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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62화
PAYLUA ORIGINAL · 제162화

162화. 폐업한 기관에 출근하는 사람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544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아침, 폐쇄된 경계 회신보전소에서 청구서가 도착했다. 이 문장에는 중요한 문제가 두 개 있다. 첫째, 기관은 수십 년 전에 폐쇄됐다. 둘째, 청구서에는 어제 날짜가 찍혀 있었다. "귀신이 출근하는 부서인가요?" 피코가 물었다. "귀신이면 몰트 실장님처럼 출근 기록이 있어야지." 몰트가 서류를 넘기다 말고 나를 바라봤다. "저는 리치입니다. 엄밀하게는 귀신과 다릅니다." "예, 실장님. 어쨌든 월급 받는다는 공통점은 있잖아요." "그건 중요한 차이군요." 청구서 금액은 은화 세 닢이었다. 품목명은 '계속 보관 관리료'. 상대 기관명은 어제 열람실에서 발견한 경계 회신업무 통합관리실이었다. 봉투는 왕국 우편조합의 정식 인장이 찍힌 채 도착했다. "왜 저희에게 보냈을까요?" 피코가 물었다. 나는 수취인을 확인했다. [마왕성 회계 담당자 한도윤 귀하.] "내가 어제 열람 신청서에 이름을 썼으니까." "그럼 열람할 때마다 돈이 나가요?" "그렇다면 다시는 서류를 읽지 않겠습니다." 나는 어이없어 웃다가 청구서의 납부 조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의신청 미제출 시 동의한 것으로 보며, 원본 열람 후 자동 갱신.] 몇 달 동안 쫓아다닌 문구가 또 나타났다. 자동 동의, 자동 갱신, 미응답 처리. 이쯤 되면 이세계의 숨겨진 신은 계약서 하단의 작은 글씨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 문구를 동그라미 쳤다. "청구서는 지급하지 않습니다. 우선 발급 주체부터 확인합시다." "경비대 출동시킬까요?" 루시아가 말했다. "아직 누가 위협한 건 아니잖아요." "정체불명의 기관이 우리 직원 이름으로 돈을 뜯으려 합니다. 충분히 위협적인데요." "그러니까 칼 대신 전화부터 해 봅시다." 통신석을 돌리자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경계 회신업무 통합관리실입니다. 이의신청을 원하시면 세 번을 누르십시오.' 루시아가 눈을 반짝였다. "세 번 치라는 뜻입니까?" "아니요! 돌에 칼을 대지 마세요." 다이얼 같은 홈을 세 번 눌렀다. '이의신청 접수는 현재 이용할 수 없습니다. 기존 동의가 유지됩니다.' 나는 통신석을 내려놓았다. "이건 정말 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우리는 칼을 쓰지 않았다. 대신 왕국 조사관 라델에게 청구서를 전달했다. 그는 한 시간 뒤 회신했다. 통합관리실은 지금도 법적으로 존재했다. 실제 상주 직원은 둘, 나머지 업무는 자동 정산 장치가 처리하고 있었다. "기관이 폐쇄됐다면서요?" 내가 물었다. "기존 보전소 건물은 폐쇄됐고, 기능을 통합관리실로 넘겼습니다. 운영 정관은 유효합니다." "그럼 저는 유령 기관이 아니라 현실 기관에 돈을 요구받은 거군요." "안타깝게도요." "현실이 더 무섭네요." 우리는 출장을 신청했다. 그 과정에서 제르칸이 내 신청서를 보고 대단히 서운한 얼굴을 했다. "또 출장인가? 마왕성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월급이 제때 나오면 저는 어디든 좋습니다." "그럼 금으로 된 출장 마차를 주겠다!" "마차가 너무 무거워서 말을 바꿔야 합니다." "그럼 말도 금으로!" "폐하, 살아 있는 말을 주세요." 마왕이 무척 어려운 요구를 들은 것처럼 고민했다. 우리는 평범한 마차를 탔다. 라델이 안내한 통합관리실은 왕국 북부의 작은 관문 도시 한쪽에 있었다. 회색 돌담 사이에 '경계 회신업무'라는 낡은 간판이 달려 있었는데, 간판의 한 글자가 떨어져 '경계 회 업무'로 보였다. 피코가 말했다. "회식 업무인가요?" "그런 기관이면 제가 먼저 취직했겠지." 통합관리실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다른 소동도 있었다. 관문 도시의 경비원이 우리 마차를 세운 것이다. "마계 쪽 사람을 태웠군요. 입성 목적이 뭡니까?" "공공기관 면담입니다. 정식 예약 서류도 있습니다." 경비원은 서류를 살피다가 루시아의 견장에 시선을 멈췄다. 손이 조심스럽게 검집으로 움직였다. "이 견장은 마왕군 기사단인데요." "맞습니다. 다만 오늘은 호위 인력으로 왔고 무장 규정을 지키겠습니다." 루시아는 먼저 자신의 검을 봉인 가방에 넣었다. 경비원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전투광 기사단장이 검을 잠그는 모습은 마왕성 사람에게도 생소했다. "전에는 이런 걸 거부하셨잖아요." 내가 속삭였다. "전에는 당신이 없었으니까요." "그건 칭찬입니까, 원망입니까?" "둘 다요." 우리는 웃었다. 경비원은 무장 보관 영수증을 발행했고, 루시아는 그것을 꼼꼼하게 챙겼다. 나는 그 영수증을 보고 흐뭇해졌다. 몇 달 전의 기사단장이었다면 경비원이 검을 잡으려는 순간 결투장을 꺼냈을 것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먼지가 쌓인 책상 두 개와 자판 같은 서류 접수 장치가 보였다. 그 뒤에서 작은 체구의 서기관이 고개를 들었다. "예약하셨습니까?" "한도윤입니다. 어제 날짜 청구서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아, 계정 감시가 살아 있는 모양이군요. 저는 마레나라고 합니다." "살아 있다니요?" "자동 정산기가 외부 열람 흔적을 신규 고객 등록으로 인식할 때가 있어요. 고치려고 건의했는데, 상급기관 답변이 없었습니다." "언제부터요?" "제가 온 뒤로만 다섯 해입니다. 이전 자료는 아직 못 봤고요." 나는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몰래 숨어서 날 노린 게 아니라, 고장 난 업무 장치가 또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적어도 이 청구서에 관해서는 말이다. "당장 자동 청구를 멈출 수는 없습니까?" "저희 권한으로는 개별 건에 이의 표시를 남기는 것까지만 가능합니다. 장치 정지는 중앙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중앙 담당자는 누굽니까?" 마레나는 잠시 말을 망설였다. "전임 운영 책임자 에르반 감독관 명의입니다. 그런데 그분은 십육 년 전에 퇴직했습니다." 나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 죽은 사람은 아니지만 퇴직한 사람의 권한이 십육 년째 살아 있었다. 마왕성에서 피코의 사탕 구매 권한이 열여섯 해 뒤에도 유지된다고 생각해 보라. 곧 모든 급식 예산이 설탕으로 바뀔 것이다. "권한을 회수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까?" "퇴직 전 인수인계 신청이 접수됐는데, 승인 항목 하나가 비어 있어서요. 시스템이 계속 임시 상태로 처리했습니다." "이름으로 승인된 것과 임시 상태를 구별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만 기존 청구서를 취소하는 버튼이 없습니다." 루시아가 팔짱을 꼈다. "버튼이 없으면 만들어야죠." 나는 그녀를 놀란 얼굴로 보았다. "기사단장님 입에서 그 말이 나올 줄은." "당신한테 몇 달 동안 들었거든요." "좋은 걸 배워 가시네요." 서기관은 서랍에서 오래된 이의신청 대장을 꺼냈다. 겉은 닳았지만 안쪽에는 작은 쪽지들이 꽂혀 있었다. '답장을 보냈지만 수신 확인이 되지 않았다', '주소가 사라졌다', '상대가 사망했다' 같은 메모였다. 그중 한 장에는 당사자가 직접 반대한다고 써 놨는데도 '갱신'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나는 그 기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사람은 왜 갱신됐습니까?" "장치가 종이 이의서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종이를 받는 부서가 종이를 인식 못 한다고요?" "네. 저도 그 점이 가장 슬픕니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내가 원래 세계에서 만났던 업무 시스템도 비슷했다. 사용자가 보내는 문의는 읽지 않으면서 '문의 수신 완료'라는 문자만 기막히게 보내는 시스템. "오늘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합시다." 내가 말했다. "제 이름으로 된 청구서는 이의 상태로 바꿔 주세요. 결제 계좌 연결은 금지합니다. 다른 이의 접수 건의 규모는 개인 정보를 지운 집계로 알려 주세요." 마레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이런 요청을 해 주신 사람은 처음입니다. 대부분은 청구서를 찢고 가셨어요." "저도 그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찢으면 기록은 그대로 남으니까요." 통합관리실 앞마당에는 반송된 우편물을 넣는 나무 함이 있었다. 피코가 그 앞에 멈췄다. "이건 왜 이렇게 커요?" "답을 받지 못한 문서가 많아서겠지." 함에는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마레나에게 물으니 예전에는 그 안을 매일 비웠지만, 지금은 주 한 번만 외부 보관소로 옮긴다고 했다. 직원 둘이 모든 회신과 민원을 처리하기 때문이었다. "업무량이 얼마나 됩니까?" 내가 물었다. "지난달 접수 건만 이백이 넘었어요. 하지만 시스템상 종결된 건은 열두 건뿐이에요." "나머지는요?" "자동 대기죠. 실제로는 상당수가 처리를 끝낼 수 있는 건인데." 그녀의 책상 한쪽에는 먹다 남은 차가 세 잔 있었다. 아침부터 자리를 뜨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점심 교대 인력이 있습니까?" "원래 한 명 더 있었는데 다른 부서로 전출됐어요. 보충 요청은 했고요." "승인은요?" "대기 중입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기관이 직원 충원도 대기 상태로 두고 있다. 천계와 마계의 거대한 비밀이 아니어도, 세상에는 고쳐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마레나는 우리가 작업 지시서를 요구하자 창구 앞에 작은 경고판을 세웠다. '오늘 중 일반 민원 응답 지연 가능'. 일감이 더 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라델에게 회계소에서 임시 지원 인력을 파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자격이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개인 자료 접근권이 문제니까요." "그럼 서류 정리 같은 비민감 업무만 도울 수 있겠네요." "그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피코는 당장 돕겠다고 나섰지만, 우리는 업무의 범위를 분명하게 정했다. 서류 번호를 적은 상자를 옮기는 일까지만 맡겼고, 안의 내용을 읽거나 분류하지 못하게 했다. "저도 비밀을 볼 수 있는데요!" 피코가 억울해했다. "볼 수 있다는 것과 봐도 된다는 건 달라." 피코는 잠시 삐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상자 위에 붙일 깔끔한 번호표를 만들어 왔다. 일 하나를 맡기자 제법 책임감 있는 얼굴이 됐다. 오후에 창구 직원 둘은 번갈아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마레나는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들고 와서 말했다. "제가 오늘 처음으로 의자에서 떨어져 밥을 먹네요." "대체 몇 시부터 일하셨습니까?" "해 뜨기 전부터요." "초과 근무 기록은 남깁니까?" "원장에 입력은 합니다. 아직 수당이 실제 지급됐는지는 확인을 못 했어요." 나는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기록을 지키는 사람이 자기 근무 기록은 돌보지 못하는 현실은 우습지 않았다. 이 사건을 조사한다고 직원들을 더 혹사시키면 우리가 고치려는 문제와 다를 게 없었다. 마레나는 수프를 다 먹은 뒤 훨씬 안정된 목소리로 서고 위치를 알려 줬다. 우리는 직원에게 무리한 야근을 시키지 않고 다음 날까지 필요한 사본만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고 문의 하나가 즉시 해결되지 않는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다만 오래전에 사람이 거절했다고 써 둔 편지를 장치가 여전히 '갱신 동의'라고 읽고 있다는 사실은, 하루라도 더 늦추면 안 되는 문제였다. 오후에 라델의 허가로 기계실을 들여다봤다. 벽에는 구형 정산 구슬이 줄지어 꽂혀 있었다. 각각의 구슬에 작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수취인 본인 확인, 반송, 사망자 확인, 대행 승인, 재발송. 그런데 재발송 구슬과 대행 승인 구슬 사이에 낡은 도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마레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 도선은 처음 봅니다." "누가 설치했습니까?" "기록에는 설비 개조라고만 나옵니다. 작업 지시서는 별도 창고에 있을 거예요." 내 고유 능력이 조용히 반응했다. [절대 감사: 정산 처리 단계의 분류값이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나는 장치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마법은 불일치를 보여 줄 뿐, 누가 왜 연결했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그래도 확인해야 할 장소는 분명했다. "작업 지시서를 볼 수 있을까요?" 마레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창고 열쇠를 감독관이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십육 년 전에 퇴직하셨고요." "네." 나는 이마를 문질렀다. 행정의 무덤은 참 깊다. 다만 문을 열려면 살아 있는 열쇠가 필요하다. 귀환길에 피코가 작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내가 처음 받은 은화 세 닢 청구서였다. 모서리에 '이의 제기 접수'라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이제 안 내도 돼요?" "지금은 지급 보류야. 정식 취소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해." "그래도 오늘은 사탕 사도 되죠?" "네 월급으로 산다면." "그럼 사 올게요!" 루시아가 마차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이 사건에서 누가 제일 잘못한 겁니까?" 나는 통합관리실에서 받은 기관 현황을 읽었다. 고장 난 장치, 이를 신고한 서기관, 퇴직했지만 권한이 살아 있는 감독관, 그리고 오래전에 바뀐 설비 연결. "아직 사람을 지목하긴 이릅니다. 다만 이 문제를 알고도 고치지 않은 결재선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겠죠." "그 결재선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걸 이제 찾으러 가야죠." 마차가 성문을 통과하려는데 한 통의 통신이 도착했다. 마레나였다. '창고 열쇠를 찾았습니다. 열쇠 보관대장에 기록된 마지막 반출자는 에르반 전 감독관이 아닙니다.' 나는 서류를 다시 펴 들었다. 마레나가 덧붙였다. '현재 중앙 합동운영국의 계약심사관 바르텐입니다. 반출 날짜는 일 년 전이고요.' 퇴직한 감독관의 권한을 아무도 못 건드렸다는 설명은 이제 성립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오래된 장치에, 불과 일 년 전까지 손을 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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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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