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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34화
PAYLUA ORIGINAL · 제134화

134화. 모르는 말은 모른다고 적으세요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159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성 사무실에는 원래 통역실이 없었다. 그건 당연했다. 일반적인 마왕성에서는 회계 담당자가 이세계 언어 연구자처럼 돌아다니지 않는다. 보통은 용사가 찾아오면 마왕이 웃고, 용사가 칼을 들고, 양쪽이 대충 운명의 대결을 한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그 사이에 서류를 한 장 끼워 넣었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였습니까?] 처음 그 양식을 본 루시아는 내게 물었다. “상대가 말이 안 통하면 때려도 되나?” “아니요. 통역을 부르라는 뜻입니다.” “통역이 늦게 오면?” “위험하면 방어는 하되, 모르는 말을 동의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군. 칼은 뜻이 분명한 편인데.”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만난 검사들 중 루시아만큼 자기 도구의 한계를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예정 통지 언어'라는 분류를 조사하기 위해 우리는 휴전항 시민 문서관을 방문했다. 옛 소리검수청이 폐지될 때 인수한 공개 교육 자료가 남아 있는 곳이었다. 건물은 제법 근사했다. 천장까지 이어진 책장에는 색깔별로 표시된 종이와 돌판이 가득했다. 구석에는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는 작은 방도 있었다. “여기에 우리가 찾는 게 있을까요?” 피코가 물었다. “그건 모르지. 그래도 공개 자료부터 보는 게 맞아.” 녀석은 잠시 책장을 둘러보다가 사탕을 꺼내려 했다. 사서가 즉시 고개를 들었다. “자료실에서는 음식 금지입니다.” 피코는 내 얼굴을 봤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보관함에 맡기자.” “또요?” “다른 사람 책에 사탕이 묻으면 안 되니까.” 피코는 마지못해 주머니를 맡기면서 보관 접수증을 꼼꼼하게 읽었다. 이젠 나보다 물품 보관 규정을 잘 읽는 녀석이 됐다. 입구의 게시판에는 소리 교육 수업이 두 종류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개 체험이었고, 다른 하나는 실제 구조 현장 직원들을 위한 유료 전문 과정이었다. 헤일은 두 수업의 내용을 섞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놀이에서는 틀려도 웃고 지나갈 수 있지만, 구조 현장에서는 어떤 부분을 모르는지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차이를 마음속에 적어 두었다. 오늘은 책이 많다고 해서 다 같은 목적으로 읽을 수는 없는 날이었다. 문서관 책임자 헤일은 귀가 네 개 달린 수인이었다. 그는 우리가 무슨 일로 왔는지 듣고 한참 생각했다. “옛 소리검수청 자료는 흔히 언어 목록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의사소통 안전 자료입니다. 발신자를 모르는 방송을 들었을 때 어떻게 표시해야 하는지에 관한 교육이 많아요.” “예정 통지라는 분류도 있었습니까?” “있었죠. 위험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알리는 알림을 뜻했습니다. 외국에서 온 사람에게 필요한 안내를 미리 준비할 때 사용하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소환 전에 도착할 사람의 말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될까요?” “그 이름만으로는 아닙니다. 오늘 폭풍이 올 것 같으면 내일의 피난 안내문을 미리 준비하잖아요. 실제 피난민의 이름을 안다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수수께끼의 거대한 문이 열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행정 용어였다. 회계 담당자로서 반가운 일이긴 했다. 가장 무서운 비밀도 가끔은 과거의 빈 칸을 통해 만들어진다. 헤일은 우리에게 오래된 교육 그림을 보여 줬다. 첫 번째 그림에는 낯선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었다. 두 번째에는 그 사람이 내용을 추정해 적었다. 세 번째에는 추정이 틀렸을 때 생길 피해가 그려져 있었다. 마지막 그림에는 말한 사람에게 다시 확인하는 장면이 있었다. 피코는 그림을 찬찬히 보더니 물었다. “그럼 모르는 말은 어떻게 적어요?” “'미확인'이라고 써야 합니다.” 헤일이 대답했다. “그거 제가 알아요!” 녀석은 아주 신이 났다. 우리는 피코에게 가장 먼저 '모른다'를 쓰는 법을 가르쳤다. 그 문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하는 문장이었다. 문서관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 자료 중에는 흥미로운 문제가 하나 있었다. 녹음된 소리를 듣고 원문을 추측하는 대신, 들은 사실과 추측한 뜻을 서로 다른 칸에 적도록 하는 연습지였다. 아이들은 소리 나는 대로 기호를 그리고, 그 옆에 자신이 생각하는 뜻을 적었다. 나도 한 장 받았다. 첫 번째 소리는 짧고 거칠었다. 나는 '위험하다'라고 적었다. 그런데 헤일이 답안을 공개하자 정답은 '빵이 다 탔다'였다. “이건 위험하긴 하네요.” 내가 말했다. 아이들이 웃었다. 두 번째 소리는 부드러웠다. 나는 인사말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실제 뜻은 '문 닫아'였다. 뭔가를 부드럽게 말한다고 해서 반드시 친절한 뜻은 아니었다. “한국어도 이렇게 들리나요?” 피코가 물었다. “남들이 들으면 그럴 수도 있어. 같은 소리라도 끊는 곳에 따라 뜻이 다를 때가 있어.” “예를 들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하고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는 듣는 사람에게 다르게 들릴 수 있겠지.” 피코는 배를 잡고 웃었다. “아버지가 왜 가방에 들어가요!” “그러니까 끊어 듣는 게 중요하다는 거야.” 헤일은 이 말을 적어 두더니 자기 교육 자료에도 비슷한 예시를 넣어야겠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한국어 예시는 글자의 끊어 읽기와 실제 발음이 다를 수 있으니 교육용으로 쓰려면 원어민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어민이 지금 여기 계시잖아요.” “제가 한국어를 쓰는 건 맞지만 언어 교육 전문가인 건 아니니까요.” “그 차이를 알고 계시는군요.” “회사에서 말 잘못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어린이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러면 모르는 사람이 말했는데 똑똑한 어른이 다르게 번역할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어요.” 내가 답했다. “그럼 어른은 왜 자꾸 정답을 알아야 해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어른이 모든 말을 알아들을 필요는 없다. 모르는 말을 안다고 꾸미지 않고,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책임이 있을 뿐이다. “어른도 틀릴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고칠 수 있게 만들어야죠.” 헤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문서관 수업에서 내가 얻은 성과는 옛 비밀 문서보다도 그 문장이었다. 오전 내내 자료를 읽는 사이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문서관 어린이 열람실에서 책 한 권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사서들은 누군가가 가져갔다고 생각했지만 출입기록에는 대출 처리가 없었다. “어떤 책입니까?” 내가 물었다. “'바다가 말을 걸던 날'이라는 오래된 동화책입니다.” 피코는 눈을 반짝였다. “재밌어 보이는데요?” “일단 분실신고부터 해야 해.” 헤일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외부 감사인이 방문한 날 도서가 없어졌으니 자신이 일을 잘못한 것처럼 보일까 걱정하는 듯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도서 분실은 확인됐지만 도난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열람 위치부터 찾아보죠.” 루시아가 가장 먼저 책장 사이를 둘러봤다. 그녀는 큰 칼을 차고 있었지만 아이들 옆에서는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책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 작은 수인 아이 하나가 손을 들었다. “책이 울어서 무서웠어요.” “책이 울었다고?” “책을 열었는데 '도와주세요'라고 했어요.” 나는 헤일을 돌아봤다.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책은 원래 낡은 음성 책입니다. 옛 언어 교육에 쓰던 시범 장치가 들어 있어요.” 어린이 열람실의 작은 음성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면 소리가 나온다. 오래전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른 종족의 구조 요청을 알아보는지 보여 주기 위해 만든 교재였다. 고장이 나면 엉뚱한 장에서 소리가 날 수도 있었다. “그럼 아이가 놀랐겠네요.” “어디다 뒀는지 물어보겠습니까?” 루시아가 웃으며 아이에게 물었다. “책이 무서워서 어디에 숨겼니?” “책이 불쌍해서 침대에 재웠어요.” 우리는 어린이 열람실 구석의 쿠션 아래에서 책을 찾았다. 책은 멀쩡했다. 아이는 책이 아프지 않도록 이불처럼 천을 덮어 놓았다. 나는 사서에게 바로 분실 처리하기보다 발견 위치와 장비 오작동을 기록하자고 권했다. 피코가 책을 들고 귀를 기울였다. “정말 말해요?” “보호자가 있고 교육 담당자가 확인하면 시험해 볼 수 있어.” 책을 열자 오래된 음성이 나왔다. 공용어로 '여기는 바다입니다'라는 문장이 들렸다. 다음 장에는 산악어로 된 구조 요청, 그다음에는 모르는 언어로 된 아주 짧은 소리.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헤일은 페이지에 인쇄된 작은 글자를 가리켰다. [원문 검수 완료. 발화자의 현재 위치·신원 미확인. 교육 목적의 비식별 녹음.] “이게 혹시 우리가 찾는 한국어인가요?” 피코가 속삭였다. “아니야. 나는 알아듣지 못했어. 한국어라고 단정할 수 없어.” 나는 왜 자꾸 이곳에서 한국어를 찾으려 하는지 스스로도 알았다. 먼 곳에 있는 어머니에게 돌아갈 방법을 알고 싶고, 내 소환의 이유를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기대한다는 이유로 낯선 소리를 내 언어라고 이름 붙일 수는 없었다. 헤일은 장비실의 원본 설명서를 가져왔다. 그 책은 구조 방송이 실제로 구조 대상에게 도착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교육용이었다. 장비는 같은 말을 반복 재생할 수 있었지만, 반복된 소리가 같은 날 다시 누군가가 말한 증거가 되는 건 아니었다. “그걸 기록마다 구분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처음에는 그렇다고 합니다. 다만 뒷날 통합 관리 시스템에서 재생 시각을 발화 시각으로 읽은 사례가 있었대요.” 나는 의자에 앉았다. “또 시간 정보가 섞였군요.” “사고 보고서는 공개 요약본이 있습니다.” 헤일이 건넨 문서에는 예전 항구 구조 안내 중 한 건이 잘못 처리된 경위가 나와 있었다. 원본 구조 요청은 이미 구조가 끝난 사건인데, 재생된 음성이 새 구조 요청으로 인식되어 구조선이 불필요하게 다시 출항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다치진 않았지만 비용과 위험이 발생했다. “그 뒤에 어떤 조치를 했나요?” “기계 재생과 실제 수신을 분리하라는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그 지침은 지금도 있습니까?” “문서관에는 남아 있습니다. 다만 다른 기관 시스템이 모두 적용했는지는 모릅니다.” 나는 그 문장을 따로 적었다. 우리가 찾는 한국어 원문에 비슷한 오류가 있었다면 소환 열하루 전의 '접수'도 실제 사람의 도착 시각과 다른 일을 뜻할 수 있었다. 단, 이것은 검토할 가설이지 결론이 아니었다. 오후에 문서관은 아이들을 위해 간단한 프로그램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종족의 인사말을 배우고, 모르는 말이 나오면 '다시 말씀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연습을 했다. 나는 피코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한도윤 씨도 참가하십니까?” 헤일이 웃었다. “제가 제일 배워야 할 것 같은데요.” 내 차례가 되자 한 수인 아이가 무슨 언어인지 알 수 없는 소리로 인사를 했다.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무슨 뜻인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라는 뜻이에요!” 나는 같은 말을 따라 했다. 아이가 박수를 쳤다. 루시아는 옆에서 조금 다른 발음을 했다가 '거기서는 싸우자는 뜻'이라는 설명을 듣고 크게 당황했다. “말보다 칼이 낫다는 말을 취소하겠다.” 그녀가 말했다. “좋은 발전입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헤일은 우리에게 옛 교육 자료의 목록을 정리해 줬다. 그중 한 칸에 예상하지 못한 제목이 있었다. [언어 파형 비교 규정. 이전에 수신한 표본과 신규 도착자의 음성을 자동 연결하지 말 것.] 나는 한참 글자를 바라봤다. “이게 왜 금지됐습니까?” “옛날에 그런 비교를 허용하자는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구체적 사유는 원본 심의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언제 논의했죠?” 헤일이 날짜를 확인했다. “제3감리 공동 사무국이 소환 기록에 언어 분류를 붙이기 시작한 시기와 비슷합니다.” 문서관을 나와 나는 마왕성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앉았다. 창밖에서는 아이들이 우리에게 배운 인사말을 서로 따라 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잠시 한국의 교실을 떠올렸다. 평범한 오후였다면 나는 이런 생각 대신 이번 달 실적표를 보고 있었겠지. 그때 아레인의 전송이 도착했다. [언어 파형 비교 규정 심의 번호 확인: 제3감리 17-나. 심의 첨부물은 비공개 기록, 그러나 결론과 기술적 사유는 신청 가능.] 나는 창밖을 봤다. 옛날에도 누군가 같은 문제를 고민했다는 증거가 생겼다. 우리가 찾는 것은 누군가의 목소리 자체가 아니라, 그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신원으로 취급하려 했던 규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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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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