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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84화
PAYLUA ORIGINAL · 제184화

184화. 휴전항의 고장 난 번역기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492자

오프라인 책장
북방 임시 연락고 6호는 이름부터 불길했다. 회사에서 '임시'라고 붙은 시설이 오래 살아남을 때는 대체로 아무도 폐쇄 신청서를 쓰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직 사용 중이냐고요?" 왕국 시설 담당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시설 대장에는 사용 종료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럼 건물은 있습니까?" "그건 별도 대장입니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건물은 행정상 사망했고 물리적으로는 살아 있을 수도 있었다. 내 이전 세계에서도 흔한 현상이었다. 우리는 시설 안전 점검서를 받은 뒤 출발했다. 루시아, 몰트, 나, 그리고 왕국 조사관 라델이 함께였다. 피코는 회계실에 남아 긴급 연락을 담당하기로 했다. 아이는 불만을 표시했다. "도윤 님은 매번 출장 가요. 저는 언제 승진해요?" "승진은 출장 횟수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그럼 간식 정산 성공 횟수로요?" "그렇게 하면 네가 실장이야." 몰트가 아주 조용히 기침했다. 리치도 인사 평가에는 민감했다. 연락고로 향하는 산길에는 낡은 표지판이 서 있었다. 글씨는 반쯤 지워져 있었고 아래에는 낯선 문장이 남아 있었다. 내가 한국어와 비슷한 획을 발견하자 순간 심장이 뛰었다. "설마 또 한국어입니까?" 라델이 물었다. "아뇨. 그냥 비슷하게 생긴 지역 문자네요." 나는 웃었다. 이제 지워진 글씨를 보면 전부 내 고향과 연결하고 싶은 버릇이 생긴 모양이다. 그 버릇이야말로 위험했다. 간절한 사람은 아무 표식에나 의미를 붙이기 쉽다. 연락고는 산속 저지대에 있었다. 주변에는 작은 피난민 마을이 생겨 있었다. 주민들은 오래된 우물과 창고 벽을 공동으로 사용했다. 건물 출입문에는 왕국 봉인과 중립 보존 기관의 표식이 함께 붙어 있었다. 마을 대표인 노파는 우리를 경계했다. "또 철거하려는 거요?" "옛 문서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거주지나 우물에는 손대지 않겠습니다." "전에도 그렇게 말한 사람들이 있었지." 그녀는 낡은 계약서를 가져왔다. 건물을 보수한다며 마을 공동 창고를 일주일 동안 비우라고 했는데, 일주일이 석 달이 됐고 물건 몇 개를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우선 출입 대상 구역을 명확하게 표시했다. 주민의 물건을 옮길 땐 사전 동의를 받고, 긴급 위험이 있다면 이유를 설명하고 보호 절차를 진행한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공문에 적고, 마을 대표가 자기 사본을 보관하도록 했다. "당신이 책임자요?" "현장 기록 책임자입니다. 구조나 안전은 루시아가 맡고, 법률 확인은 라델이 맡습니다." 노파는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 나는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몰아주면 이런 자리에서 제일 먼저 신뢰가 깨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연락고의 안쪽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오래된 선반과 언어 연락 장치가 남아 있었지만 일부는 주민들이 쓰는 공동 안내판으로 바꿨다. 문제는 벽에 걸린 낡은 번역기였다. 새 안내 방송과 옛 언어 표본이 섞여 엉뚱한 문장을 내보내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라델이 장치를 다시 눌렀다. "북쪽 출입구가 안전하다는 안내였소." 장치에서 들린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북쪽 출입구를 비우지 마십시오.] "그건 반대잖아요!" 루시아가 즉시 출입구로 달려갔다. 바깥에는 천막을 치던 주민 두 명이 있었다. 우리는 안내 방송을 일시 중지하고 사람이 직접 안전 안내를 하도록 했다. 실물 표지판도 새로 세웠다. "장치가 고장 난 건지, 원문이 잘못 저장된 건지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말했다. 레타가 전송석 너머에서 점검 방법을 설명했다. 그녀는 기계를 작동시키기 전에 원문과 출력문을 따로 기록하라고 했다. 기계의 '전송 성공' 표시가 의미 전달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나는 이미 그 말에 질리도록 익숙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글자 하나가 사람의 몸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점검 결과 원문은 정상, 출력 사전의 방향 표시가 뒤바뀌어 있었다. 아주 오래된 언어 표본에서 '비우다'와 '지키다'를 잘못 연결한 항목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 표본이 왜 실제 안내에 쓰였죠?" "옛날에 사전이 부족해서 시험 데이터를 같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라델이 말했다. "시험 자료로 사람을 안내하면 안 되죠." 나는 벽 안쪽의 운용표를 확인했다. 장치를 책임졌던 담당자들이 위험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수십 년 전 '시험어휘 실제 안내 금지'라는 경고가 붙어 있었다. 다만 후대 유지 보수 때 그 항목이 새 사전에 옮겨지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시험 데이터를 긴급 방송 경로에서 분리했다. 레타가 원격으로 시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새 연결을 만들었고, 실제 안내는 현지 언어를 아는 주민의 동의 아래 사람이 맡기로 했다. 마을 대표는 젊은 주민 세 명을 추천했다. 그중 한 명은 대가 없이 도울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을 반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식 근무가 되면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마을을 위해 하는 일인데요?" "그 마음은 소중하죠. 하지만 나중에 다음 사람이 같은 일을 맡을 때도 무보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웃었다. "당신은 이상한 회계 담당자군요. 돈을 아끼는 사람 아닌가요?" "저는 쓸데없이 나가는 돈을 막고, 써야 할 돈이 제대로 나가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럼 우리 마을에도 하나 필요하겠네요." 나는 당장 채용 공고를 만들라는 말이 나올까 봐 화제를 돌렸다. 마을 대표는 우리가 번역 장치를 검사하는 동안 주민 둘을 데리고 왔다. 한 사람은 말을 잘 듣지 못하는 젊은 목수였고, 다른 한 사람은 자기 언어로 글을 읽을 수 없는 노인이었다. "긴급 안내가 고쳐졌다지만, 이 사람들은 들을 수도 읽을 수도 없소. 어떻게 할 생각이오?" 나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 기술적으로 '전송 성공'이라는 표시가 붙어도 실제로 안내를 받을 사람이 듣지 못하면 소용없다. 우리는 새 장치의 정확도만 검사하느라 사람을 빼먹고 있었다. "손 신호로도 전달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목수는 내 입모양을 읽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마을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손짓이 있다고 했다. 한 손을 높이 올리면 위험, 두 손을 교차하면 이동 금지, 손바닥을 앞으로 펴면 이쪽으로 이동하라는 신호였다. "그걸 제가 새로 만들 필요는 없겠네요." "우린 계속 써 왔소." 노파가 말했다. "하지만 바깥에서 온 사람들은 그 신호를 모른다고 무시했지." 우리는 먼저 주민에게 의미를 확인했다. 같은 손짓이라도 가까운 산촌에서는 다른 뜻일 수 있었다. 레타는 표지판에 글자와 그림을 함께 넣고, 안내를 담당할 주민들이 실제로 이해하는지 시범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루시아는 표지판을 들고 직접 현장에 섰다. "이건 어떠냐?" 그녀가 주먹을 들자 젊은 목수가 깜짝 놀라 뒷걸음질했다. "그건 협박하는 것처럼 보여요."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손을 펴지." 루시아가 손바닥을 펼치자 목수는 웃었다. 그는 그녀의 손목 각도를 조금 고쳐 주었다. 평소 검을 든 손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던 기사단장이 낯선 사람에게 손짓을 배우는 모습은 꽤 보기 좋았다. 우리는 방송과 표지판만이 아니라 전달 책임도 정했다. 현장 위험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누구에게 연락하고, 안내를 받은 주민은 어떤 방법으로 이해 여부를 알릴 수 있는지 적었다. 글을 못 읽는 사람에게 서명하라는 종이만 주지 않고, 그림과 직접 확인 절차를 병행했다. "그럼 이 사람들 이름도 명단에 넣어야 합니까?" 라델이 물었다. "연락 담당자는 동의해서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내를 받는 주민 전체를 감시 대상자처럼 등록할 이유는 없습니다." 마을 대표가 내 말을 듣더니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해 준 사람은 드물었소." 나는 민망해졌다. 너무 당연한 걸 말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걸 계속 당연하게 만들려면 그렇게 여러 번 말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안내판 설치가 끝난 뒤 어린아이들이 달려와 손 신호를 시험했다. 한 아이는 루시아에게 진짜 검을 보여 달라고 조르다가 안전구역 선을 넘었다. 루시아는 검을 보여 주는 대신 경계선이 왜 필요한지 가르쳤다. "검을 보면 강해질 수 있나요?" "검을 보지 않고도 위험에서 도망칠 줄 알면 충분히 강하다." 아이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가 뜻밖에 훌륭한 안전 교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주민들과 함께 고친 안내 체계를 실제로 시험했다. 레타가 별도 시험 장치에서 가상 경보를 보냈고, 현장 안내자는 음성·그림·손짓으로 각각 같은 정보를 전달했다. 열 명의 주민이 시험에 참여했는데 한 명이 방향을 잘못 이해했다. 우리는 그 결과를 실패로 기록했다. "아홉 명이나 맞았는데 왜 실패라고 적습니까?" 담당자가 물었다. "아홉 명에게 안내가 갔다는 사실과 한 명에게 안 갔다는 사실을 같이 적는 거예요. 그래야 고칠 부분을 찾을 수 있죠." 우리는 방향 화살표를 더 크게 그린 뒤 다시 시험했다. 이번에는 모두가 같은 출구를 가리켰다. 시험은 통과했다. 다만 다음날 실제 운영을 맡을 사람이 바뀌면 재훈련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남겼다. 해 질 무렵 마을 대표는 오래된 연락고의 소유권 문제를 물었다. 건물은 행정상 사용 종료됐고 주민들은 우물과 안내판으로 사용해 왔다. 새 조사가 시작되면 소유권 분쟁이 생기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오늘 확인한 문서는 소유권 이전의 증거가 아닙니다." 라델이 답했다. "기존 시설 사용 권한을 바로 바꾸지 않습니다." "그 말을 서면으로 받을 수 있소?" "물론입니다." 라델은 현장 조사 결과서에 임시 조치가 주민의 사용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나는 별도 문서로 장비 수리비와 주민 안내 수당의 예산 출처를 구분했다. 기록 조사 비용으로 마을 일을 몰래 처리하면 나중에 또 분쟁이 생길 수 있었다. 노파는 두 서류를 손에 쥐더니 기묘하게 웃었다. "나라 둘이 와서 싸우지 않고 종이에 같이 이름을 쓴 건 처음 보는군." "저희도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나는 장난스럽게 답했다. 사실 우리끼리도 서류 한 장을 두고 매일 싸웠다. 그러나 적어도 싸움을 끝내는 방법이 검보다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본래 조사 목적인 별첨 보관함은 지하 한쪽에 있었다. 그러나 출입하려면 벽의 균열을 통과해야 했다. 루시아는 안전 진단 전 접근을 금지했다. 나는 잠시 아쉬웠지만 동의했다. "문서가 지하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꺼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루시아의 질문은 명확했다. "오늘 당장 꺼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 위험한 길로 들어갈 필요가 없군." 우리는 연락고 밖으로 나와 임시 안전 펜스를 세웠다. 몰트가 오래된 건축 도면을 읽는 동안 주민들은 차를 끓여 줬다. 나는 그들이 제공한 재료의 비용을 적으려다가 노파에게 혼났다. "차 한 잔도 계산하느냐?" "습관이라서요." "그럼 감사하게 마시기나 하시오." 나는 숫자를 쓰던 손을 멈췄다. 세상에 있는 모든 호의가 매출로 분류될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 이 한 잔은 그랬다. 오후 늦게 건축 도면과 현장을 비교하던 몰트가 벽 뒤쪽에 비밀스럽지 않은 작은 통로를 발견했다. 과거 보수 담당자가 물건을 옮기려고 만든 관리 통로였다. 도면상 안전한 곳으로 연결됐지만 실제 구조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했다. 기술사가 와서 좁은 통로의 상부 지지대를 점검했다. 통로 자체는 안전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우리는 방진 마스크와 안전 장비를 갖춘 인원만 들어가기로 했다. 루시아가 선두, 나는 기록 담당, 몰트는 보존 자문이었다. 구석의 보관함에는 문서 상자가 세 개 있었다. 우리는 포장 상태를 사진에 남겼다. 첫 번째는 장치 수리 기록, 두 번째는 당시 피난민 안내 명단, 세 번째는 [이관 대장 분리 보관 — 제11면]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그러나 상자를 열어 보니 제11면은 원본 종이가 아니라, 원본을 다른 기관에 보냈다는 인수 확인서였다. "또 서류를 받으러 가야 하나요?" 피코가 전송석 너머에서 물었다. "그렇지. 우리 일은 언제나 배송 추적이야." "그럼 우편실에 취업하셨어야죠."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 인수 확인서에는 수신 기관이 적혀 있었다. [공동 보증 회계소. 기술 시험물 보관실.] 놀랍게도 배송 대상 이름은 없었다. 시험 표본 28호, 언어 적합 확인서, 미확인 신원 대응표. 그리고 아주 작은 글씨로 한 줄이 더 있었다. [신원은 별도 확인 전까지 연결하지 말 것.] 우리는 상자를 다시 봉인했다. 연락고 6호는 이제 적어도 잘못된 경고 방송을 하지 않았다. 문서 한 장을 찾으러 왔다가 마을의 안전망을 고친 셈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노파가 나를 불렀다. "오늘은 사람들 앞에서 위험하다고 말해 줘서 고맙소. 옛날에는 윗사람이 괜찮다고 말하면 우리가 입을 다물어야 했지." "저희도 틀릴 수 있습니다. 위험하다는 의견이 있으면 꼭 말씀해 주세요."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럼 이제 우리도 그 문서에 이름을 쓸 수 있겠군." "무슨 문서요?" "고쳐진 안내판을 확인했다는 문서 말이오." 나는 웃었다. 이번에는 수령도 동의도 아닌, 주민이 자기 안전을 확인했다는 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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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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