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한 장이 사라지면 대부분의 회사는 복사본을 찾는다. 마왕성은 조금 다르다. 일단 문서를 먹는 몬스터가 있는지 조사한다.
"소화기관 검사까지 해야 합니까?"
내 질문에 루시아가 당당하게 답했다.
"지난번에 실제로 책을 먹는 박쥐가 있었지 않나."
"그 박쥐는 간식으로 장부 모서리를 뜯었을 뿐입니다."
"그것도 증거 인멸이다."
피코가 옆에서 반론했다.
"배가 고프면 그럴 수도 있죠."
"그 얘기를 왜 도윤한테 하는 거냐?" 루시아가 물었다.
나는 슬그머니 아침빵을 숨겼다. 이 회사에서는 회계사가 먹는 양이 부서 예산처럼 관리된다.
우리가 찾는 것은 소환 관리소의 옛 이관 대장 열한 번째 페이지였다. 아레인이 확인한 대장은 모두 열두 장으로 제본되어 있었다. 그런데 현존하는 원본에는 한 장이 빠졌고, 열 번째와 열두 번째 사이에 실 구멍만 남아 있었다.
"누가 뜯어갔을까요?" 피코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모른다. 제본 전에 빼놓은 종이일 수도 있어."
이스카가 봉인의 눌린 자국을 보여 줬다. 실은 오래전 한 번 다시 묶인 흔적이 있었다. 종이가 원래 있었는지, 다른 장으로 대체됐는지는 추가 비교가 필요했다.
"아주 오래된 교체 작업이 있었군요." 나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당시 담당자는 수선 날짜를 남겼습니다."
그가 보여 준 표시는 내 소환 시점보다 훨씬 앞선 날짜였다. 기분이 서늘해졌다. 내 이름이 등록되기 전부터 이관 절차의 일부가 비어 있었다는 뜻이었다. 나를 겨냥해 누가 훔쳤다는 추측은 성립하지 않았다.
"그럼 빈칸에 뭘 썼는지는 어떻게 찾죠?"
"다른 기관이 받은 사본을 봐야 합니다." 에드렌이 말했다.
왕국·천계·중립 기록소는 같은 이관 건을 서로 다른 양식으로 기록했다. 사람에겐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하나가 사라져도 다른 하나를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우리는 먼저 옛 왕국 급송창고로 향했다. 그곳은 지금 우산 제작 공장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급송 마차의 방수 천을 우산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낡은 출입문 위 간판을 읽었다.
[비가 오면 영업합니다.]
"비가 안 오면요?" 피코가 물었다.
"우산을 수리한대." 공장 주인이 답했다.
"정말 좋은 사업 모델이네요."
내가 감탄하자 주인은 내게 자기 회사의 장부도 봐 달라고 했다. 나는 오늘 출장 목적이 문서 조사라고 설명했지만, 그는 샘플 우산을 공짜로 주겠다고 유혹했다. 전문 서비스의 가격이 우산 하나보다 싸지는 순간이었다.
공장 주인은 지하로 내려가기 전에 오래된 직원 명부를 하나 더 꺼냈다. 급송창고 시절 물건을 나르던 사람들의 급여 기록이라고 했다. 나는 정식 조사 대상이 아니므로 사적인 내용은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럼 이것만 봐 주시오." 그는 낡은 표지를 가리켰다. "창고 폐쇄 수당이라는 게 있던데 우리 아버지는 못 받았다고 하셔서."
표지에는 실제로 시설 폐쇄 후 인수 정리 인력을 위한 수당 항목이 있었다. 그런데 내용에 접근할 권한은 공장 주인에게 있지 않았다. 서류에는 다른 사람들의 근무 내역도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용 기록 열람은 가족 관계와 관련 권한을 확인한 뒤 신청하셔야 합니다. 다만 이 표지와 공지문만으로도 지급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은 하실 수 있겠네요."
그는 조금 실망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버지는 평생 그때 일한 얘기를 했소. 매번 열두 상자를 옮겼다고."
"그 일이 없었다고 말할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수당이 실제 지급됐는지 확인하려면 다른 자료가 필요합니다."
피코가 옆에서 물었다.
"상자 열두 개면 많이 무거웠을까요?"
"종이라서 가벼워 보여도 젖으면 꽤 무겁지." 루시아가 말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며 옛 이관 대장 열한 번째 페이지가 이동한 이유를 생각했다. 전쟁과 화재 때는 누군가 종이를 들고 뛰었을 것이다. 장부에 한 줄로 남은 '인수 완료' 뒤에는 사람의 다리와 어깨가 있었다.
공장 주인은 우리가 지하로 내려가기 전에 물품 보관함부터 살펴보라고 안내했다. 거기에는 낡은 우산 살대와 은색 잠금쇠가 있었다. 창고 시절 잠금쇠의 번호가 보존된 모양이었다.
"이 자물쇠는 아직 열립니까?"
"안 열리는 게 더 많소. 용도가 없으니까."
"그래도 번호가 남아 있네요."
나는 번호를 사진으로 남기되 그것만으로 특정 서고 열쇠라고 확정하지 않았다. 근처에 같은 번호를 썼던 다른 창고가 있었을 수도 있었다.
몰트는 금속 표면에 새겨진 오래된 조합 표식을 알아봤다. 국경 구호 조합이 피난민의 소지품을 임시로 보관할 때 쓰던 표식이었다. 마왕성 지하의 첫 이관 대장에서 본 것과 같은 유형이었다.
"이건 신원 증명이 아니라 물품 분류 표식입니다." 몰트가 말했다.
"그럼 어느 물품군인지 찾을 단서는 되겠군요."
우리는 공장 주인에게 잠금쇠를 임의로 가져가지 않고, 현장에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수리 중인 우산을 보관할 때 함께 보호하겠다고 했다.
"서류 찾는 분들이 참 별나군. 다른 사람들은 희귀 금속이라며 다 가져가려 했는데."
"가져갈 권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면 내 아버지가 남긴 것도 지킬 수 있겠군."
그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 사람의 말을 속으로 오래 붙잡았다. 무엇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 누군가에겐 도움일 수 있다.
지하 작업을 시작한 직후에는 장치가 고장 나는 소동도 있었다. 오래된 운반 승강기의 바퀴가 헛돌았고, 작업자 한 명이 손목을 삘 뻔했다. 루시아는 즉시 가동을 중지시켰다.
"오늘 반드시 이 상자를 내려야 하는 이유가 있나?"
공장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없소. 납기일도 다음 주요."
"그럼 안전을 확인할 때까지 멈추는 게 낫겠군."
나는 예정된 작업 시간이 늘어나 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공장 주인은 놀라지 않았다. 예전에는 수리비를 아끼려고 작업자가 손으로 기계를 붙잡고 돌린 적도 있다고 했다.
"그때 다친 사람의 치료비는 더 비싸지 않았나요?"
"그렇소. 장부에 치료비가 안 찍혀서 몰랐던 척했을 뿐이지."
그 말은 아프게 들렸다. 어떤 비용이 기록에 없다는 이유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나는 원래 하던 서류 조사를 잠시 멈추고 기술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수리공은 고장 난 바퀴를 꺼내 놓았다. 교체 부품 비용을 설명하면서 재활용 부품을 쓰면 싸게 고칠 수 있지만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공장 주인은 처음으로 값비싼 새 부품을 선택했다.
"언젠가 사고 나면 우산 공장은 끝이오. 오늘은 제대로 고치고 싶소."
나는 그 선택을 존중했다. 내 회계 능력이 사람을 싼 선택으로 몰아가는 데 쓰이지 않길 바랐다.
그날 저녁 공장 마당에서 작은 식사가 열렸다. 공장 주인은 오래된 서고 문서를 도와 찾아준 것에 감사하다며 따뜻한 스프를 내놓았다. 피코는 우산 공장이라서 비가 오는 날에만 밥을 주는지 물었다. 주인은 배를 잡고 웃었다.
"오늘은 비가 안 와도 밥을 주지."
"그럼 가격표에는 예외라고 써야겠네요!"
아이가 그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더 크게 웃었다. 나는 서류에 '예외'라는 말이 나타날 때마다 긴장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피해 보지 않는 예외라서 좋았다.
식사 뒤 공장 주인은 아버지가 남긴 이야기를 하나 더 해 줬다. 피난민들이 도망치던 날, 기록을 옮기던 직원들은 이름을 큰 소리로 읽지 않았다고 한다. 누가 추적할지 몰라서였다. 대신 번호와 색깔로 상자를 구분했다.
"그래서 이런 번호패가 남은 거군요."
"그렇소. 이름은 안전한 곳에서만 확인했다고 하셨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 표본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가 단순한 서류 습관이 아니었다는 걸 이해할 것 같았다. 이름이 드러나는 순간 위험해지는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급송창고 시절의 기록은 작업장 지하에 남아 있었다. 빗물 냄새가 났고, 선반에는 물건을 분류하던 목제 번호패가 걸려 있었다. 28번 번호패 아래에는 짙은 얼룩이 있었다.
"이건 피 같은데." 루시아가 낮게 말했다.
"잉크일 수도 있어요." 나는 대답했다.
이스카가 소량을 채취해 감정했다. 오래된 식물성 붉은 잉크였다. 루시아는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칼집을 바로잡았다.
"사건이 자꾸 전투 없이 끝나는군."
"좋은 소식입니다. 보험료가 안 올라가잖아요."
지하에서 발견된 별도 수령 장부에는 시험 표본 28호가 '원본 열람 금지, 언어 연락 시험용 복제본'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 번째 이관 날짜와 같았다. 수령인의 이름은 있었지만 서명은 읽기 어려웠다.
"여기 있는 건 수령 기록입니다." 에드렌이 말했다. "최종 승인 기록은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는 각 문서가 무엇을 말하는지 먼저 표시하는 습관이 생겼다. 피코는 준비해 온 세 종류의 도장 중 '받았음'을 골랐다.
"이번에는 이거죠?"
"정답."
"찬성은요?"
"아직 아무도 묻지 않았어."
공장 주인은 부러운 눈으로 도장을 보더니 자기 사업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산을 수리하러 온 손님들이 견적을 받은 뒤 '수리하겠다고 했다'고 오해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견적 수령과 수리 의뢰를 다른 칸에 쓰세요."
"칸을 만들면 손님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고장 난 우산을 고친다고 말해 놓고 새 우산 가격을 청구하는 것보다야 낫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피코에게 도장 그림을 부탁했다. 피코는 대가로 작은 초록 우산 하나를 받았다. 나는 회사 장부에 우산이 현물 보수로 들어오는 날까지 보게 됐다.
점심 무렵 공장 지하 배수로가 막혀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우산 공장답지 않게 배수 시설은 엉망이었다.
"원본부터 옮기죠!" 내가 소리쳤다.
루시아는 무거운 상자를 두 개씩 들어 올렸다. 공장 직원들은 작업 중인 우산을 치웠고, 나는 기록 보관 상자에 번호표를 붙였다. 피코는 젖어도 되는 물건과 안 되는 물건을 나누었다. 기록을 지킨다고 노동자를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먼저 출입구와 계단부터 비웠다.
물살은 세지 않았다. 하지만 좁은 지하에서 한꺼번에 몰려들면 넘어질 수 있었다. 나는 맨 뒤에서 직원 수를 다시 셌다. 셀 때마다 한 명씩 더 나온다면 그건 마법이 아니라 내 계산 실수였다.
"열셋, 열넷… 모두 나왔습니다!"
공장 주인이 막 마지막 상자를 잡으려 하자 루시아가 팔을 붙잡았다.
"사람부터. 상자는 내가 가져오겠다."
그 말은 이곳에서 처음 들었을 때보다 이제 익숙했다. 그래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놓였다.
배수로를 확인한 기술사는 막힌 원인이 옛 급송창고의 방수막이라고 했다. 누군가 오래전에 수리하다 남긴 조각이 물길을 막은 것이다. 관련 작업 비용은 공장 시설비로 청구될 일이었다. 나는 남의 공장 장부에 손대지 않았지만, 공장 주인에게 영수증을 받아 두라고 조언했다.
조사 중 찾아낸 번호패 뒷면에는 중요한 표시가 있었다.
[제11면의 별첨은 사본 발송 후 봉인 창고로 분리한다.]
사라진 열한 번째 페이지는 누군가 훔친 게 아닐 수도 있었다. 처음부터 다른 창고로 옮겨진 것이라면, 보존 연속성이 깨지지 않은 셈이었다.
"어디로요?" 피코가 물었다.
"뒤를 봐. 목적지 번호가 있잖아."
[북방 임시 연락고 6호.]
몰트는 그 번호를 듣고 지팡이를 잠깐 내려놓았다.
"6호 연락고라면… 오래전에 봉쇄된 곳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죠?"
"당시 기근과 화재가 겹쳤습니다. 서류보다 사람을 먼저 옮겼지요."
"그럼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네요."
돌아오는 길에 피코는 받은 우산을 내 머리 위에 들었다. 비가 그쳤는데도 그랬다.
"왜 펴고 있어?"
"이 우산은 받았지만 비가 와야 한다는 동의는 안 했거든요."
나는 웃었다. 아무래도 아이가 자신만의 법학을 완성해 가는 듯했다.
회계실에 도착하자 티아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은행 창구가 그녀의 유족 연금 첫 지급을 처리 중이라는 메시지였다. '처리 중'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나는 축하 전화를 누르려다 멈췄다. 실제 입금을 확인하고 함께 기뻐하자고 답했다.
한편 이관 대장 열한 번째 페이지의 목적지는 확실해졌다. 북방 임시 연락고 6호. 단, 그곳에 오늘도 문서가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나는 출입 계획서 첫 칸에 크게 적었다.
[인명 안전 우선. 기록은 그다음.]
루시아가 그것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내 옆에서는 몰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 년 넘게 장부를 지켜 온 사람도, 이제 어떤 것을 먼저 지켜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제18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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