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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3화
PAYLUA ORIGINAL · 제13화

13화. 해골 실장님, 휴가는 쓰셔야죠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2,397자

오프라인 책장
천이백 년 근속 직원의 연차휴가는 몇 개일까.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었다. “휴가?” 리치 몰트가 내 질문을 되풀이했다. “자네는 어제 정식 입사한 주제에 벌써 쉬고 싶은가?” “제가 아니라 실장님이요.” “나는 죽었다네.” “알고 있습니다.” “죽은 자에게 휴식은 필요 없어.” 어쩐지 우리 부장님이 좋아할 말이다. 살아 있는 직원들에게도 휴식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셨으니까. 문제는 몰트가 정말로 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밤새 결재서를 정리하고, 아침에는 보고를 받고, 낮에는 군단장 회의, 저녁에는 밀린 장부를 맞췄다. 죽지 않는 몸이라 해도 일의 질까지 영원할 수는 없었다. “실장님, 어제 같은 문서를 세 번 승인하셨어요.” “그럴 리가.” 나는 날짜와 서명을 보여 줬다. 몰트의 눈구멍 안 푸른 불꽃이 줄어들었다. “정말이군.” “쉬셔야 합니다.” “나는 쉬는 법을 잊었네.” 저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재정실에는 몰트만 있는 게 아니었다. 피코는 책상 아래에 조그만 담요를 깔아 놓았고, 베르는 회복 중인데도 문서 분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베르, 넌 치료실로 돌아가.” “하지만 자료가 산더미인데요.” “산더미라고 아픈 사람이 올라갈 필요는 없어.” “도윤 님은 올라가시잖아요.” “나는 월급 받아.” “저도 월급 받는데요.” 아. 그렇지. 임금이 있다고 과로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급여표를 받아 들었다. 재정실 임프 서기들의 급여는 일정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누구도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지 않았다. 결과물만 맞으면 된다는 이유였다. “피코, 지난주에 몇 시간 일했어?” “어제부터 계속해서… 음….” “날짜로 말해 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요.” “아니, 근무시간.” “저는 날마다 근무하는데요?” 나는 책상에 이마를 대고 싶었다. 노동법이 없는 세계라고 해도 피로라는 것은 존재한다. 임프들도 서류를 잘못 묶고, 중요한 영수증을 잃어버린다. 실제로 지난달 서류 재작성 건수를 세어 보니 야간 작업이 집중된 다음 날 유독 많았다. “자, 보자.” 나는 잘못 분류된 문서 수와 작업시간을 옆에 놓았다. 피코는 숫자들이 자동 합산되는 양피지를 보며 신기해했다. “근데 오래 일하면 더 많이 끝내잖아요.” “처음엔 그렇지. 그런데 나중에는 잘못한 걸 다시 고치느라 시간을 쓰게 돼.” “그럼 많이 일하는 게 손해예요?” “많이 일하는 게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니야. 쉬지 못할 정도로 일을 몰아주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거지.” 루시아가 들렀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전장에서는 잠을 자면 죽는다.” “그래서 보초를 교대시키잖아요.” “……그렇군.” 이렇게 설명하니 이해가 빠르다. 역시 군인은 교대근무의 전문가다. 우리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재정실 업무를 낮과 밤으로 나누고, 야간에는 정말 급한 지출만 처리한다. 정기 보고서는 다음 날로 넘긴다. 몰트에게는 반나절 동안 결재를 금지했다. “내가 결재를 안 하면 성이 무너질 텐데.” “반나절 만에 무너지면 회계실이 아니라 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몰트가 입을 다물었다. 실험 첫날, 사고가 났다. 밤중에 고문실의 촛불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책임자는 예전처럼 피코를 깨우려 했다. 그러나 근무표에 야간 담당자는 다른 임프라고 적혀 있었다. “왜 피코가 안 오나!” “퇴근했으니까요.” “그런 제도가 있었나!” “오늘부터 있습니다.” 임시 야간 담당이 주문서를 확인했다. 알고 보니 촛불이 떨어진 게 아니라 장식용 촛농을 잘못 보관한 문제였다. 긴급 구매가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피코는 놀랍게도 제시간에 출근했다. “도윤 님! 어제 집에 갔더니 제 침대가 아직 있더라고요!” “당연하지.” “오랜만에 누웠는데 푹신했어요!” 뭐랄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날 서류 오류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루의 결과이므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좋은 신호였다. 몰트도 그 보고서를 보고는 잠시 말이 없었다. “자네 말대로 조금 쉬어야 할지도 모르겠군.”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제 백 년 만에 명상을 했네.” “어떠셨어요?” “앉아 있는데 자꾸 장부 숫자가 떠오르더군.” “직업병입니다.” 그때 피코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윤 님, 큰일이에요!” “왜?” “제17군단에서 긴급 구매 요청이 또 왔어요!” “뭐를?” “휴대용 식량 오백 상자요.” 나는 문서를 받아 들었다. 지난번 중복 지급 사건에서 문제가 된 바로 그 품목이었다. 그리고 신청자 서명란에는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보급관 그라즈] “이 사람 결재권 정지된 거 아니었나?” 피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런데 서류에는 방금 결재가 났다고 되어 있어요.” 정말이지. 내 휴가 계획부터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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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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