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성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두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오늘 급여일인가. 둘째, 또 어느 장부에 내가 두 명으로 등록됐는가.
오늘은 둘 다 아니었다. 피코가 나를 불렀다.
"도윤 님! 마지막 원을 지웠어요!"
칠판에는 마엔의 정정 기록 열두 건이 한 줄로 그려져 있었다. 오래전에 끝난 일곱 개, 지난 며칠 동안 끝난 네 개, 그리고 마지막 하나. 마계 휴전 감시실이 새 상태값을 실제로 적용하고, 옛 자동 복귀 명령이 더는 발행되지 않는다는 확인이 도착한 것이다.
"기능 시험은 했어?"
"네. 레타 님이 시험 장치로 확인했어요. 긴급 연락은 되고, 거절한 사람에게 복귀 통지가 안 가요."
"실제 명부도 봤어?"
"몰트 실장님이 보셨어요."
나는 몰트를 바라봤다. 그는 품위 있게 확인서 두 장을 내밀었다. 하나는 중지된 자동 복귀 규칙, 다른 하나는 유지되는 긴급 피난 안내 기능이었다. 두 결과가 모두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 진짜 완료네."
피코가 활짝 웃었다. 마엔에게는 이미 결과를 통지했고, 그는 '앞으로 답장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고 했다.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열두 건이라는 숫자는 사람 한 명이 오래전에 했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이제 그 한마디가 열두 기관의 기록에 제대로 남았다.
점심에는 제르칸이 조촐한 축하 식사를 열었다. 그러나 상의할 안건도 있었다. 마왕성 대행 권한 개정의 실제 이행률과 미해결 환급 문제가 그 안건이었다.
"축하하는데 왜 회의를 하느냐?"
"마왕님이 직접 식사 자리에 안건을 올리셨잖아요."
"그랬나?"
"결재 기록이 있습니다."
"결재 기록을 증오한다."
"결재를 덜 하시면 됩니다."
마왕은 씩 웃었다. 예전이라면 자기 권위가 줄어든다고 성을 냈겠지만 이제는 직원의 직무 범위가 분명해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걸 안다.
마엔의 마지막 정정 결과를 확인한 다음 날, 나는 회계실 벽에 작은 새 표를 붙였다. 표 제목은 '끝난 일과 끝나지 않은 일'이었다. 첫 줄에는 마엔의 열두 건 정정 완료, 두 번째 줄에는 로켄의 야간 수당 실입금, 세 번째 줄에는 티아의 첫 유족연금 실입금이 적혔다. 네 번째 줄에는 아직 심사 중인 과거 요율 환급 문제가 있었다.
"좋은 일만 크게 적으면 안 돼요?" 피코가 물었다.
"좋은 일만 알리면 남은 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잊힌다고 느낄 수도 있어."
"그럼 나쁜 일만 적으면요?"
"우리가 진전한 것도 모르게 되지."
피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큰 동그라미 두 개를 그렸다. 하나는 웃는 얼굴, 하나는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그 아래에 처리 완료와 진행 중을 나눠 썼다.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그러게. 네가 나보다 설명을 잘한다."
"그럼 오늘도 과자 주세요."
나는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는 인간의 행정 제도를 과자와 도장으로 설명하는 천재가 될 것 같았다. 적어도 제르칸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었다.
바로 그때 왕국 조사관 라델이 마왕성에 도착했다. 그는 두꺼운 서류철을 들고 있었는데, 표지가 아니라 안쪽 종이에 붉은 봉인선이 있었다. 중요한 자료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는 뜻이었다.
"한도윤 씨, 공동 대조회의 전에 당사자 권리 설명을 다시 해야겠습니다."
"무슨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까?"
"원자료 정정이 과거 소환 행위 자체를 취소하거나, 당신의 현재 계약을 무효화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내가 원하지 않는 동의가 과거에 있었다는 사실을 바로잡으려다, 지금 내가 선택한 일을 누군가 마음대로 지우게 둘 수는 없었다.
우리는 작은 회의실에서 권리 설명서를 검토했다. 첫 항목은 귀환할 권리, 두 번째는 현재 거주와 근로 계약의 존속, 세 번째는 과거 소환 의식에 대한 독립적인 피해 심사 신청권이었다.
"세 항목을 한 번에 선택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각각 따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라델이 말했다.
"좋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네요."
나는 귀환 여부 결정을 유지하고, 근로 계약은 현 상태를 존중하며, 과거 소환의 적법성에 대한 조사에는 계속 참여하겠다고 서명했다. 서명은 세 번이었다. 한 번에 몰아서 동의한 것으로 처리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라델은 서류를 받고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서명이 많아지면 번거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요?"
"잘못된 한 번의 서명을 고치려면 몇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그 말을 오래 기억해 두고 싶었다.
회의 전 우리는 중립 연락함의 보존 절차도 확인했다. 윤서진에게서 받은 경위서는 실제로 누가 작성했는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그 내용이 한국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모든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었다. 아레인은 본인 보호를 유지한 채 검증 가능한 날짜와 서명층 정보만 제공했다.
"이 자료 때문에 윤서진 씨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까?" 나는 물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위험은 제한적이지만 공개하면 연락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나는 동의했다. 오랫동안 말하지 못한 사람의 선택을 되찾는 이야기에서, 그 일을 도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선택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아레인은 추가로 원본 보존 비용을 설명했다. 우리가 찾은 은화 열 닢의 편지 보증금과 이번 시험 기록 보존료는 서로 다른 봉투에서 발생한 거래였다. 금액이 같아도 거래가 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나는 그동안 혼동하지 않으려 애쓴 노트의 번호를 다시 적었다.
"이걸 정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듭니다." 라델이 농담했다.
"그래도 나중에 수백 닢 환급 사고 나는 것보다는 낫죠."
"그건 그렇습니다."
차를 마시며 나는 피코에게 가족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이는 빵을 씹다가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럼 돌아가실 거예요?"
"아직 모르겠어.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보고 싶고, 여기서 할 일도 있어."
"둘 다 좋아하면 안 돼요?"
나는 대답을 미루지 않았다.
"좋아할 수 있지. 그래서 선택하기가 어려운 거야."
피코는 빵을 반으로 잘라 내게 한 조각을 건넸다.
"그럼 절반은 여기, 절반은 저기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렇게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아이가 빵을 나누어 준 마음은 따뜻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조각을 받았다.
오후 회의가 열리기 직전 제르칸은 나를 따로 불렀다. 그는 직원 계약서를 한 장 들고 있었다.
"한도윤. 네 계약이 잘못된 소환 명부 때문에 성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하고 싶다."
"제가 마왕성에 취업한 건 제 선택입니다. 무보수 용사 계약을 거절한 것도요."
"그래. 그러면 우리가 한 계약은 그 이전의 잘못과 구분해야겠구나."
마왕의 말이 이상하게 든든했다. 가장 강한 사람이 내게 계속 남으라고 명령하는 대신, 내가 고른 계약을 존중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왕님, 그럼 다음 달 월급도 제 선택을 존중해서…"
"인상 협상은 정기 평가 때다!"
"아쉽네요."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왕좌보다 이런 표정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오가 지나자 중립 기록소에서 마지막 공동 대조회의가 열렸다. 목적은 내 소환 후보 기록의 원문 작성자, 임시 입력 담당자, 상태 변환 담당자, 실제 소환 집행 주체를 각각 구분하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 네 가지를 한 사람의 범행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범인이 한 명이면 이야기가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조사에서 얻은 증거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윤서진이 제한 공개한 경위서에 따르면 최초 언어 표본은 비상 연락 시험을 위해 제작됐다. 그 표본에는 한국어 사용자에게 실제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경고가 있었다. 노엘은 그 표본을 '한도윤 — 확인 전'이라는 상태로 임시 명단에 옮겨 적었다. 언어 검수실은 언어 형태가 적합하다는 기술 확인을 했다. 그런데 후대 공통 전환표에서 그 결과가 '신원 확인 완료'로 번역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명단이 실제 소환 의식에 전달됐다는 사실은 이제 거의 확실했다. 소환을 명령하고 실행한 기관의 원본 주문서는 아직 별도 확인이 필요했다.
"그럼 저는 실수로 뽑힌 겁니까?"
에드렌이 대답했다.
"기록이 잘못 처리된 것은 확인됐습니다. 다만 왕국이 왜 그 명단에서 당신을 선택했는지는 이 자료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제 이름을 그 명단에 넣은 사람은요?"
아레인이 서류를 내밀었다. 최초 수집 기록에는 원문 작성자 정보가 보호 처리돼 있었다. 윤서진은 후대에 보존을 의뢰한 자문인이며 처음 이름을 작성한 사람이라는 증거는 여전히 없었다.
"그럼 그분은 비밀을 알고도 안 알려 주는 겁니까?"
"본인이 공개할 수 있는 범위와 실제 아는 범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아레인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침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동의 없이 삶을 뒤질 권리는 없었다.
오늘 회의에서 우리가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원자료의 정정과 앞으로의 절차였다. 한도윤의 임시 표찰을 '당사자 미확인 시험 표본'으로 표시하고, 잘못된 신원 확인 완료 상태를 폐기한다. 그 사실이 현재 마왕성의 노동 계약이나 이미 행사한 귀환 보류 선택을 무효화하지 않도록 별도 통보한다. 실제 소환의 적법성과 피해 구제는 후속 심사에 넘긴다.
나는 그 문장을 한 줄씩 읽었다. 내가 이세계에 왔던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마왕성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동안 고친 기록들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내 이름 옆에 누군가 마음대로 붙인 '확인 완료'를 떼어 낼 수 있었다.
"서명하겠습니다."
에드렌이 펜을 건넸다. 이번에는 내가 내 이름을 직접 썼다. 누구도 내 손을 잡지 않았고, 누구도 내 말이 끝나기 전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서류 정정이 완료되자 마왕성 인사 화면에도 변화가 생겼다. 외부 소환 후보 표찰은 '원자료 정정 완료'로 분리 표시됐고, 현재 근로 계약은 그대로 유지됐다. 나는 몰트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급여 승인에는 영향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다음 지급일도 정상으로 나옵니다."
"다행이네요. 왕국의 실수 때문에 제 월급까지 깎이면 항의하러 갈 뻔했습니다."
"이미 항의하러 여러 번 가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출장입니다."
몰트가 웃었다. 리치가 웃으면 갈비뼈가 짧게 흔들렸다.
오후에는 베실이 과거 요율표의 분리 조사 결과를 보냈다. `00-성전`의 초회 보전금 여덟 닢은 여전히 별도 보관됐고, 제19차 개정으로 생성된 일부 부당 청구는 중단 상태였다. 과거 실제 납부액을 돌려줄 환급 절차는 시작됐지만 전수 조사는 끝나지 않았다. 승인된 준비금과 실제 지급액도 별도 표로 정리됐다.
"오늘 다 끝난 건 아니네요." 피코가 말했다.
"그래도 끝난 일이 있어. 마엔 아저씨 기록도, 내 임시 표찰 정정도."
"그럼 칠판에 원 두 개 더 지워도 되나요?"
"그건 새 칠판에 그리자. 이 칠판은 마엔 아저씨 거니까."
피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일을 자기 칸으로 구분해 주는 것조차 존중이 될 수 있었다.
늦은 오후, 제르칸이 회계실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왕관도 망토도 없이 왔다.
"한도윤. 내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월급 삭감만 아니면 대체로 괜찮습니다."
"그대는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냐?"
질문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나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한국에 두고 온 가족이 떠올랐고,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메시지가 생각났다. 동시에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작은 직원들과 이상한 마왕도 떠올랐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아갈 권리를 남겨 두겠다는 결정은 제가 했습니다."
"그렇다면 됐다."
"정말요?"
"나는 예전에는 충성도 계약서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매일 출근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고마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마왕이 이럴 때마다 나는 어떤 표정으로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면 계약 갱신 때도 임금 협상을 해 주시는 겁니까?"
"감동적인 순간에 협상을 꺼내는 자는 너뿐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회계 담당자의 장점입니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날 저녁, 사라졌던 언어 시험 제11면과 함께 묶여 있던 예전 소환 집행서의 인수 목록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물건 목록에는 마력 결정, 의식용 인장, 후보 명부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아주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신원 확인이 완료되지 않은 명단을 사용할 경우, 계약 의식 집행관이 직접 동의를 확보할 것.]
나는 읽은 문장을 다시 보았다. 원래도 마지막으로 확인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 누가 그 기회를 실제로 사용했을까.
에드렌은 집행관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왕국 소환청 원본 보존실에 출입 신청서를 냈다고 했다. 그때 내 눈에 또 하나의 기록이 들어왔다. 소환 의식의 회계 담당 부서가 예상 밖의 이름으로 적혀 있었다.
[왕국 특별전쟁정산국 — 전쟁 종료 시 회계 청산 담당 소환자 확보 계획.]
전쟁을 끝낼 때 장부를 정리할 사람을 미리 찾았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왜 나는 용사로 소환됐고, 왜 왕국은 내게 무보수로 싸우라고 했을까.
나는 종이를 접지 못한 채 한참 서 있었다. 겨우 하나의 잘못된 확인 표시를 바로잡았더니, 그 뒤에서 더 큰 질문이 나타났다.
피코가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도윤 님. 내일도 출근하죠?"
"그렇지."
"그럼 내일은 그 장부도 가져가요."
나는 웃었다. 마왕성 직원이 된 이후 처음으로 미래가 조금 덜 두려웠다. 무슨 비밀이 나오든 장부 한 장씩 확인하면 되니까. 다만 그 장부를 만들려고 누가 사람을 이세계로 불렀는지는, 이번만큼은 꼭 알아내고 싶었다.
제19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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