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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29화
PAYLUA ORIGINAL · 제129화

129화. 세 기관이 같은 실수를 했습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216자

오프라인 책장
공동 청문회가 열리는 날이면 나는 아침을 평소보다 많이 먹는다. 어차피 점심을 제시간에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회의는 누구도 배고프지 않을 것 같은 얼굴로 시작해서 모두가 배고픈 얼굴로 끝난다. 특히 왕국 법무관들이 조항 하나를 두고 삼십 분 넘게 토론할 때는 사무실의 모든 빵이 신성한 보물처럼 보인다. 오늘 청문회 안건은 '대리번호 0003의 통합 표기 문제'였다. 이름만 보면 하품이 나오지만 내용을 알면 등골이 서늘했다. 누군가 서류를 받았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의 장기 계약 동의로 변하고, 누군가 물품을 인계했다는 표시가 귀환 보류를 대신 결정한 것으로 바뀌는 문제. 심지어 마왕성에서는 대행 근무를 한 직원의 이름으로 다른 직원의 급여 변경이 승인됐다고 표시되기도 했다. "이런 걸 한 번에 고치면 안 되나?" 제르칸이 물었다. "폐하, 세 기관이 서로 다른 시스템을 쓰니까요." "그럼 셋 다 내 명령으로—" "안 됩니다." "한 번쯤은 끝까지 듣고 거절해라!" 나는 조용히 웃었다. 마왕이 전 세계 프로그램에 손을 대려 들면 지금보다 훨씬 큰 재앙이 될 것이다. 그건 마법이 아니라 정보시스템 역사에 남을 사건이다. 청문회장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간단한 자료 확인 연습을 했다. 피코가 서로 다른 종이 세 장을 들고 가운데 서 있었다. 첫 번째는 접수증, 두 번째는 인계 확인서, 세 번째는 서명 없는 최종 동의서였다. "이 세 장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뭐예요?" 피코가 물었다. "무슨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그럼 가장 멋진 건요?" 루시아가 손을 들었다. "동의서. 커다란 칼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까." "그건 우리 양식에 누가 그린 거죠?" 피코는 슬쩍 눈을 피했다. 나는 종이를 넘겨 봤다. 왼쪽 구석에 작은 칼 그림과 함께 '피코가 승리함'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피코야, 이건 법무 검토용 자료야." "그림은 개인 감상용이었는데요." "공식 문서에 들어가면 개인 감상이 아니지." 녀석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루시아는 오히려 그림 솜씨가 좋다며 칭찬했다. 마왕이 그 장면을 봤다면 반드시 본인의 초상화를 그려 넣으라고 했을 것이다. 우리는 피코의 낙서가 없는 사본을 따로 만들고, 원본에는 시연 중 발생한 추가 표기라는 사실을 남겼다. 낙서를 지우려고 원본을 뜯어내면 나중에는 누가 뭘 수정했는지 알 수 없으니까. "이럴 때도 그냥 새로 만들면 안 돼요?" 피코가 물었다. "수업 자료라면 새로 만들면 되지. 그런데 실제 접수된 문서라면 수정 사실도 기록해야 해." "한 장의 종이가 이렇게 까다로워요?" "그래서 나도 내 휴가 신청서를 쓰기가 무서워." 몰트가 웃었다. "자네는 휴가부터 신청하게." "그건 업무가 끝나야..." "안 끝나는 업무를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휴가를 못 가지." 그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해골의 눈빛이 무서운 이유는 대체로 반박할 수 없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청문회는 중립 공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왕국의 라델, 천계의 아우렐, 중립 공관의 아레인, 마왕성의 몰트가 각자 자료를 준비했다. 특별히 우편조합장 키엔과 인사실 담당 베르케가 기술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피코는요?" 녀석이 물었다. "교육 보조와 자료 전달. 의결권은 없어." "근데 빵 먹을 권리는 있죠?" "개인 식비 한도 안에서는." "그럼 됐어요." 회의 첫머리에는 지난 시범 창구에서 접수한 사례를 설명했다. 이름과 개인 경로는 모두 뺐다. 대신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어떤 상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술적으로 표현했다. 아우렐은 자료를 한 장 띄웠다. [원본 A: 수령 사실 확인] [원본 B: 긴급 인계 협조] [원본 C: 본인 최종 동의 — 기록 없음] [통합 조회: 처리 완료] 대회의실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왕국 측 법무관이 손을 들었다. "'처리 완료'는 단순히 행정 절차가 끝났다는 뜻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그런데 후속 시스템이 이 값을 '동의 완료'로 읽은 사례가 발견됐습니다. 행정 처리 완료와 계약 효력 확정은 다릅니다." "후속 시스템의 잘못이라는 겁니까?"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변환됐는지 조사 중입니다. 여기서 책임을 한 기관으로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회의가 조금 조용해졌다. 누군가를 범인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쉽다. 그러나 누가 무엇을 바꿨는지 확인하는 건 훨씬 어렵다. 그 어려움을 피하면 결국 죄 없는 사람이 문제를 떠안는다. 키엔은 우편조합의 구형 분류표를 보여 줬다. 같은 0003 숫자라도 업무 분야가 다르면 코드의 뜻이 달랐다. 원래 표에는 부서 접두어가 있었지만, 공통 화면에서는 접두어가 잘려 나간 상태였다. "왜 접두어가 사라졌습니까?" 라델이 물었다. "자료를 옮기던 시절 저장칸 길이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때의 설계 변경 승인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누군가 일부러 지운 건 아닌가요?" "그럴 증거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안전했다는 뜻도 아닙니다." 나는 키엔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말이야말로 때로는 가장 책임 있는 말이다. 베르케가 마왕성 사례를 설명했다. 대행 근무를 한 네브가 실제로는 자료만 분류했는데 다른 사람의 급여 변경까지 승인한 것으로 표시된 상황이다. 시범 시스템에서는 현재 접두어를 복원해 오류를 막았고, 운영 반영은 통제된 점검 시간에 진행 중이었다. "추가로 확인할 건 없습니까?" 몰트가 물었다. "실제 급여 지급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최종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지. 화면이 고쳐졌다고 돈이 제자리로 간 건 아니니까." 나는 그 말을 메모했다. 리치가 살아 있는 노동자의 임금을 그렇게 꼼꼼히 따진다는 사실이 조금 뭉클했다. 물론 그가 천이백 년 동안 임금 지급 책임을 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 경력은 어지간한 회계법인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점심 휴식 중 피코가 빵을 세고 있었다. 자기 앞의 빵 두 개와 루시아가 받은 빵 세 개를 비교하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왜 루시아 님은 세 개예요?" "나는 크니까." "저도 크면 세 개 받아요?" "그때까지 기다려." 피코가 내 쪽을 돌아봤다. "도윤 님, 저도 세 개 신청하면 안 돼요?" "신청은 할 수 있지. 하지만 식비 규정이 있어." "오늘 주제가 신청과 승인 구분이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피코가 너무 많이 배웠다. 점심 휴식이 끝나갈 무렵 다른 기관의 참관자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오래된 시스템의 설계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름을 알아야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습니까?" "책임 조사 자체는 필요합니다. 다만 그걸 위해 개인 명단을 회의장에 공개할 권한이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만 좋아하겠군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반대로 무관한 직원까지 공개하면 진짜 책임자가 숨기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처음 규격을 만든 사람과 나중에 코드를 줄인 사람, 검사 승인한 사람의 역할은 서로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는 더 말하지 않았지만 동의한 표정도 아니었다. 나는 그 불편함을 받아들였다. 절차를 지킨다고 모두가 박수치는 세상은 없다. 특히 빨리 범인을 찾고 싶은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점심을 마치고 청문회 자료로 준비된 시험 사례를 각 기관별로 실행해 봤다. 마왕성 시스템은 대행 근무를 처리 완료로 표시했고, 왕국 구형 인사 시스템은 같은 값을 근무 조건 변경으로 읽었다. 천계는 그것을 신성 계약 참조 번호로 분류했다. 실제 계약을 맺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셋 다 다르군요." 아우렐이 말했다. "다른 게 문제는 아닙니다. 다른 뜻을 같은 말로 표시하는 게 문제죠." 나는 시험 결과를 가리켰다. "이제 변환표에서 빠진 항목을 찾을 수 있겠네요." 키엔이 오래된 서식의 접두어를 복원하자, 각 값의 뜻이 원래대로 구분됐다. 천계의 참조 번호는 단순 서류 연결번호였고, 왕국의 변경 표시는 효력 검토 대기였으며, 마왕성의 대행 완료는 접수 사실을 뜻했다. 시연을 지켜보던 한 법무관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누군가 서명했다고 믿고 있었네요." "그래서 각 사례에서 실제 서명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록이 그 믿음을 만들었다는 것과 실제 권리가 이동했다는 건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는 고개를 숙였다. 회의실은 잠깐 조용해졌다. 쉬는 시간에 라델이 커피 비슷한 검은 차를 건넸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하실 겁니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은퇴하면 작은 식당이라도 하고 싶었는데요." "마왕성 식당입니까?" "아뇨. 제가 주방장이면 계산서에만 신경 쓰다가 음식을 태울 것 같아요." 라델은 웃었다.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쓰고 뜨거웠다. 그래도 회의장의 긴장보다 나았다. 그때 피코가 종이를 들고 달려왔다. "도윤 님! 제 칼 그림을 지우지 않고 보관했대요!" "시연 자료니까 보존해 둔 거겠지." "그럼 이게 역사에 남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겠네." 녀석은 눈을 빛냈다. 천계와 마계가 함께 써 내려간 제도 개선 회의 기록 한쪽에, 작은 임프의 엉성한 칼 그림이 남게 됐다. 역사는 참 별것 아닌 곳에서도 살아남는다. 오후 청문회에서는 더 중요한 논쟁이 일어났다. 구형 데이터를 한 번에 모두 수정할 것인지, 당사자 확인을 거쳐 개별적으로 정정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였다. 왕국 측 일부 참석자는 빨리 일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간 부당한 승인 기록이 남아 있으면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천계 기록 보존 담당자는 원본의 의미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일괄 수정하면 다른 계약의 증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둘 다 맞는 말이죠." 내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일단 현재부터 잘못된 자동 승인을 멈추는 조치를 먼저 하고, 과거 건은 피해 위험이 큰 순서대로 재확인하자는 겁니다. 원본 상태를 보존한 채 별도 정정 이력을 남겨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오래 걸립니다." "네. 그래서 필요한 인력과 비용도 함께 결정해야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또 당사자 대신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루시아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급한 치료는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의식 없는 사람을 들것에 싣는 동안 서명을 찾다 죽게 해서는 안 된다." "그 부분은 긴급 보호 행위로 분리합시다. 장기 계약 승인과는 다르게요." 회의는 잠시 길어졌다. 그래도 이번에는 서로의 문장을 무시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말을 하면 의장이 그것이 어느 문제에 관한 말인지 먼저 확인했다. 긴급 인계, 권리자 동의, 비용 부담, 기록 정정. 넷을 나눠 놓자 적어도 싸움의 이유가 분명해졌다. 오후 늦게 공동 임시 권고가 의결됐다. 구형 통합 상태값의 자동 승인 활용을 새로운 계약부터 중지하고, 옛 계약에 관해서는 원본 보존·비식별 재확인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각 기관의 실제 시행일과 법적 효과는 별도로 정해야 했으니 모든 문제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각 기관이 최소한 같은 문제를 보았다는 사실은 기록됐다. 회의가 끝나자 제르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의 승리를 기념하여 대연회를 열자!" 나는 준비해 둔 종이를 내밀었다. "폐하, 구내식당 예약은 열두 명 기준입니다." "더 크게 축하할 수는 없느냐?" "직원 초과근무 없이요?" 마왕은 멈칫했다. 그러더니 의외의 말을 했다. "그렇다면 내일 쉬는 날에 내가 직접 요리를 하겠다." 회의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루시아가 내게 속삭였다. "위험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왕에게 개인 취미로 하는 요리는 가능하지만, 주방을 운영하는 직원에게 추가 업무를 시키면 별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르칸은 못마땅한 얼굴로 듣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날 저녁 몰트와 남은 자료를 정리하면서 한 가지 새로운 문서를 발견했다. 오래전 공통 코드 전환표에 붙은 작은 부속 규정이었다. [수신인 의사 확인 불가 건은 임시 보존. 보존 책임은 기관이 진다. 미응답을 승인 처리하지 않음.] 나는 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예전 설계의 일부는 지금 우리가 만들려는 것과 같은 방향이었다. "그런데 왜 사라졌을까요?" 피코가 물었다. "사라진 건지, 다른 곳에 남아 있는 건지부터 봐야겠지." 아레인이 전송한 마지막 자료에는 문서 이관처가 적혀 있었다. [제3감리 공동 보증 회계소. 구형 전환표 원본 일부 보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수십 개의 서류에서 나눠 찾던 뜻이 처음에는 하나의 문장으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문장은 아직 누군가의 금고에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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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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