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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85화
PAYLUA ORIGINAL · 제185화

185화. 피코는 열두 건을 세었습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80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성에서 가장 무서운 숫자는 세 개였다. 하나는 세금, 둘은 출장비, 셋은 '아직 처리 중'이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숫자가 내 책상 위에 쌓여 있었다. 정확히는 다섯 건이었다. 마엔이 신청한 거절 기록 정정 열두 건 중 일곱 건이 끝났고, 남은 다섯 건이 여러 기관 사이에서 떠돌고 있었다. 그의 손은 떨렸지만 말투는 분명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거절한 것이 아니오. 한 번 거절했는데 다섯 곳에서 인정하지 않은 것이오." 그 말을 듣자 내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서류를 건수로 세다 보면 사람이 한 말을 수십 장으로 나누게 된다. 숫자가 편리하다고 해서 사람의 시간이 잘게 부서지는 건 아니다. "맞습니다. 다섯 개의 기관 기록을 고치는 과정이 남아 있다는 뜻이죠." 피코는 칠판에 다섯 개의 작은 원을 그렸다. 첫 번째 원에는 왕국 우편청, 두 번째에는 군 보급소, 세 번째에는 전역 확인소, 네 번째에는 중립 연결국, 다섯 번째에는 마계 휴전 감시실이라고 적었다. "하나씩 지워도 돼요?" "실제로 정정됐다고 확인되면." "그럼 도장은 몇 개예요?" "다섯 개." 피코는 고심하더니 새로운 도장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 아이가 크면 세상에는 도장이라는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이 분명했다. 첫 번째 기관은 왕국 우편청이었다. 그들은 이미 마엔의 거절 편지를 받은 기록을 인정했다. 하지만 전자 목록에는 아직 '요청 접수'로만 표시돼 있었다. "접수 사실을 인정했으면 기록을 고쳐야죠." "문제는 개별 사유 코드가 없다는 겁니다." 우편청 직원이 말했다. "그럼 코드를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새 코드는 본청 승인이 필요합니다." 나는 빙긋 웃었다. "그 본청은 어디 있죠?" 직원이 내 웃음을 보고 움찔했다. 그도 이제 유명한 마왕성 회계 담당자에 대한 소문을 들은 모양이었다. 나는 사람을 겁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제대로 된 서류를 요구하는 순간 직원들이 흠칫하는 일에는 이제 익숙해졌다. 본청 직원은 마엔의 원본 편지를 확인했고, 한 시간 뒤 사유 코드 신설을 승인했다. 그러나 수정된 기록을 실제로 저장하려 하자 누군가 중립 연결국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그쪽은 이미 별도 심사 중이잖아요." "연결돼 있는지 몰랐습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기록해 주세요. 기술 변경 담당자가 볼 수 있게요." 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알아야 할 정보에 접근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 탓에 업무가 멈춘다면 절차를 바꾸는 게 맞았다. 중립 연결국의 아레인은 임시 분리 정정을 허용했다. 우편청의 원본을 수정하는 게 아니라, 마엔의 거절 편지에 연결된 처리 상태만 바로잡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 원이 지워졌다. 두 번째 기관인 군 보급소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마엔의 이름이 복귀 대상 명부에 남아 있어 물자 배분 예상치에 반영되고 있었다. 그의 몫이라며 남겨 놓은 식량은 실제로 배달된 적이 없었다. "그럼 식량이 어디 갔죠?" 피코가 물었다. 보급 장교는 잔뜩 긴장했다. "예상 배분량만 계산된 상태입니다. 실물 출고는 없었습니다." "좋네요. 가짜 출고라고 적으면 안 되겠어요." 나는 피코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우리는 예상 배분과 실제 출고를 따로 확인했다. 보급 창고의 원본 일지와 물품 잔량은 맞아떨어졌다. 마엔의 이름을 지워도 실물 재고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줄어들지는 않았다. 보급 장교는 처리 화면을 고쳤다. 두 번째 원이 지워졌다. 마엔은 그제야 작게 웃었다. "내 몫이라던 식량이 실제로 없었다니, 참으로 바보 같은 일이지." "그래도 누군가 가져간 걸로 오해하지 않아 다행이죠." "그렇소. 나도 누굴 도둑이라 부르고 싶진 않았소." 세 번째 기관인 전역 확인소는 마엔에게 직접 방문하라고 했다. 그는 다리가 좋지 않아 먼 길을 가기 어려웠다. 나는 이동 비용과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대체 본인 확인 절차를 요청했다. 담당자는 원칙이라며 거절했다. "제가 대신 신분을 확인하겠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원격 입회가 허용되는 조항이 있는지 묻는 거예요." 그는 규정집을 뒤지더니 오래된 별표 하나를 발견했다. 전쟁 부상자와 고령자를 위한 방문 입회 절차가 있었다. "이런 게 있었습니까?" "저도 오늘 처음 봤습니다." 나는 그에게 화를 내기보다 그 조항을 잘 보이는 곳에 다시 게시하라고 권했다. 모르는 규정은 없는 규정과 비슷한 결과를 만든다. 방문 입회관이 마엔의 집에 왔을 때 피코는 동행했다. 아이는 사전에 연습한 대로 물었다. "이름이 뭔가요?" "마엔이지." "거절했나요?" "했다. 아주 오래전에." "지금도 거절할까요?" "그래." "그럼 적겠습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서명했다. 피코는 서명을 대신하지 않았다. 펜을 잡는 것이 어려울 때는 팔꿈치를 받쳐 주었지만 손끝은 마엔에게 남겨 뒀다. 세 번째 원도 지워졌다. 세 번째 원을 지우고 난 뒤, 마엔은 자신의 집 뒤뜰로 우리를 불렀다. 채소밭에는 당근과 작은 약초가 자라고 있었다. 그는 허리를 굽혀 흙을 고르다가 내게 낡은 군용 손목띠를 내밀었다. "이건 내가 처음 거절할 때 차고 있던 것이오." 손목띠에는 전역 예정 날짜가 적혀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확인한 장부보다 오래된 날짜였다. 그 옆에는 그의 이름이 아닌 숫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귀환 허가가 늦어지면 다음 부대로 자동 이동한다는 구형 표식이었다. "손목띠가 있다는 것만으로 전역이 완료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당시 본인에게 어떤 안내가 갔는지는 확인할 수 있겠네요." "그때 나는 그냥 집에 가고 싶었소.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지." 마엔은 젊었을 때 같은 진영에서 근무하던 동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사람은 전쟁터에서 두 번 부상을 입었고, 마지막에는 자기 손으로 전역 신청서를 쓰기 어려웠다고 한다. 군 간호사가 대신 적어 주었지만 마지막 의사 확인란은 비어 있었다. "동료는 어떻게 됐습니까?" "고향에 돌아갔소. 서류가 뒤따라오지 못했을 뿐이지." 마엔은 웃었다. 사람이 서류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말이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남은 문제도 있었다. 기록이 따라오지 못한 사람은 보험과 연금에서도 자꾸 누락됐다. 우리는 마엔이 동료를 대신해 제출할 수 있는 자료와, 동료本人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을 구분했다. 그는 더는 연락되지 않는 동료의 일을 허락 없이 신청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당시 부상병들이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공동 자료로 조사하는 건 가능했다. "내가 겪은 일을 다른 사람이 또 겪지는 않았으면 좋겠소." 그의 말은 어떤 계약서의 조항보다 중요하게 들렸다. 나는 그 생각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당사자의 마음은 장식 문구가 아니니까. 마엔의 집을 나서려던 순간, 이웃집 할머니가 찾아왔다. 그녀는 누구에게 항의해야 하는지 묻고 있었다. 우편청에서 여전히 오래전에 죽은 남편 앞으로 통지서를 보낸다는 것이다. "편지를 안 받겠다고 했더니 직접 와서 말하라더군요." 나는 그녀에게 사망 사실을 증명하는 원본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문서를 읽을 권한이 내게 없었다. 대신 해당 지역의 가족 대표 연락처 변경 절차와 개인정보 보호 창구를 안내했다. "제가 하는 건 길을 알려 드리는 일입니다. 실제 변경은 담당 기관에서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해요." "그럼 오늘 바로 끝나는 건 아니오?" "네. 하지만 같은 설명을 여러 번 반복하지 않도록 신청 번호를 받으세요." 할머니는 번호를 적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은 어쩌면 돈이 아니라 같은 사연을 열 번 말해야 하는 사람의 기운일지도 몰랐다. 마왕성으로 돌아오자 피코는 마엔의 칠판 밑에 작은 안내문을 붙였다. [다섯 개의 동그라미는 다섯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다섯 기관에 자기 뜻을 알려야 했다는 뜻입니다.] 나는 그 글을 한참 보았다. 아이가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을 정확하게 적었다. 나는 손으로 종이를 펴 주었다. "잘 썼어." "틀린 글자 있어요?" "하나도 없어." 피코는 귀가 빨개졌다. 그러더니 내게 작은 요구서를 건넸다. "칭찬을 받은 직원에게는 간식 수당이 나오나요?" "그건 근로계약서를 봐야 하는데." "계약서를 제가 썼어요." 보니 계약서라기보다 그림이었다. 과자 세 개 옆에 자신과 내가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계약은 둘 다 내용을 이해하고 동의해야 성립해. 내가 과자 세 개에 동의한 적은 없지." "그럼 지금 동의해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과자 한 개를 내밀었다. "오늘은 한 개. 나머지는 근무 시간과 상관없는 간식으로 같이 먹자." 피코는 승리한 장군처럼 손을 번쩍 들었다. 루시아가 그 모습을 보고 박수를 쳤다. 제르칸은 무슨 승리인지도 모르면서 같이 박수를 쳤다. 나는 그에게 설명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날 저녁 마엔에게 짧은 편지를 받았다. 그의 글씨는 투박했지만 똑바로 읽혔다. [나는 아직 그때를 다 잊지 못했소. 그러나 이제 내 말을 들었다고 기록해 준 사람이 있소.] 나는 편지를 접어 사적인 서랍에 넣었다. 그의 허락 없이 자료집에 넣을 생각은 없었다. 내 책상에 놓인 많은 기록 가운데 그 편지는 숫자보다 무거웠다. 마엔의 밭에서 가져온 작은 약초 한 다발은 내 책상 모서리에 놓였다. 향기가 꽤 좋았다. 피코는 이 약초에도 지급 승인서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물에는 고맙다는 대답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자 피코는 고맙다는 말을 아주 크게 세 번 외쳤다. 몰트가 시끄럽다며 말렸지만 나도 웃고 말았다. 다음 날 오후에는 티아의 유족 연금이 실제로 들어왔는지 확인했다. 그는 은행 전송석 앞에서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 "통장에 숫자가 보이긴 하는데… 이게 정말 들어온 거 맞나요?" 나는 은행의 입금 확인번호를 읽고, 지급일과 계좌 수신 기록을 대조했다. 이번에는 '예정'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실제 입금됐습니다." 티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는 누군가의 죽음이 보상받았다고 기뻐하는 게 아니었다. 오래전에 약속된 지급이 이제야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매번 확인해야 하나요?" "첫 지급 이후 주기 지급이 자동 설정됐는지 별도 확인하겠습니다. 오늘은 오늘 들어온 돈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호한 축하보다 정확한 사실이 더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왕성으로 돌아오니 제르칸이 왕좌실에서 외쳤다. "우리 성의 민원 처리율이 올랐다고 들었다!" "예. 그런데 이번에는 처리율보다 아직 남은 사유를 봐야 합니다." "숫자가 높아졌는데 왜 그렇게 말하느냐?" "완료됐다는 건 불편을 겪은 사람이 실제로 달라진 결과를 봤다는 뜻이니까요." 마왕은 손에 든 축하 현수막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곳에는 '민원 100퍼센트 해결'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누가 만들었지?" "아마 홍보실이요." "홍보실이 우리 성에 있었느냐?" "없습니다. 마왕님이 직접 지시하신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요." 제르칸이 크게 헛기침했다. 나는 모르는 척했다. 저녁에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기관의 정정 사유를 검토했다. 중립 연결국은 우편청 정정을 반영해 마엔의 회신을 정상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계 휴전 감시실의 구형 명부가 또 시험적으로 그를 복귀 대상자로 올려놓았다. "이건 옛 자동 갱신 장치군요." 몰트가 말했다. "회신권 개정 이전 규칙이 아직 돌고 있어요." 레타는 장치를 끄지 않고 자료 연결부만 분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긴급 피난 안내 기능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 우리는 사용 중인 기능 목록을 만들고, 실제 사람의 동의가 필요한 항목만 따로 표시했다. 피코가 칠판 앞에서 말했다. "두 개 남았어요." "맞아." "그런데 마엔 아저씨가 한 번 거절했다면, 마지막 두 개도 지워야죠?" "정정된 결과를 확인한 뒤 지워야 해." 피코는 도장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 모습이 기특했다. 그리고 그 순간 왕국 조사관에게서 새로운 통지가 도착했다. 공동 보증 회계소의 시험물 보관실에서 발견된 오래된 파일을 읽을 준비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제목은 '언어 적합 표본의 상태 변환표'. 내 개인 기록과 마엔의 거절 기록은 서로 다른 사건이었다. 그러나 둘 다 '상대가 실제로 뭐라고 했는가'를 되묻는 순간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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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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