 내 이름을 잘못 등록한 경로를 조사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이름이 왜 필요했는지 알아볼 차례였다. 전혀 가슴 뛰지 않았다. 누군가 내 인생을 업무 계획의 한 줄로 적어 놓았다니, 가슴이 아니라 관자놀이가 뛰었다. 왕국으로 가기 전 피코가 도시락을 내밀었다. 봉투 앞면에는 큰 글씨로 '출근자'라고 쓰여 있었다. “출장자라고 써야 해.” “출근도 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돌아와서 과자값도 정산해 주세요.” “너는 벌써 결재를 배웠구나.” 제르칸은 왕좌에서 일어나 나를 배웅했다. 평소처럼 무서운 목소리를 내려다가 기침을 했다. “한도윤. 위험하면 즉시 돌아오도록 해라.” “안전 규정대로 하겠습니다.” “왕국이 자네를 또 용사라고 부르면?” “근로계약서를 보여주죠.” “그것만으로 충분하겠느냐?” “추가 수당 청구서까지 보여주면 대부분 달아납니다.” 마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조금 자랑스러웠다. 정산금고의 문은 지난 방문 때보다 조용히 열렸다. 출입 허가가 정상이라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세계에서 살게 될 줄이야. 에드렌은 먼저 낡은 작업계획서를 펼쳤다. 표지에는 낯선 연도가 아니라 '제4차 전쟁 종료 예상연도'라는 글자가 있었다. “전쟁이 네 번이나 끝날 예정이었습니까?” “계획상으로는요.” “현실에서는요?” “끝나기 직전에 정산 기한이 연장됐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결산을 미루는 것과 똑같군요. 다만 여긴 사람이 죽는다는 차이가 있네요.” 에드렌이 슬픈 얼굴로 웃었다. 문서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전쟁 종료 시 서로 다른 기관이 주장하는 식량 보급비, 응급 치료비, 국경 복구비를 대조하기 위해 독립된 회계 실무자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쪽 출신이어도 상대가 믿지 않으니 중립성이 확보된 외부 전문가를 구한다. 그런 계획이었다. [필수 능력: 복수 장부 대조, 영수증 원본 확인, 계약 해석, 기금 유용 탐지, 전시 지출과 민간 구호 지출의 분리.] 내가 평생 이력서에 적어 온 일을 여기에 써 놓았다. 칼을 잘 쓰는지, 기사를 이기는지, 마왕의 심장을 찌를 수 있는지는 한 줄도 없었다. “이거, 용사 모집 공고가 아닙니다.” “맞습니다. 정산관 확보 계획입니다.” “그런데 왜 저를 용사로 소환했죠?” “두 번째 문서가 있습니다.” 두 번째 문서는 공용 소환청이 만든 인력 공급 요청서였다. 거기에는 '전쟁 종료 지원 인력'이라는 항목 아래, 원래 계획에 없던 괄호가 붙어 있었다. [긴급 전투 동원 가능 인력과 공동 모집.]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정산 직원을 전투 인력으로 한 번에 묶었다고요?” “운영상 예산 통합이라는 이유가 적혀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계산대 직원 채용하면서 위기 상황엔 보스 몬스터를 잡으라고 쓰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그런 편의점이 있습니까?” “이제 왕국에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몰트는 원문과 복사본의 보존번호를 대조했다. 처음 계획서의 작성일, 공동 모집 조항의 수정일, 소환 주문서의 접수일이 서로 달랐다. 우리가 예전부터 본 '확인 전' 표찰은 그중 가장 마지막 단계에 걸쳐 있었다. “이쪽을 보십시오.” 몰트가 말했다. “처음 계획서에는 지원자에게 업무 내용과 귀환 선택권을 직접 고지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 문서에는요?” “정산 담당과 전투 담당이 한 장의 소환 약관을 공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도윤, 잘했다. 나는 속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어려운 퍼즐을 풀어서가 아니라, 화부터 내지 않고 먼저 날짜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짜를 모두 적자 속이 더욱 쓰렸다. 문제의 변경을 승인한 기관은 왕국 특별전쟁정산국이 아니었다. 왕국 비상인력조달위원회였다. 위원회는 비용을 줄이고 소환 횟수를 최소화하려 했다고 적었다. 문서 맨 아래에는 정산국의 이의 제기가 달려 있었다. [계약 목적이 다른 인력을 하나의 동의 항목으로 모집할 수 없음. 모집 후 본인에게 별도 설명해야 함.] 그리고 그 이의 제기 옆에는 빨간 글씨가 붙어 있었다. [전시 긴급 상황, 현장 고지로 갈음.] “현장 고지는 누가 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에드렌은 빈 서명란을 보여 주었다. 그 칸에는 담당자가 아니라 의식 장소 코드만 찍혀 있었다. “이걸로는 고지했다는 증거가 안 됩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집행관의 진술이 필요합니다.” 나는 책상을 짚었다. 왕국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왕이 내게 검을 쥐여 주며 마왕을 무찌르라고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급여를 묻자 명예를 운운했고, 나는 거절했다. 그때 왕궁 관리들이 기겁하던 얼굴도 선명했다. 이제 보니 그들이 놀란 이유는 내가 특별히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내가 제멋대로 쓰인 직무기술서에 질문을 던진 첫 소환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복도에서 기록관 한 사람이 작은 물잔을 들고 왔다. 그의 손목에는 오래된 붕대가 있었다. “전에 이 금고에서 일하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전쟁이 길어지던 때부터 일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빨리 끝날 거라고 했죠.” “그때 정산관이 왔더라면 달라졌을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장부를 먼저 펴자고 말하는 사람은 필요했어요.” 그는 물잔을 내려놓았다. 열쇠를 오래 쥔 손답게 손가락에 굳은살이 두꺼웠다. 나는 그가 직접 본 사실만 들었다. 누군가 오래전부터 이런 계획을 세웠다는 걸로 모든 왕국 관리가 전쟁을 원했다고 몰아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문제를 알면서도 편한 쪽을 택했다. 그것만큼은 종이가 말하고 있었다. 내가 특별히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원래 정산관 자리가 실제로 존재했는지였다. 계획서 제목만 그럴듯하고 채용 예정이 전혀 없었다면, 왕국이 나를 속이려고 뒤늦게 끼워 넣은 설명일 수도 있었다. 에드렌은 내 의심이 합리적이라며 별도 보관된 예산 심의록을 요청했다. 심의록에는 예산 심사위원들의 투덜거림까지 그대로 적혀 있었다. [정산 담당 한 명을 외부에서 데려오는데 왜 별도 통역과 숙소를 마련해야 하는가?] [계약 내용을 이해할 수 없으면 동의도 할 수 없으므로 통역이 필요함.] [그렇다면 현지인을 쓰면 되지 않는가?] [현지 파견자의 장부 접근권을 상대 진영이 인정하지 않음.] 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처음부터 누군가는 나 같은 사람을 데려올 경우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이 설명이 최종 소환 절차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 계획을 주장한 사람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정산국의 전임 심사관입니다. 이미 은퇴했지만 기록은 남아 있습니다.” “개인 기록을 들춰보자는 뜻이 아닙니다. 그분이 쓴 공식 의견만 볼 수 있을까요?” 보존관은 원본을 펼쳤다. 거기에는 '외부인은 전투 목적과 정산 목적의 차이를 이해하기 전에는 임무를 수락한 것으로 보지 말 것'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나는 사본 발급 가능 범위를 확인하고 관련 쪽만 받았다. 내 실무 시절이었다면 그 문장을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 쳤을 것이다. 지금은 마력 인장이 있어서 빨간 펜이 필요 없었다. 발전인지 퇴보인지 모르겠다. 휴식 시간 뒤 돌아오자 금고 앞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왕국의 젊은 서기관이 오래된 계획서를 숨기려 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 가 보니 그는 자료를 감추려던 게 아니라 장마 때문에 젖은 창틀에서 서류를 치워 놓고 있었다. 감독관이 봉인 물품을 허가 없이 이동시키는 모습을 보고 오해한 것이었다. “왜 먼저 말하지 않았습니까?” 보존관이 물었다. “말할 틈이 없었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잖아요.” “그래도 절차가 있습니다.” “종이가 젖은 뒤에 절차를 밟으면 늦지 않습니까?” 나는 둘 다 이해했다. 원본이 훼손되면 안 되고, 임의 이동도 위험했다. 그래서 마른 책상 앞에서 손상 여부를 먼저 공동 기록하고, 서기관의 행동과 이유를 따로 적도록 했다. 그는 범인으로 몰리지 않았고 자료도 안전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젊은 서기관이 물었다. “제가 처음 여기 왔을 때도 설명할 틈을 못 받았거든요.” 그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자신을 멋있게 보이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위험을 막으려 한 행동이 다른 사람 눈에는 규정 위반으로 보일 수 있다. 그 차이를 확인하지 않고 인생을 결정하는 일이 지금까지 너무 많이 벌어졌다. 왕국 금고를 나서기 전 나는 내 이름이 적힌 표찰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노엘이 열하루 전에 입력한 그 표찰과 원래 정산관 확보 계획 사이에는 공통 분류 코드가 있었다. 하지만 같은 코드를 썼다고 노엘이 모집 목적을 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입력자는 입력자고, 분류를 승인한 기관은 따로 있었다. 나는 증거 옆에 다음 단계의 질문을 적었다. '조달 위원회 개정 승인서, 현장 고지 이관 기록 확인.' 점심은 금고 옆 작은 식당에서 먹었다. 식당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전쟁 종료 기념 정식'을 권했다. “언제 전쟁이 끝났습니까?” “아직 안 끝났지요.” “그런데 이름은 왜?” “십 년 전에 메뉴를 그렇게 적어 놨거든. 지우기 아까워서.” 나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밥은 진짜였으니까. 정산국의 종료 계획은 밥보다 덜 현실적이었다. 루시아에게 식당 이야기를 전하자 메시지가 곧바로 돌아왔다. [정식이 맛있으면 두 개 포장해 와라. 조사원 급식 규정 확인함.] 나는 답했다. [자기 식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적국 식당에서 부식 보충은 안보 비용이다.] [전술상 매우 창의적인 주장으로 반려합니다.] 잠깐 웃고 나니 숨을 쉬기 쉬워졌다. 오후에는 비용표를 열었다. 놀랍게도 외부 정산 인력 확보 예산은 실제 소환 전부터 승인돼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내게 지급된 급여라는 뜻은 아니었다. 항목명은 '의식 운영 및 후보 선별비'였고 수령자로 적힌 곳은 소환청이었다. 내 이름이 수령자로 적힌 내역은 없었다. “승인된 예산이 있다고 임금이 지급된 건 아니군요.” 몰트가 말했다. “그렇죠. 그리고 비용을 지급받은 기관이 어디에 썼는지도 따로 봐야 하고요.” 에드렌은 다음 열람 허가 범위를 적었다. 소환청 회계 장부와 집행관 현장 일지를 한꺼번에 보려면 내 당사자 동의와 왕국 보존관의 허가가 모두 필요했다. 나는 내 이름이 들어간 항목만 열람하겠다고 신청했다. 다른 소환자의 기록을 호기심으로 들춰볼 생각은 없었다. “왜 전부 열지 않습니까?” 젊은 보존관이 물었다. “누군가 제 기록도 그렇게 함부로 열면 싫을 테니까요.” 그는 잠시 종이를 바라보다가 출입증에 새 도장을 찍었다. [제한 목적 열람 승인.] 돌아오는 마차에서 나는 정산국 계획서의 마지막 장을 읽었다. 작성자는 계획의 성공 기준을 '적군 궤멸'이 아니라 '미지급 청구 항목의 분리, 민간 피해 정산, 평시 예산 이관'이라고 써 놓았다. 이 계획 자체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전투 소환과 합쳐진 순간, 나 같은 사람이 원래 맡기로 한 일은 사라졌고 '용사'라는 간판만 남았다.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에드렌이 조용히 물었다. “처음부터 정산관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면 왕국에 남았겠습니까?” “조건에 따라 달랐겠죠. 월급도 보고, 돌아갈 방법도 확인하고요.” “그럼 마왕성에 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겠네요.” 나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들판을 보았다. 전쟁 때문에 비어 있던 마을 몇 곳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제가 여기서 살아 온 일까지 누군가 지우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에드렌은 그 답을 기록하지 않았다. 공식 증언이 아니라 사적인 대화였기 때문이다. 그가 펜을 내려놓는 모습이 고마웠다. 마왕성에 도착하자 제르칸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실을 찾았느냐?” “일단 한 가지는 알았습니다. 저는 원래 마왕님을 죽이러 온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의 뿔이 잠깐 움찔했다. “그럼 무엇을 하러 온 것이냐?” “전쟁 끝나면 정산하라고요.” “……그게 내 목숨을 노리는 것보다 무섭지 않나?” “저도 그 생각 했습니다.” 나는 웃으며 내일의 조사 신청서에 서명했다. 소환청에 남은 질문은 단순했다. 누가 어떤 동의서를 내 이름으로 처리했는가. 그리고 누가 돈을 받았는가. 마왕성 문 앞을 지키던 경비병이 물었다. “정산관님, 오늘도 승전하셨습니까?” “아직 아닙니다. 내일 영수증부터 받으러 갑니다.” 그는 진심으로 심각해졌다. 칼을 든 병사에게 영수증이 더 무서운 날이 온 모양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91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91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