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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42화
PAYLUA ORIGINAL · 제142화

142화. 새바늘 수선실의 마지막 조합원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471자

오프라인 책장
새바늘 수선실에는 바늘이 없었다. 그 대신 온갖 종류의 단추가 있었다. 갑옷의 가죽끈을 고정하는 단추, 마차 차양에 다는 단추, 궁정 제복용 은단추, 심지어 용 비늘을 흉내 낸 장식 단추까지. 가게 주인은 손바느질을 하기 싫어서 단추를 파는 모양이었다. “바늘을 찾으십니까?” 주인이 물었다. “아니요. 옛 왕국 북부 역참 제4보관실의 표찰을 찾습니다.” 그녀는 단추를 떨어뜨렸다. 금속이 나무 바닥을 통통 튀었다. “그건 수선집에서 팔지 않습니다.” “저도 압니다. 저는 한도윤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기 전에 아레인 기록관을 통해 연락드렸는데요.” “아, 당신이 그 사람이군요.” 노파는 안경을 고쳐 썼다. 이름은 마리엔. 역참 보관조합의 마지막 조합원 세 명 중 한 사람이었다. 아레인이 허락을 구한 범위는 오래된 물류 장부의 보존 경위였다. 그녀의 개인 경력이나 가족 정보는 조사 목적에 포함되지 않았다. 나는 그 선을 지킬 생각이었다. “들어오세요. 대신 손님 한 분 옷 수선이 끝날 때까지만 기다리세요.” “괜찮습니다.” 루시아가 뒤에서 숨죽여 말했다. “장부 찾으러 온 건데 수선도 할 거냐?” “기다리는 동안 제 외투 단추가 하나 떨어졌네요.” “그럼 좋군. 나는 어깨끈이 끊어졌는데.” “검집 어깨끈은 별도로 계산하세요.” 피코는 단추 진열장을 보며 온몸을 떨었다. “저 초록 단추는 사탕 같아요.” “먹지 마.” “안 먹어요. 씹으면 아플 것 같아요.” 이 녀석은 나보다 현실적이다. 마리엔은 손님을 배웅한 뒤 탁자 밑에서 낡은 나무함을 꺼냈다. 겉면에는 제4보관실의 삼각형 표식이 있었다. 내가 최근 조사하던 세 점 표식과 달랐다. 그래서 조금 안심했다. 이제 세 점만 보이면 천계 음모라고 생각하는 병에 걸릴 참이었다. “역참이 문을 닫기 전에 물류 목록을 이관했습니다.” 마리엔이 말했다. “표찰은 바닥에 붙은 종이 같은 게 아니에요. 한 벌의 장비입니다. 작은 황동패에 기록지를 끼워 넣죠.” 그녀가 손가락으로 자그마한 틀을 보여 줬다. 앞쪽에는 문자, 뒤쪽에는 운송 코드를 넣는다. 물건이 사람의 손을 거치면 담당자가 인수 표를 찍었다. “문제는 전쟁 막바지였습니다. 운송 담당과 수신 담당이 바뀌고, 표찰을 통째로 새 기관에 넘겼어요.” “옮긴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시절엔 너무 많았죠.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보다 죽은 사람의 도장이 더 오래 남았어요.” 나는 말을 멈췄다. 그 문장에는 농담으로 넘어갈 수 없는 시간이 들어 있었다. 마리엔이 목함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실제 원본이 아니라 본인이 소장한 근무 일지의 복제였다. 공개 가능한 항목을 아레인에게 검토받았다고 했다. [표찰 묶음 열둘, 언어 식별 태그 포함. 수취인 미상. 왕국 소환 관리소에 보관 의뢰.] “열둘.” 피코가 중얼거렸다. “옛날 한국어 봉투도 열두 장 아니었어요?” “숫자가 같다고 같은 물건은 아니야. 여긴 묶음이고 저긴 봉투였지.” “알아요. 그냥 신기해서요.” “그건 나도 신기해.” 나는 표찰 하나의 실물과 구형 판독기만 확인할 수 있었다. 마리엔은 내 이름이 적힌 표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원래 이관 목록의 표찰은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는 증명서가 아니라 **물품과 언어 표본을 분류하는 도구**였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럼 소환 관리소가 표찰에 적힌 글자를 사람 이름으로 입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까?” “가능성은 있겠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죠. 저는 그날 물건을 넘긴 사람도 아니었어요.” “알겠습니다. 그건 제 쪽에서 확인하겠습니다.” 마리엔은 한참 내 얼굴을 보았다. “당신 말투가 이상하군요.” “어떤 점이요?” “무슨 일이든 '가능성'이라고 말하잖아요. 젊은 조사관들은 대개 답을 정해 놓고 와요.” “답을 정해 놓고 왔다가 틀리면 나중에 보고서를 두 번 써야 합니다.” “아, 그건 그렇겠네.” 그녀는 크게 웃었다. 나는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보고서 작성의 고통이 인류 공통 언어일 수 있다고 느꼈다. 오후에는 작은 사고가 벌어졌다. 가게 앞에서 상인 둘이 마차 운송료를 두고 다투던 중 표찰을 서로 바꿔 달았고, 항구의 새 물류 정산기가 두 상인의 짐을 맞바꿔 청구했다. 한쪽은 양모를 싣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철광석을 운반했다. 무게도 값도 전혀 달랐다. “누가 우리 짐을 바꿨다는 겁니까!” 양모 상인이 소리쳤다. “내 광석에 양모 운임을 청구하면 난 이득인데요?” 다른 상인이 말했다. “그럼 당신이 했겠군요!” “잠깐만요.” 나는 두 사람 사이에 섰다. “누가 표찰을 바꿨는지보다 지금 어느 짐에 어떤 청구가 붙었는지부터 확인합시다.” 루시아는 화가 난 상인들 사이에 손을 뻗었다. 그녀가 웃는 얼굴로 둘의 어깨를 눌렀더니 두 사람은 아주 협조적이 됐다. 아마 사람의 어깨가 그렇게도 쉽게 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빈 창고로 가서 실측표를 다시 확인했다. 양모는 여섯 포대, 철광석은 세 상자. 총무게를 측정하고 원래 운송장을 대조하니 청구서가 엇갈린 것이 분명했다. “왜 표찰을 바꾸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두 상인이 서로 눈을 피했다. 한쪽이 먼저 입을 열었다. “비가 올 것 같아서 방수되는 표찰 틀을 빌렸습니다.” “글자가 아니라 틀만 바꾸려던 겁니까?” “네. 그런데 안에 종이가 들어 있는 줄 몰랐어요.” 마리엔은 그 말을 듣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도 저랬어. 그래서 우리가 틀과 기록지를 함께 교체하라고 교육했는데.” 나는 두 상인에게 실제 화물 기준의 정산을 다시 신청하도록 안내했다. 기존 청구서에는 ‘결제 취소’가 아닌 ‘정정 대기’ 표시를 남겼다. 결제된 돈은 없었고, 두 사람 모두 아직 손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니 서로를 도둑이라 부를 이유도 없었다. 사건이 끝나자 양모 상인은 부끄러워하며 피코에게 사탕을 하나 줬다. “고맙습니다!” “피코, 그건 네가 한 일이 아닌데.” “제가 싸우지 말라고 말했잖아요.” “그건 했지.” “그럼 사탕 한 개만 받는 건 괜찮죠?” 나는 상인에게 이 사탕이 사건 처리 대가인지 물었다. 상인은 기껏 사탕 한 알을 두고 출처를 따지는 나를 이상하게 봤다. 맞다. 나도 가끔 내가 이상하다. “그냥 어린애한테 준 선물입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피코는 사탕을 입에 넣고 아주 자랑스러운 얼굴이 됐다. 우리가 잠시 자리를 정리하는 동안 마리엔은 낡은 장부에서 ‘인수 확인 도장’ 견본을 찾아 보여 줬다. 종이에는 세 가지 표식이 있었다. 물자를 받아 보관했다는 표식, 물자를 검사했다는 표식, 목적지로 내보냈다는 표식이다. 그 가운데 어떤 것도 물건의 소유권을 넘긴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런데 새 장부에는 셋이 모두 ‘처리 완료’로만 보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아주 익숙한 사고네요.” “당신도 당했습니까?” “사람 이름에 붙었다는 점만 다릅니다.” 마리엔은 나를 한참 보더니 자기 손등을 내려다봤다. 주름 사이에는 잉크가 조금 묻어 있었다. “전쟁 때는 바빴어요. 매일 수레가 들어오고, 또 나갔죠. 누가 급한 물건이라고 하면 서류를 먼저 쓰기도 했어요. 그래도 인수 확인은 인수 확인일 뿐이라는 규칙만큼은 지켰습니다. 그마저 버리면 나중에 누가 무엇을 가져갔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때 규칙을 가르친 분이 계셨습니까?” “저보다 더 늙은 조합장이 있었죠. 그분은 서류를 쓰기 전에 항상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봤던 것만 적어라.’” 그녀는 웃었다. 나는 그 문장을 수첩에 적었다. 이 세계에서 배운 말 중 가장 값싼 감사 교육일지도 몰랐다. 가게 뒤편에는 낡은 마차 바퀴 하나가 벽에 걸려 있었다. 마리엔이 왜 그런 물건을 수선집에 보관하는지 궁금했다. “우리 조합의 첫 배달마차 바퀴예요. 전쟁 때 많이 부서졌지만 이건 남았죠.” 피코가 바퀴에 다가갔다. “이걸 고치면 또 달릴 수 있어요?” “바퀴 하나만으로는 못 달리지.” “나머지 세 개를 만들면요?” 마리엔이 웃었다. “그럼 달릴 수는 있겠지. 하지만 어디로 갈지 정해야 해.” 피코는 오랫동안 생각하더니 바퀴에 손바닥을 얹었다. 작은 임프가 자기보다 두 배쯤 큰 바퀴를 살피는 모습을 보니 문득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그때 문이 열리고 한 소년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마리엔의 손자라고 했다. 그는 옆 골목의 수레 끈이 끊어져 사람이 다칠 뻔했다고 말했다. 루시아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으로 달려갔다. 나는 마리엔에게 허락을 받고 따라갔다. 골목에는 밀가루 포대 세 개가 쏟아져 있었다. 장정 둘이 수레를 세우려 애쓰고 있었다. 루시아가 수레 뒤를 잡아 움직임을 멈췄고, 상인들은 포대를 옮겼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문제의 끈은 표찰을 고정하던 가는 줄을 운반용으로 잘못 사용한 것이었다. “이건 화물 고정용이 아닙니다.” 마리엔이 말했다. “줄이면 다 같은 줄인 줄 알았어요.” 상인이 머쓱해했다. “그렇게 생각하다 사람 하나 다칩니다. 끈에도 맡은 일이 있어요.” 나는 순간 웃음을 참았다. 오늘따라 세상 모든 물건이 역할 분담에 관한 교훈을 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무너진 포대를 다시 싣고, 안전한 끈으로 수레를 고정하도록 도왔다. 루시아는 소년에게 묶는 방법을 보여 줬다. 소년이 어설프게 따라 하자 그녀는 차분히 다시 가르쳤다. “힘보다 먼저 매듭이다.”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 말도 하실 줄 아셨습니까?” “예전엔 매듭이 풀려서 말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그래서 배우셨군요.” “세 번 떨어지고.” “한 번이면 충분했을 텐데요.” 루시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사건이 정리되고 가게로 돌아오자 마리엔은 끈 몇 가닥을 바닥에 펼쳤다. 각 끈마다 용도와 하중이 달랐다. 그녀는 수선집에서 그걸 가르치는 작은 강습회를 가끔 연다고 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지식에도 값이 있네요.” 내가 말했다. “값이 있어야 젊은 장인이 배워서 다음 사람에게도 가르치죠. 다만 위험을 알리는 말까지 돈을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기록을 한 장 더 얻은 것보다, 그 기록이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게 된 오후였다. 마리엔은 가게로 돌아가서 오래된 표찰 판독기의 뒤판을 열어 보였다. 내부에는 종이 두 장을 겹쳐 읽는 장치가 있었다. 낡은 판독기에는 특별한 오류가 있었다. 앞면의 글자를 신원 칸에, 뒷면의 분류 코드를 소속 칸에 그대로 전송하도록 설정할 수 있었다. “이걸 사람 접수 장치와 연결하면 위험하겠네요.” “맞아요. 표찰에는 사람 이름만 적히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는 현장에서 장치를 바꾸지 않았다. 마리엔의 소유물이었고, 허락받은 것은 관찰과 사진 기록뿐이었다. 대신 새 시스템의 ‘표찰 문구를 신원으로 자동 입력’ 기능이 살아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베르케에게 요청했다. 그때 마리엔이 낡은 목록을 다시 들춰 봤다. “잠깐, 그 묶음 열둘 말인데.” “네?” “본래 출고처가 왕국이라고만 적힌 건 아니에요.” 그녀가 작은 도장을 가리켰다. [왕국 북부 야영 감시소. 수령기관: 소환 관리소. 출처: 공동 관측 납품.] “공동 관측 납품은 어떤 기관입니까?” “난 몰라요. 하지만 역참은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실어 나른 거예요. 이름을 처음 쓴 곳은 여기보다 앞일 수 있겠네요.” 나는 사진 촬영 허락을 받고 도장을 복사했다. 다시 경로가 한 단계 늘었다. 흔히 수사를 하다 보면 범인을 좁혀 간다고 한다. 나는 계속 서류를 늘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루시아가 물었다. “그럼 왕국군이 만들었나?” “납품 기록은 보냈다는 뜻이지, 만들었다는 뜻이 아니죠. 제조 기록을 봐야 합니다.” “네가 사람이 아니라 종이와 싸우는 건 확실하군.” “저도 사람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루시아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가게를 나서기 전 마리엔이 내 외투 단추를 고쳐 줬다. 나는 정확한 수선비를 냈다. 그녀는 단추를 하나 더 공짜로 끼워 주려 했다가 내가 머뭇거리자 눈살을 찌푸렸다. “젊은이, 모든 친절에 영수증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 말은 맞습니다.” “그럼 받아요. 당신이 물어본 기록은 나도 오래 잊고 있었으니까.” 나는 단추를 받았다. 대신 그녀가 원하면 조사 결과 가운데 공개 가능한 부분을 나중에 알려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날 밤 마왕성에 돌아와 옛 표찰의 납품처를 지도에 표시했다. 왕국 북부 야영 감시소와 공동 관측 납품. 다만 '관측'이라는 단어를 보고 예언이라고 뛰어갈 생각은 없었다. 날씨도 관측하고, 별도 관측하고, 길 잃은 마차도 관측한다. 그런데 목록 맨 아래에는 별도의 수량이 적혀 있었다. [표찰 묶음 열둘 중 인명 표기 확인 요청 건: 하나.] 나는 한참 그 줄을 바라보았다. 열두 개의 표찰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 이름처럼 읽힌 것이 하나 있었다는 뜻이다. 그것이 정말 한도윤인지 아직 모른다. 확인 요청이 왜 등록 처리로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막연한 신비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업무 흐름이 보였다. 다음 질문은 간단하다. 누가 확인을 요청했고, 누가 확인하지 않은 채 이름을 확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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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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