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실이 보내 온 명세에는 열아홉 개의 사건 번호가 있었다.
돈을 받은 사람 열아홉 명이 아니었다. 갱신이 종료되지 않은 계약 열아홉 건이었다. 그중에는 이미 퇴직한 경비병, 주소를 잃은 피난민, 사망 확인이 접수된 보조 인력까지 섞여 있었다.
"이걸 전부 한꺼번에 취소하면 안 됩니까?" 루시아가 물었다.
"누군가 실제로 보존 서비스를 받고 있을 수도 있어요. 건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느리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래도 살아 있는 사람의 권리를 없애는 것보다 나아요."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서류보다 몸을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몸을 움직여서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서류로 찾는 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날 마왕성 회계실에는 별도의 민원 창구가 열렸다. 왕국에서 온 공무원 두 명, 중립 기록관 한 명, 그리고 정식 교육을 받은 피코가 안내를 도왔다. 제르칸은 심각한 표정으로 긴 책상을 바라봤다.
"왜 내 성에 왕국 사람들이 줄을 섰느냐?"
"공동 민원 창구입니다."
"내 성이 왕국의 부서가 됐다는 뜻이냐?"
"아닙니다. 장소만 빌려주는 겁니다."
"임대료는?"
나는 마왕을 바라봤다.
"폐하, 이분들은 잘못 청구된 돈을 바로잡으러 오셨습니다. 임대료를 받으시면 제 급여명세서에 '양심 관리비'를 넣겠습니다."
"그런 항목이 어디 있느냐!"
"새로 만들 수는 있죠."
제르칸은 무섭게 웃었다가 곧 시무룩해졌다.
"그럼 내가 차라도 내어 주겠다."
"좋은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접시가 금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건 싫다."
민원 창구를 준비할 때 가장 오래 걸린 것은 의외로 책상 배치였다. 제르칸은 자신의 왕좌를 창구 뒤쪽에 두겠다고 했다. 위대한 마왕이 직접 민원을 심사한다는 뜻이었다.
"폐하, 상담받는 분이 무서워서 말씀을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
"내 얼굴이 무섭단 말이냐?"
"지금 그 목소리도 꽤 무섭습니다."
마왕은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면 나는 저기 뒤에서 차를 마시겠다."
"네. 훨씬 좋습니다."
우리는 상담 공간을 세 칸으로 나눴다. 신분 확인, 기록 대조, 정정 신청. 직원들은 개인 정보가 다른 신청인에게 들리지 않게 낮은 칸막이를 설치했다. 마왕성에 이런 것이 있었나 싶었는데, 원래 연회장에서 쓰던 병풍이었다.
피코는 병풍에 붙일 번호표를 아주 예쁘게 만들었다. 한쪽 구석에는 사탕 그림을 그렸다.
"사탕 그림은 왜 그렸어?"
"무서운 곳 아니라고 알려 주려고요."
"그건 좋은 생각이지만, 사탕을 준다고 오해할 수 있겠는데."
"그럼 사탕도 주면 되죠."
"누가 돈을 내는데?"
피코가 입을 다물었다. 재정 교육은 가끔 아이의 순수함을 괴롭힌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작은 차와 빵을 마련했다. 마왕이 방문자를 위해 내놓기로 한 접대를 정식 행사 예산 안에서 처리한 것이다.
라델은 민원인에게 두 가지 안내문을 읽어 줬다. 첫째, 오늘 접수했다고 바로 계약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둘째,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는 다른 기관에 자동 제공되지 않는다. 듣는 사람마다 표정이 달랐다.
어떤 사람은 즉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다른 사람은 개인정보를 빼앗기지 않는다는 말에 안도했다. 같은 제도라도 각자의 상처가 다르다는 걸 그날 더 분명하게 느꼈다.
마왕성의 젊은 경비병 하나가 몰래 나를 찾아왔다. 그는 자기 어머니의 회신 기록을 확인하고 싶지만, 직장에 알려질까 두렵다고 했다.
"왜요?" 내가 물었다.
"어머니가 예전에 왕국 편에서 피난민 통역을 했거든요. 사람들이 제가 적국의 자식이라고 할까 봐요."
나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국가와 국가가 싸우는 동안 사람은 자기 가족을 숨기게 된다. 마왕성에서 그가 일하는 데 어머니의 과거를 적을 이유는 없었다.
"본인이 직접 신청할 수 있는 창구를 알려 드릴게요. 직장 인사 기록과는 별도 처리됩니다."
"폐하가 아시면…"
"폐하가 알 필요도 없습니다. 법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거창한 말을 하지 않았다.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제대로 안내하는 것이 회계실의 일이었다.
잠시 뒤 루시아가 경비병을 찾아왔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굳혔다. 그러나 루시아는 평소와 다르게 조용히 말했다.
"오늘 상담 때문에 근무를 잠깐 비웠다고 들었습니다. 담당 조장에게 휴식 시간으로 조정하라고 했어요."
"죄송합니다!"
"잘못한 게 아니라니까요."
루시아는 내게 눈짓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했는지 묻지도 않았다. 병사의 개인 사정은 그의 것이었다.
마엔이 첫 번째로 찾아왔다. 지팡이를 짚고 걸어온 그를 보자 루시아가 의자를 당겼다. 마엔은 얼마 전과 달리 벽 가득 쌓인 봉투 대신 한 장의 수첩만 들고 있었다.
"이젠 종이들을 다 들고 다닐 필요가 없대서."
"원본은 집에 잘 보관하셨죠?"
"물론이오."
그는 열두 번 제출한 복귀 거절 신청 중 세 건을 먼저 확인받았다. 원본의 접수 일자와 담당자의 서명이 살아 있었다. 자동 갱신 장치가 이 세 건을 복귀 의사로 바꾼 경로도 작업 로그로 확인됐다.
"그러면 제가 다시 군인이 되는 건 아니겠지요?"
"본인의 거절이 유효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정정합니다." 라델이 대답했다. "나머지 건도 순서대로 확인하겠습니다."
마엔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는 마치 긴 전쟁에서 작은 전투 하나를 끝낸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로 온 사람은 남편의 연금 문제를 상담하던 노부인이었다. 이름은 티아였다. 그녀는 남편의 사망 증명서와 마지막 급여명세서를 들고 왔다.
"이 종이도 오래된 거라 안 된다고 할까 봐 무서웠어요."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원본의 날짜는 정상적이었다. 문제는 남편이 사망하기 직전 보낸 '복귀 불가' 통지가 시스템에서 '복귀 신청 수령'으로 등록됐다는 점이었다. 그 뒤 사망 확인이 다른 부서에 도착했지만, 두 시스템은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럼 남편이 죽은 뒤에도 월급이 나왔나요?" 티아가 물었다.
"장부에는 지급 청구가 생성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이 나갔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지급 계좌와 국고 기록을 대조했다. 다행히 사망 이후 추가 임금은 실제 송금되지 않았다. 금액이 '지급 승인 대기'로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대기 금액 때문에 티아의 유족 연금 심사가 막혀 있었다.
"돈을 받은 적도 없는데 갚으라니…" 티아가 중얼거렸다.
나는 그녀의 앞에 새 명세를 놓았다.
"받지 않은 돈을 받았다고 간주한 기록이 문제입니다. 지급 완료 여부를 바로잡으면 연금 심사를 다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라델과 왕국 담당자는 즉시 정정 확인서를 발행했다. 다만 연금 지급을 그 자리에서 약속하지는 않았다. 심사와 지급은 별도 절차였으니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티아가 물었다.
"담당 기관이 날짜를 적게 하겠습니다. 지연되면 연락할 곳도요."
나는 날짜 없는 약속을 믿지 않는다. 상사가 '조만간'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일정은 끝없이 늘어난다. 마왕도 그렇다. 특히 왕관 수리비를 갚겠다는 약속은 '조만간'만 벌써 일곱 번 들었다.
피코가 티아에게 빵을 한 조각 건넸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받아 들었다.
"공짜인가요?"
"네. 오늘은 폐하가 사 주셨어요."
"그러면 고맙게 먹을게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오늘 점심의 금 접시 예산을 잠깐 잊기로 했다.
오후에 티아의 접수번호가 확인되자 왕국 담당자가 작은 문제를 발견했다. 그녀의 연금 심사 신청서에 남편의 사망 시각이 두 가지로 기록되어 있었다. 한쪽은 마을 기록관이 적은 지역 시간, 다른 쪽은 왕국 본청의 표준 시간이었다.
"날짜가 하루 차이 납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시간대가 다른 걸까요?" 내가 물었다.
라델은 기록관에 직접 확인을 요청했다. 실제로 지역 달력은 일몰을 기준으로 날짜가 바뀌었고, 본청 달력은 자정을 기준으로 바뀌었다. 같은 사건을 다른 날짜로 적었던 것이다.
우리는 두 시간을 비교한 설명서를 붙였다. 이 덕분에 티아의 추가 서류 제출 요구가 취소됐다. 그녀는 서류를 받아 들고 말없이 미소 지었다.
"이제 제가 뭘 더 해야 하나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심사 일자가 적힌 안내문을 가져가세요."
그녀는 종이를 품에 안았다. 나는 마엔이 가져왔던 열두 장의 편지를 생각했다. 이 종이가 그녀의 열세 번째 증명서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민원 창구가 문을 닫은 뒤 피코는 의자 위에 앉아 하루 동안 누가 몇 번 웃었는지를 셌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었지만,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있었다.
"오늘은 할머니가 한 번 웃었어요. 할아버지는 두 번 웃었고요."
"그것도 중요한 결과지."
"그럼 보고서에 써요?"
"공식 성과 지표로 쓰기에는 조금 어려워. 하지만 네 일기에는 적어도 좋아."
피코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작은 일기장에는 아마 이런 문장이 적힐 것이다. '오늘은 누군가의 거절이 지워지지 않게 도왔다.'
나는 잠깐 그 문장을 상상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후에는 다른 종류의 문제가 나타났다. 어느 피난민의 자녀가 아버지의 기록을 삭제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당사자가 지금도 다른 지역에서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는 삭제를 보류했다.
"왜 어떤 분은 바로 고쳐 주고 저희는 안 됩니까?" 신청인이 물었다.
"본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확인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겠습니다."
"그러면 또 기다려야 하나요?"
"네. 대신 기다리는 동안 추가 청구나 강제 갱신은 중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상대는 불만스러워했지만 결국 동의했다. 나는 그 불만을 이해했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기다리라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서두르다 또 다른 사람의 뜻을 대신 결정하는 일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해가 기울 무렵 왕국 감찰반에서 조사관이 찾아왔다. 그는 바르텐이 승인한 시험 보고서를 포함해 총 다섯 건의 원본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허가된 범위 안에서 마레나와 레타의 진술도 받기로 했다.
"문서 오류를 인정하면 그동안 처리된 계약을 모두 무효로 해야 합니까?" 감찰관이 물었다.
"일괄 무효가 아니라 재확인 대상 목록을 만드셔야 합니다. 이미 계약을 끝내고 싶었던 사람은 되돌리고, 실제로 보존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사실대로 확인해야죠."
"그게 비용이 많이 듭니다."
"비용 때문에 사람의 거절을 지울 수는 없잖습니까."
감찰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용은 현실적인 문제였다. 그러나 비용이 아까워서 잘못된 기록을 유지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 우리가 지난 수십 화 동안 확인한 게 바로 그 사실이었다.
그날 저녁 공동 회계소에서 소액 지급 자료가 도착했다. `00-성전` 계정이 열아홉 건의 자동 갱신을 기준으로 관리 수수료를 책정한 표였다. 책정된 총액은 금화 스물네 닢, 승인된 금액은 열두 닢, 실제 지급은 네 닢이었다.
"네 닢은 어디로 갔습니까?" 내가 물었다.
베실이 답했다.
"경계 시설 유지 업무를 대행한 합동운영국 계좌입니다. 그 뒤에 실제로 시설 관리에 썼는지까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그럼 적어도 제도가 수수료를 발생시켰다는 건 확인됐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수수료를 계산할 때 본인이 거절한 사건도 포함됐습니다."
그 말이 가장 무거웠다. 돈이 크지 않다고 해서 문제까지 작아지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의 거절을 잘못 분류하면, 다른 누군가는 그 잘못된 분류를 근거로 수수료를 받는다.
나는 정정된 세 건의 기록에 붉은 표시를 했다. 이렇게 확인이 끝난 건부터 수수료 계산에서도 제외해야 했다.
"이 조정으로 오늘 얼마가 줄어듭니까?" 피코가 물었다.
"아직 확정액은 없어. 환수 여부도 심사해야 하고."
"그럼 아무것도 안 바뀐 거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엔 어르신은 복귀 명령을 덜 받게 됐고, 티아 할머니는 연금 심사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됐잖아."
피코는 잠시 생각하더니 손바닥을 펼쳤다.
"맞네요. 돈으로 못 세는 것도 있네요."
"세긴 해야 해. 다만 돈으로만 세면 안 되는 거지."
그날 마지막 민원인이 돌아가자 제르칸이 회의실 문을 열었다.
"이제 내 성에 사람들이 더는 울지 않느냐?"
"아직 울 사람은 많을 겁니다."
"그럼 내일도 창구를 열어라."
"왕국과 협의해야 합니다. 폐하가 마음대로 열면 안 돼요."
"이번에는 협의하겠다!"
나는 웃었다. 마왕의 선언 중 이렇게 건전한 것을 들은 날이 있었던가.
그날 밤 베실이 보내 준 추가 장부에는 한 가지 낯선 항목이 있었다.
[관리 수수료 산정 근거: 미응답 지속일수 × 경계 안정 계수.]
전쟁이 길어지고 답변이 늦어질수록 계수가 커지는 구조였다.
나는 그 식을 적어 놓고 한참 바라봤다.
누가 일부러 전쟁을 늘렸다는 증거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을수록 돈을 받는 계산식이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은 이제 문서로 확인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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