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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37화
PAYLUA ORIGINAL · 제137화

137화. 점 세 개의 제작 견적서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59자

오프라인 책장
“점 세 개가 문제라면 점을 네 개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마왕 제르칸이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나는 천천히 서류를 덮었다. “폐하, 그럼 점이 네 개인 새 문제를 만들게 됩니다.” “점 하나를 추가하는 비용이 얼마나 든다고?” “인장 전체를 다시 만들고, 기존 계약과 구분하고, 각 기관에 공문을 보내고, 위조 가능성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음.” “그다음부터 누가 점 네 개를 쓰면 다섯 개로 바꾸시겠습니까?” 제르칸은 팔짱을 끼었다. “네가 참 무섭단다.” 오늘 안건은 어처구니없게도 세 개의 점이었다. 종탑에서 발견한 B-19 재생기 동판, 송-4189 원본 가장자리, 한국어 보존 안내 표본에 비슷한 점 세 개가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같은 조직이 남긴 표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실제로 같은 도장인지, 단순한 제작상의 관습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장을 만든 사람을 찾으면 되잖아요.” 피코가 말했다. “맞아. 그런데 만든 사람보다 먼저 어떤 용도로 찍었는지를 확인해야 해.” “똑같은 점이면 똑같은 뜻 아닌가요?” “학교 공책에 별표가 있다고 다 같은 선생님이 채점한 건 아니잖아.” 피코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 공책에 점 세 개를 찍었다. “그럼 이제 제 공책도 비밀 문서네요.” “너무 쉽게 비밀 문서가 탄생했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휴전항의 옛 인장 제작소였다. 지금은 작은 시계 수리점으로 바뀌었지만, 드워프 장인 토스가 선대의 도구를 보관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맞자마자 내 손을 보았다. “문서를 많이 만지는 손이군.” “네. 칼은 잘 못 만집니다.” “그건 좋은 일일 수도 있지.” 토스는 드워프치고도 말수가 적었다. 그의 가게에는 작고 정교한 금속판이 벽마다 걸려 있었다. 눈금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시계와, 아주 작은 글자를 새겨 넣은 인장이 있었다. 나는 세 개의 점이 찍힌 확대 사본을 보여 줬다. 그는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돋보기 두 개를 바꿔 끼고, 조명을 돌려 가며 금속 표면의 무늬를 비교했다. “같은 도구라고 말할 수는 없어.” “왜죠?” “점 사이 간격도 조금 다르고, 압력 방향도 달라. 특히 종탑 동판은 제작할 때 금속판 자체에 새긴 거야. 서류에 찍은 고무 인장과는 공정이 다르지.” 나는 안도했다. 비슷하다는 이유로 하나의 거대한 음모를 만드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스의 다음 말이 중요했다. “세 개의 점이 그 시절 안전 장비 표준의 일부였을 가능성은 있지. 출처 확인을 하려면 등록 번호와 제작비를 봐야 해.” “제작비가 남아 있습니까?” “남아 있을 수도. 장인들은 오래전부터 돈을 아주 잘 기억하거든.” 나는 웃었다. 동업자의 냄새가 났다. 토스가 가져온 견적서는 수십 년 전의 것이었다. 구조 방송 장비에 붙이는 세 점 식별표와, 문서 봉인에 사용하는 세 점 확인표는 별도 품목으로 나뉘어 있었다. 용도는 '시험용 수신기'와 '비식별 보존 자료'였다. 형태가 비슷한 이유는 같은 안전규격에 맞췄기 때문이었다. “그럼 같은 조직이 아니라 같은 표준이군요.” “정확하게는 같은 표준을 사용하도록 신청한 서로 다른 발주처야.” “발주처는 확인됩니까?” “공개 가능한 조직 이름은 확인할 수 있겠지만, 어떤 개인 문서에 찍혔는지는 모르지.” 토스는 청구서를 내밀었다. 제작비는 은화 스물넷 닢이었다. 절반은 제3감리 사무국에서, 나머지 절반은 북부 구조연합에서 지급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실제 지급 영수증까지 남아 있었다. 나는 숫자를 확인했다. 돈은 실제로 지출됐다. 같은 규격을 썼다는 근거는 명확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소환자 관련 계약과 연결됐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때 수리점 뒤편에서 큰 소리가 났다. 작은 시계 하나가 폭발하듯 튀어 올랐다. “뭐야?” 루시아가 칼을 뽑았다. 토스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건 자동 울림장치야! 칼로 자르지 마!” 피코는 이미 탁자 아래로 들어가 있었다. 나는 몸을 낮추고 장치를 살폈다. 오래된 시계가 갑자기 종을 울린 것뿐이었다. 토스가 시간을 맞추는 걸 잊은 탓이었다. “왜 이게 이렇게 시끄럽습니까?” “정확히 들으라고 만든 거지.” “정확히 듣는 것과 깜짝 놀라는 것은 별개입니다.” 토스는 미안한 듯 웃었다. 루시아는 칼을 집어넣으며 아쉬워했다. 잘못된 장치보다 루시아의 성급한 대응이 더 위험한 순간이었다. 수리점에 온 김에 우리는 시계 배터리 대신 쓰는 마력석 보증서를 조사했다. 토스는 오래전에 제3감리 사무국에서 보낸 유지보수 요청서 사본을 보관하고 있었다. 문서에는 세 점 표식이 수신기와 기록 보존함의 서로 다른 기능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쓰여 있었다. “둘을 같은 것으로 읽으면 무슨 일이 생깁니까?” 내가 물었다. “기계가 찍은 장비 상태표가 사람이 승인한 보존 기록처럼 보일 수 있어.” “아.” “실제로 사고가 난 적이 있었지. 장비가 정상적으로 수신했다는 표시가 문서 수령 확인으로 옮겨졌다고 들었어.” 나는 토스에게 세부 기록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는 제작품 사고 접수 번호만 남아 있네. 구체적 사건은 해당 기관에서 봐야 하지.” 토스의 가게에서 확보한 것은 같은 조직의 비밀이 아니라, 같은 안전규격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기록이었다. 역설적으로 그 사실이 더 중요했다. 서로 다른 단계의 기록이 모양 때문에 합쳐질 수 있었다는 뜻이었으니까. 토스는 우리에게 도장 제작 과정도 보여 줬다. 그는 작은 동판 위에 먼저 세 점을 찍고, 같은 표식이라도 용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점은 들어오는 신호를 받았다는 뜻이야. 이쪽은 서류를 맡아 둔 상태고.” “차이가 잘 안 보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래서 번호와 사용 기록을 따로 남겨야 하는 거지.” 토스는 점 두 개 사이에 작은 선을 그었다. 나는 그제야 금속의 결이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문서만 볼 때는 똑같이 보였던 표식이 제작자의 손에서는 서로 다른 도구가 되었다. “그러니까 외형을 조금 바꾸면 해결되지 않습니까?” 루시아가 물었다. “새 도장을 만들 때는 가능하지.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수천 장의 문서에는 그 도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걸 전부 다시 찍으면?” “옛날에 일어난 일을 오늘 다시 승인한 것처럼 보이게 되겠지.” 루시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칼도 마찬가지군. 부러진 검을 새로 만들었다고 옛 전투를 그 검이 치른 건 아니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적절한 비유라 잠깐 감탄했다. 루시아가 내 표정을 보더니 우쭐해했다. “나도 가끔은 말로 해결한다.” “이제 그 횟수를 늘려 봅시다.” 토스는 웃으며 낡은 견본장을 펼쳤다. 그 안에는 점 세 개 외에도 낙엽, 물결, 고리 같은 안전표식이 있었다. 물결은 물자 구조용, 고리는 보호 물품 보관용이었다. 기록 중 하나에는 세 점이 물결 표식과 함께 찍혀 있었다. “이건 무슨 뜻입니까?” “바다에서 무선 신호를 수신했다는 장비 점검표야. 그런데 뒷날 같은 종이를 사람의 탑승 확인서로 쓴 사례가 보고됐어.” 그는 공식 사고 접수 번호를 확인해 줬다. 사고 당사자의 이름과 배의 목적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 정보를 알 필요도 없었다. 대신 잘못 전환된 문서의 종류와 정정 절차가 중요했다. “그때 실제 피해가 있었나요?” 내가 물었다. “확인된 범위에서는 구조 비용이 잘못 청구됐대. 하지만 누가 돈을 최종 부담했는지는 해당 기관에서 확인해야지.” 나는 지출 원본을 요청할 기관을 메모했다. 이런 사고가 실제 있었더라도 곧바로 내 소환 기록과 연결하는 건 위험했다. 서로 비슷한 실수는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정오 무렵 수리점에 조그만 손님이 찾아왔다. 나이 든 드워프 남성이었다. 그는 낡은 시계를 맡기며 인상을 썼다. “지난달에 고쳤는데 또 멈췄어.” 토스가 조심히 시계를 받았다. “보증 기간을 확인하겠습니다.” “보증서는 없어.” “수리 접수 번호가 있으면 확인할 수 있어요.” 남성은 주머니를 한참 뒤져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토스는 그 번호를 보고 무료 점검 대상이라는 걸 확인했다. 문제는 그 종이 뒤쪽에 오래된 세 점 도장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그 표식은 무엇입니까?” 토스가 웃었다. “우리 가게에서 수리 완료할 때 찍던 표시야. 예전 공방 규격을 그대로 썼지.” 나는 헛웃음을 삼켰다. 점 세 개를 볼 때마다 무슨 거대한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내가 바보 같았다. 할아버지의 시계 보증서에도 점 세 개가 있었는데 말이다. 피코가 속삭였다. “그럼 저 할아버지도 소환 예정자예요?” “아니. 시계 수리 손님이야.” 녀석은 내 표정을 보고 한참 웃었다. 나도 결국 웃고 말았다. 모든 단서를 하나의 음모로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시계 하나가 가르쳐 주고 있었다. 토스는 손님의 시계를 간단히 수리해 돌려줬다. 노인은 불만스러워하면서도 고맙다고 했다. 장인은 수리 내역을 자세히 적고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았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표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표식을 뒷받침하는 실제 서비스와 책임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 피코가 물었다. “그럼 점 세 개를 다 지워야 해요?” “아니. 각 점 세 개가 어떤 문서에서 무슨 뜻인지 명확히 남기면 돼.” “그럼 이름표를 붙여요?” “좋은 생각이야.” 피코는 바로 연필을 꺼내 사본에 적었다. [종탑 장비 표시: 수신기가 살아 있음.] [보존 확인표: 문서를 맡아 둠.] [당사자 동의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함.] 나는 마지막 줄에 별표를 그렸다. 소리는 들을 수 있고, 기록은 보존할 수 있지만, 사람의 뜻은 본인에게 물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가게를 나서기 전 토스는 우리에게 아주 작은 표식 견본을 하나 더 건넸다. 이번에는 점이 세 개가 아니라 두 개였다. “이건 무슨 뜻이죠?” 피코가 물었다. “아무 뜻 없어. 연습하다가 잘못 찍은 거야.” “그럼 이걸 비밀 표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네요.” “바로 그거지.” 장인은 웃으며 견본을 다시 작업대에 올려놨다. 피코는 조금 실망했지만 나는 그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는 모양이 비슷한 것들이 많다. 누군가의 인생에 관한 결론을 내려야 할 때는 그보다 훨씬 단단한 근거가 필요하다. 나는 토스가 확인한 표준 규격과 확인하지 못한 개별 문서의 소유자를 두 칸에 나눠 기록했다.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모르는 부분을 정직하게 적는 일이 중요해졌다. 마왕성에 돌아와 우리는 토스의 제작 견적서를 각 기관에 공유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개인 의뢰인의 정보는 가렸고, 규격과 금액, 발주 기관만 남겼다. 제르칸은 보고서를 보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점 세 개에 은화 스물넷 닢이라니. 내 새 관을 만드는데도 그렇게 들지 않았다.” “폐하 관이 얼마였습니까?” “은화 스물세 닢.” “그래서 어제 뒤쪽 보석이 빠졌군요.” 마왕은 갑자기 관을 만지며 달려갔다. 피코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오늘은 점 세 개가 왕관보다 비싸네요.” 그날 밤 토스가 보내 온 추가 문서는 오래된 사고 접수표였다. 세 점 표식의 의미가 통합 시스템에서 사라진 뒤, 종탑 장비의 정상 수신 상태가 '언어 확인 완료'로 표시된 사례가 있었다. 사건의 후속 처리 기록은 별도 기관에 있었다. 서류 맨 아래에는 기술 보완 의견이 적혀 있었다. [장비 수신 완료 상태를 당사자 확인 완료 상태로 변환하지 말 것. 위반 시 기록 재분리 및 제3감리 재검토 요청.] 나는 펜을 내려놨다. 우리가 지금 고치려는 일이, 아주 오래전 이미 문장으로 적혀 있었다. 그 문장을 없앤 사람을 찾아야 할까? 물론 책임 조사도 필요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시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규칙이 한 번 있었는데도 무너졌다면, 이번에는 지켜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내가 수정 요청을 준비하던 순간 라델의 연락이 왔다. “한도윤 씨. 왕국 쪽에서 다른 건으로 연락드립니다. 지명수배 취소 심의가 내일 열립니다.” “정말입니까?” “네. 다만 자동 처리된 소환 입국 기록을 문제 삼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다시 기록의 뜻부터 설명해야겠군요.” 이제는 익숙했다. 그러나 익숙하다고 괜찮은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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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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