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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15화
PAYLUA ORIGINAL · 제115화

115화. 출장 다녀오니 퇴직 꽃다발이 왔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234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성으로 돌아온 날, 내 책상에는 퇴직 환영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이게 뭡니까?” 내가 꽃다발을 들어 보이자 베르케가 얼굴을 감쌌다. “죄송합니다. 전산은 차단했는데 꽃집 발주가 이미 나갔어요.” 나는 꽃다발에 매달린 쪽지를 읽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아름다운 새 출발을 응원합니다.] 재정실에서 웃음이 터졌다. 피코는 꽃다발을 보고 무척 좋아했고, 몰트는 꽃값이 어디서 지급됐는지부터 물었다. 제르칸은 정문까지 달려와 외쳤다. “한도윤! 네가 정말 사표를 낸 것이냐!” “아닙니다. 시스템이 또 저를 퇴직시키려 했을 뿐입니다.” “그런 괘씸한 마법이 있다면 파괴하겠다!” “파괴하면 급여 파일도 날아갑니다.” 마왕이 움찔했다. “그럼 파괴하지 않겠다. 내 월급도 거기 있느냐?” “폐하께는 월급이 아니라 왕실 개인 생활비와 공적 지출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어쨌든 돈이 나온다는 것 아니냐.” 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 조직의 진정한 최종 책임자였다. 전산 사고는 지난번보다 작았다. 실제 인사 상태는 유지됐고 급여도 정상 대기 중이었다. 다만 꽃집 주문 시스템이 구형 ‘출장 대행’ 알림을 여전히 ‘부서 이동 또는 퇴직’으로 받아들였다. 꽃다발은 이미 배송됐으므로 반품할 수 없었다. “도윤 님, 이건 누구 책임이에요?” 피코가 물었다. “발주 승인 규칙을 확인해야지. 자동 주문이었다면 잘못된 연동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규정부터 보고.” “꽃집 잘못은 아니죠?” “그렇지. 주문대로 만들어 보냈으니까.” 피코는 안도한 얼굴이었다. 녀석도 이제 잘못된 전산과 일을 한 사람을 구분할 줄 알았다. 나는 꽃다발을 재정실 공용 탁자에 놓고 베르케와 시험실로 갔다. 최근 출장 기록, 교대 근무 승인, 임시 담당자 지정 등 네 종류의 이벤트를 순서대로 재현했다. 그중 '임시 업무 대행자 지정'만 꽃집 계약으로 넘어갔다. “어째서 이런 연결을 만들었죠?” “예전에 마왕성은 부서장을 바꿀 때 직원들에게 꽃을 보냈답니다.” 베르케가 말했다. “부서장 교체 알림에 꽃 주문을 연결해 놨는데, 구형 규칙에서 ‘대행’과 ‘교체’가 같은 번호예요.” “꽃집은 회사의 인사 시스템을 고쳐 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고쳐야겠군요.” “이미 중단했습니다. 앞으로는 실제 인사 변경 승인과 별도 확인이 있어야 주문이 나가도록 할게요.” “좋아요. 취소되지 않은 주문이 더 있는지 확인하죠.” 우리가 조회한 주문 대기 목록에는 꽃다발 여덟 개가 있었다. 수취인은 전부 재직 중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머리가 아팠다. 부서 전체가 하루 사이에 퇴직 축하를 받을 뻔했다. 피코가 화면을 보더니 말했다. “저도 있네요!” “넌 퇴직할 생각 없어?” “있을 리가요. 월급날까지 아직 열흘이나 남았는걸요.” “월급 받으면 퇴직할 거냐?” “월급을 또 받으려면 계속 다녀야죠!” 나는 그 말이 이 성에서 들은 가장 건전한 직장 생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정오 무렵 아레인에게서 구형 전산 전환 자료가 도착했다. 당시 제3감리에서는 ‘긴급 인계 확인’을 따로 기록했지만, 후대 여러 기관이 장부를 통합하면서 대리번호 `0003`과 수령 완료 코드의 뜻이 섞였다. 일부 기록에는 '전달 책임'이라는 설명이 있었고, 다른 기록에는 단순히 '대리 승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연결이 의도적이었습니까?” 라델이 전송으로 질문했다.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누가 어떤 명세서를 보고 만들었는지 찾아야 합니다.” “담당 개발자는 퇴직한 지 오래됐습니다.” “개발자가 없어도 변경 요청서나 테스트 결과는 남아 있을 수 있죠.” 베르케가 손을 들었다. “옛날 기록은 누가 만들었는지보다 시험했다는 증거가 더 없을 때도 많아요.” “슬픈 말이지만 정확해.” 우리는 시험 데이터를 만들었다. 응급 환자를 대신해 문서를 접수한 사례, 돌아와 직접 동의한 사례, 돌아왔지만 거절한 사례. 세 경우 모두 결과가 달라야 했다. 구형 규칙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가 같은 승인 코드로 뭉쳤고, 세 번째의 거절도 별도 취소문이 없으면 승인 상태로 남았다. “이러면 사람의 선택이 사라집니다.” 베르케가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여러 번 문제가 생긴 거죠.” 그는 화면에 작게 표시된 문구를 가리켰다. [구형 상태 변환: 추후 확인 예정.] “이게 주석으로 남아 있네요. 완성된 규칙이 아니라 임시 적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석만으로 의도는 확정할 수 없어. 하지만 당시에도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고 적었다는 건 중요한 자료야.” 우리는 그 문구를 보존하고 공동 조사팀에 보냈다. 오후에는 야간 경비병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최근 교대 근무를 대신 선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대행 수당이 일부 누락됐다고 했다. 내가 자료를 펼치자 그들의 명단에도 같은 구형 코드가 있었다. 대행을 '정식 교체'로 해석하면서 교대 시간 일부가 계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정식으로 해고된 건 아닙니다.” 경비대장이 말했다. “그런데 근무를 한 사람이 제대로 적히지 않았어요.” 나는 명단을 다시 확인했다. 실제 근무 시간은 출입 기록과 감시탑 교대 일지에 남아 있었다. 누구의 얼굴이 어느 시간에 문을 지켰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기록이 있으니 재정산할 수 있습니다.” “언제 받을 수 있습니까?” “기한을 오늘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누락된 교대 시간을 확인하고, 내일까지 개인별 내역을 돌려드리겠습니다.” 경비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는 옆에서 감시탑 교대표를 살폈다. “야간 열두 시간 근무가 두 번 연속 잡힌 병사가 있군.” “대행 기록 때문에 그렇습니다.” “실제로도 연속 근무했나?” “네.” 루시아의 표정이 굳었다. “그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다음 근무부터 조정해야 해.” 나는 인사 담당과 보안 담당을 호출해 즉시 근무 조정을 요청했다. 미지급 수당도 중요했지만, 오늘 밤 또 누군가 쓰러지는 일을 막는 게 먼저였다. 야간 경비대의 대행 수당을 확인하면서 새삼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감시탑 열두 개 중 세 개에는 비상 난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최근 부품 주문은 완료됐지만 교체 작업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수당 문제를 확인하러 왔는데 난로 문제까지 나오는군요.” 내가 말하자 경비대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일을 하다 보면 다 이어지죠. 밤에 추우면 교대자가 난로 있는 탑에만 몰립니다. 그러면 나머지 탑 근무 시간이 늘어요.” 루시아가 즉시 감시탑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불씨가 꺼진 난로를 살피더니 손잡이 부근의 금을 확인했다. “이건 불을 켜면 위험하겠어. 사용 금지를 걸어 둬야 한다.” “현재 사용 중지입니다.” 대장이 말했다. “대체 난로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나는 부품 발주서를 확인했다. 물품 주문은 승인됐지만 업체가 실제로 출고했다는 기록은 없었다. 납품 예정일은 모레였다. 나는 업체에 재확인을 요청하고, 그때까지의 임시 근무 조정을 인사 부서와 상의했다. “계산으로 추위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루시아가 물었다. “계산만으로는 안 되겠죠. 하지만 위험한 장비를 쓰지 않도록 근무 인원을 옮기고, 초과근무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에 경비병들과 식사를 하며 실제 교대표를 확인했다. 한 병사는 연속 근무 때문에 아들의 학교 행사에 못 갔다고 했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상사들이 애써 일정을 맞추고 있다는 걸 안다고 했다. “그래도 사람이 지치는 건 사실입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잠시 답할 말을 잃었다. 돈으로 전부 보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업무가 잘못 기록됐다는 건 단순히 은화 몇 닢을 놓쳤다는 뜻이 아니다. 그 시간에 집에 있었어야 할 사람의 하루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번 누락 수당 내역은 내일 전달하겠습니다. 근무 조정은 오늘 바로 요청해 놨습니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거짓말 안 하셔서 좋군요.” 나는 괜히 웃었다. “제가 약속을 크게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게 낫습니다. 전쟁 중에는 다들 전부 해결해 준다고 말했거든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재정실로 돌아와 나는 베르케에게 대행 근무 코드가 연속 근무 시간 계산에도 영향을 주는지 물었다. 그는 시험실에서 데이터를 만들었다. 정식 배치 교체로 처리되면 이전 근무자의 휴식 시간 경고가 초기화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건 위험합니다.” 베르케가 말했다. “네. 급여뿐 아니라 안전 기준까지 영향을 받네요.” 우리는 자동 연동을 임시 중단하고 인사 담당자에게 영향 범위를 점검해 달라고 했다. 전직자를 재직자로 되돌리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부서에도 같은 코드가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코는 칠판 앞에 서서 새 구분표를 설명했다. “업무 대행은 근무한 사람이 바뀐 거예요. 정식 교체는 책임자가 바뀐 거고요. 퇴직은 완전히 다른 일!” “맞아.” “그럼 휴가 간 도윤 님을 퇴직시킬 필요 없네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럴 필요는 없었지.” 녀석은 당당하게 웃었다. 그때 꽃집 주인이 직접 재정실에 찾아왔다. 그는 남아 있던 자동 주문이 취소되었는지 확인하러 왔다고 했다. 그가 들고 온 것은 새 꽃다발이 아니라 주문 취소 내역서였다. “이미 제작을 시작한 게 하나 있습니다. 주문서를 받은 건 확실하지만 배송 지시는 아직 없었습니다.” 나는 반품과 취소 비용 규정을 확인했다. 이미 사용한 꽃과 인건비는 계약상 정당한 정산 대상일 수 있었다. 다른 잘못된 주문이라고 해서 꽃집에 모든 비용을 떠넘길 수는 없었다. “계약에 따른 실제 제작비를 확인해서 처리하겠습니다.” 꽃집 주인은 안도했다. “저희는 받은 주문대로 만든 것뿐이라서요.” “알고 있습니다. 잘못된 요청이 어디서 생겼는지와 일을 수행한 업체의 대금을 분리해야 하죠.” 그는 고맙다고 말했다. 피코는 꽃다발 한 송이를 얻으려다 내가 쳐다보자 얌전히 손을 내렸다. “도윤 님, 언젠가 진짜 퇴직하면 그땐 꽃다발 받아도 되죠?” “그럼. 다만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어야겠지.” “꼭 살아 계셔야 해요. 제가 월급을 혼자 계산하긴 아직 무섭거든요.”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현실적인 이유였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경비대장은 다음 날 인사 담당자와 다시 교대표를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구형 코드의 영향 범위를 적은 한 장짜리 설명서를 만들어 주었다. 지침을 새로 만들 때는 복잡한 문장보다 현장에서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예시가 필요했다. [동료가 대신 근무했다 → 대행 근무.] [새 담당자로 정식 임명됐다 → 담당자 교체.] [실제로 사직 절차가 완료됐다 → 퇴직.] 세 항목 옆에는 각각 확인해야 할 기록을 붙였다. 경비대장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누락된 수당을 더 빨리 찾았겠군요.” “저희도 늦게 알았습니다. 다음에는 누가 봐도 구분되게 시스템을 고쳐야죠.” 그는 말없이 내게 경례했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회계사에게 경례를 받는 상황은 아직 적응되지 않았다. 저녁에 피코가 경비대장에게 자신의 도장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건 인수 확인하고 찬성한 게 다르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대신 일함’하고 ‘직장을 떠남’도 다르대요.” 경비대장이 피코를 쓰다듬었다. “너희 재정실은 대체 무슨 일을 하니?” “서류가 사람을 해치지 못하게 합니다!” 녀석은 아주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물론 우리는 가끔 서류 때문에 사람을 괴롭히기도 했다. 내 출장비 정산이 대표적이었다. 밤늦게 몰트가 내 책상에 꽃 한 송이를 올려놓았다. “남은 꽃은 복도에 두었다.” “제 퇴직 축하 꽃 말이군요.” “공식 인사 변경은 없었다. 발주 규칙도 중지됐고.” “네.” “그러니 이런 꽃다발은 다음엔 오래 살았을 때나 받도록 해라.” “리치의 덕담은 조금 무섭군요.” “천이백 년 살아 보니, 오래 일한다고 늘 정답을 아는 건 아니더군.” 그가 나갔다. 나는 꽃 한 송이를 물컵에 꽂았다. 적어도 자동 퇴직 덕분에 재정실이 조금 밝아졌다. 다음 날 아침 공동 조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제3감리 과거 심의 보류 사유서 발췌 승인. 단, 결정문과 당사자 통지문은 별도 문서였음.] 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드디어 이유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도 문서가 두 장이었다. “도윤 님.” 피코가 속삭였다. “꽃집에 미리 연락해 둘까요?” “왜?” “이러다 또 누가 은퇴할 것 같아서요.” 나는 녀석에게 빈 종이를 한 장 건넸다. “이제부터 우리 팀 업무는 하나야. 아무도 멋대로 퇴직시키지 않기.” 그 말은 생각보다 큰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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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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