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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57화
PAYLUA ORIGINAL · 제157화

157화. 천상 관리단의 매입 제안서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90자

오프라인 책장
천상 교역 관리단에서 나를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 왔다. 그는 방문 목적을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 “특별 봉인물 6-17의 관리권을 인수하고 싶습니다.”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차가 식는 걸 지켜봤다. “그 봉투가 뭔지 알고 계십니까?” “중요한 옛 기록이라는 정도만 압니다.” “그런데 왜 사려고 하시죠?” “우리 기관은 오래된 공동 교역 채권과 보존 비용을 정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원본 관리권을 한곳으로 모으면 절차가 간편해집니다.” 나는 상대의 명함을 받아 읽었다. [천상 교역 관리단 외부 협의관, 루멘.] 피코가 조용히 내 옆에 다가왔다. “도윤 님, 저 사람 날개 없는데 천상 사람 맞아요?” “천상 관리단 직원이라고 전부 날개가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럼 근로계약서 있나요?” 루멘이 헛기침했다. “있습니다.” “보여 달라는 건 아니고요. 직원이면 월급 받으시나 해서요.” 루멘은 피코를 보고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월급은 받고 있습니다.” “다행이다.” 나는 피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조수가 점점 별별 문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루멘이 가져온 서류는 길고 화려했다. 특별 보존 원본의 관리권을 천상 교역 관리단으로 이관하면 보존비를 대신 납부하고, 향후 분쟁을 단일 창구에서 처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어떤 권리를 가져가죠?” “원본 보존·열람 통제·대리 신청 접수 권한입니다.” “대리 신청 접수요?” “법적 절차를 단순화하는 기능입니다.” 나는 서류를 뒤집었다. “당사자 동의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법률 검토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그럼 그 문구를 명확히 넣어 주세요. 사람의 권리를 가진 문서에서 접수와 동의는 다릅니다.” 루멘은 잠시 말이 없었다. 내가 종이를 밀어 놓자 그는 손을 모았다. “모든 보존 비용을 저희가 부담하겠습니다. 마왕성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마왕성 돈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제 이름이 든 문서의 원본 관리권을 월급 아끼자고 넘길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제 소유도 아니고요.” 루멘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거절하시는 겁니까?” “지금 조건으로는 승낙할 권한이 없습니다. 심의 절차로 보내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루멘은 뜻밖에도 안도한 듯했다. “좋습니다. 저는 정식 접수만 받으면 됩니다.” “루멘 씨, 혹시 이 일을 꼭 성사시켜야 하는 성과급이 있습니까?” 그는 난처한 얼굴로 웃었다. “그런 질문까지 하십니까?” “여기가 마왕성이거든요. 저희는 사람의 업무 조건부터 보게 됐습니다.” “개인 성과급은 없습니다. 다만 미처리 건수가 많으면 평가에서 불리해집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짜증 나는 평가 방식이었다. 루멘이 떠난 뒤 제르칸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천상이 내 금고를 탐냈다고?” “왕국 금고입니다. 저희 금고가 아닙니다.” “그럼 왜 우리 성에 와서 허락을 구하느냐?” “당사자와 관련 기관이 있으니까요.” “이런 기회에 천상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은 어떠냐!” “비밀은 아직 모릅니다.” “그러면 폭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 “감사합니다.” 마왕은 못내 아쉬운 얼굴이었다. 나는 그가 원본 관리권을 무턱대고 주장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오늘의 회의를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심의가 잠시 쉬는 동안 나는 루멘과 복도 끝 자판기 비슷한 음료 마법진 앞에 섰다. 그는 동전을 넣고도 음료를 받지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고장 났습니까?” “아뇨. 선택 버튼을 잘못 누른 것 같습니다.” 마법진의 화면에는 ‘천상 방문객 전용 명예 차’라는 항목이 떠 있었다. 가격은 일반 차의 세 배였다. “명예가 비싸군요.” 내가 말했다. “저도 처음 봅니다. 음료는 같은 차라고 들었는데.” 나는 관리 번호를 확인했다. 값비싼 항목은 방문객에게 별도의 장식 잔을 제공하는 상품이었다. 현재 장식 잔은 재고가 없어서 일반 잔만 나오도록 설정돼 있었다. “재고가 없으면 판매를 막아야죠. 잔을 못 받는데 잔값을 낼 이유가 없으니까.” 루멘은 난처하게 웃었다. “우리 관리단도 비슷한 문제가 많습니다. 규정은 화려한데 실제 운영은 오래된 계약에 묶여 있죠.” “그렇다고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돈을 더 받을 수는 없죠.” 나는 담당 직원을 불러 판매 설정을 수정하도록 요청했다. 루멘이 낸 추가액은 즉시 반환됐다. 실제 금화도 아니고 작은 동전 몇 개였지만 그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런 것도 하십니까?” “기분이 나빠져서요. 회계사의 직업병입니다.” 그는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나는 그에게 관리단의 내부 심사 구조를 물었다. 천상의 조직이라는 이유로 완벽한 규정을 갖췄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루멘의 설명을 들어 보니 상부 결재선이 너무 길어 작은 사업의 정산조차 몇 달씩 밀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럼 왜 기록을 한곳으로 모으려 합니까?” “여러 보존기관이 서로 수수료를 청구하고 책임을 미룹니다. 위에서는 한 기관이 관리하면 편하다고 생각하죠.” “편하다는 말이 누구에게 편한 건지가 문제네요.” “맞습니다. 보관하는 사람에게는 편할지 몰라도 기록의 주인에게는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루멘은 마른 손으로 컵 가장자리를 문질렀다. “저는 승진이 느려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업무가 지연되면 하급 직원에게 부담이 내려갑니다. 그게 싫어요.” 나는 생각보다 솔직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 제안을 거절한다고 루멘 씨 혼자 책임질 필요는 없겠네요.” “말은 쉽죠.” “회의록에 반려 근거와 대체 방안까지 남기겠습니다. 담당자의 사적 판단으로 처리한 게 아니라 정식 심의 결과로요.” 루멘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면 저희 쪽에서 재검토할 수 있겠군요.” “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원본을 사는 것 말고도 많을 테니까요.” 그때 피코가 복도 끝에서 달려왔다. “도윤 님! 루멘 님! 이 음료 마법진 무료 물도 나와요!” “그건 원래 무료야.” “와, 천계보다 마왕성보다 좋은 곳이네요!” 루멘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조금 전까지 원본 관리권을 놓고 대립하던 사람과 무료 물 앞에서 같이 웃고 있었다. 회의장으로 돌아오며 나는 생각했다. 문서에 적힌 기관명은 무겁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종종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월급 걱정도 하고, 상사의 결재를 기다리고, 돈을 냈는데 음료가 안 나와서 한숨을 쉰다. 그래서 더더욱 계약서의 권한을 명확히 해야 했다. 좋은 직원 하나의 선의로 유지되는 제도라면, 그 사람이 떠난 날 다시 문제가 생길 테니까. 오후에는 중립 공관에서 공식 심의가 열렸다. 아레인은 제안서의 조항을 하나씩 읽었다. 베실은 비용 인수 조건이 실제 채무 승계인지 단순 약속인지 구분했다. 라델은 왕국의 원본 보존 의무를 상기시켰다. “현행 규정상 왕국이 원본을 보존해야 하는 의무를 개인 기관에 넘기려면 새 협약이 필요합니다.” 라델이 말했다. “그 협약에 원래 당사자들의 이의 제기권이 있어야겠죠.” 아레인이 답했다. 나는 중요한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보존비는 누가 내든 원본 공개 기준이 돈을 낸 사람 마음대로 바뀌면 안 됩니다.” 이스카는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러 해 동안 보존 일을 했던 노인답게 말을 아꼈다. 대신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이관하지 않아도 필요한 보존비를 낼 방법이 있습니까?” 회의장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이관 제안의 문제점을 찾았지만, 실제 보존실 누수 문제와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공동 기금에서 긴급 보수비를 우선 지원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죠.” 베실이 말했다. “왕국 측 법정 유지비와 나눠서 부담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라델이 덧붙였다. 나는 마왕성의 몫을 떠올렸다. 마왕성에는 이미 직원 임금과 식당 비용, 성벽 보수비가 있다. 역사적 기록 보존을 돕고 싶다고 무턱대고 돈을 꺼낼 수는 없다. “저희는 관련 감사 인력과 기록 대조에 협조하겠습니다. 금전 출연은 별도로 의결받겠습니다.” 피코가 내 옆에서 손을 들었다. “저는 젖은 장부 옮기는 건 할 수 있어요.” 모두가 피코를 바라봤다. “안전한 범위에서, 유급 보조로 참여하게 해 주세요.” 내가 말했다. 피코가 신이 났다. “그럼 사탕도 사 먹을 수 있겠네요!” 이번에는 루멘도 웃었다. 심의 결론은 간단했다. 당장 원본 관리권 이관을 승인하지 않고, 누수 복구와 보존비의 실제 필요액을 별도로 산정한다는 것. 루멘은 조건부 재심을 요청할 수 있었다. 그가 가져온 서류도 처리 완료가 아니라 ‘접수 후 보류’로 등록됐다. 회의가 끝나자 루멘이 내게 다가왔다. “한도윤 씨, 저는 당신을 귀찮게 하러 온 건 아닙니다.” “그렇겠죠.” “제 위에서는 오래된 자료를 빨리 정리하라고 합니다. 정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럼 루멘 씨는 무엇을 정리하고 싶습니까?” “누가 어떤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요. 지금은 서로에게 미루고 있으니까요.” 나는 의외로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부분은 같이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루멘은 잠시 놀란 얼굴이었다가 허리를 숙였다. “자료 공유 범위를 협의해 보겠습니다.” 루멘이 떠난 뒤 몰트 실장은 관리단 제안서에 붙은 낡은 보존비 단가표를 읽었다. 그는 천이백 년 가까이 일해 온 리치답게 문서의 작은 글씨도 놓치지 않았다. “여기 ‘임시 지원’이라는 말이 두 군데 다르게 쓰였군요.” “무슨 차이죠?” “앞에서는 돈을 지원한다는 뜻이고 뒤에서는 보존 행위를 대신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단어를 쓴다고 권한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나는 문구를 표시했다. “제안서 수정 요청에 포함하겠습니다.” 몰트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처음 당신이 입사했을 때는 이런 문장을 읽는 사람이 우리 성에 없었습니다.” “몰트 실장님은 읽을 수 있었잖아요.” “읽을 수는 있었지만 누구에게 질문해야 할지 몰랐지요. 너무 오래 혼자 일하다 보면 모르는 것도 당연한 줄 알게 됩니다.” “이제는 피코한테도 물을 수 있어요.” 멀리서 피코가 외쳤다. “저는 사탕만 잘 알아요!” “그게 시작이야.” 내가 대답했다. 몰트는 작게 웃었다. 그에게도 질문할 동료가 늘어났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뿌듯했다. 우리는 제안서를 검토하는 기준을 세 가지로 줄였다. 보존해야 할 원본이 누구 것인지, 비용을 실제로 누가 낼 것인지, 원본을 읽을 권한은 어떻게 지킬 것인지. 길고 화려한 문서가 결국 이 세 질문으로 돌아왔다. 나는 마왕성 신입 직원 교육에도 써먹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루멘은 보존비 인수 제안서와 별도로 한 장짜리 목록을 보내 왔다. [천상 교역 관리단 자체 계정에서 확인된 오래된 미정산 청구 번호: 6-17-A.] [처리 상태: 보존 비용 지급 검토. 원본 취득 완료 아님.] 나는 그 번호를 여러 번 읽었다. 왕국 금고의 봉인물 번호는 6-17이었다. 관리단 계정에 6-17-A가 있다는 것만으로 같은 물건의 지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숫자 옆에는 예상치 못한 메모가 있었다. [소유권 이전이 아닌 제3자 보관 지원으로 검토할 것.] 적어도 관리단 내부에도 원본을 사들이는 방식에 반대한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다. “도윤 님.” 피코가 내 옆에서 말했다. “천상 사람들도 서로 의견이 다르네요.” “회사라면 어디나 그렇지.” “그럼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당연하지.” 나는 수첩에 루멘이라는 이름을 적었다. 조사의 대상이 된 기관에 속한다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우리가 그와 같은 문서를 읽게 된다면, 적어도 그는 직접 답할 기회를 받아야 한다. 그 다음 줄에는 이렇게 적었다. [원본 관리권 인수 제안 보류. 보존비 긴급 지원 대안 검토. 천상 관리단 6-17-A 계정 연결 증거 필요.] 그날 마왕은 식사 자리에서 뜻밖의 말을 했다. “한도윤, 오늘도 천상에서 온 자의 부탁을 거절했다지?” “제 권한 밖인 일을 계약서만 보고 승인할 수 없으니까요.” “훌륭하다.” “폐하의 초상화 증액 신청도 같은 이유로 반려하겠습니다.” “그건 내 권한 안이다!” “예산 편성은 제 검토 대상입니다.” 마왕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내가 왜 그대를 제일 무서워하는지 다시 알겠군.” 나는 웃었다. 마왕성을 겁주는 방법이 언제나 검은 마법일 필요는 없었다. 어떤 날은 비용부담표 한 장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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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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