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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30화
PAYLUA ORIGINAL · 제130화

130화. 보낼 수 없는 편지의 수취인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321자

오프라인 책장
제3감리 공동 보증 회계소를 방문하는 날, 나는 회사에서 가장 멀쩡한 넥타이를 골랐다. 문제는 그 넥타이를 제르칸이 먼저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한도윤, 그건 너무 평범하다. 내 붉은 망토 끈을 쓰거라." "그걸 목에 묶으면 숨이 막힙니다." "위엄을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 있지 않느냐!" "회의 중 질식한 재정 담당자의 치료비는 폐하 개인 지출입니까?" 마왕은 잠깐 생각하더니 넥타이를 돌려줬다. "평범한 것도 가끔은 좋겠군." 나는 거울을 보았다. 서른을 넘겨 평범한 회사에 출근하던 한국인 회계 담당자의 얼굴이 있었다. 지금은 마왕성에서 회계를 맡고, 마계와 천계의 공문을 읽고, 신성 계약의 대리 동의 문제를 조사하는 사람이 됐다. 이상하게도 가장 낯선 건 뿔 달린 사람들이 아니라 넥타이를 매고 무언가를 결정하러 가는 내 모습이었다. 오늘 회의에서는 지난 청문회에서 발견한 옛 전환표 원본을 확인하기로 했다. 공동 보증 회계소는 열람을 허가했지만, 모든 페이지를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록에는 여러 권리자의 보호 정보와 현재까지 운영되는 적립금 계정이 뒤섞여 있었다. "작업 범위는 세 가지입니다." 내가 일행에게 설명했다. "원본과 등본의 차이, 자동 변환 규칙이 적용된 날짜, 그리고 보존 책임자의 실제 업무. 사람 이름은 공개 허가 범위 안에서만 봅니다." 피코가 조그만 손을 들었다. "저는요?" "연필하고 분류표 챙기기." "중요한 일이에요?" "연필 없으면 누가 숫자를 적겠어." 녀석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가방을 두드렸다. 안에는 연필 열두 자루와 사탕 열여섯 개가 있었다. 어느 쪽이 업무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회계소는 항구 지하의 두꺼운 돌 건물에 있었다. 바깥에서는 오래된 세관처럼 보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법으로 빛나는 장부가 벽을 따라 움직였다. 금고 문에는 세 개의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하나는 기계식, 하나는 마법식, 마지막 하나는 사람의 동의를 확인하는 증표였다. "여긴 제대로 만들었네요." 내가 말했다. 몰트가 조용히 답했다. "옛날에는 제대로 구분하려고 노력한 곳도 있었지." 금고 관리자 베실은 드워프 여성이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인사한 뒤 허가서와 방문 목적을 읽었다. "들어오셔도 됩니다. 다만 기록을 열었다는 사실과 내용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분리됩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문장 하나로 신뢰가 갑니다." "요즘 이곳 방문객들이 다 그런 말을 하더군요. 왜 갑자기 유행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저희가 약간 소란을 피웠습니다." 베실은 웃더니 금고 문을 열었다. 기록 보관실에는 먼지 냄새 대신 묘한 박하 향이 났다. 서류를 좀먹는 작은 마법 벌레들이 박하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코는 박하 냄새를 맡자 인상을 찌푸렸다. "이 방에는 사탕을 먹는 벌레도 없겠네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제 사탕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잖아요." 나는 녀석이 중요한 장소에서도 자기만의 논리를 잃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첫 번째로 확인한 기록은 구형 코드 전환표였다. 당시 담당자들은 재난과 전쟁 중 문서를 잃지 않으려고 공통 인계 번호를 만들었다. 서로 다른 기관이 같은 물건을 옮길 때, 누가 어느 단계까지 확인했는지 표시하기 위한 약속이었다. 문제는 나중에 생겼다. 통합 조회 시스템이 세부 항목의 접두어를 잘라 내면서 모든 0003 번호를 '완료'라는 값으로 요약한 것이다. 이 과정이 누구의 결재로 이뤄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구형 설계는 분명했다. 원래 0003은 사람을 대신해 동의하는 권한이 아니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본 자동 동의 표시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겠네요." 라델이 말했다. "네. 하지만 각 계약의 법적 효과는 사례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자동 표시가 잘못됐다고 해서 모든 계약이 일괄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베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곳의 보존 장부도 모두 실제 지급을 뜻하지는 않아요. 예치, 청구, 지급이 서로 다르니까요." 나는 그녀와 악수하고 싶어졌다. 장부를 읽는 사람이 서로 알아보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한국어 재심 안내 봉투와 연결된 회계 항목도 확인했다. 예치 은화 열 닢에 관한 오래된 기록이었다. 금액은 보존 예치로 남아 있었고, 실제 운송비로 전부 지급된 것은 아니었다. 수취인의 이름도, 기금을 예치한 사람의 신원도 보호돼 있었다. "그러면 누군가 편지를 보낼 준비를 하긴 했군요." "그렇지. 다만 보낼 수 있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베실이 말했다. 나는 기록의 다음 줄을 읽었다. [발송 보류 사유: 수취인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소재 정보 노출 우려.] "그럼 그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 준비하다가, 오히려 그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있어서 멈춘 건가요?"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실제 판단 경위는 제한 열람 대상이지만요." 나는 더 묻지 않았다. 누군가를 찾는 마음 때문에 그 사람이 숨겨 둔 주소를 꺼내 들 권리는 없다. 금고에서 자료를 대조하던 중 피코는 유리장 안의 오래된 안내판을 발견했다. 누군가 정성껏 직접 그린 그림이었다. 한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다른 사람은 물품을 대신 받아 들고 있었다. 그림 아래에는 두 종류의 화살표가 있었다. "하나는 물건이 가는 길이고, 하나는 마음이 가는 길인가 봐요." 피코가 말했다. 나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물건을 받은 사람이 원래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는 화살표, 그리고 원래 주인이 스스로 서명을 결정하는 화살표였다. 옛 안내판 제작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지금 길게 논의하는 내용을 꽤 단순하게 그려 놓았다. "맞아. 아주 좋은 설명이네." 베실이 웃었다. "저 그림을 수리하려고 했는데, 원본의 느낌을 잃을까 봐 아직 그대로 두고 있어요." "그럴 때는 보존 담당자가 복원 방법을 검토해야겠죠. 실수로 지우면 다시 그린다고 돌아오는 게 아니니까." 피코는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기 수첩에 따라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은 임프를 추가했다. "얘는 누구야?" 내가 물었다. "사탕을 돌려주는 사람이요." "왜 하필 사탕이야?" "사탕을 맡아 놓았으면 먹으면 안 되니까요." 나는 웃었다. 천계와 왕국이 백 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이 녀석은 자기 주머니로 설명한다.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재산은 다르게 생긴 모양이다. 베실은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저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보관이란 그냥 잠가 두는 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알게 됐죠. 주인이 돌아왔을 때 어디에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어야 보관이라는 걸요." 나는 그 말을 잊지 않으려고 수첩에 적었다. 여기에 감춰진 편지는 어쩌면 단순한 비밀이 아니라, 언젠가 돌아올 사람의 선택을 위해 남겨 둔 자리일지도 몰랐다. 점심 무렵 금고실에서 잠시 쉬었다. 루시아는 무장 경비가 많은 곳인데도 불필요하게 위협적인 분위기가 없다는 점을 신기해했다. 관리자 베실은 보존실에서 무기를 빼앗기보다 사용하는 사람의 권한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괜찮은 말이군." 루시아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누가 갑자기 사람을 해치면?" "그때는 안전 규정에 따라 대응하셔야겠죠." "좋아. 그건 내가 잘하지." 나는 급히 말을 보탰다. "필요한 경우에만요." 루시아가 웃었다. "알아. 너한테 많이 배웠으니까." 오후에는 더 놀라운 자료가 나왔다. 오래전 재심 안내 양식을 보존한 외국어 표본 목록이었다. 한국어가 유일한 외국어는 아니었다. 서로 다른 세계나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위해 여러 언어의 안내를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럼 이 한국어 안내가 도윤 씨만을 위한 건 아니었군요." 아우렐이 말했다. "적어도 언어 지정만으로는 저를 뜻하지 않네요." 나는 안도와 실망을 동시에 느꼈다. 한동안 편지가 나를 향해 쓰인 것처럼 생각한 적도 있었다. 누군가 내가 이곳에 올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단서를 이미 본 뒤였으니까. 하지만 증거가 없는 기대는 자기 마음을 다치게 할 뿐이다. 그러던 중 베실이 한 권의 얇은 장부를 가져왔다. "이건 예전에 공개 보류됐던 우편 양식 검수 기록입니다. 지금은 수취인의 신원과 주소를 제외한 양식 변경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는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겼다. 그곳에는 오래된 한국어 문장이 있었다. [당신이 지금 돌아갈 수 없더라도, 그 선택을 다른 사람이 대신한 것으로 기록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 말은 천계 제7서고에서 확인했던 원문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동일한 문서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서식 개정 날짜와 원문 작성 시점, 문서 보존 경로가 아직 달랐다. "이 문장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그 부분은 비공개입니다. 당시 외국어 검토를 요청한 기관도 다수였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허가된 열람이었다. 금고실 문을 나오기 직전 베실이 우리를 불렀다. "한 가지는 더 보실 수 있겠군요." 그녀는 오래된 발송 안내서의 표지를 보여 줬다. 한국어 문장 아래에 현지어로 작은 안내가 적혀 있었다. [본 안내문은 당사자 생존·의사 확인 이후 전달. 대상이 수령을 거절할 경우, 원문을 파기하지 말고 봉인 보존.]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럼 보존이 실패만은 아니었군요." "네. 누군가 받지 않겠다고 선택할 때 그 선택을 지키는 일도 보존이니까요." 우리의 조사는 오늘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우편이 보내지지 않은 이유를 단순한 실수나 음모로 몰 수 없었다. 적어도 규정에는 수취인의 안전과 거절권을 지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실제로 그 규정을 올바르게 적용했는지는 계속 조사해야 했다. 마왕성에 돌아와 보고서를 정리하는데 피코가 물었다. "그럼 그 편지는 영원히 못 보내요?" "아니. 당사자가 원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으면 보내는 거지. 다만 우리 마음대로 결정하면 안 돼." "저는 그분이 언젠가 읽었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래." 피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혼자 사무실에 남았을 때, 아우렐의 전송이 도착했다. 공동 보증 회계소의 공개 가능한 검수 자료와 송-4189 관련 기록을 비교한 결과였다. [두 문서가 사용한 외국어 검토 도장은 같은 종류. 그러나 문서 원본의 동일성 확인 불가.] 그리고 다음 줄이 있었다. [재심 안내문 양식 수정 신청에 한국어로 기재된 요청 사항 한 줄 추가 확인.] 나는 조용히 화면을 확대했다. [부디 그 사람이 직접 대답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는 그 말을 쓰고 봉투를 접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부탁을 정말로 지키려고 편지를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국에 있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내 소환 전 기록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왜 이곳에 오게 됐는지, 누가 내 이름을 먼저 적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하나는 확실히 알았다. 사람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잘못된 규정을 고치고, 위험한 기록을 지키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남겨 두는 일이었다. 나는 오늘의 보고서를 저장했다. [121~130차 공동 조사 중간 결론: 한국어 재심 안내는 실제 발송 여부 확인되지 않음. 검수용 봉투와 보존 예치의 존재 확인. 구형 코드 0003은 최종 동의 권한이 아님. 수취인 신원·원문 비공개 유지.] 문을 닫고 나오는데 제르칸이 복도에 서 있었다. 어째서인지 자신이 선물한 순금 종이칼을 들고 있었다. "한도윤! 오늘은 무엇을 알아냈느냐?" "폐하, 사람에게 대답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건 당연하지 않느냐?" "당연한 일이 가장 어렵더군요." 마왕은 잠시 생각하더니 종이칼을 내게 건넸다. "그럼 이걸로 다음 편지를 열어라. 허락받은 뒤에." 나는 웃었다. "그때는 일반 종이칼을 쓰겠습니다. 이건 금고에 보관하시죠." "네가 제일 무섭단다." 나는 오래된 익숙한 말을 들으며 계단을 내려왔다. 하지만 그날 밤, 내 책상에는 한 통의 통지가 남아 있었다. 아레인의 별도 공문이었다. [공동 보증 회계소에 보관된 우편 양식 수정 신청서의 비식별 외국어 검토자 코드가 확인됨. 관련 자격은 현재 폐지됐으나, 당시 업무 설명에 ‘소환자의 원래 세계 언어 확인’이라는 항목이 존재함.] 한국어가 쓰였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문장이었다. 이 세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다른 세계에서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언어를 알아보기 위한 일이 이미 업무로 존재했다. 나는 공문을 접었다. 내일 아침, 우리는 다시 출근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편지의 목적지가 아니라, 그 편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누군가를 고용한 제도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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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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