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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73화
PAYLUA ORIGINAL · 제173화

173화. 성전 계정의 첫 입금자는 누구입니까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11자

오프라인 책장
아침부터 마왕성 앞에 왕국 조사관이 도착했다. 정확히는 조사관 라델과 서류 상자 다섯 개였다. 상자 하나에는 '우선 열람', 나머지 네 개에는 '가능하면 다음 달'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어째서인지 가장 무거운 상자가 우선 열람이었다. "도윤 씨, 이것만 오늘 확인하면 됩니다." "이것만요?" "네. 나머지는 내일까지입니다." 나는 라델의 직업을 새삼 존경하게 됐다. 저 정도의 표정을 유지하려면 남의 항의에 면역이 돼야 한다. 우리는 전날 보존실에서 발견한 이관 장부를 중립 기록소의 입회 아래 펼쳤다. 첫 기금은 책정 금화 열두 닢, 실제 보관 여덟 닢. 정확한 물품군을 특정하기 전까지 `00-성전` 전체 초기 잔액으로 적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합의했다. 돈이 처음부터 어디로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일이 오늘의 목표였다. 피코가 장부에 코를 바짝 붙였다. "초기 보전기금이면 누가 냈어요?" "좋은 질문이야." "그럼 사탕 사 준 사람도 찾아낼 수 있어요?" "왜 사탕 얘기로 끝나?" "돈을 낸 사람을 찾는 건 똑같잖아요." 그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회계의 출발점은 돈을 낸 사람과 받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 피코가 나보다 진리를 짧게 설명했다. 다만 진리를 사탕으로 설명한 것이 문제였다. 첫 영수증의 납부자는 '국경 공동 구호 조합'. 전쟁 당시 왕국과 마왕성 상인들이 함께 세운 중립 운송조합이었다. 라델은 왕국 창고 기록을 열어 봤고, 나는 마왕성 지급대장을 확인했다. 양쪽 자료가 일치하지 않았다. 왕국은 금화 다섯 닢을 지출했다고 적었고, 마왕성은 세 닢을 인수한 것으로 돼 있었다. 두 금액을 합치면 여덟 닢이지만, 실제 통장에 금화 여덟 닢이 들어온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장부상 금액을 그냥 더해서 첫 잔액으로 만들지 맙시다." 라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행의 실물 접수증을 찾아야겠군요." 몰트가 작은 칸을 가리켰다. [보전 물품: 세관 봉투 4, 회신 보관함 2, 현금 기탁 8.] 현금 기탁 금액 옆에는 작은 숫자 '삼'이 있었다. 처음엔 검수자-3의 또 다른 표시인가 싶었지만, 그것은 은행의 세 번째 접수창구 번호였다. 나는 괜히 긴장했던 자신을 비웃었다. 모든 3이 거대한 음모라면 세상 사람들은 삼각형도 그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중립 은행에 정식 확인 요청을 보냈다. 원본 통장이 더 이상 없더라도 접수창구 영수증의 대조 필름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장부 두 번째 페이지의 비용 칸을 살폈다. 초회 보관료 두 닢은 청구됐으나 지급 표시가 없었다. 서고 관리인 수당 한 닢도 승인만 됐다. 도윤이 정산할 돈이 늘어났다기보다, 당시에 돈을 지급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 보였다. "혹시 그 사람들의 후손에게 빚이 남아 있습니까?" 피코가 물었다. "규정과 계약을 확인해야 해. 백 년 전에 청구됐다는 이유만으로 오늘 누군가에게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어." "그럼 안 내도 돼요?" "지금은 낼 의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야." 피코는 신중하게 적었다. 나는 그 작은 수첩에 '모름'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 게 마음에 들었다. 아는 척하지 않는 직원만큼 믿음직한 사람도 없다. 낮에는 제르칸이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왕좌실 천장에서 물이 샜다. 정확히는 왕좌 위의 거대한 붉은 보석을 닦던 청소 담당자가 오래된 물길을 발견했다고 했다. "내 권위가 물에 젖고 있다!" "보석 뒤의 배수구가 막혔네요." "당장 천상 마법사를 불러라!" "먼저 시설 관리팀을 부르세요. 비용이 싼 것부터 확인해야죠." 루시아는 사다리를 놓아 청소 담당자를 안전하게 내려오게 했다. 피코는 왕좌 밑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숫자를 셌다. 열두 번을 세다가 그만뒀다. 물방울마다 관리비가 붙는다고 상상한 모양이었다. 시설 담당자는 배수구에 걸린 낡은 천막 조각을 꺼냈다. 알고 보니 지난 전쟁 기념행사 때 사용하던 장식이었다. 수리비는 은화 몇 닢이면 충분했다. 제르칸이 처음 요구한 '하늘의 정화 의식' 예상 견적 금화 서른 닢은 취소됐다. "내 왕좌를 구했으니 상을 내리겠다." "청소 담당자의 안전 점검 시간을 근무로 인정해 주세요." "…그렇게 현실적인 상을 받아 본 적은 없다." "왕좌는 현실에 있으니까요." 마왕이 허허 웃었다. 도윤이라는 직원이 무섭다는 소문은 아마 이런 순간에 퍼지는 것 같았다. 왕의 금화를 빼앗는 능력이 아니라, 왕이 금화가 없어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능력. 은행에서 회신이 오기 전에는 제3감리의 오래된 거래 표식 목록을 직접 대조했다. 서류의 보존 등급에 따라 원본을 가져올 수 없는 것도 많았다. 아레인은 그 경우 현장 보존 장치로 사진을 촬영하고 촬영 시각과 담당자를 남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피코에게 어떤 표식을 읽어야 하는지 알려 줬다. "동그라미는?" "접수." "삼각형은?" "대조 필요." "별표는?" "위험하니 손대지 말 것." 피코는 별표가 가장 예뻐 보인다며 손을 뻗다가 루시아에게 손목을 잡혔다. 별표가 아니라 보존용 독성 방충제가 묻은 봉투였다. 오래된 종이를 좀벌레에게서 지키려고 쓴 약제였다. "예쁜 표식이 위험할 수도 있네." 피코가 말했다. "그래서 뜻을 먼저 확인하는 거야." 우리는 보호 장갑과 작은 집게를 받아 서류를 다시 분류했다. 각 봉투마다 보존 담당자가 한 명씩 붙었고, 관련 없는 개인정보는 가렸다. 작업 시간이 길어지자 직원들에게 교대 휴식을 배정했다. 장부를 찾으러 온 사람이 보존 담당자를 과로시키면 제도가 왜 처음 만들어졌는지 잊는 셈이었다. 서고 안쪽에서 흥미로운 자료가 나왔다. 국경 공동 구호 조합의 회비 납부표였다. 당시는 왕국 상인과 마계 상인이 서로 물건을 팔 때도 정치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중립 조합을 이용했다고 한다. 회비표에는 종족 이름과 납부 목적이 적혀 있었고, 구호용 회신함을 만들겠다는 결의가 있었다. "마왕성 사람들이 돈을 냈다는 기록도 있네요." "왕국 상인도 있습니다. 그때는 적끼리 어떻게 같이 장사를 했을까요?" 루시아가 물었다. "싸울 때도 물건은 필요했을 테니까요." 루시아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전투 교본에는 적과 물품 거래할 때 가격표를 먼저 보라고 안 써 있었다." "다음 교본에는 넣으세요." 피코가 웃었다. 나는 구호 조합의 최초 회비를 현재 돈으로 단순 환산하지 않기로 했다. 가치 기준과 화폐 단위가 달랐고, 일부 납부는 현물이었기 때문이다. 금화 다섯 닢이라고 써 있는 문서라도 실제 현금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없었다. 그때 보존 담당자가 낡은 접수 장부를 보여 줬다. 조합의 옛 회비 가운데 일부가 피난민의 이름 확인을 위해 마련된 '언어 청취석' 설치비로 쓰였다는 기록이었다. 이로써 왜 언어 기록과 회신함 기록이 같은 장부군 안에 보관됐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 "사람을 소환하려고 언어를 기록한 게 아니라, 이미 여기에 있던 사람과 연락하기 위해 기록한 것일 가능성도 있군요." "맞아요. 최초 목적은 자료마다 확인해야 합니다." 아레인이 말했다. 나는 지난 수개월 동안 언어 기록이 모두 내 소환과 관계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내 이름이 소환 열하루 전 등장했다는 사실이 너무 강렬해서, 다른 모든 기록도 그쪽으로 보려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는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길을 잃은 사람들이 있었다. 작업이 끝날 무렵 오래된 은행 직인이 붙은 작은 상자가 나타났다. 내용물은 비어 있었지만 바닥의 봉인 번호가 앞서 발견한 현금 기탁 여덟 닢의 거래 번호와 연결됐다. 원본 현금은 없었지만 은행으로 돈을 운반하던 상자의 이동 경로는 남은 것이다. 그 번호를 별도로 적어 은행 조회를 요청했다. "작은 빈 상자 하나로 돈의 행방을 찾을 수 있나요?" 피코가 물었다. "돈 자체보다 어디로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겠지." "그럼 빈 상자도 쓸모가 있네요." "네가 어제 사탕을 다 먹고 남긴 상자도 어디에 썼는지 기록하면 쓸모가 있겠지." "그럼 버리지 말까요?" "그건 버려도 돼." 피코는 황급히 빈 사탕 상자를 손에서 놓았다. 오래된 물품을 보존하는 것과 모든 쓰레기를 모으는 건 다른 일이다. 아무리 마왕성이 커도 무한 창고를 만들 순 없다. 정리 도중 오래된 회계 표기 하나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은행의 기록에서는 '임시 보관'으로 분류된 금액을 왕국 공문에서는 '소유권 이전'으로 번역해 놓은 것이다. 나는 두 문서의 원어를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의 국경 공용어는 지금과 뜻이 조금 달랐다. 언어검수소의 사본을 대조하자 원문은 소유권 양도가 아니라 단순 보관 위탁이었다. 피코가 말했다. "받아 줬다고 자기 것이 되는 건 아니네요." "정확해. 남의 사탕을 잠깐 보관한다고 네 사탕이 되는 건 아니잖아." "그렇죠. 그런데 왜 어른들은 그걸 자꾸 잊어요?" 나는 잠시 말이 막혔다. 우리는 번역 차이를 기록하고, 수정할 때 기존 단어를 지우지 않기로 했다. 후대의 사람이 왜 이런 오해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작은 단어 하나를 고치는 일에도 증인의 이름과 근거 자료가 필요했다. 그 과정이 번거로워도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우리는 그 수정 사유를 조합과 왕국 양쪽에 전달하고 접수 확인을 받았다. 원본의 뜻을 되찾는 일이 누군가의 새 권한을 만드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보관과 소유를 혼동하는 근거 하나는 줄어들었다. 오후에 중립 은행에서 통신이 왔다. 당시 현금 기탁 여덟 닢은 실제 접수됐다. 접수 주체는 국경 공동 구호 조합이었고, 은행에 금화 여덟 닢을 가져온 운송인 서명은 공개가 제한됐다. 운송인이 지급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점을 자료에 명확히 적었다. "그럼 첫 납부자는 구호 조합으로 확정이군요." "이 보관물군의 직접 기탁자는 그렇습니다. 자금 원천이 누구였는지까지 증명되진 않아요." 라델이 종이를 다시 살폈다. "조합 회비였을 수도 있고 기부금이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네. 기탁과 원천 자금은 다릅니다." 그때 몰트가 오래된 조합 총회 의사록을 가져왔다. 출자자 이름 대신 출자 목적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 피난민 연락망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었다. 문서 맨 아래에는 낯익은 문구가 있었다. [보존 물품의 당사자가 응답하면 본인 확인 후 처리하고, 대답하지 않는 경우 소유권을 전환하지 않는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손가락을 멈췄다. 초기 규칙에는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나도 자동으로 소유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뜻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그런데 나중의 동의대행실은 미응답 기간이 길수록 수수료를 청구했다. 어디선가 규칙이 거꾸로 뒤집힌 것이다. "변경 승인 일자를 찾죠." 내가 말했다. 몰트는 장부의 끝에 있던 '연혁 대조표'를 펼쳤다. 인수 후 여러 해 동안 아무런 변경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해부터 '미응답 유지 수당'이라는 항목이 등장했다. 최초에는 연락을 기다리는 직원에게 야간 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예산이었다. 그 자체로는 부정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 기다리고 일한 사람이 있었다면 돈을 줘야 했다. 문제는 나중에 '수당'이라는 단어가 지워지고 '계정 유지료'로 바뀐 시점이었다. 항목은 남았고, 일한 사람의 이름은 사라졌다. 회신이 없을수록 돈이 쌓이는 공식만 남았다. 라델이 낮게 중얼거렸다. "일하는 사람에게 주던 돈이, 누군가의 침묵을 담보로 받는 돈이 됐군요." "그럴 정황이 있습니다. 변경 시점의 승인 근거와 수령자를 확인해야 확정할 수 있어요." 나는 변경 번호를 적었다. '경계 보전 표준규정 제19차 개정'. 그 옆에는 담당 부서의 이름이 있었다. [국경 합동 규정심사실. 담당 문서관리관: 케드란.]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몰트는 그 이름을 읽는 순간 손을 멈췄다. "아는 분입니까?"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서관리관 명의의 이관 공문을 몇 번 받았지요."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당사자의 회신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아주 불편한 내용이었습니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오래된 돈의 첫 납부자는 확인됐다. 이제 그 돈이 사람을 기다리는 비용에서 사람의 침묵을 이용하는 비용으로 바뀐 순간을 찾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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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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