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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81화
PAYLUA ORIGINAL · 제181화

181화. 최초 작성자는 서명하지 않았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492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성의 월요일은 종소리 대신 비명으로 시작된다. "장부가 열리지 않습니다!" 비명을 지른 건 몰트였다. 천 년 넘게 근무한 리치가 '장부가 안 열린다'며 소리치는 광경은 웬만한 용의 습격보다 무서웠다. 나는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회계실로 뛰었다. "무슨 장부요?" "급여 대장입니다." "그럼 큰일 맞네요." 마왕성의 생명줄은 마왕의 마력이 아니라 월급이었다. 병사들은 하루쯤 마왕을 못 봐도 살지만 급여 명세서를 못 보면 갑자기 상관에게 할 말이 많아진다. 몰트가 내민 검은 종이에는 붉은 경고가 떴다. [확인 대기자 한도윤. 인사 승인 보류.] "또 접니까?" "오래된 외부 명부와 충돌하는 모양입니다." "제가 회사에서 몇 번이나 입사해야 하는데요?" 피코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도윤 님, 지난번 자동 퇴직은 고쳤잖아요. 이번에는 자동 재입사인가요?" "그런 제도가 있으면 인사팀부터 폐지할 거야." 우리 회사 인사팀은 사실 몰트 한 명과 낡은 인장 두 개로 운영됐다. 폐지하면 몰트가 울 수도 있으므로 농담으로 남겨 두었다. 원인은 어젯밤 왕국에서 들어온 외부 확인 통지였다. 내가 소환되기 열하루 전 등록된 '한도윤 — 확인 전' 표찰의 원자료가 중립 기록소에 도착했고, 동명이인 검증을 하려는 프로그램이 현재의 급여 승인까지 붙잡은 것이다. 적어도 대장에 찍힌 시간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임시 표찰과 현재 근로 계약을 같은 식별자로 묶어 놓았군요." "정정할 수 있습니까?" 몰트가 물었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누가 이 둘을 연결했는지 기록해 놔야죠." 피코가 자신의 작은 수첩을 펼쳤다. 표지에는 '받았음은 동의 아님'이라는 도장이 삐뚤게 찍혀 있었다. "오늘 할 일 첫 번째. 월급 살리기." "두 번째는?" "도윤 님 아침 먹이기." 그건 급여보다 급한 일일 수도 있었다. 나는 아침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인사 대장에 임시 보류 해제 사유를 작성했다. 보류를 해제하는 담당자는 나였지만, 내 급여를 내가 승인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제르칸에게 검토를 맡기기로 했다. "마왕님이 잘못 결재하면요?" 피코가 물었다. "반려하면 돼. 지난번에 연습했잖아." "마왕님이 반려받는 걸 또 좋아하실까요?" "좋아하실 필요는 없어. 이해하시면 돼." 제르칸은 열다섯 분 뒤 등장했다. 왕관 위에 푸른 깃털이 꽂혀 있었다. 오늘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내가 직접 그대 월급을 승인하겠다!" "제가 신청한 금액과 실제 근무 기록부터 보셔야 합니다." "또 읽을 것이 있느냐?" "결재란이 있는 문서에는 대체로 읽을 것이 있습니다." 마왕은 투덜대면서도 검토했고, 외부 임시 표찰이 현재 노동 계약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못한다는 확인서에 서명했다. 이제 프로그램을 고치면 됐다. 몰트가 옛 링크를 끊자 급여 대장이 정상적으로 열렸다. 그 사이 중립 기록소의 아레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윤서진이 약속한 최초 작성 경위서는 제한 열람 심의를 통과했다. 단, 개인 이름과 국적·연락 수단 일부는 가리고, 열람실 안에서만 볼 수 있었다. 나는 조건을 다시 읽었다. 내가 한국어를 알아본다는 이유로 타인의 비밀까지 열람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승인하겠습니다. 원본은 움직이지 않고 사본의 훼손 여부부터 확인하죠." "요청인 본인만 입실 가능합니다." 아레인이 말했다. "증인 한 명은 동행할 수 있지만 문서 내용은 별도 비밀유지 약정이 필요합니다." "그럼 몰트 실장님이 적절하겠네요." "그분은 눈이 없는데요?" "안 보이는 게 장점일 때도 있죠." 몰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잠시 후 우리 둘 다 농담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람실은 옛 휴전항과 왕국 사이 중립 경계에 있었다. 루시아가 호위를 맡겠다고 했지만 아레인은 무기 반입이 안 된다고 알려 왔다. 루시아는 검 대신 튼튼한 가죽 장갑을 챙겼다. "내 주먹은 무기로 분류되나?" "말을 아껴 주세요. 입구에서 대답하기 어려워집니다." 여행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남쪽 역참에서 우리는 새로 설치된 무료 긴급 연락판을 확인했다. 불법 추가 요율을 중지한 뒤에도 안내망이 끊기지 않고 있었다. 파란 불빛이 켜지는 걸 본 늙은 운송인은 눈물을 흘렸다. "또 돈을 내라 할 줄 알았소." "새로운 고지가 생기면 영수증과 근거부터 확인하세요." 나는 말했다. "그렇게 말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서류를 찾으러 가고 있었지만, 서류를 찾는 이유는 결국 저런 사람들 때문이었다. 역참에서 떠나려던 순간, 한 여성 운송인이 마차를 끌고 들어왔다. 그는 말이 아닌 커다란 산양 두 마리를 부리고 있었다. 산양 하나가 내 가방을 노려보자 나는 서류를 품에 더 꼭 안았다. "실례합니다. 마왕성 회계 담당자 맞으시죠?" "어떻게 아셨습니까?" "누가 그러더군요. 모르는 금액을 보면 웃는 인간이 있다고." "누가 그런 악의적인 소문을…" 산양이 내 손에 든 영수증 끝을 씹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종이를 빼냈다. 운송인은 미안하다며 양의 목을 쓰다듬었다. 이름이 세금이라고 했다. "이름을 왜 그렇게 지으셨어요?" "먹여도 먹여도 모자라서요."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가져온 건 중립 연락소에서 발행한 운송 수당 청구서였다. 길을 막은 눈사태 때문에 다른 도로로 우회했고, 그날 지급받기로 한 위험 수당이 영수증에 빠져 있었다. 회사는 우회 거리가 정확하지 않다며 지급을 미뤘다고 한다. "제가 당장 지급을 명령할 권한은 없습니다." "알아요. 그런데 어떤 자료를 가져가야 하는지라도 알고 싶어서요." 나는 우회 당시 역참 출입 기록과 산길 통제 공고, 마차 이동 기록을 각각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운송인은 얇은 수첩을 꺼냈다. 세금이라는 이름의 산양이 먹었던 풀의 양까지 적혀 있었다. "이건… 왜 적으셨죠?" "가축이 나중에 병들면 사료 때문인지 알아야 하니까요." 나는 수첩의 날짜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숫자를 기록하는 이유가 아주 명확했다. 나는 사무실에서 배운 복잡한 규정보다 이런 생활 기록이 더 믿음직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녀의 자료를 세 묶음으로 나눴다. 회사에 제출할 수 있는 원본 근거, 아직 확인이 필요한 진술, 운송인 개인의 비공개 생활 기록. 산양의 먹이값은 계약상 지급 대상인지 확인이 필요했지만, 우회 통제 공고는 공개 자료였다. "영수증만 보면 제가 거짓말한 것처럼 되어 있었어요." 운송인이 말했다. "그래서 영수증만으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됩니다. 적어도 어느 날 어느 길을 갔는지 확인할 방법은 생겼네요." 그녀는 낡은 수첩을 품에 넣었다. "이제 회사에 다시 가 보겠어요." 떠나기 전 세금이 내 가방을 한 번 더 노렸다. 나는 생각 없이 말했다. "정말 세금은 언제나 서류부터 뜯네요." 몰트가 뒤에서 웃었다. 리치의 뼈가 살짝 부딪혔다. 그런 웃음에도 익숙해지는 내가 조금 두려웠다. 마차가 떠난 뒤 루시아가 물었다. "우리도 저 사람을 도울 수 있지 않았나?" "자료를 정리하는 도움은 줄 수 있지만, 다른 업체 급여까지 제가 대신 승인할 순 없죠. 그런 건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군. 검이 있다고 남의 성문을 내 마음대로 열 수 없는 것과 비슷하겠어." "대체로 그렇습니다. 다만 성문은 함부로 베시면 안 됩니다." 루시아는 나를 흘겨봤다. 나는 그 눈빛을 보고 출장 보험 한도를 다시 계산했다. 역참의 무료 연락판 앞에서 우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아이가 손을 들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여전히 '회신 대기'라고 표시되어 있는 걸 보고 있었다. 소식을 보내지 못한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실종된 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 표시가 바뀌면 아빠가 오는 건가요?" 나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기록 상태가 고쳐진다고 사람이 곧장 집에 오는 건 아니다. 그 차이를 알고 있었기에 가슴이 아팠다. "이곳은 연락을 전달해 주는 판이야.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확인하고 편지를 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그럼 답장을 받을 수 있어요?" "그건 아버지에게 달렸어. 하지만 누가 편지를 읽고 전달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겠지."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짧은 문장을 적었다. '눈이 다 녹았습니다.' 이름도 큰 소원도 없는 한 줄이었다. 연락소 직원은 그 편지를 접수했고, 아이에게 수령 확인증을 건넸다. 나는 그 종이가 아직 답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적어도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출발했다. 나는 다시 제7서고에서 발견한 가족 메시지를 떠올렸다. 한국에서 누군가 내게 보내고 읽지 못했던 문자들. 나 역시 남의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소식을 보내지 못한 사람이었다. 기록소까지 가는 길 내내 나는 그 사실을 생각했다. 이번 조사에서 진실을 찾는 일과 내 가족에게 연락할 권리를 지키는 일은 서로 다르지 않았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그 권리를 허락할 때처럼, 나 자신에게도 서두르지 않을 시간을 주고 싶었다. 중립 기록소 앞에는 세 개의 문이 있었다. 신분 확인, 원본 보존, 열람 동의. 피코는 동행하지 않았는데도 아침에 '서류를 받았다고 그 내용에 동의한 건 아니다'라는 쪽지를 내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첫 문에서 쪽지를 만지며 웃었다. 두 번째 문 안에서 이스카가 낡은 봉투를 보여 줬다. 표면에는 필압이 다른 두 종류의 글씨가 있었다. 오래된 한국어 메모와 후대 기록관리인의 숫자 표기였다. "원본 작성 연대는 종이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이스카가 설명했다. "다만 후대 보관 표시는 잉크층이 분명히 다릅니다." "그럼 오래된 글씨 위에 새 번호를 쓴 건 확실하군요." "그렇습니다. 그 이상은 결론을 보류해야 합니다." 봉투를 열자 얇은 경위서가 나왔다. 첫 문장은 한국어였다. [이 표본은 소환 대상자의 동의서가 아니라, 비상시 언어 연락이 가능한지를 시험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노엘이 옮겨 적은 표찰의 '확인 전'이라는 표시가 이제 좀 더 선명해졌다. 누군가 먼저 사람을 소환하겠다고 서명한 게 아니라, 언어를 확인할 수 있는지 시험한 기록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장 하나만으로 작성자와 사용자가 같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다음 문장에는 시험 대상자를 실제 인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있었다. 언어 표본은 여러 곳에서 수집됐고 일부는 예시 이름이었다. 내 이름이 어떻게 거기 들어갔는지는 경위서의 공개 부분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이름이 지워졌네요." "작성자 보호 요청이 적용됐습니다." 아레인이 답했다. "하지만 작성 시기와 검토 절차는 확인 가능합니다." 그때 몰트가 페이지 아래의 손글씨를 가리켰다. [현장 시험 담당자는 확인 표식을 최종 승인하지 못한다.] "권한을 분리해 놨군요." 내가 말했다. "그런데 후대 시스템에서는 분리되지 않았지요." 몰트가 답했다. 나는 복제된 문서의 각주를 확인했다. 언어 확인용 이름과 사람의 신원을 연결하는 일은 별도의 당사자 접촉 절차가 끝난 뒤에만 가능했다. 그런데 우리가 찾은 새 소환 관리 프로그램에서는 그 칸이 '입경 준비 완료'로 바뀌었다. 문제는 여전히 중간 단계였다. 아레인이 내게 선택지를 내밀었다. 제한 열람을 여기서 종료하거나, 새로운 변환 로그 조사에 직접 이해관계인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선택은 내 이름이 조사 명단에 올라가고 청문회에 직접 설명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바로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내 이름은 이미 여러 장부에 올라 있었다. 그중 어떤 것은 내가 원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새로 올릴 때만큼은 내가 고르고 싶었다. "참가하겠습니다. 단, 한국에 있는 가족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요." 아레인은 조건을 받아 적었다. 내가 마지막 서명 칸을 직접 읽을 동안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열람실을 나올 때 봉투 아래에서 작은 영수증 하나가 발견됐다. 보존료는 은화 열 닢. 우리는 이 금액을 지난번 연락함의 보증금과 같다고 해서 동일한 거래로 처리하지 않았다. 번호가 달랐다. 그러나 영수증에는 낯익은 표식이 있었다. [반송 불가. 언어 검증 원본의 안전한 사본을 우선 보존할 것.] 나는 숨을 한번 길게 내쉬었다. 전쟁과 소환과 계약서 사이에서, 누군가는 이 종이가 사라지지 않도록 애써 온 모양이었다. 이제 그 마음이 언제부터 이용되기 시작했는지를 찾아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제르칸이 수정 결재서의 사진을 보내 왔다. 제목은 '한도윤 급여 정상 지급 확인'. 아래에는 자신의 서명이 큼지막했다. 나는 그 밑에 실제 지급 확인란이 아직 비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왕님, 지급은 다음 주입니다." 나는 전송석에 대고 말했다. "서명했는데 아직 돈이 안 갔단 말이냐!" "그래서 승인과 지급을 구분하자고 그동안 말씀드렸습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도윤." "네." "이번엔 내가 잘못 알았다." 이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주문이 전송석을 타고 흘러왔다. 마왕의 사과였다. 나는 웃다가 하마터면 역참에서 마시던 차를 쏟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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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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