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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58화
PAYLUA ORIGINAL · 제158화

158화. 봉인을 열기 전에 지붕부터 고칩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92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 제6정산금고의 보수 예산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기뻐했다. 정확히 삼 초 동안만. 금고 관리실에서 보낸 공사 일정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착공일: 한 달 뒤. 보존실 입구 지붕 긴급 보수: 추가 검토 중.] “한 달 뒤라니요? 지난번에 물이 샜잖아요.” 담당자는 몹시 미안한 표정이었다. “정식 공사 입찰 절차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긴급 누수 방지 조치는 따로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임시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보존실 외부 구조물은 문화재 보호 규정에 걸립니다.” 나는 이마를 눌렀다. 종이를 지키려다 지붕을 못 고치는 상황이라니. 문서가 사람보다 중요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문서를 지키는 방법조차 문서가 막고 있었다. “규정에 긴급조치 예외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다만 인증 기술자가 필요합니다.” “그 기술자는 어디 있습니까?” “지난달에 퇴직했습니다.” “왜요?” “야간 호출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서요.” 나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마왕성에서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였다. 일하는 사람에게 돈을 제때 주지 않아 사람이 떠났고, 사람이 없으니 중요한 일을 못 한다. 루시아가 팔짱을 끼었다. “기술자를 데려오면 되는 문제인가?” “강제로 데려오면 안 됩니다.” “그건 압니다.” “놀라울 정도로 빨리 이해하셨네요.” 루시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예전의 나라도 기술자를 납치하진 않았다.” “죄송합니다.” “다만 겁은 줬겠지.” “그쪽이 문제죠.” 우리는 퇴직 기술자인 드워프 브렌을 찾아갔다. 그는 집 앞에서 화분을 가꾸고 있었다. 왕국 금고의 긴급 조치 이야기를 꺼내자 처음에는 단호히 거절했다. “보존실은 내가 스무 해 동안 지켰소. 하지만 야간에 불려 나가도 수당을 못 받고, 잘못되면 혼자 책임져야 한다면 다시 안 갑니다.” “그 조건 그대로 돌아오시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베실이 준비한 계약안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긴급 기간, 고정 수당, 재료비 지급, 책임 범위와 안전 조치를 별도로 적었다. 브렌은 오래 읽더니 말했다. “이건 전보다 낫군.” “원하시면 현장 감독인만 맡으실 수도 있습니다. 위험 작업은 보조 인력이 하고요.” “그럼 현장부터 봅시다. 내가 안 간다고 했지 지붕이 무너져도 좋다고 한 건 아니오.” 브렌이 장화를 신었다. 피코는 그의 화분을 잠시 보더니 물었다. “이 꽃도 수당 받아요?” “물을 제때 주면 됩니다.” “그거 직원 복지네요!” 브렌이 웃음을 터뜨렸다. 금고에 도착하니 하늘이 흐렸다. 브렌은 지붕을 살피고 임시 덮개가 닿아서는 안 되는 부분을 표시했다.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붕 위에 독립형 방수 구조물을 세울 수 있었다. “규정이 공사를 막는 게 아닙니다.” 브렌이 말했다. “규정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모두들 멈춘 거죠.” 나는 그 말을 적어 뒀다. 업무보고서에 써먹기 좋은 문장이었다. 작업 중에 루시아가 가장 무거운 지지대를 들었다. 예전 같으면 검으로 잘라서 끝냈겠지만 이번에는 브렌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여기 세워요?” “아니. 두 걸음 오른쪽. 무게 중심을 먼저 잡아야 해.” “이 정도면 되나?” “좋아. 당신 힘이 좋군.” “검도 잘 씁니다.” “검은 필요 없소.” 루시아는 조금 서운해했지만 곧 나사를 죄는 작업에 집중했다. 나는 피코와 함께 아래에서 공구를 전달했다. 피코는 나사를 숫자별로 정렬하더니 말했다. “도윤 님, 이건 회계보다 쉬워요.” “둘 다 하나라도 빠지면 문제 생긴다.” “그럼 엄청 어렵네요.” 브렌은 오후가 되기 전에 임시 방수 구조물을 완성했다. 빗물이 흘러갈 길을 마련한 뒤 물을 부어 시험까지 했다. 경비 골렘은 옆에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보존물 보호 우수.” “너도 같이 좀 들지 그랬니.” 내가 중얼거렸다. “저는 경비 담당입니다.” “업무 분장이 확실하네.” 보수비 지급은 실작업 확인 뒤로 정했다. 하지만 장비 대여료와 임금 선급이 필요한 부분은 계약에 따라 먼저 지급했다. 일을 끝내고도 돈을 못 받을까 불안한 기술자에게 ‘나중에 잘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다. 작업을 마치고 안전교육 때를 떠올렸다. 그때 브렌은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임시 보수 작업 위험성 평가표.] “한도윤 씨, 이것도 결재해 주시오.” 나는 표를 읽고 대답했다. “결재권자는 왕국 시설 관리부입니다. 제가 대신 서명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당신을 부른 거요. 이 표가 현장 상황에 맞는지 살펴 달라고.” 표에는 추락 위험과 공구 낙하 위험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지붕의 경사각이 현재 도면과 다르다는 메모가 있었다. 실제 현장을 측정하지 않고 예전 도면대로 공사하면 위험할 수 있었다. “도면을 새로 확인해야겠네요.” 브렌이 웃었다. “그걸 듣고 싶었소.” 루시아가 지붕 위에 올라가자 브렌은 즉시 내리라고 했다. 루시아는 당황했다. “내가 떨어질 것 같습니까?” “당신 힘을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 안전줄을 안 걸었으니까.” “나는 전투 중에도 지붕을 뛰어넘는다!” “그건 전투고 이건 공사요.” 루시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는 순순히 내려왔다. 피코가 조용히 내게 속삭였다. “도윤 님, 브렌 할아버지가 루시아 님보다 강해요?” “공사 현장에선 그렇지.” 루시아는 결국 안전줄을 걸고 다시 올라갔다. 브렌은 위험 구역 아래에 누구도 서 있지 못하도록 표식을 만들었다. 나는 물품 출입대장과 실제 사용한 재료 수를 대조했다. 작업 도중 갑자기 방수포 묶음 하나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창고 담당자는 납품서에는 네 장이라고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세 장밖에 없는데요?” 피코가 말했다. “분명 네 장으로 출고했어요.” 나는 곧장 누군가를 의심하지 않았다. 창고의 입고표, 현장 인수증, 운송인의 서명을 차례로 확인했다. 그 결과 네 번째 방수포는 다른 작업팀의 비상용으로 지정돼 창고 뒤쪽에 보관돼 있었다. “분실이 아니군요.” “그럼 제가 실수한 겁니까?” 창고 담당자가 불안하게 물었다. “물건이 없어진 게 아니라 위치가 잘못 표시된 겁니다. 출고 위치를 정정하면 됩니다.” 담당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피코는 네 번째 방수포를 찾아오며 말했다. “도윤 님, 물건도 출근부가 필요한가 봐요.” “맞아. 물건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야지.” 브렌은 방수포를 모두 설치하고 물을 부어 시험했다. 물줄기는 수로를 따라 바깥으로 흘렀다. 한 번은 방향이 잘못돼 벽에 튀었지만, 브렌은 그 자리에서 각도를 고쳤다. “완벽한 도면보다 실제 시험이 낫지.” 그 말에 나는 소환 관리소의 옛 시험 계정을 떠올렸다. 시험은 시험대로 기록하고,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에는 따로 확인했어야 했다. 금고 지붕을 수리하는 오늘의 과정이 우습게도 오래된 제도 문제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공사가 끝나자 브렌은 급히 돈부터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작업자의 안전 귀가를 확인하고, 사용 재료와 남은 물품을 정리했다. “내일 확인서를 쓰면 수당이 언제 나옵니까?” “계약서에 적힌 날짜입니다. 늦으면 지연 사유와 조치를 문서로 남기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난 또 이 지붕을 고칠 사람이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미안해졌다. 누군가 같은 건물을 여러 해 동안 지킨다는 것은 숫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정당한 돈을 제때 주는 것이 그 사람의 기술을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스카가 작업장을 둘러보더니 깊이 인사했다. “원본을 보려던 사람이 지붕부터 고쳐 줬군요.” “저희도 원본이 젖는 건 싫으니까요.” “당신이 찾는 기록이 왜 중요한지 이해합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럼 내용 열람 심의도 진행될까요?” “네. 오늘 오후에 필요한 절차가 끝납니다.” 금고의 소회의실에서 부분 열람 심의가 열렸다. 보존관, 중립 기록관, 왕국 조사관, 독립 입회인이 참석했다. 나는 신청인 자리에 앉았다. 피코는 간식 금지 출입증을 목에 걸고 의젓하게 있었다. 이스카가 말했다. “열람 범위는 표본 이름이 들어간 원본 페이지의 일부입니다. 다른 생존자 정보와 송수신 주소는 가립니다. 신청인은 기록을 볼 수 있지만 원본을 반출하지 못합니다.” “동의합니다.” “그 동의는 열람 절차에 대한 동의입니다. 내용의 진실성이나 계약 효력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 문장은 아주 좋네요.” 아레인도 미소를 지었다. 허가가 내려지자 봉투의 첫 번째 내부 보호지를 열었다. 안쪽 원문은 아직 완전히 펼치지 않았다. 종이는 생각보다 얇았고, 가장자리에 물에 젖었다 마른 흔적이 있었다. 이스카는 확대 렌즈로 손상 상태를 확인했다. “외부 표지에 적힌 한도윤과 같은 글씨인지 확실치 않군요. 필체 감정이 필요합니다.” 원문 가장자리에는 한글 문장이 있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뒤 문장은 가려져 있었다. 열람 허가 범위 밖인 데다 종이가 접혀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썼는지, 누구에게 쓴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문장은 분명 내가 어릴 적부터 쓰던 언어였다. “도윤 님.” 피코가 조용히 불렀다. “응.” “무슨 말이에요?” “누군가 읽어 주길 바라고 쓴 말 같아.” 피코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내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스카는 부분 열람 기록을 작성했다. 확인된 문구를 그대로 보존하고, 가려진 영역의 의미를 추측해서 공식 문서에 넣지 않았다. 나도 그 원칙에 동의했다. 잠시 휴식할 때 브렌은 금고의 낡은 사진을 보여 줬다. 지붕은 한때 새것이었고, 그 아래에는 보존관들이 웃으며 서 있었다. “젊었을 때 여기서 일했어요?” 내가 물었다. “그렇소. 나는 지붕을 고치고 아내는 문서 보존을 했지.” “지금은요?” “아내는 다른 도시에서 손주를 돌보고 있소. 나는 집에서 꽃을 키우고.” 브렌은 사진을 쓰다듬었다. “오래된 물건을 지킨다는 건 누가 다시 보러 올지 모른다는 뜻이오. 그런데 누군가는 그때까지 지붕을 고쳐야 하지.” “그게 브렌 씨 일이었군요.” “맞소. 다만 일을 한다고 해서 내 삶을 전부 바칠 의무까지 생기는 건 아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 과도한 충성을 요구하던 회사들이 떠올랐다. 브렌은 퇴직을 선택했고, 오늘은 정당한 계약 조건으로 잠시 돌아왔다. 그 두 선택 모두 존중받아야 했다. 피코가 사진 속 브렌을 가리켰다. “머리카락이 많네요.” 브렌은 호탕하게 웃었다. “저때는 지붕보다 내 머리가 먼저 샜지.” “지금은요?” “이제는 관리할 머리카락도 거의 없구나.” 피코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질문은 좀 참아 달라고 말하려다 브렌이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고 그만뒀다. 나는 사진을 돌려주며 말했다. “그때 함께 일한 분들이 지금도 이곳을 찾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브렌은 한참 뒤 대답했다. “그러면 오늘 돈을 벌러 나온 보람이 있겠군.” 밖으로 나오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임시 방수 지붕 위로 첫 빗방울이 떨어졌다. 물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홈을 따라 안전하게 흘렀다. “잘 막았네요.” 루시아가 말했다. “네. 오늘은 적어도 여기로 비가 새지 않을 겁니다.” 라델이 내게 물었다. “원문을 보고도 계속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나는 조금 웃었다. “기다리는 건 여전히 싫습니다. 그래도 잘못된 답을 듣는 건 더 싫어요.” 마왕성에 돌아왔을 때 제르칸이 금빛 초상화 견본을 보여 줬다. 나는 그 옆에 오늘의 출장 보고서를 놓았다. [원본 부분 열람: 한글 문구 확인. 작성자·작성 시점 미확정. 금고 임시 방수 보수 완료. 기술자 계약에 따른 선급 지급, 잔여금 지급 확인 예정.] 마왕은 보고서와 초상화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오늘은 네가 이겼다.” “언제 승부했습니까?” “내 초상화보다 오래 남을 일을 했으니.”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제르칸도 가끔은 사람 마음을 이상하게 잘 건드렸다. 그날 밤 한글 문장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쉼표 뒤에 누가 어떤 말을 남겼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그 문장을 쓰던 순간 적어도 누군가 읽어 주길 바랐다는 사실만은 느껴졌다. 나는 그 바람을 허투루 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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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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