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174화. 적국 장부에 왜 우리 회사 도장이 있습니까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54자

오프라인 책장
케드란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 사람이 적어도 오십 년쯤 전에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자 몰트 실장이 서류를 넘기며 대답했다. "그 시절에도 꽤 나이가 많았습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왜 그런 중요한 정보를 이제 말씀하세요?" "질문을 안 하셨으니까요." 나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회계실에서는 종종 질문보다 답이 무서웠다. 케드란은 국경 합동 규정심사실의 문서관리관으로, 미응답 보관료를 계정 유지료로 개정한 규정에 이름을 남겼다. 그런데 그 이름 뒤에는 종족도, 퇴직일도 적혀 있지 않았다. 승계 기관의 인사 원장에서는 '직무 폐지'만 확인됐다. "사람이 없어졌다는 건지 부서가 없어졌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라델이 말했다. 그는 전날부터 왕국 옛 인사기록을 확인하고 있었다. 케드란에 대한 기록은 세 차례 이관됐고, 마지막에는 '협약 업무 종료'라는 표시로 남아 있었다. "중립 기록소에서 신원 열람을 요청하겠습니다." "직원 개인 정보라면 범위를 제한해 주세요. 지금 필요한 건 그 사람이 실제로 결재할 권한을 가졌는지예요." 라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국의 조사관이 마왕성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게 신기했다. 어쩌면 그도 몇 달 동안 나와 일하며 서류에 면역이 생긴 모양이었다. 피코는 옆에서 낡은 도장 사진을 비교하고 있었다. 원래 마왕성의 문장에는 뿔 두 개와 검은 성벽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개정 공문 오른쪽 아래에는 뿔 하나가 가려져 있었다. "도윤 님, 도장이 머리를 부딪힌 거예요?" "아니. 종이가 접히면서 일부가 안 찍혔을 수도 있어." "그럼 불량 도장인가요?" "확인하기 전에는 불량이라고도 못 하지." 피코는 매우 실망했다. 도장에도 불량 신고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마왕성의 옛 인장 장부를 확인했다. 케드란이 보낸 개정 공문에는 왕국과 중립 기록소의 검수 표시가 있었지만, 마왕성 인장은 '접수 완료' 표식이었다. 승인 도장이 아니었다. 나는 그 차이를 표에 적었다. [문서 접수: 확인. 개정 동의: 현재 증거 없음.] "그럼 우리 회사가 허락한 게 아니군요?" 피코가 물었다. "우리 회사가 문서를 받았다는 것까지만 확인돼. 당시 승인권자는 별도로 있었을 수도 있어." "왜 회사가 그렇게 애매하게 말해요?" "애매한 증거를 확실한 말로 바꾸면 나중에 더 큰일이 나." 몰트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많이 변한 것이겠지요." "실장님은 제가 전에는 말을 대충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에는 확실하지 않은 것도 확실하게 추궁했지요. 그건 필요한 때도 있었지만,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뼈 있는 말이었다. 문자 그대로 뼈가 있는 분이라 더 반박하기 어려웠다. 오전 회의가 끝나자 마왕이 손짓했다. "네가 옛 장부를 조사한다더니 왕국 사람을 성 안으로 들였느냐?" "라델 조사관은 정식으로 허가받았습니다." "우리 성의 오래된 실수를 적국에 공개하는 건 위험하다." "폐쇄 구역의 원본까지 무조건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실수로 지금 피해받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확인해야죠." 제르칸은 팔짱을 꼈다. 그는 오래전 전쟁에서 적에게 약점을 보이면 패배한다고 배웠다. 나는 지금의 문제는 약점을 숨겨서 계속 손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기록이 잘못돼 급여가 끊기면 결국 성을 지킬 사람도 떠납니다." "나는 직원들이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떠날 권리를 주는 것과 떠나게 만드는 건 다른 겁니다." 마왕은 잠시 입을 다물더니 내 결재 문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가 보기에 나는 아마 마왕성에서 가장 지독한 반역자일 것이다. 왕에게 직원의 월급과 퇴사 권리를 동시에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반역자. 오후에는 케드란의 개정 공문을 실제 실행했던 마왕성 담당자를 추적했다. 당시 기록 담당자는 '라스틴'이라는 이름의 고블린이었다. 그는 오래전에 퇴직했지만, 손자가 성 아래에서 작은 제본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손자에게 연락하자 답은 간단했다. "할아버지는 구형 결재선이 잘못됐다고 늘 욕하셨어요. 그 종이 때문에 한번은 월급을 못 받으셨다고요." "그 자료가 남아 있을까요?" "가게 지하에 있을 겁니다. 대신 먼지가 많이 나요." 피코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 먼지 치우는 거 잘해요!" "그러면 안전장갑부터 끼자." 우리는 제본소에 갔다. 라스틴의 오래된 메모에는 개정 공문을 접수한 날짜와 누가 실제로 시스템에 입력했는지가 기록돼 있었다. 입력자는 라스틴 본인이었지만, 그는 승인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상위 부서의 명령으로 숫자만 옮겼다고 적어 두었다. 메모 끝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름은 잘못 옮기면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은 사람에게 동의했다고 표시하면, 그 사람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라스틴은 큰 권한이 없는 직원이었다. 그런데도 문제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의 경고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손자는 메모 옆에서 영수증 한 장을 꺼냈다. "할아버지가 이걸 월급 대신 받은 적도 있어요." 그것은 작업 완료 대금으로 발급됐지만 사용처가 폐쇄된 가게의 상품권이었다. 실제 임금이 아니었다. 나는 손자의 동의를 받은 범위 안에서 사본을 떠서 마왕성 급여 장부와 비교했다. 당시 미지급분을 오늘의 화폐로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상속인이 누구인지까지는 법률 확인이 필요했다. "가능한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약속부터 할 수는 없어요." "그런 말이라도 처음 듣습니다." 손자는 작게 웃었다. 나는 그 표정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 무거워졌다. 케드란의 인사 원장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문서 자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스카의 보존실을 찾았다. 이스카는 두꺼운 장갑을 끼고 붉은 밀랍이 찍힌 공문을 조심스럽게 펴 놓았다. 그녀는 기록을 조작한 사람을 찾아내는 마법사가 아니었다. 대신 종이가 언제 접혔고, 어느 부분의 잉크가 달랐는지, 봉인을 누른 힘이 일정했는지 분석할 수 있었다. "서류를 보고 다 아는 겁니까?" 피코가 물었다. "아니. 내가 아는 건 아주 적어. 하지만 작은 차이를 정확히 적어 놓으면 다른 사람이 이어서 조사할 수 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반가워졌다. 내 '절대 감사' 스킬도 비슷한 한계가 있었다. 숫자와 분류의 불일치를 감지할 수는 있어도, 죄를 지은 사람의 얼굴까지 알려 주지는 않는다.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언젠가 누군가의 삶을 잘못 심판하게 된다. 이스카는 종이 가장자리에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봉인 흔적을 찾아냈다. 앞쪽에는 왕국의 접수용 밀랍, 뒤쪽에는 합동 규정심사실의 발송용 밀랍이었다. 왕국 접수용 봉인은 종이가 접힌 뒤에 찍혔지만 발송용 봉인은 나중에 표면 위에 올려 찍힌 듯했다. "그럼 이건 위조예요?" 루시아가 물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봉인의 순서가 다르다는 것뿐이야. 원래 복사본을 만들면서 두 번 찍었을 수도 있어." 루시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예전에는 의심스러우면 상대에게 결투를 신청했는데." "서류와 결투하시면 종이가 찢어질 뿐이에요." "이미 몇 번 해 봤다." 나는 그 과거가 조금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분명 불필요한 장면이 나올 것이다. 우리는 문서 작성과 발송 시각의 증거를 찾았다. 이스카는 종이 섬유의 손상 위치를 분석해 한때 접혔다 펴진 흔적이 있는 부분을 알려 줬다. 그 안쪽에는 작은 숫자들이 남아 있었다. 바로 발신 문서의 원래 쪽수 표시였다. 현재 공문은 다섯 쪽인데 원본 표시에는 넷이 마지막 장으로 적혀 있었다. "한 장이 추가됐을 가능성이 있군요." "가능성입니다. 당시의 원본을 찾아야 합니다." 나는 그 표시를 사진으로 남겼다. 다섯 번째 장의 내용이 모두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장을 추가하는 행위 자체는 정당한 재발송 과정에서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신규 요율을 승인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그 장을 붙였다면 상황이 달랐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피코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도윤 님. 저도 새 장을 추가하고 싶어요." "어디에?" "제 가계부에 사탕 장이요." "네 가계부니까 직접 추가해도 돼. 다만 이미 쓴 지출을 바꾸면 날짜도 적어야 해." 피코는 신이 나서 종이를 꺼냈다. 그때 이스카가 아이에게 오래된 제본 기술을 보여 줬다. 훼손된 종이를 덧댈 때는 원래 글을 지우지 않고, 바뀐 곳과 날짜를 표시했다. 독자가 원래 문장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럼 제가 어제 사탕을 두 봉지 먹은 걸 한 봉지로 바꾸면 안 되나요?" 피코가 물었다. "나중에 취소했다고 표시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먹은 걸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지." 아이는 부끄럽게 웃었다. 이스카도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보존실 벽에 붙은 큰 기록 표를 보며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문서를 수정한 사람이 이름을 남기면 당시 규정에 따라 그 사람에게 일차 설명 책임이 생겼다. 하지만 원본 내용의 법적 책임은 여전히 승인권자에게 있었다. 그래서 실제 수정자와 실제 승인자를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 "그 둘이 같지 않을 수도 있군요." "대부분의 큰 조직에서는 자주 그렇지." 이스카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케드란의 기록을 다시 생각했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이용했더라도 그 사람이 당연히 공문을 기안한 것은 아닐 수 있었다. 또한 케드란의 권한이 종료됐어도 적법한 대행 위임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작업을 마친 뒤 이스카의 보존실 비용을 정리했다. 특별 감정 수당과 자료 복제비를 실제 작업 시간에 맞춰 청구하도록 했다. 이스카는 우리에게 중요한 도움을 줬고, 그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것도 중요했다. "이런 조사에서는 다들 증거만 가져가고 시간값은 잊어버리곤 하죠." 그녀가 말했다. "그런 일을 바로잡으려고 여기 왔습니다." "좋네요. 그럼 다음에도 불러 주세요. 단, 진실을 원하는 사람에게만요." 나는 웃으며 영수증을 받았다. 그날 이후 공문 한 장을 볼 때마다 누군가가 그 종이를 작성하고 접고 옮기고 보존하느라 들인 시간을 생각하게 됐다. 문서는 저절로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노동을 거쳐 살아남은 것이다. 이스카는 감정서 맨 아래에 주의 문구를 넣었다. '잉크가 다르다고 작성자가 다르다는 뜻은 아님. 보존 환경에 따라 변색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 나는 그 문장을 진하게 표시했다. 루시아는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칼집이 다르다고 칼을 쥔 사람이 다르다는 뜻은 아니란 말이군." "비슷한 비유예요." "그럼 손잡이에 남은 땀 자국까지 봐야 하겠네." "오늘은 종이만 봅시다." 그녀가 웃었다. 우리 모두가 서로의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배워 가고 있었다. 이스카는 감정서의 열람 범위를 설명한 뒤 서명했다. 나는 그 서류를 자료 목록에 올리고, 원본은 다시 봉인했다. 종이를 새로 보존하는 데 쓰인 재료비는 실제 지출이 확인될 때 별도 기록하기로 했다. 감정서와 지급명세서를 한 장으로 합치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켰다. 저녁 무렵 라델이 통신했다. 케드란의 담당 인사 원장에 접근할 허가가 나왔단다. 개인 신원 전체가 아니라 권한 부여 일자와 해제 일자, 개정 공문 발송 일자를 비교할 수 있었다. "결과가 어떻습니까?" "이상합니다." "그런 말은 이제 익숙합니다." "문서관리관의 정식 결재 권한은 개정 공문보다 사흘 먼저 끝났습니다." 나는 손에 든 펜을 멈췄다. "그럼 그 사람이 공문을 보낸 건 무효입니까?"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서명 대행 승인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해제 후 전자 인장으로 발송됐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때 몰트가 오래된 인계 메모를 가져왔다. 메모에는 해당 공문 옆에 짧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접수하되 시행 전 확인.] 마왕성은 그 공문을 곧바로 시행하지 말라고 기록해 둔 것이다. 그런데 후대의 자동 시스템에는 시행 완료로 표시됐다. 나는 메모와 전자 인장을 나란히 놓았다. 누군가의 권한이 끝난 뒤에도 도장은 움직였고, 접수한 문서는 승인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쫓던 문제들이 하나의 날짜에 모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짜에 누가 실제로 버튼을 눌렀는지는 아직 몰랐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7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7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