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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77화
PAYLUA ORIGINAL · 제177화

177화. 권한이 끝난 뒤에도 결재는 계속됐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91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에서 온 새 조사관은 자기소개를 세 번 했다. 첫 번째는 정문 경비병에게, 두 번째는 몰트에게, 세 번째는 마왕에게였다. 그때마다 자기 이름을 '에드렌'이라고 밝히고, 오늘의 방문 목적은 정식 권한 확인이라고 말했다. 제르칸이 물었다. "검술은 어느 정도 하지?" "계약 심사를 합니다." "마법은?" "계약 심사를 합니다." "대체 무슨 능력이 있느냐!" "계약 심사를 합니다." 마왕은 조용히 내 쪽을 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회사에는 저런 사람이 필요했다. 나 혼자서는 모든 계약을 검토할 수 없었다. 에드렌은 왕국 법무기록원에서 파견된 조사관이었다. 케드란의 정식 결재권 해제 뒤에 발송된 제19차 개정 공문의 효력을 따지기 위한 독립 심사였다. 그는 먼저 서고 열람 권한을 확인했고, 그다음에는 당사자의 동의 없는 이름 공개를 금지하는 절차를 요구했다. 나는 그가 서류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친근감을 느꼈다. "마왕성 안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 민망하지만, 왕국 기록을 무조건 옳다고 놓고 시작하지 않겠습니다." "좋습니다. 저희 장부도 무조건 옳지 않으니까요." 몰트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회계실에서 두 기관의 직원이 서로의 장부를 의심하는 순간이었다. 평화란 어쩌면 상대가 틀릴 권리를 인정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심사에 들어가기 전 에드렌이 가장 먼저 요청한 것은 회의실의 출입 기록이었다. 나는 당연히 담당 직원 명단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그가 가리킨 것은 점심 배달부와 청소 담당자까지 포함한 출입대장이었다. "그것까지 확인해야 합니까?" "문서의 비밀을 지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조사 중 문제가 생겼을 때 기록을 다룬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허가된 직원이 문서를 보던 시각을 정확히 남겨 두어야 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출입대장을 가져왔다. 그런데 첫 페이지부터 이상했다. 오전 열 시에 들어온 청소 담당자가 새벽 두 시에 퇴실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출근 시각이 거꾸로 표시된 것이다. "이건 또 뭡니까?" 몰트가 오래된 시간 측정기를 살폈다. "이 장치가 해가 뜨는 시간을 기준으로 회전합니다. 야간 모드를 수정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변환 기준이 그대로였군요." 나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서로 다른 시각 기준을 통합하다가 생기는 오류였다. 천계와 왕국의 서류를 맞출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직원의 실제 근무 시간과 출입 기록을 대조할 수 있었다. 청소 담당자를 불러 확인하자 그는 한참 웃었다. "새벽 두 시까지 일했다면 야근수당이 엄청났겠네요." "하지만 실제로 일한 시간만 인정해야겠죠." "그렇죠. 괜히 거짓 수당 받았다가 나중에 혼나는 것도 싫습니다." 그는 출입 기록을 정정하는 데 동의했고, 나는 원래 값을 지우지 않고 정정 전후의 시각과 이유를 남겼다. 에드렌은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이곳에서는 계약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시계 공부도 해야겠군요." "회사 생활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우리는 시간 기준을 통일한 뒤 공문이 발송된 날짜를 다시 계산했다. 놀랍게도 케드란의 권한 해제와 공문 발송 사이의 간격은 여전히 사흘이었다. 단순 시간대 오류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차 가능성을 하나 제거했다는 점에서 조사에는 도움이 됐다. 에드렌은 자신의 임명장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권한 부여자, 대상 기관, 유효기간, 허용 업무가 모두 적혀 있었다. 그가 조사하러 왔다고 해서 마왕성의 모든 자료를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본인이 스스로 권한 범위를 공개한 것이었다. "실장님, 이거 사진 찍어도 됩니까?" 피코가 물었다. "업무상 필요한 범위라면요. 다만 제 개인 식별번호는 가리고 찍어 주세요." 아이에게는 조금 어려운 요구였지만, 나는 가려야 하는 칸을 알려 줬다. 피코는 조심스럽게 종이 조각을 올려 사진을 찍었다. 숫자가 일부 가려져도 권한의 범위와 종료 일자는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그 방식을 옛 문서에도 적용했다. 케드란의 원장에는 당시 담당자의 개인 주소가 적혀 있었는데, 그것은 조사에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결재권이 언제 시작되고 끝났는지, 어떤 업무를 대행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인지 모르는데 주소부터 찾으면 안 되죠." 피코가 말했다. "그렇지." "그럼 도윤 님 주소도 아무나 찾을 수 없어요?" "적어도 우리 회사 자료에서는 그러면 안 돼." 피코는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급여명세서에 자기 주소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조금 전까지 몰랐다. 그 무렵 왕국 법무기록원에서 또 다른 문서가 도착했다. 같은 시기에 발송된 열한 건의 긴급 재발송 공문에 관한 복원 목록이었다. 그 가운데 일부는 대행 권한이 적법했고, 일부는 권한이 없는 서기관이 단순히 도장을 옮겨 찍은 것으로 의심됐다. 나는 모든 공문을 한꺼번에 무효라고 선언하지 말라고 건의했다. "왜요?" 루시아가 물었다. "실제로 피난민에게 필요한 안내가 그 공문으로 전달됐을 수도 있어요. 수신자가 보호받은 권리까지 지워 버리면 안 되죠." 에드렌이 동의했다. 그는 문서의 부당한 요율과 긴급 안내 기능을 분리해 심사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불법적인 수수료는 중단하면서도 사람을 돕는 안내망은 유지할 수 있었다. 회의를 마친 뒤 레타가 작은 시험 장치를 들고 왔다. 그녀는 신규 청구가 중단될 때 긴급 회신이 같이 멈추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가 원한 것은 잘못된 비용 부과의 중지이지 사람의 구조 요청을 끊는 것이 아니었다. 테스트용으로 만든 가상 수신번호에 도움 요청을 보냈다. 장치는 정상적으로 알림을 전달했다. 다음에는 거절 신호를 보냈다. 새로운 회선에서는 '거절 접수'로 표시됐고, 요율 청구는 생성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무응답 상태를 시험했다. 통지는 재발송 대기로 남았지만 소유권이 변경되지도, 유지료가 부과되지도 않았다. 피코가 환호했다. "드디어 기계가 우리 말을 듣네요!" "기계가 아니라 우리가 규칙을 제대로 넣은 거지." "그럼 레타 누나가 대단한 거네요." 레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웃었다. 예전에 실패 시험을 제대로 보고했는데도 묻혔던 기술사가 이번에는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작은 장면이 어떤 청문회보다 반가웠다. 우리는 시험 기록을 원본으로 남기고 성공과 실패를 구분해 서명했다. 레타의 노동 시간과 장비 임대 비용은 별도 정산하기로 했다.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사람의 수당을 잊어버리면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셈이었다. 테스트를 정리한 뒤 에드렌은 시험 결과를 다른 법무기록원에도 전달하기로 했다. 단, 가상 수신번호를 실제 사람의 정보로 취급하지 않도록 시험용이라는 표시를 원본과 사본 양쪽에 남겼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내 소환 전 임시 후보 표본을 떠올렸다. '확인 전'이라는 글자가 다음 시스템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면 많은 일이 달랐을까. 이제는 그런 가정을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당장 바꿀 수 있는 설계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레타는 작은 글씨로 '거절' 표시가 화면 끝에서도 잘 보이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루시아와 피코가 각각 다른 거리에서 시험했다. 글씨가 너무 작아 멀리서는 읽기 어려웠다. 우리는 글자를 키우고 색만으로 구분하지 않도록 기호도 추가했다. 기술적인 수정이었지만 그 덕분에 다음번에는 누군가 거절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 날 오전 우리는 개정 공문의 발행 날짜를 확인했다. 케드란의 공식 권한은 사흘 전에 끝났다. 그런데 개정 공문은 그의 옛 전자인장으로 발송됐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누군가 적법한 대행 승인을 받았는가. 둘째, 실제 발송된 개정 내용이 당시 심사에서 승인된 최종 문서와 같은가. 에드렌은 왕국 인사 원장을 펼쳤다. 대행 운용자는 '정기 긴급업무 담당'이라는 직함 아래 등록돼 있었고, 이름 대신 등록번호만 남아 있었다. 번호는 '권한 03'. 피코가 눈을 번쩍 떴다. "또 삼이에요!" "숫자만 같다고 같은 사람이 아니야." "알아요. 그래도 삼이 자꾸 나오잖아요." "세 개씩 묶어서 보관하는 규정일 수도 있지." 몰트가 말했다. "실제로 그 시기에는 대행 권한을 세 등급으로 나눴습니다. 최하위가 03이었습니다." 피코는 입을 다물었다. 음모가 회계 기준에 패배했다. 나는 그 표정이 조금 안쓰러웠다. 다만 등록번호를 확인한 뒤에도 문제는 남았다. 권한 03의 역할은 '긴급 문서 재발송'이었다. 신규 규정의 제정이나 기존 요율 변경은 포함되지 않았다. 에드렌은 비슷한 시기에 발행된 공문 열한 건을 대조했다. 그 가운데 열 건은 제목과 본문이 같았다. 단 한 건만이 발송 이후 본문 말미에 '미응답 유지 수수료'라는 문장을 추가하고 있었다. "발송 뒤 본문이 바뀐 겁니까?" "원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남은 것은 수신본과 보존본입니다." 나는 절대 감사 스킬을 사용했다. 눈앞에 뜬 것은 아주 작은 불일치 표시였다. '문서 계열: 원본판과 수신판 분류 상이.' 그뿐이었다. 누가 바꿨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스킬의 결과를 기록 옆에 메모하고,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을 찾기로 했다. 점심에는 예상치 못한 민원이 왔다. 마왕성 우편실에서 배송 기사에게 주기로 한 대기 수당이 반려됐단다. 사유는 '배송 완료 확인자의 서명 없음'. 그런데 배송 기사는 서명받으러 갔다가 수신자가 휴가 중이라 빈손으로 돌아왔다. "업무 지시를 따라 대기한 시간까지 임금이 없어지는 겁니까?" 배송 기사가 물었다. "그건 별도 근무 기록으로 확인해야 해요. 배송 성공 여부와 대기 근무는 다릅니다." 나는 지시서를 살폈다. 대기 요청 시각과 종료 시각이 적혀 있었고, 우편실장이 명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급여팀은 반려된 수당을 재심사하기로 했다. "언제 들어옵니까?" "아직 실제 지급일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연락드릴게요." 배송 기사는 실망한 얼굴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렌은 내 옆에서 수첩을 꺼냈다. "수신 서명과 업무 완수는 법적 의미가 다르군요." "맞습니다. 이름이 같다고 같은 서류도 아니고요." 그는 웃었다. 우리에게는 오래된 규정 하나보다 당장 점심값을 걱정하는 직원 하나가 더 가까운 문제였다. 오후에 에드렌과 몰트가 수신본의 필적을 확인했다. 바뀐 문장은 다른 잉크로 작성돼 있었고, 말미의 봉인 압력도 앞쪽과 달랐다. 이스카는 물질 감정을 통해 두 부분이 같은 날 쓰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 이상은 아직 연대를 단정하기 어려웠다. "그럼 고의로 바꾼 겁니까?" 루시아가 물었다. "문서를 나중에 변경했다는 사실과, 왜 변경했는지는 별개입니다." 에드렌이 대답했다. 나는 조사 결과를 세 줄로 정리했다. 권한 03은 재발송만 가능. 수신본 말미에는 신규 요율 문장이 추가됨. 추가 문장의 적법한 승인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음. 라델은 그 자료를 왕국 법무기록원에 보내 임시 효력 정지 여부를 심사받았다. 과거 지급된 돈을 무조건 되돌리는 것은 아니었다. 새 청구가 더 발생하지 않게 하는 임시 조치와, 과거 청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일은 달랐다. 그날 저녁 에드렌은 나에게 물었다. "이 규정이 무효로 확인되면 왕국에 큰 돈을 청구할 생각입니까?" "손해 본 사람이 얼마인지부터 확인해야죠. 돈을 요구할 사람이 저인지도 모르고요." "왕국에서는 당신이 마왕성의 재정을 회복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월급은 회복시키고 싶습니다. 제 것뿐 아니라 직원들 것도요." 그가 잠시 웃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제일 무섭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황당해서 입을 다물었다. 마왕과 드래곤이 있는 세계에서 회계 담당자가 가장 무섭다는 평판을 얻다니. 이쯤 되면 대한민국 회사 생활이 전설적인 수련이었다는 뜻 아닐까. 밤이 깊어 갈 무렵 법무기록원에서 임시 회신이 왔다. 개정 공문 중 새 요율을 부과하는 조항은 적법한 승인 증빙이 나올 때까지 추가 적용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청문회의 신규 자동 갱신 중지 조치와 별도로, 요율 부분도 제한을 받게 된 것이다. 나는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수신자의 접수 확인을 개정 조항에 대한 동의로 간주하지 말 것.] 마왕성의 옛 인계 메모가 수십 년 만에 공식 문장으로 돌아왔다. 우리 조상 격인 직원들이 이미 알고 있던 차이를, 시스템이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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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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