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14화
PAYLUA ORIGINAL · 제114화

114화. 휴가 간 서기관이 남긴 경고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275자

오프라인 책장
제7보관함은 일곱 번째 함이 아니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몰라도, ‘제7’은 구형 의무실의 구역 번호였고 실제 보관함은 두 번째였다. 서류를 찾으러 온 사람의 시간을 허비시키기 위해 태어난 명칭 같았다. “이런 걸 업무 방해라고 부르지 않나요?” 내가 물으니 아레인은 무표정하게 답했다. “당시에는 구역 번호를 기준으로 정리하는 게 효율적이었나 봅니다.” “당시에도 그걸 찾는 사람은 힘들었을 겁니다.” 보관실 열쇠를 가진 사람은 휴가 중이었다. 대체 근무자는 있었지만 옛 문서의 잠금 방식은 몰랐다. 우리는 현장에서 반나절을 기다렸다. “여기엔 대리 접수 규정이 있습니까?” 피코가 물었다. “있지.” “그럼 대리 열쇠도 있겠네요?” “있다면 좋겠지.” “없어요?” “아직 확인 중이야.” 피코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 세계는 문을 여는 사람의 권리까지 보존하려는 것 같아요!” “문을 부수는 것보단 낫지.” 루시아가 조금 아쉬운 얼굴을 했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 다시 덧붙였다. “정말로 부수면 안 됩니다.” 그동안 나는 마왕성에서 도착한 지급 내역을 확인했다. 지난번 폭우 이후 임시 주택에 남아 있는 주민 두 가구의 숙박비가 정산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제 숙소 운영자의 수취 확인은 한 가구분만 도착했다. 나는 상태를 나눠 적었다. 몰트에게 전송을 보냈더니 즉시 답장이 왔다. [대리 열람 때문에 도윤의 출장 상태를 변경하지 말 것. 출근 기록은 보존 중.] 나는 그 짧은 문장을 보고 웃었다. 천이백 년 묵은 상사가 이제 내 퇴직을 걱정해 주다니 감동적이었다. 다만 그보다 월급이 제때 나오는 게 더 감동적이긴 했다. 오후에 마침내 보관실 대체 열쇠 확인이 끝났다. 관리인은 함 앞에서 두 가지 봉인 마법을 설명했다. 첫째는 불이 나면 내용물을 보호한다. 둘째는 열람 시 담당자와 입회자의 확인을 기록한다. 그중 어느 것도 원문을 읽을 권한까지 자동 부여하지는 않았다. “좋은 구분이군요.” 내가 말했다. “최근에 개정했습니다.” 관리인이 답했다. “예전에는 잠금을 푼 사람이 전체 자료를 읽을 권한도 가진 것으로 해석될 때가 있었거든요.” 나는 눈썹을 올렸다. 우리가 조사하는 오래된 문제와 정확히 같은 냄새가 났다. 제7보관함 안에는 환자 기록이 아니라 회복 통지 양식과 발송 대장이 있었다. 개인 정보는 비식별 처리됐다. 신청인은 환자가 의식을 되찾으면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해 달라고 적고, 의무실은 그 통지를 보관했다. 그런데 일부에는 발송 대기 도장이 두 번 찍혀 있었다. “왜 두 번이죠?” 관리인이 설명했다. “한 번은 상태 변경 통지를 받을 담당자 지정, 두 번째는 실제 우편 발송 준비일 겁니다.” “그럼 둘 다 발송 완료는 아니군요.” “네.” 피코가 나를 보며 당당히 말했다. “받았음. 찬성하지 않았음!” “여긴 아직 아무도 받지 않았어.” “그러면 ‘보낼 예정. 아직 안 보냄’ 도장도 만들까요?” 나는 갑자기 걱정이 됐다. 이러다가 녀석이 도장 제작 회사의 사장이 되는 건 아닐까. 보관함 아래에는 작은 나무판이 하나 있었다. 급히 옮기는 동안 함께 포장한 것으로 보였다. 표면에는 세 개의 금속 고리가 붙어 있었다. 마티는 보존물로 취급하기 전까지 손대지 말라고 했다. 루시아가 고리를 보고 말했다. “들것 고정 장치처럼 생겼다.” “문서함의 고리가 아니라요?” “들것에 매다는 가방에도 이런 걸 썼다.” 우리는 장치의 용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의무실 물품 목록을 살폈다. 나무판에 딸린 작은 번호가 구조대 가방의 부품 번호와 일치했다. 누군가 증빙을 의무실에서 공관으로 옮길 때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것은 작성자나 수취인의 신원을 알려 주는 단서가 아니라 운송 방식의 단서였다. “원본 작성지가 또 바뀌는 건 아니겠군요.” 아우렐이 중얼거렸다. “바뀌면 안 되죠. 누가 운반했는지와 누가 작성했는지는 다릅니다.” 그는 미소 지었다. “제가 이제 그 말을 먼저 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발송 대장에 적힌 중단 시점과 옛 통행 제한 시각을 비교했다. 오후 네 시 무렵 여러 건이 한꺼번에 ‘발송 준비’에서 멈췄다. 공관 주변 통신 수정이 꺼진 기록과 겹쳤다. “회의에서 심의를 보류한 이유가 통신망 정지 때문일까요?” 피코가 물었다. “아직 모르지. 하지만 결정 통지가 실제로 전달됐는지 따져 볼 이유가 생겼어.” 그날 밤 묵는 숙소에서 루시아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말없이 구형 구조대 지도를 탁자에 펼쳤다. “너는 왜 이렇게 오래된 문서를 쫓는 거지?” “진짜로 궁금해서 묻는 겁니까?” “그래.” 나는 잠시 고민했다. “처음에는 내 소환 기록이 잘못돼서요. 누군가 나 대신 동의했다는 처리 때문에 귀환권을 잃을 수도 있었으니까. 지금은 다른 사람도 같은 일을 당했을지 걱정됩니다.” “다른 사람을 모두 구할 수는 없을 텐데.” “알아요.” “그런데도?” “할 수 있는 일까지 안 하려면 내가 왜 회계사를 하겠어요.” 루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서도 모두 구할 수는 없다. 그래도 들것을 놓으면 안 되지.” 말을 마친 그녀는 지도 위의 통로를 가리켰다. 의무실에서 오래된 서기관 숙소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회복 통지를 받으러 오지 못한 사람은 이 길을 지나갔을 거다. 기록이 없다면 현장을 확인할 가치가 있어.” 우리는 이른 아침 그 길을 걸었다. 지금은 작은 장터가 형성돼 있었다. 생선 냄새, 빵 굽는 향기, 상인들의 고함이 섞여 있었다. 옛 전시 통행로가 평범한 생활의 길이 된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서기관 숙소는 학교 기숙사로 바뀌어 있었다. 관리인은 장부 한 권이 박물 보존고로 옮겨졌다고 했다. 원본의 개인 정보는 열람할 수 없지만, 당시 배달 통신망이 얼마나 오래 끊겼는지 기록한 기술대장은 볼 수 있었다. 기술대장에는 통신 복구 시각이 적혀 있었다. 회의 보류 장부보다 두 시간 뒤였다. 그래서 결정문을 그날 발송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생겼다. “또 가능성만 발견했군요.” 피코가 말했다. “가능성이 아니라 시각 기록 두 개를 확인했지. 다만 인과관계를 모르는 거야.” “그 말은 늘 어렵네요.” 나는 녀석의 손에 지도 한 장을 쥐여 줬다. “다음엔 네가 쉽게 설명해 봐.” 피코가 지도에 네모 두 개를 그렸다. “여기 회의실. 여기 통신탑. 둘 다 그날 문제가 있었어요. 하지만 회의실이 통신탑을 망가뜨린 건지는 아직 모름.” “완벽해.” “정말요?” “네가 나보다 쉽게 설명했어.” 피코는 한참 동안 웃었다. 서기관 숙소 옆에는 오래된 통신탑이 하나 있었다. 지금은 학교의 시계탑으로 쓰이고 있었다. 탑을 관리하는 교사는 현장 안내판을 읽어 줬다. “전시에는 여기서 서로 다른 세 기관으로 연락을 보냈대요. 왕국, 마계, 중립 공관. 그런데 정식 회선과 긴급 회선이 달라서 연락이 자주 엇갈렸다고 합니다.” “긴급 회선은 기록이 남지 않았습니까?” 내가 묻자 교사는 고개를 저었다. “수신 여부를 표시하는 장부는 있었대요. 내용은 별도 봉인했지만요.” 나는 그 말을 기록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누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보는 것이 아니었다. 보류 통지가 실제로 전달됐는지 확인하는 기술 기록이었다. 교사는 학교의 작은 자료실로 안내했다. 그 안에는 학생들이 모은 옛 통신 부품과 설명서가 진열돼 있었다. 학생들이 조사하면서 만든 표지는 정중했지만 오자가 많았다. 제3감리의 오래된 표시는 ‘제삼 감자’라고 적혀 있었다. 피코가 그 문구를 읽고 눈을 빛냈다. “감자요? 감자 관련 기관도 있었어요?” “아니. 감리.” “하지만 지금은 감자라고 써 있는데요.” 교사가 머쓱하게 웃었다. “학생이 글씨를 잘못 옮겼어요. 고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죠.” 나는 분필을 받아 조심스럽게 고쳤다. 그 옆에 원문을 확인할 수 있는 출처와 정정 날짜도 적어 두었다. 학교의 작은 전시물이지만 나중에 누군가 공부할 때 도움 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적어야 하나요?” 교사가 물었다. “네. 누가 왜 바꿨는지 모르면 나중에 또 헷갈립니다.” 루시아는 감자라는 글자가 사라지자 슬픈 표정을 지은 피코를 보며 웃었다. “대신 저녁엔 감자를 먹으면 되지 않겠나.” “진짜요?” “내가 사 주겠다.” 나는 즉시 말했다. “그건 루시아 님 개인 지출입니다.” “알고 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나는 왠지 기분이 좋았다. 교사가 보여 준 통신 기록 중에는 비가 심하게 내린 날의 고장 신고가 남아 있었다. 정오에는 접수됐지만 수리 인력이 도착한 건 오후 늦게였다. 기록은 여러 번 복사되면서 한쪽에는 '고장 접수', 다른 쪽에는 '고장 완료'라고 표기돼 있었다. “또 같은 문제네요.” 내가 중얼거리자 교사가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접수됐다는 사실과 고쳤다는 사실이 다른데, 보고서에는 비슷하게 적혀 있습니다.” 교사는 장부를 다시 봤다. 그리고 오래된 학생용 설명문을 수정해 달라고 했다. 우리는 원본 내용의 의미를 바꾸지 않고 주석에만 새로운 설명을 추가했다. 통신탑 뒤편에서는 한 할머니가 작은 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된 길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찾는 사람의 신원을 묻지는 않았다. 내가 통신망 복구 시각을 물으니 할머니는 웃었다. “난 그날 일을 직접 본 사람이 아니오.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다고 들었지. 내가 하는 말은 증언이 아니라 이야기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구분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렇지. 세월이 지나면 이야기가 기억처럼 바뀌니까.” 그녀는 따뜻한 감자 수프를 내주었다. 루시아가 개인 지갑을 꺼내 결제했고, 피코는 내 눈치를 한 번 보더니 그릇을 받았다. “오늘은 진짜 역사적인 날이에요.” “왜?” “감리에서 감자를 배웠고, 진짜 감자도 먹었잖아요.” 나는 수프를 삼키다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하게도 힘들었던 하루가 조금 가벼워졌다. 귀환하기 전에 나는 학교 교사에게 통신 기록이 보존된 범위를 확인받았다.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표기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참고만 하고 보고서 본문에 넣지 않았다. 옛 기록 속에는 모두가 그럴듯해 보이는 문장이 너무 많았다. “도윤 님, 왜 할머니 말씀은 안 적어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그분이 세월을 지낸 사람이라는 사실은 존중해야지.” “그럼 제가 들은 감자 수프 이야기는 적어도 되죠?” “그건 네 일기장에 적어.” 피코가 품에서 작은 공책을 꺼냈다. [오늘의 사실: 감자는 맛있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웠다. 학교를 나올 무렵 교사가 우리를 다시 불렀다. 학생들이 다음 주에 옛 기록을 주제로 발표회를 연다고 했다. 우리는 자료 출처를 정확히 적는 법을 짧게 설명해 주었다. 피코는 맨 앞에 서서 자기가 그린 세 기관의 화살표 그림을 보여 줬다. “길이 있었다는 건 누군가 지나갔다는 뜻이 아니에요. 서류가 있었다는 건 누군가 찬성했다는 뜻도 아니고요.” 학생들 몇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금 놀랐다. 수십 년 된 기록을 조사하며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설명을 피코는 몇 문장으로 끝냈다. 교사가 피코에게 박수를 보내자 녀석은 귀 끝까지 빨개졌다. “그럼 발표 수당도 나와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수업을 도운 대가가 따로 약속된 건 아니야. 대신 감사 인사를 받았잖아.” “그렇군요. 그럼 다음에는 미리 계약할래요.” 나의 교육이 예상보다 잘 진행되고 있었다. 오후 귀환 준비 중 아레인에게서 추가 발췌본이 도착했다. 옛 서기관이 휴가를 떠나기 전 남긴 인수인계 목록이었다. 마치 우리를 약 올리듯 핵심 항목 옆에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실제 통지 발송 여부는 통신 담당 증빙 확인 전까지 완료 처리하지 말 것.] 나는 그 문장을 보자마자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 시대에도 누군가는 ‘전송 준비’와 ‘전송 완료’를 구별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경고가 수십 년 뒤의 시스템에는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가 이 경고를 지웠을까요?” 피코가 물었다. “지웠는지, 옮기다 빠뜨렸는지부터 알아봐야지.” 창밖으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옛 서기관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여전히 몰랐다. 하지만 회의 당시 사람들이 모든 것을 무책임하게 처리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씩 보였다. 나는 보고서를 접고 마왕성으로 돌아갈 짐을 챙겼다. 다음 조사 대상은 누군가의 이름이 아니라, 그때 기록을 새 서식으로 옮겼던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번 출장비에 숙소 한 박이 추가됐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피코, 영수증 챙겼지?” “네! 빵 산 것도요!” “그건 개인 지출이야.” “아, 또요?” 이제 녀석은 제3감리보다 내 출장 정산 규정을 더 싫어하게 됐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1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1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