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검수청의 옛 장비를 보고 온 다음 날, 마왕성 북문이 갑자기 닫혔다.
문제는 적군이 쳐들어온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공식 안내문의 번역 문제입니다.” 베르케가 보고했다.
“어느 언어요?”
“도깨비 상단에서 쓰는 산악어입니다.”
“제가 산악어를 압니까?”
“그걸 모르시니 통역사를 불렀습니다.”
베르케가 옆으로 물러나자 뿔 한쪽이 부러진 오크 여성이 들어왔다. 북문에서 채소를 운송하는 상인 툴카였다. 그녀는 인사를 하자마자 불만을 터뜨렸다.
“왜 갑자기 우리 마차를 안 들여보냅니까? 어제까지 문제없던 장사요.”
나는 그날 오전의 업무 목록을 떠올렸다. 점검표 갱신, 안전 설비 확인, 사무실 창문 수리, 제르칸의 새 망토 영수증 반려. 북문 폐쇄 같은 항목은 없었다.
“제가 명령한 게 아닙니다. 어떤 공문이 나왔습니까?”
툴카가 종이를 내밀었다. 현지 공용어로 쓰인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북문 동물 통과 시 목줄 확인. 통행 안전 점검.]
그런데 산악어 번역본을 읽은 툴카가 말했다.
“이건 '목을 가진 생물은 모두 결박 후 통과'입니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럼 상단 직원도 결박하란 뜻입니까?”
“우리가 화가 난 이유를 이제 아시겠소?”
피코가 사무실 뒤에서 소리쳤다.
“도윤 님! 저도 목 있어요!”
“나도 알아!”
“그럼 저도 묶여야 해요?”
“아니!”
산악어 번역은 오래된 기계 번역표에서 나온 것이었다. '목줄'이라는 단어가 없어서 '목에 쓰는 끈'으로 풀었고, 그 과정에서 짐승을 지칭하는 표지가 빠졌다. 북문 경비병은 자신들이 읽지 못하는 번역본에 엄격한 명령형 표시가 달려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막았다. 번역 착오는 작은데 결과는 수백 명의 밥줄에 닿았다.
나는 툴카에게 먼저 사과했다.
“통행이 멈춘 시간과 피해를 확인하고, 오늘 출입 절차부터 임시로 바로잡겠습니다. 새 안내문은 당사자 검수를 받겠습니다.”
“누가 검수합니까?”
“툴카 씨께 부탁드려도 될까요? 비용은 책정하겠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 말이 제일 믿음직스럽군요.”
루시아가 북문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피코에게 네 개의 간단한 그림을 그리게 했다. 가축, 목줄, 수레, 보행자. 그림 아래 공용어와 산악어를 나란히 쓰고, 경비병이 실제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별도 절차를 붙였다.
“말보다 그림이 빠른데요.” 피코가 말했다.
“그림도 틀리게 읽을 수 있어. 반드시 같이 확인해야 해.”
녀석은 가축 그림 옆에 거대한 뿔을 그렸다.
“이건 마왕님인가?”
“소예요.”
“뿔이 세 개잖아.”
“예술적 표현이에요.”
나는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피코를 교육하다 보면 언제든 내가 교육받는 쪽이 된다.
북문에는 이미 상인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누구는 짐을 내렸고, 누구는 발을 동동 굴렀다. 마왕성 군량창고에서 일하는 요리사도 나와 있었다. 예정된 채소가 도착하지 않아 점심 메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오늘 반찬이 없는 건가요?” 피코가 물었다.
“네가 아침부터 사탕만 먹으니 그렇지.”
“그럼 반찬이 없어도 괜찮겠네요.”
“넌 건강검진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루시아는 경비대장에게 통행 중단 명령의 근거를 물었다. 그는 당황했다.
“번역본에 금지 표시가 들어가 있었으니까요.”
“누가 승인했지?”
“야간 교대 시스템입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또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컴퓨터가 사라진 세계라고 해서 자동 명령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마법 문서는 사람이 안 보이는 동안에도 착실하게 사람을 괴롭혔다.
“야간 교대자는 누굽니까?”
“두 명입니다. 한 명은 현재 쉬고 있습니다.”
“쉬는 사람을 불러오지 말고, 지금 근무하는 사람과 명령 원본부터 보죠.”
루시아가 나를 바라봤다.
“예전에는 밤에 일한 사람을 바로 불렀을 텐데.”
“그분을 깨워도 안내문이 갑자기 정상으로 바뀌진 않잖아요.”
경비병은 원본을 내밀었다. 공용어 안내문에서 동물 통행 점검 대상은 명확했다. 산악어 문서만 잘못됐다. 우리는 안전에 필요한 최소 통제는 유지한 채, 통행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임시 조치를 중지했다. 통역사와 상단 대표가 함께 현장 안내를 확인했다.
툴카가 천천히 글을 읽었다.
“이제는 가축 목줄 확인, 사람은 신분 확인이라고 되어 있소. 좋소.”
“강제로 누군가를 묶는 내용은 없죠?”
“없소.”
경비대장은 서명란을 들여다봤다.
“다만 저분이 검수했다는 걸 제 명령으로 바꿔도 됩니까?”
“안 됩니다. 검수 결과와 집행 명령은 별도입니다. 대장님 권한으로 공식 정정 명령을 발행하세요.”
대장은 조금 머쓱해하며 새 명령서를 작성했다. 루시아가 신원을 확인했고, 나는 문서 버전과 적용 시각을 표시했다. 툴카는 검수 수당 수령 방식과 결과물의 이용 범위를 확인한 뒤 서명했다.
“번역문을 다음부터도 계속 써도 됩니까?” 경비대장이 물었다.
“범위가 달라질 때는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이 수당은 오늘의 정정 검수에 대한 거예요.”
툴카가 말했다.
“그럼 다음에도 부르시오. 그때도 내 노동값은 받겠소.”
그녀의 웃음이 묘하게 무서웠다. 훌륭한 협상가였다.
그렇게 북문은 다시 열렸다. 마차가 순서대로 들어왔고, 군량창고의 요리사는 채소 자루를 받아 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요리사가 내게 말했다.
“오늘 점심은 약간 늦습니다.”
“늦어도 괜찮습니다. 누가 다치지 않았으면 됐죠.”
“그럼 식당 근무자들의 추가 노동시간을 기록해도 됩니까?”
“물론이죠.”
그는 순식간에 웃음을 되찾았다. 내가 '추가 노동시간'이라는 말을 허락한 건데, 그 표정은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 같았다.
북문 소동은 통행이 재개된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채소를 기다리던 군량창고 요리사와, 물건을 싣고 온 상인들이 배송 지연 비용을 놓고 다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리사는 계약서에 아침 여덟 시 납품이라고 적혀 있다며 벌금을 요구했고, 툴카는 성문이 막혔으니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양쪽 다 일단 계약서를 보여 주세요.” 내가 말했다.
툴카가 문서를 내밀었다. 납품 시각은 오전 여덟 시였다. 하지만 출입 제한이 왕국의 명령이든 마왕성의 오류든 상인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공식 조치일 때는 별도로 원인 확인을 하라는 조항도 있었다. 내가 그 문장을 읽자 요리사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오늘은 그냥 넘어가야 합니까?”
“그게 아니라 책임이 있는 기관과 실제 지연 시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상인에게 자동 벌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거예요.”
“우리 주방은 늦게까지 일하게 생겼는데요.”
“그 근무시간도 기록하겠습니다.”
툴카가 코웃음을 쳤다.
“결국 모두 장부에 올리는군.”
“장부에 올려야 누구 돈으로 해결할지도 정하죠.”
우리는 북문 명령 발령 시각과 실제 통행 재개 시각을 대조했다. 통행이 막힌 시간은 세 시간 조금 넘었다. 하지만 툴카의 마차가 원래 예정대로 도착했는지까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했다. 운송 기록을 보니 원래도 마차 한 대는 십오 분 늦었다. 툴카는 그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건 내가 아침에 바퀴를 고쳤소.”
“좋습니다. 그 십오 분은 다른 사유로 기록하죠.”
“왜 내 잘못을 굳이 인정하게 만드는 거요?”
“나중에 전부 북문 탓이라고 했다가 사실과 다르면 전체 보상을 못 믿게 되니까요.”
툴카는 잠깐 나를 쳐다보더니 껄껄 웃었다.
“좋소. 그럼 내 몫도 정확히 받겠소.”
분쟁을 정리하느라 점심이 더 늦어졌다. 주방에는 돌솥 세 개가 한꺼번에 올라가 있었다. 나는 식당 직원들과 상인 대표에게 새 임시 식권을 배부했다. 오늘 늦은 사람들의 식사는 원칙대로 제공하고, 근로시간은 근무기록으로 남겼다. 피코는 식권에 소 그림을 그렸다가 또 공문서에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나에게 눈치를 봤다.
“이번 건 임시 안내니까 그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내가 말했다.
“그럼 공식 그림인가요?”
“공식으로 쓰려면 확인받아야지.”
툴카가 그림을 보고 산악어로 뭐라고 했다. 피코가 긴장했다.
“무슨 뜻이에요?”
“'젖소가 아니라 용 같다'고 했소.”
피코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래도 뿔은 멋있죠?”
“그건 인정하겠소.”
둘은 금세 친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번역 한 줄 때문에 서로 다투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림 하나를 두고 농담하고 있었다. 말이 조금 통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변화였다.
오후 보고회에서는 이 작은 사고가 구형 소리검수청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살폈다. 산악어 번역표는 옛 외국어 검토 표본에서 복사한 낱말 배열을 일부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구조 방송을 알아듣기 위한 단어 목록이었다. 경고 문장을 사람에게 명령하는 통행 규정으로 쓰도록 설계된 자료가 아니었다.
“예상했던 문제죠.” 아레인이 통신으로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현장 피해로 이어진 건 새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새 지침에 출처 표기를 넣어야겠네요.”
“'이 문서는 의미 참고용이며 자동 집행하지 않음' 같은 안내도요.”
베르케는 새 변환표에 항목을 추가했다. 베르케의 마법 화면에는 온갖 붉은 경고가 떴다. 나는 늘 붉은 글씨에 심장이 떨렸지만 이번만큼은 반가웠다. 잘못된 자동 명령을 멈추는 경고였다.
“베르케, 이걸 전 기관에 자동 배포하진 마세요.”
“압니다. 시험 환경에서만 돌리고, 권한 있는 각 기관이 검토해야 하죠.”
“잘 배우셨군요.”
“한도윤 씨 때문에 그 문장을 꿈에서도 듣습니다.”
“꿈에서도 근무하시면 그건 별도 문제입니다.”
그가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나는 말을 돌렸다.
북문 소동 뒤에는 뜻밖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제르칸이었다. 그는 자신이 평민 상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왕으로서 부끄럽다며 산악어 통역 교육을 요구했다.
“좋습니다. 다만 수업료는 개인 비용입니다.”
“왕이 백성의 말을 배우는데 왜 사비를 내야 하지?”
“업무상 필요로 교육을 신청하면 공식 예산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가 방금 말씀하신 '내가 멋지게 외치고 싶다'는 목적은 다릅니다.”
마왕은 얼굴이 굳었다.
“어떻게 내가 멋지게 외치고 싶은 걸 알았느냐?”
“폐하가 말씀하셨잖습니까.”
제르칸은 결국 공식 교육계획을 제출하기로 했다. 교육 대상에는 경비병과 창고 직원도 포함됐다. 나는 그게 마왕의 체면을 살리면서 실제 현장 문제에도 도움이 되는 절충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시범 강의에서 툴카는 제르칸에게 산악어로 '안전하게 들어오십시오'를 가르쳤다. 마왕은 그걸 세 번 연습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나에게 양파 세 자루를 가져오십시오!”
툴카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통역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제르칸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복수하듯 말했다.
“양파 세 자루도 훌륭하다. 그걸로 연회 준비를 하겠다!”
“폐하, 연회 예산 승인부터요.”
“한도윤!”
툴카는 돌아가기 전에 통역 검수비 지급 시점을 물었다. 나는 오늘 승인된 금액과 실제 송금 예정일을 나눠 적어 주었다. 그녀는 영수증을 받아 들고 눈을 가늘게 떴다.
“전에 어떤 관리자는 돈을 준다더니 장부에만 써 놨소.”
“입금 확인 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때부터 믿겠소.”
나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업무를 잘했다는 평가보다 실제 일을 한 사람의 돈이 도착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몰트가 지급 대기 번호를 발급하자 툴카는 장난스럽게 내게 말했다.
“다음에는 산악어로 제대로 된 계약서를 먼저 가져오시오.”
“약속드립니다. 검수할 사람도 미리 부르고요.”
그녀는 웃으며 마차에 올랐다. 성문은 어느새 다시 일상적인 소리로 가득했다.
그날 저녁 나는 북문에 새로 붙은 안내문을 보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실수를 하나 고쳤고, 상인들은 일을 계속했고, 경비병들은 모르는 언어를 근거로 사람을 가두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날 밤 베르케가 보낸 기술 보고서는 가볍지 않았다.
[산악어 번역 모듈의 구형 출처 표기가 확인됨. 원목록의 상위 분류에는 구조 방송 외 별도 분류 '예정 통지 언어'가 존재.]
“예정 통지 언어?” 내가 중얼거렸다.
그건 구조 요청을 듣는 것과 달랐다. 누군가가 오기 전에, 그 사람에게 미리 전할 말을 준비하는 분류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이름만으로 목적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내일의 조사 항목 맨 위에 그 네 글자를 적었다.
[예정 통지. 원본 목적 확인.]
제13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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