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잘못이 없습니다. 숫자를 붙인 사람이 잘못했을 수 있을 뿐이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피코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그러면 셋도 죄가 없네요."
"드디어 숫자 3에 대한 누명을 벗겨 주는구나."
몰트가 옆에서 엄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수학사적으로 중대한 날입니다."
나는 천 년 근속자의 농담이 점점 더 무서워지는 걸 느꼈다.
오늘 회계실에 도착한 건 공동 보증 회계소의 과거 수수료 표였다. 새로운 요율을 만든 사람을 찾는 조사와 별개로, 과거 자동 전환의 결과를 복구하는 데 어느 기관이 실제로 얼마를 청구했는지 조사하라는 요청이었다.
"왜 신원 확인에 비용이 붙었죠?" 루시아가 물었다.
"처음에는 본인 확인이 필요한 경우 안내 문서를 보내고 답장을 보관하는 실제 작업 비용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답장이 없어도 비용이 붙었나?"
"제19차 개정 이후로 보입니다. 지금은 적용 중지됐지만 예전 청구 기록이 남아 있어요."
우리는 베실과 함께 요율표를 펼쳤다. '언어 표본 보관' 비용과 '신원 연결 유지' 비용이 한 장에 있었다. 화면에서는 둘을 모두 '확인 대기'라는 이름으로 보여 줬지만, 실물 전표에는 서로 다른 계정 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런 건 섞으면 안 되죠."
"동의합니다." 베실이 말했다. "보전금 실기탁 여덟 닢도 별도 계정이고, 앞선 조사에서 확인한 실제 계약 유지 수수료 지급 네 닢도 별개입니다."
나는 문서에 각 계정의 출처를 표시했다. 실제 지급, 승인, 책정, 보관액을 한 칸에 몰아 넣는 순간 언제든 금액이 부풀려진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마술은 합계만 보여 주고 구성 내역을 숨기는 마술이었다.
문제의 표에는 과거 '신원 미확인 연장료'가 표시돼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대조한 일부 표본에서는 실제 청구가 발생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계산식만 보여 줬고 돈은 나가지 않은 것이다.
"그럼 피해가 없었던 거 아닙니까?" 한 관계자가 물었다.
"현금 피해가 없었다는 뜻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표시 때문에 출입이 막히거나 본인 확인이 늦어진 사람이라면 다른 피해가 있었겠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과거 자료 중 보존 상태가 좋은 열여섯 건을 표본으로 선정했다. 이름과 주소는 가리고, 기술 상태값과 실제 청구액, 지급 기록의 존재만 확인했다. 열여섯 건 가운데 여섯 건은 '언어 적합'을 '신원 확인 완료'로 잘못 표시한 흔적이 있었고, 그중 두 건에는 실제 연락이 당사자에게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가 진행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숫자만 보면 육분의…" 피코가 계산하다 말았다.
"비율은 지금 서두르지 말자. 열여섯 건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근거가 없어."
"그럼 여섯 건이라는 사실만 적을게요."
"좋아."
나는 피코가 정확한 사실의 범위를 배우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수수료 표본을 검토하던 중에 우리는 옛 우편 노동조합 대표를 만났다. 이름은 달브. 그는 왼손 손가락 두 개가 굳어 있었고, 편지 봉투를 잡을 때면 다른 손으로 모서리를 눌러야 했다.
"당신들은 유지료가 부당하다고 하더군요." 달브가 말했다. "그 돈으로 우리한테 월급을 줬소."
나는 그 말을 정면으로 들었다. 계약을 고치겠다고 나선 뒤로 가장 듣기 어려운 종류의 항의였다. 잘못된 돈이라고 무조건 끊으면 그 돈에 기대 살아온 사람도 다칠 수 있었다.
"그 당시 일을 한 분들의 정당한 임금은 지급돼야 합니다. 문제는 그 돈을 누구의 허락을 받아 어디서 가져왔느냐는 거예요."
"허락을 구할 틈도 없었소. 전쟁 중이었으니까."
"그 사정도 검토해야겠죠. 하지만 다음 세대까지 같은 방식으로 청구할 권한이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달브는 작업 수첩을 내밀었다. 어떤 밤에는 피난민의 안부 편지 백 통을 나르느라 직원이 다섯 명이나 쓰러졌다고 했다. 수첩에 적힌 야간 근무 시간은 정식 급여 기록보다 길었다.
"당시 실제로 일한 시간을 인정받고 싶으신 거군요."
"그렇소. 수수료를 없애도 좋지만, 우리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싫소."
나는 그에게 필요한 서류를 설명했다. 우편 물량 기록, 작업 명령서, 실제 급여 지급 기록. 오래된 자료라 완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조합이 공동으로 보관한 수첩과 공적 기록을 대조해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그럼 임금 청구는 가능한 거요?"
"법적으로 어떤 청구가 가능한지는 별도 심사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임금 기록을 없애지 않고 조사할 수는 있습니다."
달브는 이 정도 답을 예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무턱대고 '다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헤어지고 베실에게 당시 비용 배분표를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비용은 물류 담당자의 실제 급여로 지급됐고, 다른 일부는 '응답 없는 기간'이라는 계산식에 따라 보관 계좌로 적립됐다. 두 흐름을 분리하면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 부당한 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었다.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베실이 말했다. "실제 우편요금은 당시 물가에 따라 달라졌고, 후대 기록에서는 모두 같은 금화 단위로 바꿔 적었습니다."
"환산 기준일이 따로 있어야겠네요."
"그렇습니다. 없으면 같은 숫자라도 가치가 다릅니다."
우리는 세 종류의 보고서를 만들기로 했다. 당시에 실제로 지급된 금액, 현재까지 남아 있는 보관액, 법적 환급 심사가 필요한 청구액. 단순 책정치나 승인액을 실지급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모든 표에 큰 주석을 붙였다.
이 작업은 지루했다. 한 시간째 단위와 날짜를 맞추고 있자 피코가 작은 그림을 그려 왔다. 금화 세 개가 줄지어 서 있고 각자 다른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건 '예정 금화', 이건 '승인 금화', 이건 '진짜 나간 금화'예요."
"진짜 나간 금화는 왜 다리가 있어?"
"걸어 나갔잖아요."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돈을 직접 세어 보는 것보다 좋은 교육 자료일지도 몰랐다.
자료를 정리한 뒤 우리는 환급 신청 안내문도 검토했다. 기존 양식에는 '환급을 신청하는 즉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이라는 조항이 있었다. 나는 빨간 줄을 그었다.
"다른 권리까지 포기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복 신청을 막으려는 문구입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중복 신청이 문제라면 중복 수령을 확인하는 조항을 넣어야죠. 권리 포기와는 다릅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른 양식을 가져왔다. 새 양식은 신청 내용과 추가 증빙 요청 방법만 설명했다. 나는 이쪽을 선택했다.
한 사람이 작은 창구 앞에 와서 물었다.
"오래전에 낸 돈도 돌려받을 수 있습니까?"
"기록과 법적 요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 접수한다고 바로 환급된다고 약속할 수는 없어요."
"그럼 기다리면 되겠군요."
"얼마나 기다릴지는 심사 일정표를 드리겠습니다."
그는 서류를 받아 들고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막연히 기다리라는 말보다, 언제 무슨 단계가 있는지 아는 편이 낫다는 듯했다.
창구 옆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청구된 적이 없다는 젊은 여성도 있었다. 그는 돈을 낸 적 없는데 환급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우리는 그의 이름이 구형 통지 명단에 있었는지 확인했지만, 그 사실만으로 납부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환급 대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원치 않는 통지가 계속 왔다면 그 부분의 정정은 별도로 요청할 수 있어요."
여성은 웃었다.
"그게 더 중요해요. 집으로 편지가 오면 어머니가 매번 제가 무슨 빚을 졌냐고 물으시거든요."
나는 그 문제를 기록했다. 잘못된 숫자 하나가 집안 식탁까지 따라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자료 검토를 마치고 루시아는 내가 만든 세 장의 비용 표를 보고 말했다.
"아주 복잡하군. 그냥 나쁜 사람의 금고를 열면 끝나지 않나?"
"나쁜 사람이 누군지도 아직 일부는 조사 중입니다. 그리고 금고에는 정당한 노동자의 돈도 섞여 있을 수 있어요."
"그럼 그걸 먼저 분리해야겠군."
"네. 검으로 자를 수 있으면 쉬울 텐데."
루시아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이번엔 검이 쓸모없어 다행이군."
나는 그 말에 조금 놀랐다. 그녀가 전투가 없는 하루를 좋은 하루라고 부르는 날이 왔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표본 당사자에게 조사 참여를 제안하는 안내문을 만들었다. 강제로 열람하지 않고, 참여하지 않을 권리도 안내했다. 아레인은 개인정보를 최소화해 개별적으로 발송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우리는 참여 동의서와 원래 기록 정정 요청서를 서로 분리했다.
"조사 참여에 동의했다고 정정 내용까지 승인한 것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아레인이 말했다.
"맞아요. 이번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루시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기사단의 병사가 한 명 넘어졌다는 소식이었다. 오래된 출입 명부 때문에 본인 신원 확인이 늦어져 치료 접수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병사의 생명이 위험합니까?"
"응급 치료는 이미 시작했다. 치료소 직원이 규정을 무시하고 먼저 들여보냈다."
"무시해야 할 규정이었다면 고쳐야겠군요."
우리는 치료소로 갔다. 병사는 발목을 심하게 접질렀지만 큰 위험은 없었다. 문제는 치료비 청구 명의였다. 구형 명부에서 실종 처리 상태가 남아 있었고, 접수 화면은 '신원 확인 완료'와 '실제 근무자'를 같은 칸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치료를 거부할 뻔한 겁니까?"
"아닙니다. 치료는 하되 비용을 누구에게 청구할지 확인하려던 겁니다." 치료소 직원이 말했다.
나는 먼저 병사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발이 부어 있는데도 치료비 때문에 겁을 먹은 얼굴이었다.
"응급 치료는 계속 진행해 주세요. 비용은 원본 근무기록과 실제 치료일을 확인한 뒤 처리하면 됩니다."
루시아는 병사 옆에 앉아 손목 보호대를 건넸다. "당분간 뛰지 마라."
"예, 단장님."
"그리고 회계실에서 전화 오면 겁먹지 마라. 저 사람은 사람을 먹지 않는다."
"그런 소문이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있다. 장부를 먹는다는 소문도."
"그건 박쥐입니다!"
다친 병사가 웃다가 발목을 찡그렸다. 나는 얼른 사과했다.
치료소 행정 책임자는 환자의 긴급 치료 기록과 비용 청구 기록을 구분하는 임시 지침을 작성했다. 안전망과 청구 기능을 분리하는 건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반복해서 배운 교훈이었다. 나는 마왕성 치료소만 고치고 끝내지 않고, 왕국과 중립 기록소에도 같은 유형의 오류를 점검하도록 제안했다.
마왕성으로 돌아오자 세이든이 찾아왔다. 그는 사망자 지원금 대상자로 잘못 표시됐던 제대병이었다. 생존 상태로 정정한 문서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러 왔다.
"새 명부에는 살아 있다고 표시돼 있습니다."
"그럼 장례식 초대장은 취소해야겠군."
"아직 안 보냈다면 그게 가장 싸게 먹힙니다."
그는 웃으며 경례했다. 나는 그가 농담할 여유를 되찾았다는 사실이 좋았다.
저녁에는 베실이 수수료 표본의 실지급 명세를 추가로 보냈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요율표의 한 칸에는 '귀환 준비자 신원 연결 유지비'라고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을 보자 가슴이 철렁했다. 내 귀환권이 누군가의 비용 항목으로 취급됐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표에 그런 항목이 있다는 사실과 실제 내 이름으로 돈이 청구됐다는 사실은 달랐다.
"이 항목의 원본 승인 문서와 지급 기록을 요청하겠습니다."
베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구액이 존재하면 수신자와 집행 계좌까지 대조하겠습니다."
피코가 물었다.
"돈이 안 나갔으면 괜찮아요?"
"돈은 안 나갔어도 내 이름이 허락 없이 돌아다녔다면 고쳐야지."
"그럼 두 가지 일을 하는 거네요."
"맞아. 사람 이름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돈은 실제 흐름대로 돌려놓는 일."
피코는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나는 가끔 아이가 나보다 중요한 결론을 먼저 찾아낸다고 생각했다.
늦은 밤, 조사 중인 자료에서 오래된 공동운영국 내부 문서가 발견됐다. 제목은 '임시 대상 일괄 신원 연결에 따른 정산 편의'. 문서 아래에는 소환 후보와 귀환 대기자가 같은 회계 분류로 처리되면 비용 청구가 자동 생성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나는 당장 문서를 승인한 사람이 누군지 묻고 싶었다. 대신 옆의 승인 날짜부터 확인했다. 야간 자동 배포가 이루어진 날보다 정확히 하루 뒤였다.
누군가 이미 일어난 상태 변환을 보고 비용 분류를 추가했던 것이다. 실수한 기술 설계와 그 실수를 이용해 돈을 청구한 행위는 하나가 아니었다. 이제 둘을 분리해서 조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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