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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43화
PAYLUA ORIGINAL · 제143화

143화. 예언자가 아니라 야간 근무자입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163자

오프라인 책장
“관측소로 출장 가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제르칸은 왕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별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냐!” “별이 아니라 납품대장을 읽으러 갑니다.” “흥이 깨지는구나. 나는 네가 하늘을 보고 내 다음 전쟁 승리를 예언할 줄 알았다.” “전쟁을 안 하면 전쟁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건 예언할 수 있습니다.” “그건 너무 강력한 예언이다.” 마왕은 자기 손으로 귀를 막았다. 나는 오늘도 이 성에서 유일한 정상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피코가 어제 빌린 장갑을 손가락별로 임대하려는 장부를 발견하고, 그 정상인이라는 평가를 철회했다. 북부 야영 감시소는 왕국 변두리의 고지대에 있었다. 사방에 둥근 철탑이 서 있었고 탑마다 풍향기와 수정판이 달려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점성술 학교와 군사 기지의 중간쯤이었다. 라델이 안내한 담당자는 중년의 여성 서기관 나엘이었다. 그녀는 일흔다섯 살이라고 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젊어 보이는 일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나엘만큼은 눈 밑의 피로가 아주 익숙했다. 야근의 흔적은 차원을 넘어 통한다. “공동 관측 납품 기록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표찰 관련입니까?” “네. 다만 개인 기록은 비식별로 봐도 됩니다.” 나엘은 내 이름을 듣자 잠시 멈췄다가 출입대장을 내밀었다. “당사자라면 공개 가능한 범위를 더 정확히 설명받으셔야겠습니다. 여기가 이름을 처음 만든 곳이라고 단정한 사람이 있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잘됐네요. 그 말을 적어 놓으세요.” 나는 수첩에 적었다. 나엘은 만족한 얼굴이었다. 이 사람은 말보다 먼저 정정 문구를 요구하는 종류의 공무원이다. 왠지 동료를 만난 것 같았다. 관측소의 옛 업무는 소환자가 나타날 ‘정확한 날짜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왕국이 이미 준비 중인 소환 마법진의 동력 변화를 감지하고 장비를 조정하는 일이었다. 마법진이 출력을 높이면 풍향기에 달린 수정이 진동했다. 따라서 관측 보고서에는 ‘작동 예상 구간’이 적혔다. “그럼 열하루 전이라는 날짜는 장비 사전 점검일일 수 있겠군요.” “예. 소환은 정해진 날에 이루어졌고, 그날을 위해 미리 준비한 물자 목록이 있어요.” 나엘은 오래된 점검표를 보여 줬다. 인명 칸에는 어떤 소환 예정자의 이름도 없었다. 장비 수량과 마력 소모 예상치만 있었다. “그러면 제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요?”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서류에 처음부터 이름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녀는 표찰 발급을 맡았던 다른 하위 부서를 가리켰다. 정식 명칭은 ‘관측 데이터 분류 조’. 장비에서 나온 이상 신호를 임시 문구로 이름 붙여 보관하던 곳이었다. 종종 의미를 모르는 문자가 수정판에 찍혀 나오기도 했다. “그걸 그대로 표찰 앞면에 복사했습니다. 옛 판독기는 문장인지 이름인지 구분하지 못하거든요.” “소환될 사람의 이름이 수정판에 찍혔다고요?” “그건 확인된 사실이 아니에요. 어떤 문자가 나왔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나엘은 말끝마다 내 질문의 속도를 늦췄다. 나는 고마웠다. 나도 자꾸 결론으로 뛰어가고 싶었으니까. 그때 시설 한쪽에서 종이 울렸다. 땡. 땡. 땡. 루시아가 검을 뽑으려 하자 나엘이 손으로 막았다. “장비 점검 알림입니다. 적의 침입이 아니에요.” “세 번 울렸는데도?” “두 번 울리면 온도 점검, 세 번 울리면 풍향기 점검, 네 번 울리면 도망치세요.” “네 번은 왜?” “종탑이 무너질 때 나는 소리니까요.” 나는 이 세계의 안전 매뉴얼을 조금 더 믿지 않기로 했다. 탑에 올라가자 고장 난 풍향기가 한쪽으로 비틀려 있었다. 무거운 날개가 바람을 받을 때마다 쇠구슬을 두드리고, 그 소리를 오래된 수정판이 신호로 기록했다. 점검 담당은 밤새 잘못된 경보 때문에 두 시간마다 깼다고 했다. “야간 근무 수당은 받으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비상 대기 수당으로 세 시간씩 계산됐습니다.” “실제 대기는 여덟 시간이었고요?” “네.” 나엘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장비 사고 보고서만 들고 있었지 근무시간 기록은 받지 못했다. 나는 점검 담당자의 동의를 받고 경보 로그와 근무표를 비교했다. 차액은 명확했다. 왕국의 인사부서와 조합이 함께 계산하도록 안내하고, 실제 지급 확인 전에는 ‘정산 완료’라고 적지 않았다. “왜 소환 기록 조사하러 와서 근무수당까지 보는 겁니까?” 라델이 물었다. “모든 보고서는 결국 누군가의 근무시간 위에 올라가니까요.” 라델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풍향기를 고치기 위해 장인의 도움을 받았다. 루시아는 탑 꼭대기에 올라가는 일을 즐거워했다. 그녀는 줄을 허리에 묶고 지붕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내가 안전 줄을 두 번 확인하는 동안 그녀는 이미 고장 난 날개를 해체했다. “내가 이럴 때는 도움이 되지?” “엄청나게요. 대신 나중에 작업 전 교육도 받으셔야 합니다.” “넌 사람을 칭찬하면서 벌도 주는 재주가 있구나.” “그건 벌이 아니라 보호입니다.” 피코는 탑 아래에서 손수건을 흔들었다. 천사처럼 귀여웠다. 물론 아까 장비 보관함에 ‘사탕 보급 규격’이라고 적은 것은 아직 용서하지 않았다. 수프를 기다리는 동안 나엘은 관측소의 오래된 칠판을 우리에게 보여 줬다. 거기에는 세 개의 서로 다른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하나는 바람의 세기, 하나는 소환 마법진의 출력 변화, 마지막 하나는 야간 근무 인원이었다. “왜 마지막 그래프까지 같이 그립니까?” “사람이 부족하면 기록도 달라져요. 자동 계측기가 돌아가도 그걸 확인하는 사람이 없으면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거든요.” 그녀가 분필로 한 날짜에 동그라미를 쳤다. 장비 출력이 가장 높았던 날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아래에는 야간 담당자가 절반만 배치됐다는 표시가 있었다. “전쟁 때문에 인력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날은 근무자가 장비 두 개를 동시에 봐야 했죠.” “그래서 분류 요청을 남기고 해석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 없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는 기록을 더 봐야 합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엘에게 감사했다. 그녀는 근무자가 부족했다고 해서 그날의 오류를 자동으로 용서하지도 않았고, 오류가 발생했다고 근무자를 범인으로 몰지도 않았다. 잠시 뒤 식당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경비병 둘이 교대 근무 순서를 놓고 다투고 있었다. 한 명은 밤 열 시부터, 다른 한 명은 밤 열한 시부터 근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새 근무표에는 두 사람 모두 열 시에 출근했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늦게 온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럼 내가 한 시간 더 일했다는 건 누가 기록해 주는데?” 나엘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나는 조금 떨어져 서서 경비병들의 말을 들었다. 전날 밤 관측소의 시계가 한 시간 빨라졌다고 했다. 수리공이 작업 중 시각 설정을 바꿨다가 원상복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실시간 기록과 인사 시스템의 시간대가 다른 거군요.” 내가 말했다. “시간대라는 게 뭡니까?” 한 경비병이 물었다. “서로 다른 기준 시각을 쓰는 겁니다. 같은 시각이라도 기록 체계가 다르면 숫자가 달라질 수 있죠.” 경비병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지만, 적어도 누군가 일부러 늦게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실제 교대 증인과 출입문 수동 장부를 확인해 근무 시각을 다시 적었다. 인사 담당이 수정 권한을 확인하고 정정 처리했다. 그날 추가 수당은 지급 예정으로 남겼고 실제 정산 여부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했다. “이런 걸 매일 하십니까?” 나엘이 물었다. “매일이면 저도 기절했을 겁니다. 다만 문제가 생기면 비슷한 순서로 봅니다.” “그래서 당신이 회계 담당이군요.” “원래는 편하게 사무실에 앉아 숫자만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세상은 꼭 현장을 보여 주더군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이 정확했다. 식사 후 우리는 관측소 지붕 위의 작은 전망대로 올라갔다. 바람이 세게 불어 피코의 모자가 날아갔다. 루시아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모자를 낚아챘다. 인간이라면 절벽 아래로 떨어졌을 거리에 있었다. “역시 기사님이 최고예요!” 피코가 소리쳤다. “그렇지.” 루시아가 으스댔다. “대신 다음부터는 끈을 묶자.” 내가 말했다. “이 감동적인 순간에 안전 교육이라니.” 루시아가 투덜댔다. 전망대에서는 먼 산 너머 왕국 수도가 희미하게 보였다. 저곳에서 나를 불렀고, 나는 마왕성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지금은 저곳의 누군가와 함께 오래된 기록을 바로잡고 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멀리 여행한 것은 대륙이 아니라 그때와 지금 사이일지도 모른다. 나엘이 풍향기를 가리켰다. “저 장비는 미래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지금 바람이 어느 쪽에서 오는지 알려 주죠. 하지만 사람들은 자꾸 미래를 묻습니다.” “그러면 바람을 믿는 사람도 문제겠네요.” “아니요. 바람을 읽는 사람이 필요한 상황도 많습니다. 다만 바람의 숫자가 누군가의 이름이나 의사를 대신 말해 준다고 생각하는 순간 잘못되는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찾아낸 원시 신호와 이름 후보의 차이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이름은 구체적이지만, 그 이름이 어떻게 얻어졌는지는 아직 불명확했다. 감정을 따라 결론을 쓰고 싶어도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날개를 교체하고 내려오니 나엘은 창고 열쇠 하나를 들고 있었다. “오래된 분류 조의 업무 일지가 남아 있습니다. 다만 한 장은 봉인돼 있어요.” “봉인 해제 허가가 필요하겠군요.” “그렇죠. 오늘 볼 수 있는 건 목차뿐입니다.” 목차에는 열두 개의 표찰 번호가 있었다. 열한 개는 알아볼 수 없는 문자 파형이었고, 한 개는 예외 처리로 분류됐다. [분류 7. 언어 해석 필요. 문장/인명 여부 미확정. 외부 조회 금지.] 나는 목차를 두 번 읽었다. ‘외부 조회 금지’라는 문구는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째서 왕국 소환 관리소의 인명 기록에는 그 항목이 들어갔을까. 나엘은 당시 업무 일지를 기억해 냈다. 야간 담당 중 한 명이 소환 관리소의 급한 요청을 받고 표찰을 넘겼는데, 넘긴 것은 원본이 아니라 요약본이었다고 했다. “저는 당시 그 사람의 상관이 아니었습니다. 구두 요청의 내용도 모르고요. 추정만 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의 이름은 남았습니까?” “서명은 남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은퇴한 사람이고, 개인 정보 공개는 별도 절차가 필요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알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사람이 한 일과 다른 사람이 한 일을 분리하지 않으면 또다시 엉뚱한 사람을 몰아갈 수 있다. 저녁에 관측소 식당에서 따뜻한 수프를 먹었다. 나엘은 고장 난 풍향기의 부품을 손에 들고 있었다. “이런 일을 몇십 년 했습니다. 수정판의 수치가 사람을 대신 설명한다고 믿기 시작하면 사고가 나요.” “그걸 알면서 왜 일을 계속하셨습니까?” “누군가는 숫자를 제대로 읽어야 하니까요.”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마왕성에서 일하는 이유를 묻는 사람에게 나도 비슷한 대답을 할 것 같았다.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나엘이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 개인적인 편지가 아니라 공개 가능한 장비 관리 교육 자료라고 했다. 안에는 수정판의 원시 출력과 사람이 읽기 좋게 만든 요약본을 비교하는 예시가 들어 있었다. 원시 출력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긴 파형이었다. 요약본은 훨씬 단정했다. 너무 단정해서 무서웠다. [해석 후보: 인명.] 그 밑에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해석 후보를 확인된 인명으로 등록하지 말 것.] 나는 나엘에게 이 문구가 소환 관리소에도 전달됐는지 물었다. “전달 기록은 남아 있습니다. 읽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고요.” 그 말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왕성에 돌아오자 제르칸이 물었다. “예언의 결과가 나왔느냐?” “네. 장비를 점검하지 않으면 사고가 납니다.” “정말 시시한 예언이다.” “하지만 맞는 예언입니다.” 마왕은 불만스러워하면서도 관측소 정비 보고서를 받아 읽었다. 세상에는 대단해 보이는 말보다 시시한 진실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한다. 나도 그런 쪽이 좋았다. 그날 밤 아레인이 봉인 자료의 심의 일정을 전해 왔다. 문서 내용의 일부는 익명으로 공개 가능하지만, 과거 관리소가 받은 요약본에는 목차에서 빠진 한 줄이 있었다고 한다. [분류 7: 인명으로 확정 요청.] 누가 그 요청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질문이 바뀌었다. 정체를 모르는 문장을 누가 이름이라고 주장했을까. 그리고 그 주장을 확인하라는 경고는 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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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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