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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31화
PAYLUA ORIGINAL · 제131화

131화. 소환 전부터 통역사를 구했습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166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성 인사실에 새로 붙은 공고를 보고 나는 세 번 눈을 비볐다. [원래 세계 언어 확인 담당자 모집. 우대 사항: 한국어 능통자.] 어제 공동 보증 회계소에서 발견한 옛 직무명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인사실 게시판에 그 문구가 그대로 올라와 있었다. 그것도 마왕성 공식 채용 공고로. “어느 부서가 올렸습니까?” 베르케는 나를 보자마자 손을 들었다. “제가 승인한 건 아닙니다. 시범 창구에서 구형 양식을 불러오는 과정에 추천 직무가 자동으로 생성됐습니다.” “추천 직무가 자동 생성되는 것까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공고는 왜 출력됐죠?” “출력 대기 목록에 들어온 걸 피코가 눌렀습니다.” 피코는 내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종이가 부족해서 새걸로 뽑아 놨는데요.” “피코야. 어디서 나온 건지도 모르고 인쇄했어?” “세 장까지는 시험 출력 무료래요.” 내가 인생에서 배운 가장 확실한 진리가 있다. '무료 시험'은 아주 가끔 무료가 아니다. 그날 마왕성이 얻은 것은 한국어 통역사를 채용하라는 왕국의 항의서 한 통과,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온 지원자 두 명이었다. 그중 첫 번째는 어제 성문에 붙었던 야채 판매상이었다. 자신의 이름 대신 양파 한 망을 내밀었다. “외국어는 못하지만 다른 종족 손님과 거래는 해 봤소. 급여가 얼마요?” “모집 자체가 잘못 올라갔습니다.” “그럼 공고 철회 수당은?” “없습니다. 다만 먼 길 오신 걸로 확인되면 실제 발생한 비용은 별도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판매상은 내가 숫자를 적는 걸 보더니 금세 협조적이 됐다. 그렇게 첫 번째 민원은 끝났다. 두 번째 지원자는 마른 엘프 청년이었다. 그는 종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직무, 지금도 있습니까?” “현재 공개 채용은 없습니다. 오래된 제도에서 잘못 불러온 양식입니다.” “그럼 제 할머니가 틀린 말을 한 게 아니군요.” “어떤 말씀이었는데요?” “젊을 때에는 이 세계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의 말을 먼저 공부하는 직장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펜을 멈췄다. “할머니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청년은 잠시 망설였다. “본인 허락부터 받아야겠죠. 하지만 근무지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중립 항구의 옛 소리검수청이었다고 하셨어요.” 어제 본 장부에는 '소환자의 원래 세계 언어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소리검수청. 이름은 다르지만 닿아 있었다. 나는 청년에게 내 명함과 공개된 연락 창구를 건넸다. 할머니께 원하실 때 연락할 수 있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청년은 개인정보를 적지 않은 채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던 몰트가 해골 턱을 달그락거렸다. “자네가 지원자를 돌려보내는 것도 인사 업무로 처리되나?” “시스템이 만든 채용 공고부터 취소해야죠.” “취소하면 지원 기록도 삭제되는 걸로 되어 있던데.” “아, 그거 안 됩니다. 잘못 게시된 공고라는 사실은 남겨야 해요. 지원자의 개인정보는 보존 기준대로 별도 처리하고요.” 몰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사무실에서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생했는지 생각하면 조금 이상했다. 예전의 나는 서류만 쌓이면 짜증을 냈다. 지금도 짜증은 난다. 다만 서류를 없애는 것과 문제를 없애는 건 다른 일이라는 걸 배웠다. 잘못된 채용 공고를 닫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양식에는 '지원자 없음'이라는 항목밖에 없었고, 이미 두 사람이 현장에 도착했다. 지원자가 없었다고 적으면 그 사람들의 시간을 부정하는 셈이었다. 반대로 '채용 종료'를 선택하면 마왕성이 실제 공고를 열었다가 계획대로 닫은 것처럼 기록된다. “'오게시로 인한 모집 철회' 상태를 새로 만들 수 있습니까?” 내가 베르케에게 물었다. “만들 수는 있지만 제 허가만으로 운영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럼 먼저 종이 접수대장에 임시 사유를 적고, 정식 변경은 검토 요청하세요.” 우리는 엘프 청년에게 다시 연락했다. 그의 이름은 라탄이었다. 그는 채용 오게시 사실을 이미 알고도 일부러 방문했다고 했다. 할머니가 남긴 오래된 말과 연결될 수 있어서였다. “그래도 허위 공고 때문에 걸음하신 사실은 그대로 남습니다. 오늘 드린 설명을 확인하실 수 있도록 작성해 드릴게요.” 라탄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자기 이야기를 남이 함부로 쓰는 걸 싫어하셨어요. 특히 누가 자기 말을 번역했다며 다른 뜻을 붙이는 걸요.” “직접 확인받는 것부터 하겠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락처 대신 중립 공관 공식 우편함 주소를 남겼다. 가족의 동의 없이 세부 정보를 알려 주지는 않겠다고 했다. 나는 옳은 방식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가 문밖으로 나가자 비로소 잘못된 공고 하나가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뻔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베르케는 시험 계정의 공고 생성 로그를 보여 줬다. 게시를 승인한 것은 제르칸이 아니라 최고 승인자 칸에 적힌 이름을 출력하는 구형 서식이었다. 실제 게시 버튼을 누른 사람은 없었고, 피코가 인쇄한 뒤 출입문에 붙이자 외부 안내판까지 연동되었다. 우리는 외부 게시판 담당자에게 정정문을 전달하고, 앞으로 시험 출력물에는 커다란 '실제 공고 아님' 표시를 넣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예쁜 종이가 아니잖아요.” 피코가 투덜거렸다. “예쁜 종이보다 정확한 종이가 우선이야.” “그럼 예쁘고 정확하게 만들어요.” 그 말이 더 옳았다. 피코는 커다란 붉은 글씨로 '시험'이라고 적고 그 옆에 작은 꽃을 그렸다. 이번에는 꽃을 지우지 않았다. 정정 공고를 읽는 데 방해되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한편 양파 상인은 오전 장사를 놓쳤다며 손실 전액을 요구했다. 나는 사실을 확인하자고 했다. 장사를 하지 못한 시간은 있었지만 판매하지 못한 양파를 모두 손실로 적을 수는 없었다. 상인은 다음 장터에서 팔 수 있는 물량과 시들어 폐기해야 할 물량을 따로 적었다. 우리는 실비 증빙과 책임 범위를 검토할 민원 절차를 안내했다. “당장 다 지급하지 않는군.” 상인이 말했다. “오늘 접수된 사실과 검토해야 할 금액을 구분하려고요.” “내가 여기 걸어온 건 사실이지?” “예. 그 기록은 남깁니다.” 상인은 마음에 들지는 않는 듯했지만 정정문을 받아 갔다. 완벽한 해결은 아니었다. 그러나 없었던 일로 만들지는 않았다. 정오에 아레인이 보낸 옛 조직표가 도착했다. 소리검수청은 천계 소속도, 마계 소속도 아니었다. 휴전항 제3감리 아래 설치된 작은 임시 사무실이었다. 예산 지급 기관은 왕국, 장소 제공은 중립 공관, 장비는 천상 교역 관리단에서 빌렸다고 적혀 있었다. “참 사이좋게 나눠 가졌군요.” 아레인이 통신 너머로 말했다. “책임도 그렇게 나눠 가지면 좋겠지만요.” “직원은 누가 뽑았습니까?” “채용권은 제3감리 공동 사무국에 있었던 것으로 나옵니다. 다만 계약 원본 일부는 접근 제한 자료예요. 담당자의 현직 신원과 과거 피보호자 목록이 섞여 있습니다.” “직원 명단은 안 봐도 됩니다. 업무 내용, 지급 방식, 폐지 결정서부터 확인해 주세요.” “그 정도는 공개 검토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나는 세 장짜리 신청서를 작성했다. 문서에는 어떤 언어가 누구의 것인지보다 먼저, 그 말을 확인하는 사람에게 왜 돈을 줬는지를 물었다. 퇴근 전 베르케는 자동 생성된 공고가 다른 작품에도 남아 있는지 검사하겠다고 했다. 나는 모든 게시물을 일괄 삭제하지는 말자고 했다. 실제 모집이 진행 중인 부서까지 지울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채용과 시험 출력을 구분하는 표식을 먼저 보죠.” 베르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오늘 고친 건 잘못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시험 문서가 실제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통로 하나였다. 제르칸이 보고서를 읽고 화려한 망토를 휘날리며 들어왔다. “한도윤! 그 말인즉슨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의 병사를 불러올 방법이 있다는 뜻이냐?” “아직 아닙니다. 오래된 사무실이 어떤 말을 분류했다는 기록만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그대 같은 인재가 있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 “인재를 소환할 생각부터 하시기 전에 직원 채용 공고나 정상화해 주세요.” “내가?” “예. 폐하 명의로 생성된 허위 채용 공고입니다.” 마왕은 얼어붙었다. “내 이름으로?” “시범 양식에 최고 승인자 이름이 자동으로 들어갔거든요.” “그럼 내가 부당 모집을 한 셈인가?” “그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시정하면 됩니다.” 마왕은 잠깐 멀쩡한 얼굴을 했다. 그러더니 내 옆의 양식에 직접 이렇게 썼다. [본 채용 공고는 착오로 게시되었으며 실제 모집이 아닙니다. 혼란을 드려 미안하오. — 제르칸] 나는 그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마왕이 사과했다. 종말의 날이 오더라도 오늘보다 놀랄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피코는 신이 나서 말풍선 그림을 그리려다가 내 눈치를 보고 연필을 내려놨다. 대신 사과문 아래쪽에 '확인만 했음' 도장을 찍었다. “사과를 받았다는 건 사과에 동의했다는 뜻이 아니죠?” “그렇지.” “그럼 저도 사과받고 화낼 수 있어요?” “그럴 수 있지.” 피코는 기쁜 얼굴로 사과문을 게시판에 붙였다. 마왕이 저 멀리서 소리쳤다. “어째서 내 진심 어린 사과가 이렇게 큰 종이에 들어 있느냐!” “작은 종이는 지원자들이 못 봅니다!” 그날 오후, 우리는 실제로 옛 소리검수청이 지급받은 돈의 흐름을 확인했다. 업무별 금액이 특이했다. 언어를 '발견'할 때마다 보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원본을 손상시키지 않고 분류해 보존한 시간에 급료를 지급했다. 소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급료는 일정했다. “그럼 소환자를 끌어올 유인이 되는 구조는 아니네요.” 몰트가 말했다. “이 항목만 보면 그렇죠. 별도 성과급이 있었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급료 지급표를 검토했다. 공백이 많은 달이 몇 개 있었다. 특히 한도윤이라는 내 이름이 소환 예정 목록에 올라가기 오래전, 한국어와 비슷한 언어 묶음으로 분류된 표본에 비용이 책정된 기록이 있었다. 비용을 받는 담당자의 이름은 가려져 있었지만, 작업 분류에는 이런 글이 남아 있었다. [음성 모사 및 의미 재확인. 원발화자 동의 여부: 미확인.] 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미확인'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누군가 내 목소리나 언어를 갖고 있었던 이유가, 그 사람에게 내 인생을 결정할 권리를 줬다는 뜻은 아니었다. “원발화자가 여기 온 사람이라는 뜻일까요?” 피코가 물었다. “그것도 몰라. 사람이 직접 말했는지, 먼 곳에서 들린 소리를 기록했는지도 확인해야 해.” 피코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누가 말했는지도 모르는데 번역할 수 있어요?” “단어는 번역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사람이 왜 말했는지는 문장만 보고 알 수 없는 때가 많아.” 정확히 말하면 내 직장 생활 전체가 그런 경험이었다. '오늘 안으로 처리 부탁'이라는 문장이 꼭 오늘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간단한 수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회의 짧게 합시다'는 대체로 거짓말이다. 나는 웃으려다가 말았다. 다른 세계의 언어를 해독하던 사람들도 그런 농담을 알았을까. 퇴근 무렵 아레인에게서 추가 연락이 왔다. “직무 폐지 문서가 하나 나왔습니다. 원래 부서는 폐쇄됐지만 검사 장비는 회수하지 않았어요.” “어디로 갔습니까?” “옛 휴전항 북쪽의 종탑입니다. 장비 목록에는 '메아리 보존기'라고 적혀 있어요.” “소리를 보관하는 장비군요.” “맞습니다. 그런데 주의사항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아레인은 작은 글자를 읽었다. “‘기록된 소리를 명령으로 해석하지 말 것. 소리의 주인에게 권리를 돌려줄 경로가 없으면 반복 재생하지 말 것.’” 내가 통신을 끊지 못하고 있는 사이, 몰트가 탁자 위에 두 번째 서류를 내려놨다. 오늘 인사실에서 자동 출력된 모집 공고의 뒷면이었다. 그곳에는 구형 양식이 남긴 아주 작은 인쇄 표시가 있었다. [장비 원본 위치 확인 불가. 마지막 유지보수 예약: 휴전항 북쪽 종탑.] “한도윤.” 몰트가 말했다. “이건 단순히 사라진 직업을 찾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나는 마왕성의 창밖을 보았다. 수백 년을 버틴 듯한 검은 성벽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네. 이제는 누가 사람의 말을 기록했고, 그걸 다시 사용할 때 무엇을 지켰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피코가 가방에서 사탕 한 알을 꺼내 내밀었다. “내일 출장인가요?” “아마도.” “그럼 출장비부터 결재받아야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은 후계자를 키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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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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