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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35화
PAYLUA ORIGINAL · 제135화

135화. 내가 두 명으로 조회됩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051자

오프라인 책장
제3감리 심의 기록을 보려면 원래 다섯 가지 허가가 필요했다. “왕국, 천계, 중립 공관, 보증 회계소, 그리고...” 아레인이 문서를 넘기며 말을 멈췄다. “마왕성인가요?” 내가 물었다. “마왕성은 이 기록의 직접 승인 기관이 아닙니다.” “그럼 다섯 번째는 누굽니까?” “자료 열람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원발화자의 권리 보호 담당자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네 기관의 도장을 다 받았다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마음대로 틀어도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솔직히 이런 조건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물론 허가서가 다섯 장이라는 사실에는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열람 신청서를 오늘 안에 처리해 주세요.” 제르칸이 말했다. “폐하께서 다섯 장을 직접 작성하실 겁니까?” “너는 역시 내 말을 정확히 듣는군. 그래, 부하에게 맡기겠다.” “부하도 사람입니다.” “그럼... 함께 쓰자.” 그는 나와 피코 앞에 앉았다. 피코는 펜 끝에 달린 깃털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자기 이름란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피코야, 네가 권리 보호 담당자야?” “아니요. 예쁜 펜 확인자예요.” “그 직무는 오늘 만들지 말자.” 신청서 자체보다 더 어려운 것은 우리가 무엇을 보려 하는지 정확히 적는 일이었다. 원발화자의 음성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었다. 음성 파형을 소환 예정자의 신원과 자동 연결하려 했던 기술적 규정과 그 반대 의견을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는 범위를 좁힌 덕분에 개인 목소리를 들을 허가 없이도 일부 결론 문서를 볼 수 있었다. 라델이 왕국 쪽 검토를 마친 뒤 전송을 보내 왔다. [제3감리 심의 17-나: 자동 신원 연계 기능 도입 보류. 이유: 원음성의 발화자 확인 불가능, 동일 언어 사용자가 다수일 수 있음, 재생 기록과 발화 기록 혼동 가능.] 읽을수록 간단한 상식이었다. 같은 언어를 쓴다고 같은 사람이 아니다.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전부 한도윤일 리 없지 않은가.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이 상식을 문서로 적고 승인받는 일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왜 이런 기능을 원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소환 직전에 의사소통 안내문을 준비하고 구조 담당자를 배정하려던 것으로 보입니다.” 라델이 답했다. “사람이 갑자기 도착했는데 말을 못 알아들으면 응급조치가 늦어지니까요.” “좋은 목적이었군요.” “그 목적만으로 기능의 정확성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맞습니다.” 나는 문서를 덮었다. 옛날에도 누군가는 선의를 가졌을 것이고, 누군가는 속도를 원했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예정자'라는 분류가 생겨났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내 이름이 열하루 전에 기록된 이유까지 설명해 주지는 못했다. 그날 오후 왕국 기록실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심의 사본을 보내는 과정에서 도윤의 출입 이력이 복구 대기 상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왜요?” “옛날 파형 분류를 대조했더니 같은 이름이 두 개 발견됐습니다.” “제가 두 명이라는 말입니까?” “그런 결론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파일에 같은 표기 문자열이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나는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이 이야기를 정말로 몇 번이나 해야 하는 걸까. 소리와 이름을 연결하지 말라고 심의에서 보류한 기능을 또 다른 시스템이 임시로 실행하다니. 왕국 기록실로 가는 길에 루시아가 물었다. “누가 네 이름으로 장난치는 거면 내가 찾아가겠다.” “일단 장난친 사람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시스템을 찾아가서 혼낼까?” “기계는 혼낸다고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너는 기계에 화낸 적 없나?” “많죠. 프린터 앞에서 몇 번이나 인생을 돌아봤습니다.” 그녀는 나를 동정하는 듯한 눈으로 봤다. 이세계에서는 프린터에게 분노하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기 어렵겠지. 왕국 기록실 직원은 곤란한 얼굴이었다. 내 이름과 비슷하게 표기된 항목이 두 건 있었다. 하나는 실제 한도윤의 출입 및 임시 보류 기록, 다른 하나는 과거 한국어 언어 검수용으로 만든 가상 시험 계정이었다. “가상 계정인데 왜 제 이름이 붙었습니까?” “원래는 임의 표식인데, 최신 통합 화면에 실제 이름을 대입해서 보여 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 기능은 누가 승인했죠?” 직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뜨고, 종이 위에 두 줄을 그었다. [실제 인물: 한도윤. 신원 확인 필요 항목 개별 조회.] [가상 시험 계정: 시험-언어-07. 실제 인물과 연결 근거 없음.] 둘을 분리하자 현재 출입 기록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구형 자료가 자동으로 내 이름을 불러오지 않도록 임시 표시를 걸었다. 실제 제도 변경은 담당 기관의 승인이 필요했다. “시험-언어-07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라델이 물었다. “오래된 원본 관리자 서명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초 생성 시각과 목적 기록은 남아 있어요.” 그는 두 번째 종이를 내밀었다. 가상 계정은 내 소환보다 훨씬 먼저 존재했다. 그리고 그 계정에 언어 분류가 입력됐을 때 내 이름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었다. “당연하지만 이 계정이 한도윤 씨를 예언했다는 증거는 아니군요.” 라델이 말했다. “예. 그런데 누가 이걸 제 이름으로 보이게 했는지는 확인해야겠죠.” 우리는 최신 화면의 대조 설정을 조사했다. 일정 기간 미확인으로 남은 시험 계정에, 현재 검색 중인 실제 사람의 표시 이름을 임시로 붙이는 기능이었다. 조회 편의를 위한 것이었지만 경고가 작았다. 담당자가 스크린샷을 찍으면 마치 시험 계정의 주인이 도윤인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누가 이런 편의를 좋아합니까?” 내가 물었다. 기록실 직원은 머리를 숙였다. “저희가요. 같은 언어 항목을 비교할 때 이름을 일일이 옮겨 적기 번거로워서...” “사람 편하자고 사람이 두 명이 됐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화를 내는 대신 직원과 함께 수정 요청을 작성했다. 실제 피해를 본 나에게는 사건 기록을 제공하고, 시험 계정은 외부 반출 시에도 가상이라는 표시가 빠지지 않게 해야 했다. 직원은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원본과 조회 화면을 대조했다. 문제는 가상 시험 계정을 수정하는 일도 간단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왕국 기록실의 조회 화면에는 '표시 이름 정정'이라는 버튼이 있었지만, 그것을 누르자 구형 데이터 전체를 갱신하겠다는 경고가 떴다. “이걸 누르면 얼마나 바뀝니까?” 내가 물었다. 기록실 직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시험 계정의 참조가 걸린 모든 문서가 다시 생성될 수 있습니다.” “문서가 몇 장인데요?” “마흔일곱 장입니다.” 나는 버튼에서 손을 뗐다. 마흔일곱 장이면 단순 조회 화면 하나를 고치겠다고 사람들의 민원 접수 기록까지 바뀔 수 있었다. 게다가 그중에는 이미 종이 원본과 대조한 문서도 있었다. “그럼 새 표시 계층을 만들어 원본 값은 남기고, 검색 결과에 반드시 시험용이라는 말을 보여 주는 방법을 검토합시다.” 베르케와 왕국 기술자는 임시 시험 환경을 만들었다. 마왕성 시스템과 왕국 시스템을 나란히 놓고, 기존 기록은 복사해 가명 처리했다. 한쪽에는 실제 사람의 이름을 검색했고, 다른 쪽에는 언어 분류만 입력했다. 첫 번째 시험에서는 둘이 다시 합쳐졌다. 화면이 '최근 조회 이름'을 자동 대입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이름이 합쳐지지 않았지만, 출력물에서 '시험' 표시가 사라졌다. 우리는 세 번째 시험까지 계속했다. “이런 건 도대체 몇 번을 해야 하나요?” 왕국 기술자가 물었다. “실제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오류가 사라질 때까지요.” “오늘 밤새도 안 끝날 것 같은데요.” “그럼 내일도 합시다. 퇴근 시간 넘긴다고 검사가 저절로 정확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는 그제야 어깨를 풀었다. 우리는 시험 결과를 저장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운영 반영은 다음 날 담당자들의 정식 확인을 받은 뒤로 미뤘다. 누군가의 이름을 보호하려다 직원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다음 날 확인에 앞서 나는 몰트에게 이 변경 작업의 비용을 문의했다. 왕국과 마왕성 기술자가 함께 작업했으니 각자 비용 부담을 명확히 해야 했다. 몰트는 협력 계약에 따라 자기 기관 직원의 기본 근무시간은 각 기관이 지급하고, 별도 출장비는 상호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 제가 왕국 기술자에게 저녁을 사는 건요?” “개인 비용이라면 가능하겠지. 다만 업무 결재의 대가처럼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우리는 간식 하나도 오해를 피하려고 각자 계산했다. 피코는 이 이야기를 듣더니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제가 사탕을 드리면 뇌물이 되는 거예요?” “항상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상대가 중요한 계약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상황을 생각해야 해.” “그럼 저는 누가 제 사탕을 먹을지 결정할 권한을 계속 가지고 싶어요.” “그건 네 권리야.” 그는 사탕을 꼭 쥐었다. 내가 웃자 피코도 웃었다. 왕국 기술자는 셋째 시험 결과를 검토한 뒤, 실제 이름을 시험 계정에 대입하지 않고도 언어 대조 작업을 할 수 있는 별도 식별자를 제안했다. 다만 그 식별자가 다른 공개 자료와 합쳐져 개인을 재식별하지 못하도록 검토가 필요했다. 나는 아레인에게 비식별 기준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정말 복잡하군요.” 라델이 말했다. “복잡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만든 결과가 지금의 혼란이잖아요.” 그는 조금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급하게 고친 화면 하나가 또 다른 잘못된 지명수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퇴근 무렵 피코가 간식 접시를 들고 왔다. “도윤 님이 두 명이면 사탕도 두 배예요?” “아니. 두 명인 적 없으니까.” “근데 화면에는 두 명이었잖아요.” “화면이 틀린 거야.” “그럼 틀린 화면한테는 사탕 못 줘요?” “그런 법은 없어.” 피코는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자기 몫의 사탕 한 개를 화면 앞에 놓았다. “불쌍하니까 하나 줄게요.” 나는 오히려 감동했다. 잘못된 시스템을 혼내기 전에 사탕을 주는 사람이 있다니. 물론 그 사탕은 저녁이 되기 전에 피코가 다시 가져갔다. 저녁 회의를 준비하던 중 기록실 직원에게서 짧은 감사 메시지가 왔다. 그는 오늘 시험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 문제 보고서에 남는 걸 걱정했지만, 수정 제안자로 함께 표시됐다는 설명을 듣고 안심했다고 했다. 나는 답장을 적었다. [원인을 발견한 사람과 오류를 만든 사람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처리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되, 수정에 협조한 기록도 남기겠습니다.] 베르케는 그 문장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한도윤 씨는 정말 모든 일을 기록으로 해결하려 하네요.” “기록으로 다 해결되면 좋겠지만 아니죠. 내일 출근해서 실제 운영 화면을 확인해야 해요.” “그럼 오늘은 퇴근해도 되겠습니까?” “반드시요.” 베르케는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의 등을 보다가 문득 나도 퇴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의 권리를 지킨다는 사람이 자기 휴식부터 지키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지 않은가. 시험 화면이 조금 더 정확해졌다고 해서 이미 만들어진 오래된 문서의 잘못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다음 심의 자료의 첫 장에 적었다. 저녁 회의에서 아레인은 가상 시험 계정의 기록을 한 번 더 점검했다. “시험-언어-07이 처음 만들어진 목적은 뚜렷합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자신의 언어로 안전 안내문을 전달할 수 있는지 시험하려던 겁니다.” “그 시기에 실제 소환이 있었습니까?” “시험용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실사용 이력은 별도 자료예요.” “제 이름과 연동된 근거도 아직 없고요.” “맞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답 하나가 나오면 질문이 셋 생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잘못된 대조 화면을 고쳤다. 누군가 앞으로 나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기술 사본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단어가 한 줄 있었다. [시험용 언어 계정의 실사용 이관 요청: 중립 응급수용센터로 전달. 승인 상태: 보류.] 시험 계정이 실제 사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가상 계정을 현실의 응급수용센터 업무에 연결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왜 이관하려 했을까요?” 피코가 물었다. “그걸 확인해야지.” 이번에는 이름보다 먼저 장소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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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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